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죽을 것 같은 폭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 나를 아사직전까지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다. 말이 좋아 몰아가는거지만 그냥 퍽, 하고 펀치를 가해서 저멀리 날려버리는 것 과 같은 더위였다. 더워, 더워. 햄버거집 씨에프에 나오는 펭귄 세마리가 징징대며 외치던 그 '더워' 가 내입에서 떨어질줄을 몰랐다. 진심 덥다, 저 펭귄들은 빙하에라도 있지 나는 수도권 한가운데 떨어진 스물 다섯 평 남짓한 곳에 혼자 남아 냄비안에 삶아지는 빠오즈마냥 푹푹 쪄가고있다. 아주 실하니 먹음직 스럽겠군. 하고 누군가 나를 집어먹을 만큼의 찜통. 으으시이발! 하고 벌떡 일어나 옆에있는 에어콘을 발로 몇번 차버렸다. 쎄가 찬건 아닌데 이망할놈의 구식 선풍기가 덜컹거리며 제 나이든 테를 내비친다. 아, 그래. 너나이 좆나많아. 내가 태어날때부터 있었지 안그래? 그럼 이만 고장나고 새 선풍기로 바꾸고싶다, 아니 참. 이왕이면 에어컨. 혼자있는 방안에서 중얼대듯 말하며 저주를 읊어댔다. 그래, 너 너임마. 너한테 하는말이다 임마. 있는 독설 없는 독설 다 말하며 열을 올리는데 어느새 도착했는지 큰소리로 떵떵대며 제가 아이스크림을 한바구니 사오겠다며 익살스레 웃어대던 김종인이 내방문을 열어재꼈다. 보지도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왜냐고? 저새끼 걸음걸이 소리만 들어도 대충 견적나온다.
“씨발. 아이스크림 다 녹은 건 알고 선풍기님 능욕하냐.”
내 어여쁜 두상을 퍽소리나게 쳐낸 김종인이 날 옆으로 밀어내고 선풍기 앞에 자리를 꿰찼다. 마치 수박이 실한지 두드리는 것 처럼 아무지게 쳐버린 내 골이 윙, 하고 울렸다. 이 망할새끼가 아이스크림 하나 건실하게 못 배달하는 놈이 남의 어여쁜 두상을 터치해? 안그래도 짜증나 죽겠는데 시비를 걸어오는 동남아새끼에게 엿을 날렸다. 물론 녀석은 내가 뭘하던 신경쓰지 않았다. 저녀석에겐 쿨워터의 향이 짙게 나기 때문에 남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한 삼분째 같은 자세로 엿을 날리는 나에게도 관심이없었다. 그 자세를 유지하는 나도 나지만 여태껏 한번을 안돌아봐주는 저녀석도 정상은 아니다. 오기가 생겨서 손을 안거둬들이고 계속 엿을 날렸지만 결국 gg를쳤다. 그러고선 으으시발, 하고 앓는 소릴 내자 그제서야 돌아보며 혀를 찬다.
“별 뭐같은거에 오기부려 좀만한게.”
“뭐? 알면서 아는척도 안해줬냐? 이씨발 너때문에 더 덥잖아!”
더위에 몸부림치며 몸을 바닥에 비비자 철썩, 하고 달라붙는 살결에 기분이 더 드러워졌다. 존나 끈!적!끈!적!해!!!!!!
내 일말의 외침에 김종인은 또 쿨워터향을 풍기며 쯧쯧, 혀를 찼다. 물론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체로. 모든게 짜증나는거 투성이다 내앞이 아닌 저 동남아새끼 앞에서 털털대며 사랑을 전하고있는 저 낡은 선풍기도 그렇고 내살결에 닿는 찐덕한 방바닥도 그렇고 이젠 제집인냥 드러누워 드르렁대며 코를골기 시작한 저 동남아인도 그랬다. 이세상은 왜 나에게 승질만나게 하는지 모르겠다. 내성질이 더러워서 그래? 어? 그래?? 또 몸부림쳤다. 또 기분이 더럽다. 그렇게 병신같은 짓을 반복하는데 김종인이 잠결에 한마디했다.
“푸프..똘추새기..푸흐..”
…아마 날 존경한다고 말한 것 같았다.
주방에선 도마에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신들렸다. 그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퉁퉁붓고 개기름이 잔뜩 낀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고 방문을 나섰다. 그러자 앞치마를 두른 왠 괴한이 보여 헉, 하며 몸을 뒤로하자 그소리가 들렸는지 뒤를 도는 모습에 으악, 하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난 범인의 얼굴을 못본것이다. 누가 그랬다, 무슨일이던 범인의 얼굴을 보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병신아. 나야.”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빼꼼, 하고 들어 보일듯말듯하게 쳐다보자 왠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꽃무늬 앞치마를 반듯이 입은체 손에는 주방칼을 꼬옥 쥐고있는 동남아인이 보였다. 근데 나야, 하는 말뽐새가 아마 날 안심시키려 한 것 같은데 내눈엔 너가 더 무서워. 마치 살육을 하고 있었다는걸 내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칼에는 핏물이 뚝, 뚝 떨어졌다. 이병슨아 바닥에 핏물떨어진다! 하자 이제야 알았다는 듯, 옥? 하는 덜떨어진 감탄사를 내며 칼을 도마위에 던진다.
“존나 덜떨어진 새끼,빨리 닦아! 바닥에서 비린내나게.”
“개새끼야. 말을 해도 뭐 그렇게 하냐.”
“지랄말고 빨리 닦기나 해”
내 말에 기분나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왜, 내가 틀린말 했냐? 하고 틱틱댔지만 왠지 더 험상궂게 일그러지는 얼굴에 입을 다물었다. 아니, 다물어졌다. 연신 동남아인이라 칭하긴했으나-,이녀석은 매우,겁나,많이 무서운 쎈캐의 얼굴을 갖고있었다. 육덕진 이목구비라고하면 알아들으려나? 한참 나를 뚫어질 듯 노려보던 김종인은 제 앞치마를 바닥에 내팽게쳤다. 무게가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앞치마는 제 주제에 안맞는 위협적인 소리를냈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과 충돌했다. 앞치마는 볼품없이 주방에 나뒹굴었다. 생각보다 많이 심통이 난 것 같았다. 시발 이새낀 또 왜 지랄이람; 하는 생각이 엄청 들었지만 무섭기때문에 티는 안내며 쭈뼛쭈뼛 다가갔다. 저기요. 성님 뭐가 그렇게 화가나셨는감요. 하며 웃는 얼굴로 다가가자 뒤돌아있던 몸뚱이를 내쪽으로 휙, 하고 턴한다. 오으시발. 하며 놀라 자빠질 얼굴을 하는데 이새끼가 긴 팔을 쭉 뻗어 식탁을 가르킨다. 그래서 그 긴팔을따라 시선을 타고 가니 번듯하게 차려진 밥상이 있었다. 어..어...왠지 미안해져서 말도 못하고 눈치를보는데 갑자기 나를 툭 친다. 사실 툭이아니고 퍽이였다.덩치도 산만한 새끼가 정말 힘을 실어 치는 바람에 나는 바닥에 꼬꾸라졌다. 힘은 실었지만 정말 반도 안되게 민 것 같은데 나가떨어지다니. 자존심 상해 썅.
“……미안.”
놈도 그럴생각으로 친건 아닌지 갑자기 험상궂게 썻던 인상을 풀고서 울상을 짓는다.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해서 김종인이 내민 손을 민망하라고 잡지않고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선 김종인을 째려보며 '왜, 왜미는데!' 하고 초딩이 장난감 안사줘서 떼쓰는 것 마냥 소리치자 꼬리를내리고 안절부절한다. 난 그 모습에 득의양양해져 콧바람을 내뿜으며 뭐라 다다다 쏘아붙였다. 그러자 또 김종인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못돼쳐먹은 새끼.”
하고서 우리집을 씩씩거리며 나섰다. 언뜻 비친 얼굴에 실망스럽다는 낯빛을 띄었지만 실망? 무슨 실망. 지가 밀쳐놓고 지랄이야. 하고 팔짱을 끼고서 콧방귀를 뀌었다. 원래 저런놈이 아니라 약간 의문은 들었지만 나도 상할때로 상한 기분에 딱히 저놈을 달래주고 자시고할 사명감은 들지 않았다.
왠일인지 수업종이쳤는데도 비어있는 노동자 자리를 가르키며 옆자리에 있는 반장에게 '오늘 김종인 무슨일 있데?'하고 묻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가 더 친하잖아.' 하며 반문해온다. 아, 맞다. 김종인은 나랑 불친이였지. 그래, 불알친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면 더 이상했다. 지한테 무슨일 있으면 연락을 했을 새낀데 이게. 같이 등교를 하긴 하지만 이번주에 주번이라서 학교를 빨리나오는 바람에 같이 등교는 못했다.그래서 김종인을 챙길겨를이없긴 했지만 얘가 뭐 그런거 숨기고 그럴위인이 아니다. 제가 아프면 필시 연락을해서는 자기아프다는 티를 팍팍 풍기며 뭐 먹을꺼 하나 얻어먹으려고 몸부림치는새낀데 요상했다. 요오상해. 나는 입을 쩝다셨다. 지금이라도 전화해볼까? 싶었는데 어제 대판은 아니더라도 중판은 갔던 싸움이 생각나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내가 잘못한일도 아닌데 굽히고 들어갈껀 또 뭐야 싶어 앞자리에있는 박찬열의 등받이를 퍽, 하고 치자 씹?하고 뒤를 돌아보기에 웃으며 한마디 했다.
“뭘 봐.”
음,음..음음~으음,으.....씨발..걱정된다. 그래.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했지만 그래. 솔직히 걱정됀다. 이새끼가 이시간까지 학교에 안나올수가없다. 항상 개근상만 줄줄이타오며 학교를 다녔던 이새끼가 결석이라니, 말도안됀다. 공부는 오지게 못하면서 개근상을 타대는 바람에 선생님께선 상장을 주시면서도 '징글징글한 새끼.'하고 험담을해도 좋다고 웃던새끼다. 그런데 결석? 게다가 아까 분필을 가지러갔다가 우연히-정말 우~연히-교무실에들려 선생님께 물으니 질병결석도 아니고 무단결석이란다. 나참 어이가 없고 기가 찼다. 지가 무슨 양아치라도 되는냥-사실 김종인이 어울리는 무리는 그게 맞았으나 그 무리에서는 그나마 모범적이였다-구는 행태에 기가차고도 남았다. 또 우연적으로(…정말로) 핸드폰을 안낸김에 전화를 할까? 하다가 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나도 참,쓸떼없는 걱정을 한다. 하핳. 허파에 바람찬듯 실없이 웃고는 교무실을 나서다 마주친 박찬열에게 반갑게 인사를하자 해맑게 웃으며 다가오는 놈에게 웃으며 엿을 날렸다.
교실에 들어서니 보이는건 김종인 자리였다. 왠지는 몰랐다. 오늘은 우연적인 일이 참 많았다. 텅빈 의자를 보다가 책상으로 시선을 옮기자 왠 선물들이 책상을 빼곡히 매우고 있었다. 매우다 못해 탑까지 쌓은 저 거대한건 뭘까 싶어 다가갔다. 그중 제일 값비싸 보이는 상자를 하나 빼 들여다보았다.
「 종인오빠 18번째 생일 축하드려요!
p.s 종인 해바라기 혜미가^v^♥」
…탁, 난 값비싸보이는 해바라기 혜미^v^♥의 선물을 바닥에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오늘은, 김종인의 생일이였다.
생각해보니 어제 식탁에 올려져있던게 미역국이라는걸 이제서야 기억해냈다. 난 정말 요리를 존나 못해서 김종인이 생일상을 차리고 나는 선물만 턱, 얹어주고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케잌을 서로의 얼굴에 발라대며 조촐한 생일파티를 했던게 우리의 일상적인 전례였었는데, 그걸 잊은적도 안챙긴적도 5년 이례 한번도 없었는데. 아오 씨발 이병신. 난 김종인에게 전화를 걸 요량으로 핸드폰을 키자 보이는 아주작은 글씨의 대뜸 소리를 질렀다.
「치롤 이씹ㄸㅣ릴 오늘은 외국인 노동자의 걸스덷ㄷ이 하트.」
왜 이렇게 작게 메모를 해놓고 지랄이야 지랄이! 내 기차화통 삶아먹은듯한 괴성에 놀란 놈들이 내게 우르르 다가왔다.
“뭔일있어? 경수 생리터졌냐?”
“그럴줄 알았어 왠지 오늘따라 나한테 쌀쌀맞더라.”
“…시부엉..박찬열 넌 좀 닥쳐.”
울먹대며 박찬열을 밀어내고서 단축번호 일번을 꾹, 누르자 들리는 '우와~뽀로로다~' 하는 소리에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으어어엉,하며 오열하자 박찬열이 당황하며 왜, 왜울어? 한다. 그소리에 종인이가 느꼈을 서러움에 더 목놓아 울어댔다.'씨바놈들너희느 친구도아냐!!' 하고 더 크게 울었다. 밥달라고 보채는 아기참새들보다 지랄맞게 더 큰소리로 울었다.
뽀로로는 완창을 한 두번하고서야 노래를 그만두었다. 통화연결음이 끊기고 들리는 잠긴 종인이의 목소리에 '종인아아.'하고 늘어지게 묻자 한참 대답이없다. 전화를 끊을까 두려워 끊지마 끊지마를 연신 제창하자 '시끄러 병신아.'한다.
-종인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 내가 흐으, 내가 친구도아니지 못된새끼 좆떼도 할말없는 새끼야 내가아
진짜 미안해 너가 생일상도 다차렸는데 그것도 모르고 너한테 화만내고 개드립만 치고 미안해 정말 어엉엉엉!!
-푸흐흐, 정말 좆떼도 할말없겠냐?
-…….종인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죽일놈이야 머리에 연가시가 들어와서 조종하고 있어서 그랬나봐아우으으우우우...
-말돌리지 말고 병신아. 좆떼도 할말없겠냐니까?
-…. 미안해 정말 이루말할수없을 정도로 미,
-그럼 내소원 들어줘.
-어?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 해.
-야 하나가 뭐야 백개든 만개든 다들어주지!!! 뭐? 뭔들 문제겠니 말만해봐! 내가 오늘은 너의 지니다 새기야!
-그래? 딴말하기 없기다.
-그럼!!
한참 전화기에선 현장감넘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연신들리다 숨이찬듯한 김종인이 중얼대듯 말했다.
-…헉, 좆만아 뒤돌아봐.
-응?
-뒤돌아보라고.
뭔소린가싶어 전화기도 체 귀에서 떼지 못한체 어리둥절하며 뒤를돌자 뛰어왔는지 땀을 뻘뻘흘리는 김종인이 있었다. 힘든지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숨소리가 거칠었다. 교실문을 부여잡고선 몸을 앞으로 숙이고 숨을 고른다.땀이 흘러내려서 그런지 한쪽눈은 감은체로 숨을 가다듬더니 내게 손짓한다.
오라는 소리같아서 쭈뼛대며 다가서자 몸을 일으키곤 헥헥대다 씨익웃는다. 뭐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얼떨떨해하고있는데 교실에있던 무리들이 우리쪽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다니며 농담따먹기를 하던 놈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왜, 왜이러는데. 씨발?
“야.”
짧은 부름에 놀라 눈을 올리자 아직도 해맑게웃은 입꼬리가 여전했다. 뭐야, 뭔데. 나만모르는 뭔가가 있어?그래?
“소원 말한다 지니야.”
“…그렇게 부르지말지?”
“닥치고,딴말하기없기다 지니야?”
“…….”
…뭔가 좀 많이 불안한데?
“내가 통화내용 다 녹음했으니까 넌 빼도박도 못해 병신아.”
…씨발 뭔가 조온나 불안한데?
“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술이 뭔지아냐?”
“……?”
“니 입술.”
뭔가 되게 말랑한게 내입술에 닿은 것 같지만 착각일꺼다. 에이,설마. 김종인 얼굴이 되게 가까워진 것 같지만 에이,설마. 주변에있던 사내새끼들은 고막이 찢어질 듯 환호성을 질렀지만 에이,설마. '키스한다!!!!!!!!!!!!!'라고 지들끼리 오두방정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에이,설…,
뭐..?
키슷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