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상신호라니....ㅋㅋㅋㅋ 이건 또 누구픽이야..... 제목은 적색신호가 맞아요, 죄송합니다 ㅠ_ㅠ
(마치 새벽의 정령같으신 우리 루루님의 미모에 박수를. 아름답다는 표현은 현존하는 루한의 수식어중에 제일로 어울리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노랫가사처럼 언어란 틀엔 채 못담을 찬란이 맞죠, 허허.)
01
민석은 편지봉투 속에 들어있던 열쇠를 손 안에 가둬놓고 만지작거렸다. 스승이 적어놓은 주소로 왔건만, 문은 잠겨있고 열쇠구멍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손잡이 근처에 열쇠구멍이 있는게 당연했지만, 스승이 숨기고자 했으니 다른 곳에 있을거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자신과 머리 하나정도 차이가 났던 스승의 키를 고려할 때 근처사람들의 눈에 띄게 굳이 몸을 숙일 리는 없겠지, 라며 손을 위로 뻗어 문을 더듬었다. 같은색으로 칠해진 커버가 손에 걸리고, 그것을 걷어내자 열쇠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민석은 까치발로 발돋움을 해 열쇠를 넣고 돌려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불쾌한 쇠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두컴컴한 실험실, 혹은 작업실. 보기만해서는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문을 더듬었던 것과 같이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켠 민석은 갑자기 밝아진 실내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온통 회색의 칙칙함으로 덮인 벽이 눈에 띄었고, 덩그러니 놓여진 냉장고가 눈에 들어오자 그는 의아해했다. 민석은 들어올 때 열었던 문을 닫고 냉장고 앞으로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냉장고는 한 벽면을 완전히 채우고 있었는데, 마치 하나의 용도를 위해 제작된 것 같이 문은 정중앙에 세로로 길게 하나밖에 없었다. 민석이 그 문을 당겨 열자, 안의 온도를 직감할 만한 희뿌연 기체가 뿜어져나왔다.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냉장고 안에 쭉 지내온 듯 했다. 스승과 함께 지낸 세월만 햇수로 8년째였지만, 그의 존재는 스승이 한번도 언급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오점으로 남을만한 실험체였기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민석은 은연중에 생각했다. 저온때문일까, 창백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새하얀 피부와 생전의 스승과 엇비슷한 키, 감고있었던 눈은 마치 상상속의 인물을 연상시켰다. 천사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민석은 새삼 그의 외모에 감탄하고 있었다.
"......."
그가, 눈을 떴다.
"누가 로봇 아니랠까봐…." "……."
되게 사람처럼 안생겼네. 민석은 뒷말을 삼켰다. 그는 여전히 부동자세로 냉장고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살짝 벌리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민석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목이 잠긴건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자신에 표정을 기묘하게 짓는 그에 민석이 갸우뚱했다.
민석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말은 됐고, 일단 나와. 가자."
-
현대사회는 영생에 지나치리만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인간과 거의 백퍼센트 흡사한 로봇은 인간에게 독이된다. 약간의 생명연장은 인간의 삶에 조금의 카타르시스로 희열을 느끼고 행복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연장은 말이 조금 달라진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 그것을 스승은 첫째로 싫어했고 언젠가부터는 실험목적의 주의요소로 삼았다. 그의 신념이 그러했고, 그것을 민석은 쏙 빼닮았다.
"연구실로 가주세요."
운전사는 말없이 매끄러이 운전을 시작했다. 차를 처음 타보는지 로봇은 차문 앞에서 말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더니 민석이 먼저 차에 올라타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같은 모양새로 민석의 옆자리에 앉았다. 민석이 앞좌석에 달린 포켓에서 페트병에 밀봉된 생수를 발견하고 그것을 그에게 건네자, 그는 페트병을 손에쥐고 그것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눈을 깜박였다. 민석이 한숨을 내쉬곤 그의 손에서 페트병을 빼어내 뚜껑을 돌려 열었다. 그는 그것을 보며 잠깐 오, 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것을 알았다는 뜻임이 분명했다. 민석은 앞으로도 이런걸 하나하나 가르쳐야하나 생각하며 페트병을 그에게 건넸다. 그는 그것을 받아쥐었다. 설마 물마시는 방법도 모르는거야? 하고 잠깐 생각했지만 그는 이내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500ml의 생수를 한번에 모두 마신 그는 조금있다 무향의 트름을 꺽, 하고 뱉었다.
"자, 이제 말 할 수 있겠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
되게 오랜만에 적어놓고는 분량이 적어 죄송한 ㅠ_ㅠ 성실연재하도록 노력할게요 꺼이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