수업을 시작하려는 건지 구준회가 앞에 놓인 책을 펼쳤다. 검은 표지의 책은 겉모습만 보더라도 절로 하품이 나올 만큼 두꺼웠다. 과목이 과목인 만큼 그런 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지. 준회가 가르치는 내용은 type에 관한 것이었다. 사운더나 공간 이동자들과 같이 비교적 흔한 능력부터 포이즈너, 그리고 업테이커와 같이 블랙리스트로 분류되는 능력에 대한 특징과 설명이 수업의 주를 이뤘다.
"10쪽."
준회의 말에 아이들이 책을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의상 올려두었던 책을 펼치지도 않은 채로 옆으로 쭉 밀곤, 책상 위로 팔을 올려 턱을 괴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멍한 내 시선에 잡히는 곱지 않은 광경에 나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썼다. 다른 수업들과는 달리 이번 수업에선 이상하게도 맨 앞의 3줄을 긴 머리 여학생들이 꽉꽉 채우고 있었다. 빈자리가 하나 없을 정도로.
손안의 작은 게임에 집중하던 송윤형이 힐끔 내게로 시선을 던졌다. 찡그린 내 표정을 확인한 송윤형이 안 봐도 이유를 알겠다는 듯 킥킥 웃으며 말했다.
"구준회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긴 하지."
놀리듯 말하는 송윤형의 말투에 그를 한 번 흘겨보았다가 금세 다시 그 뒤통수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음 같아선 제인의 컨트롤 능력을 흡수해서 다들 구준회에게서 멀리 떼어놓고만 싶은 기분이었다.
여전히 턱을 괸 채로 인상을 쓰곤 앞을 바라보던 내 시선이 준회와 마주쳤다. 입술을 꾹 다문 채로 못마땅한 표정의 날 바라보던 준회가 입모양으로 왜? 하고 물었다. 입술을 삐죽이다가 고개를 젓곤 입을 열었다. 수업이나 해. 내 입모양을 읽은 준회가 피식 웃으며 수업을 시작했다.
무거운 책을 한 손에 들고 수업을 이어가는 준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반쯤 걷어진 교복 셔츠, 그리고 펜과 함께 움직이는 준회의 하얀 손, 나긋한 목소리. 이런 것들도 물론 다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준회는 참 잘생겼단 말야. 피실 피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않고 준회만 구경하던 내 귀에 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송윤형이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작게 인상을 썼다.
"아. 완전 아까워. 좀 있으면 끝판인데."
"넌 대체 이 수업엔 왜 들어온 거야?"
내 물음에 송윤형이 휴대폰에서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곤 피실 웃으며 이 교실이 따뜻하잖아, 하는 시답잖은 대답을 했다.
"네 능력은 뒀다 뭐 해? 그걸로 모닥불이라도 피워."
"몰라. 또 죽었어."
내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제 말만 중얼거리는 송윤형을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대체 얜 게임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저렇게 빠져있는 거지? 아무리 봐도 한심한 송윤형의 모습에 절레절레 고개를 젓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송윤형의 휴대폰으로 손을 뻗어 휴대폰의 아무 버튼이나 꾹 눌렀다. 게임이 꺼진 건지 송윤형이 아! 하는 작은 짜증과 함께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그런 송윤형을 바라보며 웃자 송윤형이 인상을 쓰곤 말했다.
"아, 이 망할 회장.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너 왜 D라인에 메이커 있다고 말 안 했어?"
"메이커? 아, 김동혁?"
"그래! 걔 방송부에서 데려갔잖아."
불만 가득한 내 목소리에 송윤형은 금방 짜증을 풀곤 피실 피실 웃으며 답했다. 김진환이 그걸로 좀 놀렸나봐? 얄밉게 웃는 송윤형의 모습에 얼굴을 찡그리곤 말했다.
"디져. 진짜."
내 말에 송윤형이 킥킥 웃으며 다시 제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버튼을 몇 번 누르더니 하던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송윤형의 얼굴에 피실 피실 웃음이 피어올랐다. 웃는 송윤형이 얄미워서 삐죽이며 그를 바라보던 그 때, 드르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교실의 뒷문이 열렸다.
먼저 고개만 빼꼼 내밀어 안을 확인한 김한빈은 조심스럽게 교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수업을 진행하던 준회의 시선, 그리고 수업을 듣고 있던 몇몇 아이들의 시선, 마지막으로 멀지 않은 맨 뒷자리의 내 시선까지. 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것이 민망했던 건지 김한빈이 우리 쪽을 향해 고개를 두어 번 숙였다.
"죄송합니다."
잠깐 김한빈을 바라보던 준회는 곧바로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방송부가 주로 이러한 사운더들로 구성되어 있고…. 다시 이어지는 수업에 한빈이가 내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품에 안은 책을 책상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다른 아이들이 펼친 책 페이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던 김한빈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어, 선배?"
"안녕. 늦었네, 힐러."
"안녕하세요."
한빈의 인사에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느라 이렇게 늦은 거야?"
"도서관에서 깜빡 잠이 들어서…."
"도서관 갔었어?"
"네."
"책 좋아하나보네."
턱을 괸 채로 지그시 바라보며 묻자 김한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를 살펴 페이지를 알아낸 김한빈은 조심스럽게 15페이지를 펼치며 제 흩날린 앞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만지작거렸다. 금방 앞머리를 가지런히 다 정리한 한빈이가 날 힐끔, 바라보곤 머뭇거리다 물었다.
"선배는 매 수업마다 이렇게 들어오세요?"
"아니, 그런 건 아냐. 첫 수업 말곤 잘 안 들어가."
"그럼 이번 수업은 왜 들어오셨어요?"
그 물음에 한빈이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구준회 수업이잖아."
당연하다는 듯 한 내 말투에 김한빈이 잠깐 동안 날 바라보았다. 꽤나 진득한 김한빈의 시선이 낯설어서 뭘 봐? 하고 묻자 강아지가 풀이 죽는 것처럼 김한빈의 시선이 금방 내게서 아래로 떨어졌다.
"수업이나 들으세요, 힐러."
턱을 받치지 않은 손을 뻗어 한빈이의 볼을 톡 치자 한빈이가 날 한 번 힐끔 바라보곤 아, 하는 바보 같은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제 옆에 놓아두었던 펜을 손에 쥐었다. 얜 참 어수룩하다. 뭐든 이렇게 반응이 귀여운 건가. 마냥 귀여운 시선으로 한빈이를 바라보다가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수업은 포이즈너에 관한 것을 설명하고 있는 듯했다. 준회가 작은 병 하나를 손에 쥐자, 얼마 지나지 않아 병 안에 들어있던 맑은 물이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뭐라고 설명을 이어가는 준회의 모습, 그리고 병 속의 검은 액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 옆의 김한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김한빈은 입술을 꾹 닫고 꽤나 진지한 얼굴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한빈아."
내 부름에 수업에 집중하고 있던 김한빈이 순간 멈칫했다. 내게로 시선을 돌린 김한빈이 네? 하고 작게 답했다.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말야."
"……."
"구준회랑 너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네?"
무슨 말이냐는 듯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네? 하고 답하는 한빈이의 모습에 순간 피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포이즈너랑 힐러의 대결이지. 포이즈너는 치명적인 독으로 사람을 죽이고, 너는 사람을 살리고. 둘 중에 누가 더 강할까? 내 물음에 한빈이의 표정이 조금 전 수업을 들을 때처럼 진지해졌다.
말도 안 되는 내 질문에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한빈이의 모습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한빈이는 뭐라고 답을 할까. 힐러인 제가 이긴다고 할까? 아니면 포이즈너?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세상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기록에는 포이즈너와 힐러의 능력을 비교하는 것에 대한 내용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잠깐을 고민하던 한빈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잘 모르겠어요. 고개를 살짝 저은 한빈이가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그래도?"
"포이즈너가 더 강하지 않을까요?"
"왜?"
"포이즈너는 산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힐러가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으니까요."
묘한 한빈이의 대답에 김한빈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김한빈이 내 표정을 살피며 머뭇거렸다. 조금 전 대답을 할 땐 똑부러지더니 금방 이렇게 내 눈치를 보는 김한빈의 모습은 볼수록 재미있었다. 잠깐 한빈이의 말을 곱씹으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웃으며 한빈이에게 손을 뻗었다.
"그래, 대답 고마워."
제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길에 잠깐 움찔하던 김한빈은 이내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그런 한빈이를 쓰다듬던 손을 거두곤 이제 공부해, 하는 말과 함께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작은 과제를 시킨 건지 아이들은 다들 책 위로 뭔가를 쓰기 바빴고, 앞에 선 준회는 책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준회의 표정이 조금 심드렁한 것도 같다. 영문을 몰라 왜? 하고 묻는 내 물음에도 준회는 아무런 답이 없이 날 바라보기만 했다.
대답 대신 고개를 작게 젓곤 내게서 시선을 떨어트린 준회가 아이들을 향해 물었다. 다 했어? 준회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펜을 놓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몇몇 아이들의 작은 대답소리도 들려왔다.
뭐야, 구준회. 그런 준회를 빤히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 * *
수업이 끝나고 하나 둘 아이들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간다, 하는 말과 함께 먼저 교실을 나서는 송윤형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곤 교실 안의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가길 기다렸다. 시끄러웠던 교실 안이 조용해지고 그제야 몸을 일으켜 교실의 맨 앞에 있는 구준회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준회는 조금 전 보았던 그 심드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교탁 위에 살짝 걸터앉아 있었다.
"표정이 왜 그래?"
내 물음에 준회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탁, 소리가 나게 덮었다.
"힐러랑 친해?"
글쎄. 별 생각 없이 나온 대답과 함께 어깨를 으쓱이자 구준회가 제 특유의 심통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준회를 바라보며 피실 웃곤 준회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양팔을 뻗어 준회의 목 뒤로 팔을 두르며 말했다.
"왜 이렇게 심통이 나셨을까, 우리 부회장이."
"힐러랑 가까이 지내지 마."
"왜?"
"별로야."
힐러가 별로야? 난 좋기만 하던데. 내 말에 구준회가 인상을 팍 쓰곤 내 이마를 톡 때렸다.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그럼 무슨 의민데?"
내 물음에 준회가 내 허리로 팔을 감아왔다. 신경 쓰여. 짧은 준회의 대답에 피실 피실 웃으며 준회를 조금 더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준회와 마주보고 있는 얼굴과 얼굴 사이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아까 힐러에게 물어봤어. "
"뭘?"
"너랑 힐러랑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냐고."
"왜 그런 걸 물어."
"힐러가 뭐라고 답했는지 알아?"
"글쎄."
"너라고 그랬어. 포이즈너."
"……."
"궁금하다. 둘이 정말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내 질문에 구준회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이젠 손이 아닌 제 이마로 내 이마를 콕 찍어왔다. 조금 전보다 더 아픈 느낌에 살짝 얼굴을 찡그리자 준회가 말했다.
"그런 이상한 건 그만 좀 궁금해 해."
"언제는 이런 궁금증도 매력이라며?"
한손은 준회의 목 뒤에 여전히 감은 채로 나머지 한손으로 부딫힌 이마를 살살 문지르며 배시시 웃었다. 내 웃음에 잠깐 날 바라보던 준회의 눈이 작게 일렁였다. 그리고 준회의 입술이 주저 없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틈으로 준회가 파고들었다. 구준회는 키스마저 잘했다. 부드럽게 감싸듯 움직이는 준회의 목뒤로 다시 양팔을 둘렀다. 걸터앉은 상태라 준회의 얼굴이 낮은 곳에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자 기분 좋은 웃음이 흘렀다.
조금은 길게 닿았다 떨어진 준회를 향해 쪽, 하고 짧게 한 번 더 닿았다 떨어졌다. 번들거리는 내 아랫입술을 준회가 제 엄지로 살짝 문질렀다.
"아쉬워."
내 말에 준회가 피식 웃으며 걸터앉은 몸을 일으켜 섰다.
"가자. 학생회 실 가서 마저 해."
"거기서 하면 제인이 분명 화낼 텐데?"
내 말에 준회가 웃었다. 그런가. 짧은 대답과 함께 둘 다 킥킥 웃음을 흘렸다.
* * *
어린 티를 내던 철없던 신입생들은 시간이 흐름과 함께 마이너 생활에도, 학교생활에도 모두 조금씩 적응을 해가고 있는 듯 했다. 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어느덧 Home에도 체육대회의 시즌이 다가왔다. 체육대회는 정말 싫어. 달력을 확인하던 나는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각 라인별로 팀을 이루는 Home의 체육대회는 여느 고등학교의 체육대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능력을 이용하면 조금 더 굉장한 체육 대회가 될 수도 있을 테지만 각 라인별로, 그리고 학생별로 가진 능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능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체육 대회에 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능력이 없으면 무슨 재미야. 능력을 못 쓴다는 건 결국 내 몸으로 뛰어야 한다는 거잖아. 으, 싫어. 몸을 쓰는 건 정말이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체육 대회의 시작을 위해 각 라인별로 팀복이 배부되었다. 체육 대회는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라인별로 옷을 정하는 건 내 마음에 쏙 드는 일이었다. 내 취향대로 고른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옷이 배부되는 것과 함께 각 라인 내에서 작은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D라인의 팀복을 받은 송윤형이 저 멀리서 보라색 티셔츠를 위로 흔들며 소리쳤다.
"야! 회장!"
"왜!""이게 뭐야!"
"뭐가!"
"우리 라인만 완전 촌스럽잖아!"
그런 송윤형의 말에 킥킥 웃음을 흘렸다. 복수야. 메이커가 있다는 얘길 미리 안 해준 것에 대한 복수. 못난 어미새 때문에 D라인 아기새들만 불쌍하게 됐네.
체육 대회의 첫 경기는 축구였다. 각 라인의 남학생들은 모두 선수로 출전하였고 여학생들은 다른 경기를 위해 운동장 가에 앉아 대기했다. 경기를 뛰기 위해 위에 걸치고 있던 두꺼운 옷들을 벗고 신발을 갈아신는 A라인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힐러에게로 눈이 닿았다. 저렇게 말라서 축구는 할 수 있으려나…. 가느다란 김한빈의 다리를 보자 왠지 모르게 걱정이 앞섰다.
벗은 옷을 내려놓는 아이들을 지나쳐 힐러에게로 다가갔다. 힐러! 내 부름에 힐러가 작게 몸을 움찔했다. 뒤돌아서 나를 바라본 김한빈을 향해 물병을 내밀었더니 김한빈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잘 할 자신 있어?"
"저 축구 잘해요."
"정말로? 달리기도 못 하게 생겼는데."
내 말에 김한빈이 피식 웃었다. 내 말에 우물쭈물 대답하던 신입생 힐러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가 편해지고 있는 듯 했다. 이제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먼저 내게 말을 걸기도 했다.
"저쪽 끝에 앉아계실 거에요?"
"응. 혹시라도 능력 쓰는 애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감시해야 하거든."
내 대답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김한빈이 잠깐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갑작스레 닿아오는 시선에 왜? 하고 묻는 내게 한빈이가 제 팔에 들고 있던 집업을 내밀었다.
"이거 덮고 있으세요."
"뭘 덮어?"
내 물음에 한빈이가 다리에, 하고 답했다. 그제서야 내가 입고 있던 옷이 뭐였는지가 생각이 났다. 짧은 바지 입어서 그러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한 김한빈이 왠지 모르게 기특한 기분이 들어 피실 피실 웃으며 고마워, 하고 인사를 하자 한빈이가 작게 웃었다.
운동장 끝에 앉아서 김한빈의 집업을 다리 위로 덮었다. 다리 위로 덮은 집업은 따뜻했고 묘한 향을 풍겼다. 조금은 포근했고, 뭐, 말하자면 불쾌한 향은 아니었다. 다리를 제대로 다 덮곤 A라인! 하고 부르자, 운동장으로 나가려던 남자아이들이 모두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이겨! 나는 지는 거 싫어!"
내 말에 아이들이 웃으며 네, 하고 큰 소리로 답했다. 대답 하나는 끝내주네. 그 모습에 피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A라인의 선수들이 준비를 끝낸 모습을 보다가 문득 준회 생각에 B라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참 웃기게도 첫 축구 경기는 A라인과 B라인의 대결이었다. 우리 라인과는 다르게 파란색 상의를 입은 준회는 신발을 발에 맞추기 위해 바닥 위로 신발 끝을 툭툭 치고 있었다. 부회장. 내 부름에 준회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았다.
"이리 와봐."
양팔을 뻗어 준회를 향해 흔들자 준회가 내 앞으로 걸어왔다. 내 얼굴이 아닌 내 다리 위로 덮어진 옷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구준회가 물었다.
"그 옷은 뭐야?"
"한빈이가 덮으라고 줬어."
내 대답에 구준회가 인상을 썼다. 또 인상 쓰지, 하는 내 말에도 인상을 쓰곤 집업을 빤히 바라보던 구준회가 갑작스럽게 몸을 돌려 B라인 자리로 향했다. 의자 위에 대충 던져두었던 제 야구잠바를 들고온 준회가 내 앞에 섰다. 그리곤 몸을 살짝 숙여 내 어깨 위로 제 야구잠바를 덮었다.
"덮고 있어."
이런 행동은 답지 않은 구준회의 질투였다. 피실 피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흘리며 준회를 올려다보자 그제야 만족하는 건지 준회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졸지에 다리 위에는 김한빈의 옷이, 어깨 위에는 구준회의 옷이 덮어져 있었다.
귀여운 구준회의 모습에 배시시 웃으며 준회를 불렀다. 준회야. 부름과 함께 손으로 내쪽을 향해 까딱이자 준회가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런 준회의 볼에 쪽 하고 짧게 닿았다 떨어졌다.
"잘 해, 자기야."
내 말에 준회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대답과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는 준회의 손길에 다시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때, 운동장에서 송윤형의 불만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네 적당히 하라고! 이 문란한 놈들아!"
아무래도 첫 경기의 심판은 송윤형인 듯 싶었다. 심판석에 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윤형이의 말에 준회가 웃으며 몸을 일으켜 경기장을 향했다. 그런 준회를 잠깐 바라보다가 그 뒤로 보이는 송윤형을 향해 혀를 빼꼼 내밀었다. 흥. 부러우면 자기도 연애나 하라지.
♡
안녕! uriel입니다!
약속보다 몇 시간 빨리 왔어요! 우선은 묵혀둔 마이너 먼저! 자라고 있는 병아리 한빈이와 다 자란 수탉 준회의 싸움이란.. 오랜만에 읽어보며 느낀 건데 가만 보면 마이너는 애들 족보 브레이킹이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유녕이랑 주네, 진환이는 동갑에 선배고 김밥이랑 맘빈이가 후배..☆ 대체 이게 뭐람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포인트는 주네가 내 자기? ㅎ_ㅎ ♡
오늘 글은 우리 유녕이 토닥토닥 해주며 마무리ㅠ_ㅠ.. 윤형아 미안.. 너도 여자친구 만들어 줄게.. 블레이저 윤형이의 여자 친구를 찾습니다(1명)★☆
제 몸은 이제 괜찮아요! 걱정하실 만큼 안 좋은 건 아니었어요 집보단 병원에서 지내는 게 나아서 병원에서 좀 오래 지내게 된 것 뿐! 돌아올 땐 아주 튼튼이 되어서 오겠단 약속대로 저는 정말 튼튼합니다 (하트)
여하튼! 늘 사랑하고 감사드려요! 2013, 2015에서처럼 올해는 꼭 애들이 데뷔를 하길! 그 때까지 열심히 함께 달려요 *_* 아가씨로도 곧 올게요!
요새 심심하면 유투브 메이크업 동영상 보는 게 있는데 거기 인사말이 너무 좋아서 자꾸 맴도네요 ㅠ_ㅠ 오늘 인사는 그걸로!
저와 여러분은 모두모두~ 소중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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