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혐오적인 표현이 섞여있습니다.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사실 그리 혐오스럽지는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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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졸리다. 멍해지는 눈을 부릅뜨려 노력하며 책상에 놓인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쓰디쓴 블랙커피가 순간 정신을 일깨운다. 52시간 37분 22초. 현재까지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는 시간. 째깍째깍 흐르는 시계 소리. 멍해지는 머리.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 나는 뺨을 때리며 정신을 일깨웠다. 52시간 37분 57, 아니 58초. 얼마나 더 자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밖을 바라보니 새벽이 끝나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조금씩 머리를 밀어올리는 햇빛. 순간 건물들 뒤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난다. 방안으로 햇빛이 쏟아들어져 오고, 다시 졸음이 밀려든다. 미칠 것만 같다. 잠이 들면 다시금 찾아올 그 악몽때문에.
내가 그 꿈을 꾸기 시작한건 불과 몇일 전.
시골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였다. 졸음운전-. 그 얼마나 위험한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비비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 꿈은 시작됬다. 저 멀리서 보이는 여인-. 꽤나 좋은 몸매, 하지만 힘이 없이 걷는 몸. 나는 그 여인을 관찰하면서도 계속 졸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눈을 떳을때 그녀는 내 차 위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붉은 눈, 깨어진 머리, 튕겨져 올라가는 몸. 쿠웅-하고 울리는 차의 흔들림. 손 끝에서 느껴지는 떨림.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 땀. 소름이 돋는다. 잠이 달아난다. 나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앞을 살폈다.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인이 튕겨져 나가며 흘렸을 핏방울도 없다. 온 몸이 떨린다. 눈을 천천히 들어 백미러를 바라본다. 다행일까-. 아무것도 없다. 숨을 훅 내쉰다. 문을 확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간다. 다행이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없다. 나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차체를 살폈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꿈이다-. 그래 꿈이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차를 몰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친 몸을 눕히고, 꿈은 계속 이어졌다.
쓰러진 여인이 수풀 속에서 몸을 일으킨다. 깨어진 머리에서 뇌수가 흐르고,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튀어나온 왼쪽 눈이 흔들-움직여 주위를 살핀다. 여인은 튀어나온 눈알을 어루만지듯 쓰다듬어 제자리로 넣으려 애쓴다. 하지만 흘러내리는 뇌수에 섞여 다시금 흘러내려 흔들-. 시곗바늘이 흔들리는것만 같다. 허리가 잔뜩 뒤틀린 몸으로 부수어진 다리를 질질 끌며 수풀을 헤치며 걷는다. 무언가를 찾듯이 계속 눈을 움직인다. 흔들거린다. 꺽이어진 무릎에서 빠각-빠각-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녀가 수풀 속에서 뛰쳐나오며 나는 잠에서 깬다.
이때가지의 시간, 처음 꿈을 꾼 뒤로 9시간 20분째. 식은땀으로 서늘해진 몸뚱이, 나는 어제의 꿈이 너무 생생해서겠지-라는 생각으로 넘겼다. 11시간째. 회사에 출근-. 일을 한다.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하고 어제 겪었던 꿈을 얘기한다. 사람들은 피식-웃어 넘긴다. 보약이라도 해먹으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친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은 거북한 느낌이다. 15시간째. 점심을 먹는다. 입안이 꺼끌꺼끌하다. 먹는건지 마는건지, 깨작거리다 먹는걸 마친다. 회사로 올라와 피곤에 지친 눈을 잠깐 감는다. 15시간 30분째.
그녀가 수풀 옆, 도로를 걷는다. 찌익-찌익- 하는 생살 끌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스팔트 위로 붉은 길이 새겨진다. 찌익-찌익- 그녀가 다가온다.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땅에 쓰러진다.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메달려 있던 눈알 하나가 터져나간다. 그녀는 괴로운듯 소리를 지른다. 소름끼치는 소리. 끄아악-하는 그 괴로운 소리가 머리를 울린다. 그녀가 시신경만 메달린 눈을 흔들며 다시 일어선다. 다시 걸어온다.
다시 나는 잠을 깬다.
16시간째. 식은 땀을 비오듯이 흘렸다. 너무나도 생생한 울음-. 고통에 찬 목소리. 나는 회사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에서 맥주 하나를 꺼내어 들이킨다. 시발. 뭐야 도대체. 잠자기가 두렵다. 나는 책상 의자에 걸터앉아 남은 맥주를 다 들이켰다. 현재시간 그일로부터 22시간 18분째. 그녀가 계속 다가온다. 잔뜩 부서진 몸을 이끌고. 하지만 꿈이잖아? 그래 꿈이었어. 내 차엔 아무런 이상도 없었고, 그 씨발년의 몸뚱이도 없었어. 꿈이야. 내가 그때 일에 정신이 홀린거야. 하아-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어 불을 붙힌다. 하얀 연기가 방안을 퍼진다. 마치 최면에 걸린것처럼-. 23시간째. 두려움을 안고 다시 잠에 든다.
그녀는 어느새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얼굴을 찌푸린다. 하지만 그다지 제재할 생각은 없는듯 그저 물러서기 바쁘다. 그녀는 꽤나 먼 거리를 걸어왔는지 부서어졌던 오른다리의 발목부분은 사라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붉은 색으로 물든 뼈와, 그 위에 잔뜩 찢기어진 가죽만이 땅을 끌고 있다. 까자작-까자작-하는 뼈 긁히는 소리가 괴상하게 들린다. 아픈 다리가 신경쓰이는지 그녀는 절뚝거리면서도 계속 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괴성에 가깝기도-. 혹은 말일지도.
"여버...여버...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괴성에 잠에서 깬다. 하아-하아-. 문뜩 바라본 시계. 그일로부터 32시간째. 잠을 자기가 두렵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꿈. 그녀는 어느새 도시로 들어섰다. 나는 잠을 잘 수 없다. 나는 회사에 전화를 하고는, 동네 슈퍼로 가서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잔뜩 사온다. 그때부터 잠을 자지 않고 버틴시간.
53시간 20분째.
까자작-까자작-
밖에서 꿈에서 들었던 그 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까자작-까자작- 쿠우우우웅-쿠우우웅-
문이 흔들리다. 끄아아악-하는 괴성도 들려온다. 다시금 쿠우웅-쿠우웅-.
까자작-까자작-.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덜덜 떨리는 몸을 이끌고 천천히 문에 가까이 다가간다.
까자작-쿠우우웅-
그리고 꿈에서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
까자작-까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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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류의 공포괴담이 있지요...
아마 전화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무엇보다 전 이런류의 글들이 좋아요.
+검수 안하고 올렸더니 오타 작렬이네요...어허허허허허허허허허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