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보다 너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니가 떠나가던 비행기 플랫폼에서 너와 나는 마지막 약속을 했었다. 나는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언젠가는 이뤄질거라고 생각했다. 너의 바보같은 그런 약속을 들으면서도 너와의 이별을 인정하기 싫어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떠나가려는 너의 손을 붙잡고 울먹거리는 너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나는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울고만 있었다. 차마 말을 잊지 못할 정도로 슬픔을 토해냈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울음에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나는 너에게 잘지내라는 안부인사도 하지 못한채. 바보같이 니가 말한 약속만을 되뇌이고 있었다. 울음소리에 잔뜩 뒤섞여서 흘러나오는 그런 바보같은 약속. 8월에 눈이 내리면 만나자. 우리 8월에 눈이 내리면, 그때 만나자. 꼭 만나자. 나는 떠나가는 너에게 다시 만나자고만 욕심부리듯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울듯말듯한 얼굴로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래 우리...
눈이 내리면 만나자. 8월에 눈이 내리면 우리...
네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울었다. 바보같은 약속. 이뤄질 수 없는 약속. 너와의 이별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나를 배려한 너의 마지막 약속. 차라리 그 약속이라도 없었더라면 너를 잊엇을텐데. 나는 너를 잊어버리고 살 수 있었을텐데. 나는 아직도 머리 속을 맴돌고 있는 너와의 약속을 떠올리고 있었다. 8월에 눈이 내릴 수 있을까. 8월에-. 그 생각만으로 10년이 흘렀다. 10년이 지난 지금. 티비 속 8월에 두꺼운 파카를 입은 사람들을 보고는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해. 미안해,미안해.
네가 떠난날 보내왔던 편지를 품에 안고, 소중히 품에 안은채 너에게로 가고 있다. 아직 니가 거기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에게 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미친듯이 차를 몰아 너에게 향해왔다. 편지에 쓰인 주소에 도착햇을때는, 이미 밤은 깊어있었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 하늘에서 떨어질듯이 내리쬐는 별빛.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움찔거렸다. 차마 너를 불러낼 용기가 없다. 혹시 니가 아니면 어쩌지? 이 곳을 떠나버렸으면 어쩌지? 나는 잔뜩 긴장한채로 너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삐걱-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긴장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채로 주머니 속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네가 나왔다. 조금은 늘어버린 잔주름, 길었던 머리가 짧아졌고, 약간은 살이 붙은듯한 모습으로. 그렇지만 분명히 너였다. 미안해 늦었어. 문 앞에서 서로를 마주본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또 울듯말듯한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금은 멋쩍은 얼굴로 주머니 속에 있던 스노우스프레이를 꺼내어 하늘을 향해 뿌렸다. 8월에 눈이 내린다. 차갑지 않은 눈이지마는, 밤하늘 별빛에 부서져 너와 나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린다.
"미안해,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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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주인공놈...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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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냥 글이 안써지네요 으하하하하합....
오랜만에 써보는 사랑이 이뤄지는 얘기.
...괜히 썻다...아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