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배우 된 썰 18
w.여봄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흰 벽이 보여 아찔했다. 병원이구나... 결국 쓰러졌구나... 이게 무슨 민폐야...ㅠㅠ 그냥 중간에 못 하겠다고 얘기할 걸 그랬나.... 내가 눈을 뜬 걸 봤는지 주변에서 갑자기 난리가 났다. 누군가 했더니...
"아가, 아가 정신이 좀 들어?"
"잠깐만, 누구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야, 지훈아 간호사 좀 불러 봐" - 우성
"꼬맹이, 어디 아픈데는 없어? 어, 안돼, 아직 일어나지 마. 그냥 있어."
"간호사 불러올 테니까 일단 좀 누워 있어. 물, 물 마셔야 하는데" - 지훈
"나나! 내가 떠올게. 내 새끼 조그만 기다려, 언니가 물 떠올게!"
"공주, 머리 아프거나 그렇진 않아? 열은 다 떨어졌다고 하던데."
"얼굴이 많이 창백한데 아직 아픈 거 아니야?" - 도연
"얼굴 봐봐, 볼살 다 어디 갔어 토깽이. 밥부터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
누가 보면 죽을 병 걸린 사람인 줄 알겠다... 바쁘신 분들이 왜 다 여기 모여 있는 거야... 그래도 나 아프다고 울상이 되서 걱정하는 모습에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게 든든하고 고마웠다.
근데... 남길 오빠는 안 온 건가... 일어나지도 못하게 하는 선배님들에 누운 채로 고개만 돌려 남길 오빠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 모습에 다시 우울해졌다... 그 사이에 지훈 선배님이 모셔온 간호사님이 간단하게 몇 가지 물어보고 열을 재더니
"열은 다 내리셨는데 영양상태가 많이 안 좋으셔서 며칠 더 입원하셔서 치료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덧붙여서 너무 말랐다며 연예인인 걸 감안해도 3키로 정도는 더 찌워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나가셨고 선배님들은 더 난리가 났다.
"아니,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왜 영양 상태가 안 좋아. 아가, 밥 안 챙겨 먹어?"
"너 촬영 할 때 더부룩한 거 신경 쓰인다고 밥 안 챙겨 먹는다는 얘기 내가 다 들었어" - 재욱
"야, 너는 그걸 지금 와서 얘기하면 어떡해. 미리 얘기를 했어야지" - 지훈
"촬영할 때 밥을 안 먹는다고? 꼬맹이 진짜야?"
"....네? 어..."
......김재욱 가만 안 둬....
배가 부르면 집중이 잘 안 되서 촬영 전엔 잘 안 먹곤 했는데... 그걸 또 어디서 들었는지 바로 이르는 재욱 선배님이 얄미워 죽겠다.
"밥을 왜 안 먹어, 진짜 혼나고 싶어서 그래?" - 정우
"아픈 애한테 왜 그래. 아가, 괜찮아. 이제 잘 먹으면 되지."
"우리 강아지 밥 안 챙겨 먹으면 나 진짜 속상해. 응?"
"내 새끼!! 언니가 물 떠왔어! 물부터 마셔, 물"
"그래, 물부터 마시고 죽 먹자. 병원 밥 별로일 것 같아서 죽 사왔는데 전복죽 괜찮지?" - 도연
"애 정신 없겠다. 다들 진정 좀 해 봐요. 공주, 몸은 어때. 괜찮아?"
......저 말 좀 하면 안 될까요...
".....저 괜찮아요. 하나도 안 아프고 방금 일어나서 그런가 배도 별로 안 고픈데..."
"무슨 소리야. 꼬맹이 너 그저께 저녁부터 아무 것도 안 먹었다는 거 다 들었어."
"....씨... 또 매니저 오빠한테 물어봤죠? 나 회사 바꿀래요. 자꾸 매니저 오빠한테 그런 거 물어보고 완전 스파이 심어놓은 거 같아서 안 되겠어."
"ㅋㅋㅋㅋ그래, 강아지 우리 회사로 와. 나는 그런 거 절대 안 물어볼게."
"스파이가 뭐야, 정우 너 진짜 피곤한 스타일이다. 아가 아티스트컴퍼니는 그런 짓 절대 안 해ㅎㅎㅎ"
"아니, 무슨 스파이.. 꼬맹이 걱정되서 그런 거지, 내가 뭐 단속하고 구속하고 그러진 않잖아, 어?"
"셋 다 똑같거든요. 됐어요. 그리고 나 진짜 괜찮아요. 푹 자서 그런가 몸도 가볍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당연히 가볍겠지. 아무 것도 안 먹어서. 예삐, 일단 죽부터 먹자."
"토깽이 살 더 빠지면 큰일 나. 오늘부터 너 살 찌우기 프로젝트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죽은 우리가 사왔는데 왜 너네가 난리야. 내 새끼, 딱 먹기 좋게 식었으니까 바로 먹자. 응?"
"혹시 모르니까 반찬은 먹지 말고 죽만 먹어. 천천히 먹고." - 혜수
"자, 숟가락 들고~ 죽이라도 꼭꼭 씹어서 먹어, 우리 이쁜이"
결국 언니들 손에 붙잡혀서 죽을 먹게 됐다. 분명히 배가 안 고팠는데 한 입 먹으니까 배가 고파지는 것 같아서 얌전히 먹었다....ㅎㅎㅎ
근데 왜 아무도 남길오빠 얘기를 안 해주시지....
"근데..."
"응, 예삐. 뭐 필요한 거 있어? 물 더 줄까?"
"아니.. 그게 아니구..."
"왜, 궁금한 거 있어?" - 정우
".....어...."
"......."
"....남길 오빠는요...?"
"아~ 남길이 형 없어서?ㅋㅋㅋㅋㅋㅋ" - 재욱
"왜 안 찾나 했다. 우리 강아지 맨날 남길이만 찾고 완전 서운해"
"....아니... 없으니까...."
"ㅋㅋㅋㅋ남길이 잠깐 집에 보냈어" - 정재
"......."
"남길이가 많이 놀랬나 봐. 이쁜이 쓰러졌다는 얘기 듣고 스케줄 다 취소하고 병원에만 있었잖아."
"난 걔 그렇게 넋 나간 모습 처음 봤어. 남길이 어제 저녁부터 오늘 저녁까지 한숨도 안 자고 아가 옆에만 있더라."
"그래서 잠깐 씻고 눈 좀 붙이고 오라고 형들이 집에 보냈어. 예삐 일어났다고 연락했으니까 지금 쯤 오고 있겠네"
....치.... 그렇게 화내고 가서 연락도 안 하더니....
"......."
"둘이 싸웠어?" - 정우
"...네?"
"분위기가 딱 싸운 분위긴데" - 정우
"......."
"무조건 김남길 잘못이겠지만, 남길이 많이 놀란 것 같으니까 꼬맹이가 용서해줘"
"....아닌데.."
"......"
"......내가 잘못한 거예요..."
"응, 꼬맹이가 잘못해도 싸웠으면 김남길 잘못이지." - 정우
"...그게 뭐예요"
"나이가 몇인데 아가랑 싸우고 그래. 김남길이 잘못했네" - 정재
"아니이.. 내가 잘못한 거라니까요? 내가 잘못해서 오빠가 화난 거예요..."
"토깽이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화내면 안 되지." - 재욱
"그 형은 예삐가 잘못을 해봤자 뭐 얼마나 잘못했다고 화를 내고 그래. 이상한 형이네" - 지훈
"......."
진짜 말이 안 통하는 선배님들이다. 더 얘기 해봤자 내 입만 아플 것 같아서 그냥 얌전히 죽만 먹고 있는데 누군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왔네, 남길이" - 정재
"좀 씻고 왔냐" - 정우
"잠은 못 자고 왔겠네" - 우성
"......."
"뭐, 우리 나가줘?" - 지훈
"그래, 나가자. 오빠들도 나와요. 둘이 얘기 좀 하게" - 지현
지훈 선배님과 지현 언니가 눈치 빠르게 선배님들을 다 데리고 나갔고 오빠는 내 옆에 와서 앉았다.
"........"
"......."
".....아직 화났어요...?"
아무런 표정도 아무런 말도 없이 나를 쳐다보는 오빠에 괜히 주눅이 들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놨다.
"......."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
"....화내지마요..."
오빠가 아무 말도 없이 쳐다만 보니까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입술을 꾹 깨물었더니 오빠가 나를 와락 껴안았다.
"아프지마"
"......"
"진짜... 너 쓰러졌다는 얘기 듣고 미치는 줄 알았어"
"...그렇게 심각한 거 아닌데...."
"화내서 미안해"
"......"
"너 피곤하고 예민한 거 당연한데 내가... 너무 조급했어"
"......"
"미안해, 은솔아"
"...내가 잘못한건데..."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너한테 그렇게 화내면 안 되는데..."
"......."
"미안해, 앞으론 절대 화 안 낼게. 미안해, 은솔아"
분명히 내가 잘못한 일인데 오빠는 자기 잘못이라며 내가 어디 도망이라도 갈 것 같은지 더 꽉 안으며 연신 사과했다. 오빠 품에 안겨 있으니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나왔고 그런 나를 보며 오빠는 어쩔 줄 몰라한다.
"아, 은솔아, 울지마. 응?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울지마. 열 올라."
"나는, 끕, 오빠가.. 나 미워진 줄 알고, 흐, 그래서, 끄.."
"내가 널 어떻게 미워해.. 울지 말자. 오빠가 미안해, 다신 화 안 낼게. 응? 그만 울자, 뚝"
"내일 얘기하자구, 끅, 그래놓고.. 흡, 연락도 없고, 흐.."
"응, 미안해, 연락하려고 했는데 화낸 게 너무 미안해서 못 했어, 미안해. 뚝하자, 응?"
안절부절 못 하는 오빠에 눈물을 그치려고 노력했지만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출 생각을 안 했고 결국 선배님들이 들어올 때까지도 멈추지 못 했다....
"....? 뭐야. 꼬맹이 왜 울어"
"김남길 때문이야? 아가, 일단 진정하자. 열 겨우 내렸는데 다시 오르면 어떡해. 응?"
"이 형 미쳤나 진짜. 방금 일어난 애를 왜 울려" - 지훈
"공주, 울면 열 올라서 안 돼. 응? 뚝, 뚝하자."
"김남길, 너 뭐하는 새끼야" - 정우
"얘기 하랬지 울리라고 자리 비워준 거 아닌데, 남길아" - 우성
"아니... 그게..." - 남길
"토깽이한테 화낼 게 뭐가 있다고 애를 울리고 그래, 형"
"내 새끼 그만 울자, 응? 눈 벌써 빨개."
"이쁜아, 언니 봐봐. 아이구, 뭐가 그렇게 서러워. 응?"
"김남길 넌 나 좀 보자" - 정우
"아니, 형.. 그게 아니고...." - 남길
선배님들은 남길오빠가 나를 울린 줄 알고 타박했고 급기야 정우 선배님은 오빠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진짜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 걸 보고 이대로 보내면 괜히 잘못 없는 오빠만 잔뜩 혼날 것 같아서 일어나려는 남길오빠의 허리를 확 끌어안았다.
"남길오빠 잘못한 거 없어요..!"
"......"
"...그냥 나 혼자 운 거예요. 왜 그래요.."
"......"
"남길오빠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
".....눈물이나 닦고 얘기해, 예삐야"
"...킁..그냥 나 혼자 운 거라구요..."
"누가 보면 내가 김남길 데리고 나가서 한 대 때리는 줄 알겠어" - 정우
"....그럴 거 다 알거든요"
"와... 꼬맹이 이때까지 날 그렇게 생각했어?"
".....뭐... 비슷하게..?"
내 말에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은 정우 선배님은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나를 쳐다보다 눈물을 닦아주고는 남길오빠에게 딱밤을 때렸다.
"아아! 진짜!! 왜 때려요!"
"...쪼꼬미... 맞은 건 난데..."
"그러니까! 왜 오빠 때려요!"
"한 대 정도는 맞아야지. 너 울렸는데" - 정우
"나 혼자 운 거라니까요?"
"원인 제공은 김남길이잖아" - 정우
"씨이..."
내가 운 것 때문에 괜히 남길오빠만 공공의 적이 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딱밤 맞은 곳을 살살 쓰다듬어주니 남길오빠가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며
"쪼꼬미, 이제 나 용서해주는 거야?"
"...내가 잘못한 건데 용서하고 말고가 어딨어요"
"그래도... 내가 화냈잖아"
"....됐어요. 머리 봐봐요. 막 혹나고 그런 거 아니에요? 완전 딱 소리 났는데...."
"얼씨구.. 아주 난리네" - 정우
"우리 있는 거 까먹은 거 아니지?" - 지훈
"....역시 그때 헤어지라고 했어야 했어" - 정재
"남길이 형 입 찢어지겠네" - 재욱
"....강아지, 지금도 늦지 않았는데. 헤어질래?" - 우성
"무슨 소리예요. 왜 헤어져요"
"맞아, 안 헤어질 건데요" - 남길
"뭐가 됐든 우리 공주 웃으니까 보기 좋네~"
"내 새끼 울지도 말고 아프지도 마. 언니 마음 찢어져"
"그래도 열은 다시 재보자. 열 다시 오르면 큰일이야." - 도연
여전히 선배님들은 남길오빠 타박하기 바빴고 여전히 언니들은 내 걱정하기에 바빴다.
여전한 선배님들과 언니들에 울어서 엉망일 얼굴이지만 베시시 웃어보였다.
늦었죠....ㅠ_ㅠ 할 말이 없습니다....
한... 수요일 쯤..? 다음 편 들고 올게요!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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