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애인이 있고, 원나잇을 했다
w.1억
나는 다시 가게에 가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뭐가 이렇게 서러운 걸까. 되는 일 하나도 없어!!!!!!!!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잘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러냐고ㅠㅠㅠㅠㅠ
장동윤이랑 같이 찍었던 사진들이 벽에 걸려있고.. 나는 그걸 보며 괜히 욕을 했다.
"어떻게 헤어지자고 하지..진짜 하..."
진짜 머리 깨질 것 같잖아아아아아아...........
정현과 의주 둘 다 가게로 돌아오지 않자, 혜윤과 주혁은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 마냥 문만 보고 있다.
둘이 아닌 손님이 들어오자 오히려 둘은 티 안 나게 한숨을 내쉰다.
"일단 나는 간다요. 정현씌 오면 알아서 설교 좀 하십쇼."
"어, 어! 잘가."
"예~"
혜윤이 가고, 주혁은 치킨을 손님들에게 내주고선 앉아서 턱을 괸 채로 밖을 본다. 이 형은 왜 안 와...
손님이 가고나서, 주혁은 가게 문을 닫았고.. 곧 정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주혁이 왜 이제 오냐며 앙탈을 부린다.
그럼 정현은 대놓고 똥 씹은 표정을 하고선 주혁을 바라보다 말한다.
"갔어?"
"아, 혜윤이? 갔지. 아~~까 갔지.."
"아하."
"어디 갔다왔대."
"그냥 얘기 하고 왔어."
"근데 형."
정현이 엉? 하고 주혁을 바라보자, 주혁이 한참 뜸을 들이다가 정현을 빤히 바라보자.. 정현이 부담스러운지 인상을 쓴다.
"완전 별로인 거야? 정의주.. 그 여자 말이야."
"뭐가 별로냐는 거야."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냔 소리지."
"걔 남자친구 있어."
"남자친구는 헤어지면 그만이잖아."
"남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랑 잤잖아."
"아..."
"난 그게 싫은 거야."
"그 사람 자체가 싫은 건 아니지?"
"싫다고."
"왜!"
"말했잖아 -_-"
"…아니 사정이 있어!"
"무슨 사정."
주혁이 잘 들어봐- 하고 의자에 자세를 잡고 앉으면, 정현이 뭔 또 이상한 소리를 하려나 싶은 표정으로 맞은편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의주는 3년 만난 남자친구가 있다. 그치만 그 남자친구는 의주를 개무시한다. 싸울 땐 욕도 하고, 때리는 시늉까지 했었다.
그 전에는 의주말고 다른 여자랑 섹스를 했다가 들켰으나, 의주가 눈을 감아주었다."
"……."
"그래서 막 안 그래도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고오~ 형이랑 막 그런 일이 있고난 뒤에는! 아예 마음을 접은 거지. 그 쓰레기남 한테.
이제 형한테 마음이 간 거야!! 헤어질 거래."
"몰라."
"뭘 몰라아."
"어쨌든간에 애인이 있는 여자랑 잔 거잖아, 내가."
"…그건 그런데! 사정이.."
"나 그냥 집 간다."
"아, 왜애! 일찍 문 닫았는데에에! 찜질방!"
"다시 문 열어이씨."
"와!! 김정현!!"
정현이 나가자, 주혁이 저런씨이!! 정현의 멀어지는 뒷모습에 대고 뻐큐를 막 하다가도 좌절을 한다.
그러니까 형은.. 애인이 있는데 자기랑 잔 것 때문에 그게 싫다는 거잖아.. 헤어지고 와도 똑같은 거 아니야 그럼..?
"쌤! 초콜렛 드실래요?"
"어, 줘봐."
"이거 나은이가 만든 거래요!"
"아, 진짜? 왜 만들었대?"
"글쎄요~~?"
정현이 웃으며 영화를 틀어놓고서 자리에 앉았고, 초콜렛 봉지를 뜯다가도 앞자리에 앉은 나은에게 말한다.
"잘먹을게."
"…네! 근데 맛 없을 건데.."
"초콜렛이 다 거기서 거기지. 초콜렛은 말 없기 드물지않나."
"그런가요??"
"남자친구 주려고 만들었다가 망한 거 주는 거 아니지?"
"아니에요! 저 남자친구 없어요..."
"왜 없어?"
"…어, 글쎄요ㅎㅎ.."
"니네 연애 좀 해. 고딩 때 하는 연애랑 20대 때 연애 하는 거랑 엄청 다른데.. 얘들이 뭘 모르네."
정현의 말에 모두가 야유를 했고, 정현이 웃으며 초콜렛을 입에 넣는다. 나은이 그런 정현을 긴장하듯 바라보면..
정현은 그런 나은을 보지도 못한 채 창밖을 본다.
그러다 정현의 이목구비 하나하나 보던 나은이 정현에게 묻는다.
"쌤은 왜 연애 안 하세요?"
"……?"
"잘생기셨잖아요. 완전 우리 학교 아이돌이시면서.. 작년에도 축제 때 댄스 동아리 오빠들 보다 쌤이 더 인기 많았잖아요."
"나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어..."
"하지 마세요!!!! 저희 쌤 보려고 학교 나오는데!!!!!!"
"얼씨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결혼도 하지 마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희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리세요ㅠㅠㅠ"
"에바야."
정현이 무심하게 요즘 애들이 많이 쓰는 말을 쓰자, 모두가 왉! 하고 막 웃기 시작했다.
"쌤도 그런 말 쓸 줄 아세여!?!?!"
"나 아직 서른한살이야....... 날 너무 늙게 보는 거 아니야?"
정현과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웃고 떠들면, 앞자리에 있는 나은은 정현을 계속 몰래 바라본다.
애들이 조금 조용해졌을까.. 정현이 턱을 괸 채로 어제 일을 떠올린다.
막상 자자니까 못 자면서.. 뭘 좋다고 자꾸 그래, 걔는.
"야야 장동윤."
"엉?"
동윤이 오늘은 다른 피시방에 오게 되었다. 피시방에 도착해 컴퓨터를 켰을까, 동윤의 친구가 동윤의 옆자리에 앉아서는 동윤을 불안하게 부른다.
눈치를 보는 친구에 동윤이 뭔데- 하고 웃으면 친구가 말한다.
"너 의주랑 헤어졌었어?? 아니면 싸웠어?"
"엥? 아니? 요즘 엄청 사이 좋은데 우리..?"
"아, 진짜?"
"왜?"
"아니.. 그냥!"
"뭐야.. 뭔데."
"아니야! 진짜 그냥 물어본 거야."
"…존나 싱겁네."
친구는 이걸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한참 고민을 하다가 그냥 입을 꾹 닫는다.
그러다 의주에게 카톡이 오자 동윤이 웃으며 바로 답장을 보낸다.
[어디야? 오늘 만날 수 있지?]
- ㅇㅇㅇ 피시방으로 와.
[피시방 말고 진짜 할 말 있어서 그래.. ]
- 뭐야 뭔데.. 어제도 그러더니.
[만나자 내가 갈게.]
- 나 아이여고 옆 수피시방에 있어. 그 밑으로 와. 오면 전화해 내려갈게.
[알겠어]
하필이면 또 아이여고다...........
혜윤이한테 떨린다고 얘기했더니 그 새끼가 안 때리면 다행이라며 괜히 더 걱정을 해주었다.
피시방 밑에서 너를 기다리면, 너는 곧 무심한 표정으로 내려와 내게 다가온다. 요즘엔 그래도 나한테 잘해주긴 했지만..
"무슨 할 말인데."
대충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아는 것 같았다.
"그.."
"……."
"우리 헤어지자."
"……."
"너무 뜬금 없다고 생각 들 수도 있는데. 너 3년 동안 만나면서.. 좀 많이 힘들었거든... 너도 나 때문에 힘들었던 적 많잖아.
우리 그냥 각자 갈 길 가자. 우리가 성격이 안 맞는 것도 컸으니까."
"계속 말해."
"어?"
"더 할 말 없어?"
"끝인데."
장동윤의 표정을 보니 알 수가 없었다. 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왜 이렇게 태연해.
"싫어."
"……."
"네 말대로 진짜 너무 뜬금없어서 어이가 없는데 난? 뭐 요즘 내가 자꾸 피시방에 있느라 안 자줘서 그래?"
"뭐래. 내가 넌 줄 알아? 난 너처럼 자는 거에 미치지 않았어."
"내가 자는 거에 미쳤다는 소리냐, 그럼?"
"…항상 그랬잖아. 나랑 만나기만 하면 자려고만 했잖아, 너."
"여태 동안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냐? 네가 자꾸 기분 안 좋아보이니까. 기분 풀어주려고 그런 거지. 내가 무슨 발정난 것도 아니고."
"…그래. 알겠으니까."
"……."
"네가 싫다해도.. 나도 너랑 더이상 만나기 싫어. 이젠 지쳐."
"도대체 뭐가 지치는데."
"네가 싫어, 이제 그냥."
"야."
장동윤이 화났다. 질질 끌어봤자 좋은 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대놓고 네가 싫다고 했을 뿐인데.
너는 또 화가 났고, 나는 너의 그런 눈빛이 너무 너무 너무 무섭고, 싫다.
"왜."
나도 많이 성장했나보다. 거기다 대고 '왜'라고 한다. 나도 참 진짜 장동윤이 싫어졌나봐.
"지랄 하지 마. 네가 나랑 왜 헤어져."
"내가 싫다고. 왜 항상 넌 네 멋대로야."
"내가 뭘 멋대로야. 항상 네가 하자는 거 하고, 먹자는 거 먹고 다 했는데. 맞춰준 건 나잖아."
"그래 너도 너 딴에서는 그렇게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네. 근데 나는 전혀 그렇게 안 느껴졌어. 그리고 항상 피시방에만 있을 거면 나랑 왜 연애해? 그냥 피시방에서 계속 게임만 해.
그러다가 여자 구해서 여자랑 같이 게임하고, 같이 밥도 먹고, 같이 자."
"진짜 미쳤냐 너??"
"그만큼 네가 싫다고 이제. 정이 떨어졌어."
"야."
"꼴보기가 싫어. 네가 뭘 하던간에 좋은 마음 하나도 안 들어. 그냥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다른 여자 만나고, 나는 뒷전으로 생각하면 되잖아. 너는 너처럼 쓰레기 만나."
"야 시발 진짜."
"아유.. 때리시려고~?"
갑자기 나타난 김정현에 나는 문득 또 생각이 들었다. 아, 여기 이 사람이 근무하는 곳 앞이지..
능글 맞게.. 장난스럽 말투로 말을 하지만 표정은 꽤 진지하다.
화가난 듯 손을 들어올린 장동윤의 앞을 가로막고 선 김정현은 나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그쪽은 뭔데."
"나 얘 친구."
"얘 남사친 없는데. 뭔 개소리야."
"한 일주일 안 됐을 걸. 근데 왜 길 한가운데에서 여자친구를 때리려고 손을 들어요?"
"그냥 얘기 중이었어. 그쪽이 신경쓸 거 없잖아."
"내가 신경 안 썼으면 때렸을 거잖아요."
분명 나한테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러니까 그쪽이 무슨 상관이냐고."
"그쪽이 쓰레기라고 하도 말이 많길래 주변에서.. 얼마나 쓰레기인가 싶었는데. 오늘 딱 보니까 알겠네. 사람들도 많은데 소리 지르고, 욕하고 때리려고 하고."
"내가 언제 때리려고 했다고!"
"여기 학교 주변이라 cctv 겁나 많은데."
"……."
"아까 그 혜영인가 뭔가 하는 애가 운동장으로 오라던데."
김정현이 얼른 가라는 듯 인상을 작게 쓰기에 나는울먹이며 고갤 끄덕고선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히 분명히! 나한테 관심 조차도 없었는데. 나를 도와주었다.. 그냥 동정 때문에?
의주를 보낸 정현이 자신보다 조금 키가 작은 동윤을 내려다보자, 동윤이 콧방귀를 뀌었다.
"지랄들을 해라.. 지랄들을."
동윤이 고개를 저으며 피시방 안으로 들어섰고, 정현은 저 멀리 가는 의주를 보고선 따라 걷는다.
운동장으로 온 정현은 저 멀리 벤치에 앉아서 훌쩍 거리고 있는 의주를 보고선 다가선다.
정현이 다가오자, 의주가 울었단 걸 보여주기 싫었는지 눈물을 다 닦고선 정현을 힐끔 보았고, 정현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한다.
"무슨 저딴 놈을 3년 씩이나 만났어."
"…원래는 안 저랬어요."
"원래 같은 소리하네. 원래 저런 놈인 거야. 네가 만만해서."
"…헤어지자니까 싫대요. 이럴 줄 알았어요.."
"……"
"너 못헤어지나봐요 쟤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헣흐ㅡ그ㅠㅠㅠ"
"야이씨 저런 놈 때문에 울지 마. 눈물도 아까워."
"ㅠㅠㅠㅠㅠㅠ그런 거 아닌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 뭔데."
"이런 모습을 오빠한테 보여준 게 빡쳐서요ㅠㅠㅠㅠㅠㅠㅠㅠ허ㅠㅠㅠㅠ"
"ㄱ-..."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 쟤한테 맞았어?"
"아뇨ㅠㅠㅠ아직 맞은 적은 없어요ㅠㅠㅠ."
"진짜 미친새끼 아니야, 저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요.."
"뭐."
"혜영이 아니고 혜윤인데ㅠㅠㅠ..."
"-_-.."
"ㅠㅠㅠㅠㅠㅠㅠ아까 혜영이라고 해서.."
"야 그게 중요하냐 지금????? 그거나 그거나."
"절대 그거나 그거나 아닌데. 완전 다른데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
"……."
"ㅎ,,,ㅎㅎ..ㅠㅠㅠㅋ큐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ㅎㅎ휴ㅠㅠㅠ"
"우는 거냐.. 웃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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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사랑해 김정현.. 이제 빠져들어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