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A - Idiot
(이 브금도 진짜 오랜만이죠 ㅠㅁㅜ)
"얼마 걸래."
"뭐에."
"박찬열이 너 잊는데 걸리는 시간."
"진짜 쫌."
얜 또 아침부터 이 난리다. 너무 호들갑을 떨며 의자를 끌어온다 싶었는데.
그 때부터 상태가 별로 좋진 않음을 감지했어야 하는건데.
"난 깔끔하게 삼천년 건다."
봐. 미쳤잖아.
어제 자기 짝인 여자애의 추천으로 인터넷 소설을 거하게 즐기셨다던 박찬열은 계속 명대사로 손꼽히는 것들을 줄줄 읊는다.
그거 몇백 단위 아니었어?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 놈들보다 통 크게 써.' 라나.
모두가 조용해야 할 아침 조회 시간..일텐데 전혀 아니다.
아직까지 네가 내 별이다. 하고 있는 박찬열을 포함해 다른 콩알들이 분위기를 주도하자 금세 야유회를 떠나는 관광버스 안이 되어버린다.
콩알들. 내가 붙인 애칭 아닌 애칭. 애들은 무척이나 이 호칭을 좋아하는 듯 하지만 그럴때면 난 혼자 속으로 웃는다.
콩알은..
콩만한/알만한 것들 이라는 속뜻이 내포되어 있으니까.
^^
그래도 비슷한 의미의 다른 비속어보단 훨씬 동글동글하고 예쁜 애칭인 걸.
"쟨 아침부터 지치지도 않아."
책상 오른쪽에 붙여둔 시간표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책상 속을 뒤적거려 본다.
교과서는 저 뒤의 사물함에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과거의 내가 깜빡하진 않았나 희망을 걸어보는 거다.
텅텅 빈 책상 속이 나를 비웃는 느낌이야.
텅-텅. 비어있네 진짜로.
"문학 숙제부터 해."
경수는 이런 내 모습을 언제부터 지켜봤는지, 내 교과서를 책상 위에 살포시 올려준다.
경수야아. 애원하듯 옷깃을 잡자 그대로 쪼그려 앉아 나와 눈을 맞춘다.
"아침부터 애교가 늘었어."
영 기분이 좋은가 보다.
"찬열이 어제 다섯시에 잤대."
"에? 아침 다섯시?"
"응. 그 때 학교 가자고 전화오더라. 자기 그 때 잠들면 대책 없다고."
"그럼 지금 쟤 몇십시간 깨어있는 상태인거지?"
별 거 아닌 문학 숙제를 빠르게 해나가면서 나는 꿍꿍이를 생각해낸다.
아무리 에너자이저 박찬열이라고 해도 지금 박찬열은 정신으로 깨어있는 상태일 것.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뒀던 빵을 떠올려 본다.
그래 이거야.
"이게 뭔데."
"너 또 아침 못 먹었을 거 아니야. 이거 먹으라구."
수업 종이 울리기 전에, 부시럭거리는 비닐로 잔뜩 생색을 내며 박찬열에게 빵을 건넨다.
받아 들고서도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던 박찬열이 픽- 웃으면서 빵을 받고.
"너랑 나는 아무리 이래도 저스트 프랜드야. 알지?"
"뭐?"
"내가 널.. 많이 아끼지만. 우린. 소중한 친구가 되자. 응?"
봐. 진짜 피곤한 거 맞잖아.
계속 헛소리를 하고 있어 저게..
박찬열은 마침 배가 출출했는지 그 자리에서 빵을 다 먹어치운다.
난 그런 박찬열을 보면서 씩 입꼬리를 올리고 내 꿍꿍이를 모르는 백현이는 옆에서 찡얼찡얼. 자기 몫을 달라고 애교를 피운다.
그리고
빙고.
찬열이는 빵을 다 먹은 후 식곤증에 바로 곯아 떨어졌고
"아 쌤! 저 쉬는시간에 심부름을 좀!"
문학쌤은 좀 무서운 분이시고.
"박찬열 빵 먹었대요~ 그리고 배불러서 잤대요~"
빵을 먹지 못한 백현이의 앙금이 얹어진다면.
"잘못했습니다! 네! 제가 진짜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나의 소소한 하루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콩알탄썰 리턴즈
01
(박찬열매와 오미자)
w. 콩알탄
찬열이를 괴롭히는 데에 이유같은 게 있을리가 없잖아. 좀 편하기도 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데 있어서 제일 편한건 경수지만 찬열이는 그와 다른 편안함이 있다.
내가 처음 콩알들과 친해졌을 때에, 난 솔직히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좀 힘들었다.
아니, 여섯명 씩이나 되는 남자애들 사이에서 기를 펴는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그런 상황에서 박찬열의 존재는 좀 많이 반가웠다.
처음부터 내게 말을 먼저 걸어주기도 했지.
경수가 바로 무시해버리는 광경을 보며 나는 이 아이의 캐릭터를 직감했다.
그리고 세 달이 흐른 지금, 나는 찬열이를 괴롭히는 데에 매일 동참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찬열이 왕따시키는 건 아님.
'몰이'의 대상이 되는 건 모두가 같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우르르 몰아가고 당황하는 걸 즐기니까.
찬열이는 단지 빈틈이 자주 보일 뿐이야.
콩알들은 인정하기 싫지만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들이다.
그래서 우리끼리 있을때나 디스의 대상이 되지, 다른 곳에 가서는 선망의 대상으로 비친다.
내가 봐도 좀 화려하게 생기긴 했다.
특히… 세훈이.
"나도 문학 숙제 안 했는데. 너 때문에 살았다?"
대사와 비주얼의 갭이 너무 크잖아.
우리 학교의 교복은 진회색인데. 분명히 진회색인데.
세훈이가 입고 있는 교복은 뭔가 새하얀 색 같다. 자체발광이라는 이야기.
키는 아직 찬열이보다 작지만 비율이 좀 남다른데다가 날카롭게 생겨서 또 다정하기도 한 남자.
난 아직 세훈이를 어려워한다. 좀- 많이.
"도경수. 치사하게 나한테는 안 알려줘.."
"아까 분명히 말 해줬는데."
"몰라. 못 들었어."
귀를 막고 고개를 흔드는 세훈이를 보던 경수는 공책 하나를 퍽 던진다.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세훈이는 공책을 낚아채고, 경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내가 이래서 세훈이를 좀 어려워 해.
세훈이는 타고나길 표정이 조금 날카로워서 아무 표정을 짓지 않고 있으면 무섭다.
세 달 가량 함께 지냈어도 이 녀석이 이렇게 가만히 있을 때면 책상이라도 뒤엎지 않을까 싶어 도망치고 싶어진다.
경수와 세훈이는 눈싸움을 좀 하는 것 같더니.
"내가 사랑한다고."
세훈이가 먼저 경수를 끌어안는다.
??
?
아, 도경수의 마법 노트구나 저거.
끌어안고 뽀뽀까지 쪽쪽 하려는 세훈이를 경수가 힘껏 밀어내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내가 나서서 '공식 내꺼' 도경수를 사수한다.
내 애인이라는 소리가 아니야. 우린 애인보다 더 찐-한 사이니까.
이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똑똑이 경수의 마법 노트는 보는 순간 점수 상승을 보장하는. 아무나 볼 수 없는 노트다.
어제 그제 세훈이가 마법노트 한 번 보여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싶더니 결국 얻어내는구나.
경수야 나ㄷ...아니.
이게 아니고.
세훈이는 비유를 하자면 '갓 복학한 능글맞지만 잘생긴 오빠' 같은 느낌이 있다.
항상 약간 묘한 웃음을 얼굴에 달고 다녀서 속내를 영 알 수가 없는데다가 항상.
"그래도 내 퍼스트는 너란거 알지?"
이런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단 말이야.
약간..
"우리 애기 오빠 사랑이 고파?"
좀..
"뽀뽀라도 해줄까?"
능구렁이 기질이..
"아우씨. 그만 좀 해라."
이럴 때면 종인이가 나서서 세훈이를 말린다.
세훈이는 항상 저렇게 민망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우리 사이에선 '어른도 아니면서 어른보다 심각한 두뇌를 가진 미성년자'는 뜻의 오미자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리고 종인이는 이 별명을 혼자 '오-미친-자신감' 으로 이야기 하고 있고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세훈이 잘생겼어.
내 기준상에서 콩알들 중 제일 잘 생긴 것 같아.
어렸을 때부터 나는 백마탄 왕자를 꿈꿔왔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평생 놀고 먹을 수 있게 해줄. 잘생기고 돈많고 별거별거 다 좋은 그런 왕자님.
그리고 그 왕자님은..
적당한 근육질에 날카롭게 생겼지만 내 여자에게만 다정하고 따듯하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고
(이하생략)
그렇게 그려오던 이미지와 부합하는 게 세훈이다.
물론…. 비주얼만. 그 외에는 괜찮아. 사양할래.
"내가 대박사건 하나 알려줄까."
"뭔데."
"듣고 나한테 반하지나 마."
"아 뭔데!"
"오늘. 빵 1+1 한대."
"!!!!!!!!"
그리고 세훈이는 나랑 식성이 똑같다.
그래서 우린 심심하기만 하면 맛집투어를 다닌다.
주된 메뉴는 떡볶이와 빵. 빵 진짜 좋아. 빵빵.빵.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남자는 쳐다도 보지 말자고 결심하고 왔는데
이런 남자애들과 생활하다 보니까 다른 남자애들은 보이지도 않게 됐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걸까..^^..
그래도 찬열이 또 혼나는 건 양심에 찔리니까 도와줘야겠다.
"어! 현수야. 너 문학 숙제 안해서 추가 숙제 받았지. 그거 찬열이 좀 알려주라."
"걔가..너랑 놀지 말랬는데."
???????????????????????
"박찬열이 그랬다고?"
"아, 걔만 그런게 아니라.."
"그럼 누가?"
"너네 애들 전부 다.."
??
고개를 돌려 보니 6인의 남고딩이 이 쪽을 째려보고 있다.
난 이들의 과보호 아래에서 3개월간 왜 눈치를 채지 못했을까.
그냥 '난 진짜 얘들 말고는 친구가 없구나' 하고 생각했지.
왜..몰랐지. 왜?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너.."
"현수 너는 빵 싫어하지? 우린 빵 얘기나 마저 하러 가자. 응?"
"너..네.."
"응?"
말문이 막혀 멍하니 있는 사이, 난 어느 순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고
현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아.
단단히 꼬여버렸다.
내 학창생활.
**
매번 새벽에 오는 게 좀 힘드셨던 분들을 위해 오늘은 아침에 ^_^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1도 없음)
본래의 콩알탄썰과 조금..다르죠? 그니까... 첫 시작? 이..
앞으로도 조금 달라질 예정입니다 ^_^
리퀘스트에도 많이 참여해주세요!! (원하는 움짤을 첨부해주시면 다음 화에 무조건 첨부하여 스토리를 끌어나감★ 재밌겠죠!)
암호닉은 [] 안에 넣어서 신청해주세요!
우리 꾹꾹이들! 추천요정들! 콩덕들! 예뿌니들 사랑이들 내사랑들 모두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