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2부
2.
[너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답답하다. 김종인이랑 주고받은 문자만 벌써 여러 개다. 카톡은 뭔가 가벼워보여서 하기 싫었다. 그래서 문자로 주고받고 있는데, 무슨 시간이야? 나 수학 나중에 연락할게. 이런 시덥지 않은 얘기만 하다가 끝날 판 인거다. 결국 참다 참다 안 되겠어서 돌직구를 날렸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니 갑자기 초조해지는 거다. 그래서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다리도 마구 떨었고. 그랬더니, 박찬열이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그냥 못 본 척 했다. 답장을 기다리는데 진짜 미칠 것 같았다. 뭐랄까, 한 마디로 똥줄 탄다? 암튼, 초조하고 긴장되고 미칠 것 같았다. 김종인이 뭐라고 답장 할까?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마 모르는 척 하는 건 아니겠지? 아까 백현이 책 빌리러 갔을 때도 그렇고 괜히 내 시선을 피하는 게 좀 수상쩍긴 했는데. 일단, 내 시선 피하고 그랬으니까 아예 모르고 있진 않은 거다. 내가 그만큼이나 눈치를 줬는데 몰라? 모르면 바보지.
[무슨 말?]
애태우며 기다린 답장이었는데, 내용을 보자마자 허무해졌다. 김종인 바본가? 너 진짜 바보야? 액정위에 떠있는 달랑 세 글자. ‘사귀자’ 도 아니고, ‘무슨 말?’ 알면서 모른 척 하려고 이러는 거야, 아님 진짜 모르는 거야. 다소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얜 내가 먼저 말 해주길 바라는 건가? 왜? 내가 좋아한다고 여러 번이나 말했는데 더 해야 돼? 물론 더 할 수는 있는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그렇잖아. 난 여러 번 널 좋아한다고 확인 시켜줬는데, 넌 나한테 그런 적이 없으니까. 날 받아주고, 학교도 같이 오고, 또 하는 행동을 보면 니가 날 좋아하는 건 충분히 알겠는데 말로 못 들었으니까 조금은 불안한 마음. 나는 니 입으로 직접 들어야겠다고. 좋아한다고 말은 안 해줘도 괜찮으니까, 그냥 사귀자고만 해. 사귀자고만! 아, 진짜 답답하다. 핸드폰을 서랍 구석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그러고 책상위에 엎드리다가 생각이 났다. 아냐, 어쩌면 문자로 하기 싫어서 이러는 걸 수도 있다고. 문자로 하면 좀 찌질 하잖아? 그러니까 직접 보고 말하려고 아껴놓는 걸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거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랍 속에서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아무것도 아니야.]
一
그래서,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무슨 핑계로 찾아갈까 하다가 아침에 받아먹었던 우유가 생각이 나는 거다. 웬만하면 매점 같이 가자는 박찬열의 말에 응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솔선수범해서 끌고 갔다 왔다. 뭐 잘못 먹었냐고 물었지만 대답대신 그냥 웃어주었다. 그랬더니 못생겼다고 날 놀렸어. 개자식. 그렇지만 괜찮아, 난 너한테 잘 생겨 보일 이유 없단 말이지. 김종인한테만 잘 보이면 돼. 걔한테만. 우유를 사들고 5반으로 향해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오늘은 오세훈이랑 안 붙어 있네? 혼자 앉아있는 김종인이 보인다. 책상에 고개를 박고 열심히 필기중이다. 와, 집중하는 남자의 모습. 멋지다. 나 또 반했어. 그걸 가만히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김종인의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자.”
책상 위에 방금 사온 따끈따끈한 우유를 턱 하니 올려놓자, 김종인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본다.
“뭐야?”
“보면 몰라? 우유잖아.”
“이걸 왜 날 줘?”
“아침에, 고마워서.”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더니, 김종인이 우유를 잡으면서 따라 웃는다.
“뭐하고 있었어?”
“아…, 학원 숙제.”
슥, 내려다본 책상 위에는 영어가 잔뜩이다. 꼬부랑꼬부랑. 잠시 봤을 뿐인데 머리가 다 어지럽다. 으, 영어 싫어. 몸서리를 치며 인상을 찌푸리다가 다시 김종인을 봤다. 그러면 또 자동으로 웃음이 나는 거다.
“오늘 안 간다면서?”
“그냥, 미리 해 놓는 거지 뭐.”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김종인이 웃는 얼굴로 나를 본다. 나도 그 아이를 내려다 봤다. 근데, 저기…종인아?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할 말이 있어야 되는데…. 타이밍 지금 최고잖아? 옆에 방해꾼도 없고, 너랑 나 둘 뿐인데? 비록, 교실이 좀 시끄럽긴 하지만 오히려 잘 된 걸지도 몰라. 왜냐면, 니가 말하는 걸 다른 애들이 못 들을 테니까. 어서 말하라는 듯한 눈으로 그 아이를 계속 쳐다봤다.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그랬더니, 김종인이 조금 민망했는지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며 묻는다. 왜? 왜냐고 그랬어, 지금? 왜냐니! 어서 말해야지! 지금이 바로 황금 타이밍인데!
“…….”
“……?”
“…….”
설마, 아직도 준비가 덜 된 건가. 내가 너무 조급해 하는 건가 싶어서 아무 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곤 김종인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나 가볼게, 했더니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준다.
그래, 조금만 더 기다리자. 오늘 아침에 갑자기 말을 들었는데 생각할 시간은 줘야지. 수긍하면서 몸을 돌려 우리 반으로 가려는데 김종인이 내 팔을 탁 잡는다. 잡았어? 내 팔을?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싶어서 기대를 가지고 그 아이를 돌아봤다.
“왜?”
“…….”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
그래 종인아, 어서 말해. 난 들을 준비가 되어있어. 바로 지금이야!
“…….”
“왜 잡았는데?”
눈을 반짝이며 그 아이를 바라봤다. 아직도 입을 꾹 다문 상태다. 조금 답답하지만 그래도 기다려 줄 수 있다. 입이 바싹 마른다. 얘가 만약 여기서 사귀자고 그러면 나는 그래, 알겠어! 사귀자고 말해줘서 고마워! 내가 앞으로 잘 해줄게! 라고 대답하면 되는 건가? 지금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다. 그게 좀 웃겨서 웃었다.
“…고마워, 우유 잘 먹을게.”
근데, 김종인이 초를 쳤어. 내가 잘 못들은 건가 싶어서 눈을 깜빡였는데 말이 좀 길었던 걸로 봐서 사귀자는 아니었던 것 같아. 앞에 세 글자가 분명히 있었긴 한데, ‘사귀자’가 아니라 ‘고마워’ 였어. 헐…. 조금은 실망스런 눈으로 내 앞의 그 애를 봤다. 김종인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본다. 고맙다고 아까 말해도 됐잖아, 응? 이럴 거면 내 팔 왜 잡았어? 아, 힘 빠진다, 힘 빠져. 대답할 기운도 없어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5반을 뛰쳐나와 버렸다.
一
이게 다 잠옷 때문이야. 아침에, 그 꼴로 김종인을 마주치면 안 되는 거였어. 그러니까 될 일도 안 되고, 풀일 일도 잘 안 풀리고 그러잖아! 아오, 짜증나. 신경질 나서 쥐고 있던 걸레를 바닥에 내팽겨 쳐 버렸다.
“도경수, 지금 뭐하는 짓이야?”
그러다 담임한테 걸렸다. 따가운 눈빛으로 나를 보면서 들고 있던 단소를 휘두르기에 얼른 다시 걸레를 잡았다. 아, 진짜.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데 내가 이거 쥐고 창틀이나 닦아야 돼? 진심으로 하기 싫다. 설렁설렁 닦으려니 담임의 따가운 눈초리가 날 향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벅벅 힘을 주어 열심히 닦았다. 하필 집어 던진 걸 걸릴 건 또 뭐야. 오늘은 날이 아니야. 그래, 아침부터 영 아니었어.
“오늘도 왜 저래? 기분 나쁠 때만 찾아와서 들쑤시더라, 그치?”
“화풀이 하려고 저러나보지.”
바닥을 쓸던 백현이가 은근슬쩍 다가와 나를 툭 치면서 말을 건다.
“근데 박찬열은 어디 갔지? 안 보이네.”
“어디 갔겠지, 뭐.”
걔야 뭐, 늘 혼자 잘 다니는 애니까. 찬열이를 찾는 백현이에게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일단 지금은, 박찬열이 어디 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내가 김종인한테 언제쯤 사귀자는 말을 들을 건지가 중요 한 거지. 진짜 언제 말 할 거야? 날 말려 죽이려고 작정을 했나. 가슴이 답답해져서 손으로 가슴을 퍽퍽 내리쳤다.
“왜, 무슨 일인데?”
“일은 무슨.”
“너 표정이 영 안 좋다? 여신이랑 무슨 일 있어?”
궁금하단 눈으로 날 쳐다보는 백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걔 여신 아니야.”
“왜? 예쁘다며! 존나 예쁘다면서?”
“아, 아무튼.”
“그나저나 너 고백은 했어?”
“응.”
내 대답에 백현이 눈을 크게 뜬다. 그러더니 사정없이 내 등을 내려치면서 와, 대박! 대박 진짜 대박. 이 말만 끊임없이 하는 게 아닌가. 근데 진짜 따가워. 조금 인상을 쓰면서 등을 문질렀다.
“진짜야?”
“아, 그렇다니까.”
“야, 대박. 근데 왜 말 안했어! 형님한테 빨리 보고를 해야지!”
“내가 너한테 보고를 왜 하냐.”
쓸데없이 손은 매워서, 아직도 얼얼하잖아. 변백현을 노려봤다. 그러든지 말든지 흥밋거리가 생긴 백현이 호들갑을 떨면서 내게 얼굴을 가까이 한다. 징그럽게, 쫌.
“뭐래, 뭐래? 걔가 뭐래?”
“아, 몰라.”
“사귀는 거야? 잘 된 거야? 뭔데, 뭔데 빨리 말 해봐!”
내 팔을 잡아 흔들면서 아주 그냥 난리를 친다. 귀찮아서 팔을 뿌리쳤다. 아, 이걸 어떻게 말해? 간단한 것 같은데 은근 복잡하단 말이야.
“잘 된 건 맞는데, 사귀는 건 아니야.”
백현이 또 내 등을 퍽퍽 내리친다. 따갑다고! 처음엔 맞아주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팔을 뿌리쳤다. 진짜 따가워. 등에 불 날 것 같아.
“대박, 진짜 대박. 야, 근데 안 사귀는 건 또 뭐야.”
“사귀자고 말 한 적 없거든.”
“헐? 그런 게 어딨냐? 너 고백 했다면서.”
“말하자면 복잡해. 암튼, 그렇게 됐어.”
“걔는 그냥 사귀는 걸로 알고 있는 거 아냐?”
“아니야. 우리 무슨 사이냐고 내가 물어봤는데 대답 못했어.”
백현이 처음엔 이해 못하겠다는 듯 갸웃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어깨를 툭툭 친다.
“그래서, 넌 사귀자는 말 기다리고 있는 거고?”
“응. 당연하지. 내가 좋아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사귀자는 말은 걔가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 야, 근데 얼마나 부끄럽겠어?”
“나는 뭐, 안 부끄러워서 좋아한다고 말 했겠어?”
지금, 내 속이 내 속이 아니야. 다 타들어가고 있다고. 이러다 진짜 없어질 지도 몰라. 내 애간장 다 태우는 김종인. 아, 김종인…. 어려워, 어렵단 말이지….
“암튼, 걔가 너 좋아하는 건 확실해?”
“어, 그건 확실해.”
“아니 근데 걔한테 꼭 그 말을 들어야 돼?”
“어! 난 꼭 들어야겠어.”
“그럼 좀 기다려줘라. 독촉하지 말고 기다려주라고, 알간?”
그래,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표정은 안 좋다. 빨리빨리 좀 하면 안 되나? 어차피 내가 김종인 좋아하고 김종인이 나 좋아하는 거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이제 와서 뭐가 부끄러워? 그냥 한 마디만 하면 끝나는데 거참, 그게 되게 어렵다. 하, 이렇게 기다리다가 난 목말라 죽을 거예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그나저나, 김종인 알고 있는 건 맞지? 눈치 채고 있는 건 맞겠지? 수학 책 빌리러 갔을 때도 그렇고, 문자로도 그렇고, 우유 주러 갔을 때도 내가 세 번이나 나한테 무슨 할 말 없냐고 물어봤는데 딴 얘기만 했어. 처음엔 그냥 부끄러워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쯤 되니까 진짜 모르는 건가 싶기도 하고. 헷갈린다 헷갈려. 백현이는 쓸던 걸 마저 쓸어야 된다고 가고, 쥐고 있는 걸레로 창틀을 닦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멍하니 복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뭐해?”
김종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닦고 있는 창문 앞에서 웃는 얼굴로 나를 보고 서 있다. 갑자기 나타나고 그러니까 꿈인 것 같다. 순간, 아득해져서 느릿하게 눈만 깜빡이며 그 아이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청소.”
다소, 늦은 내 대답에 그 애가 고개를 끄덕인다.
“끝나가?”
“어?”
그러면서 오른 손에 들고 있는 쓰레기통을 올려 보이며 내게 말한다.
“너 청소 다 끝났으면, 쓰레기 비우러 같이 가자.”
웬일로, 먼저 같이 가자고 제안하는 김종인의 모습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청소는 아직 끝나려면 멀었지만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려 담임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어딜 간 모양인지 교실에 없다. 그래서 쥐고 있던 걸레를 내팽겨 치고 김종인의 뒤를 따랐다. 손이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뭐 어쩔 수 있나.
一
새롭다. 김종인이랑 함께 걷는 소각장 산책이라니. 하필이면 소각장인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꽤나 뜻 깊은 장소니까 괜찮아. 쓰레기를 비우고 나오는 김종인을 보자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아, 일부러 아껴 둔건가! 처음에 나한테 고백했던 자리가 이 자리니까, 여기서 말 하려고? 뭔가, 되게 아름답잖아?!
“우유는 다 먹었어?”
기대가 된다. 아까 분명히 백현이가 독촉하지 말고 조용히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기대를 안 해? 다른 곳도 아니고, 소각장인데다가 김종인이 먼저 가자고 손 내밀었잖아. 이건 분명 사귀자고 얘기 하겠다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좋아 죽겠는 거다. 그냥 웃으면 큰 소리를 낼 것 같아서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웃다가 그 애에게 물었다.
“응, 잘 먹었어.”
“잘했어. 아, 날씨 좋다. 그치?”
교실에 있는 것 보다 훨씬 좋다. 이게 바로 황금 타이밍! 거짓말 안하고 여긴 그 아이와 나 단 둘만 있다. 이제 주변 환경까지 날 도와주는 구나. 이야, 지금 말 안하면 진짜 바보. 그래도 바로 말을 꺼내면 좀 부끄러울까봐 일부러 다른 얘기를 꺼냈다. 내 말에 김종인이 하늘을 한번 쳐다보더니 의아한 눈으로 다시 날 본다.
“별로 안 좋은데?”
그래서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이 좀 어두컴컴하다. 아, 뭐야. 날씨 즐. 저리 꺼져.
“여튼. 별로 안 덥잖아.”
그랬더니, 김종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백현이는 수학한테 안 맞았어?”
“응. 오늘은 니 책 덕분에 살았어.”
“그래?”
“나 아까 담임한테 맞을 뻔 했어.”
“왜?”
“청소 제대로 안 한다고.”
그랬더니 그냥 웃고 만다. 시답지 않은 얘기는 이제 이쯤에서 끝내도 되지 않을까? 아, 손에 땀이 다 난다. 내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듣는 입장인데도 이렇게 떨려. 침을 꿀꺽 삼키고 김종인을 바라보았다.
“근데,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 어서 말해 종인아. 지금이야! 두 주먹을 꽉 쥐고 간절한 눈으로 그 애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 애가 글쎄…,
“무슨 할 말? 오늘 자꾸 왜 이래? 나 너한테 할 말 있어야 돼?”
이러는 게 아닌가. 순간 너무 허탈해지는 거다. 헐. 진짜, 헐이다. 뭐야 진짜? 모르고 있었던 건가, 진짜로?
“진짜 몰라서 물어?”
내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모른 다고?”
“그러니까, 대체 뭘?”
나를 보는 그 순수한 두 눈동자에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저렇게 해맑은 표정으로 날 쳐다볼 수가 있는 거지? 와, 진짜 허무해. 얜 진짜 모르는 거였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진짜로! 몰랐는데 종인아, 너 진짜 눈치가 없구나. 완전 눈치 없어 진짜…. 내가 얼마나 눈치를 줬는데 그걸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는 거잖아….
“있잖아, 종인아.”
“…….”
“짐작해서 아는 거랑, 직접 말로 확인 하는 거랑은 달라.”
“…….”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눈만 깜빡인다. 어떡하지? 나 화병 나서 죽을 것 같은데?
“…아니야, 됐어….”
“나중에, 마치고 집에 같이 가자. 내가 너네반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지금 그게 중요해? 집에 같이 가는 건 아침에도 말 했잖아. 어? 분명 좋은데. 김종인이랑 같이 집에 가고 하는 건 좋은데. 지금은 좀 밉다. 말없이 김종인을 노려봤다. 아마 처음일걸? 내가 노려보는 건. 당황한 눈으로 바뀌려고 할 때 얼른 고개를 돌려 그 애보다 조금 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버리며 말했다.
“나 너랑 집에 안가!”
하…, 아무래도 안 되겠다. 그래 됐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김종인한테 사귀자는 말 듣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래, 뭐 아쉬운 놈이 하는 거지. 내가 아쉬우니까 내가 하고 만다. 기다려라, 김종인!
***
사귀는 거 가지고 거 되게 질질 끄네요잉... 허헣....
여러분 여름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지금 감기 걸려서 죽을 것 같습니다.. 골골... 환자에요 환자ㅠㅠㅠㅠㅠㅠ
몽글몽글 쏘쏘 낑깡 백토끼 라면 파리채 민트색 순백흑백현 찌롱이 까꿍 링세 아이엠벱 블슈 다이트님 기억할게요!!
내 사랑 다 머거용 사랑해요♥
아참, 근데 찌롱이님이랑 까꿍님은 그냥 '찌롱'이에요 '찌롱이'에요?ㅠㅠㅠㅠ
'까꿍'이에요 '까꿍이'에요?ㅠㅠㅠ 혹시나 보시면 대답해주세요.. 저 바보라서 헷갈립니다..ㅠㅠㅠ
암튼 오늘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