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도]백현아빠36
w.샐리비
[아진씨도 정신이 없는 것 같아서. 전화한거야.]
준면의 말에 불안한 듯한 얼굴로 바로 앞에 서 있는 경수를 쳐다보던 백현이였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경수가 손을 잡았다. 얼른 가보자.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백현이였다. 그리고 말 없이 환한 도로를 바라보던 백현이 준면의 병원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는 핸들만 잡고 멍하게 있는 백현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온 건 경수였다. 가봐야지, 아빠잖아. 라는 경수의 말에 백현이 가까스로 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낯익은 곳인지 중환자실이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 층을 눌렀다.
ㅡ나는 여기 있을게
경수의 말이 들리는 건지 백현은 아무말 없이 코너를 돌았다. 그러자 중환자실 앞에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주저 앉아 있는 아진의 모습이 보였다. 일주일만의 모습이였다. 그 옆에는 결혼식날에도 봤던 크리스가 함께 아진의 손을 잡고 있었다. 백현의 발걸음 소리를 들은건지 크리스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한번 까딱이는 크리스를 향해 백현도 고개를 한번 까딱였다.
ㅡ어떻게 된거야?
여전히 눈물을 그렁그렁 단 아진이 백현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입을 꾹 다문다. 옆에 있는 크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 안에서 담요 좀 가져올게. 라고 말하는 크리스는 일부러 자리를 비켜주는 듯 했다. 그런 크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아진이였다. 아진의 어깨에 손을 한 번 올려서 토닥이던 크리스가 코너를 돌아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ㅡ준면이 말로는 발작이라던데 어떻게 된거야?
ㅡ...
ㅡ윤아진. 말 좀 해봐. 어떻게 했길래 애가 저 지경으로 되냐고
ㅡ...
ㅡ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내가 몇번을 말했어!!
결국 복도 안에서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백현의 말에 여전히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진이 자신의 손 끝을 툭툭 건드렸다. 여전히 아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 듯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고 있는 폼이 슬퍼보였다.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서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던 백현이 말 없이 앉아 있는 아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너, 정신차려. 윤아진. 이라는 백현의 말에 혼이 나간 듯 눈물만 흘리던 아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ㅡ...너한테 데려다달라고 하더라
ㅡ...
ㅡ아윤이가. 아윤이가 네가 보고싶다고 그래서
ㅡ...
ㅡ데려다주지않으면 밥도 안 먹을꺼래. 그리고 울기만 하더라. 며칠을.
너도 아윤이 고집 알잖아. 한번 시작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 허탈하게 웃는 아진의 말에 어디에 한 대 얻어 맞은 것처럼 백현의 두 눈이 휑해졌다. 어린 아이에게서 말 없이 아빠가 사라졌다. 하루를 늘 함께 보내던 그런 아빠가 없어졌다. 엄마는 아빠를 만날 수 없다고 했다. 이제 더이상은 너의 아빠가 아니라고 말을 했다.
ㅡ그러다가 갑자기 쓰러지는데
ㅡ...
ㅡ나도 미치겠어. 미칠 것 같다고. 변백현!!
나만 정리가 되면 끝날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아윤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별을 하는 거잖아. 끝 없는 덫에 걸리고 또 걸려버리는 우리는 언제 쯤이면 끝이 날까. 멍한 표정으로 변해버린 변백현의 얼굴을 도통 읽을 수가 없다.
* * * * *
ㅡ아진이 많이 미워하지마세요
코너에 기대서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경수가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옆에서 경수처럼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경수보다도 훨씬 큰 키의 남자가 경수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네면서 도경수씨 맞죠? 라고 말을 걸어온다. 억양이 약간 이질적이기는 했지만, 경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진이와 관련된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ㅡ알고보면 쟤도 불쌍한 애에요.
ㅡ...
ㅡ어릴적부터 봐온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에요.
그 남자는 자신을 크리스라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음료수 캔을 하나 따서는 먼저 마신다. 그의 한쪽 팔에는 돌돌 말린 담요가 끼어져있었다. 크리스의 말에 자신에게 쥐어진 음료수캔을 만지작거리는 경수였다. 대체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꼬여버린걸까요. 막장드라마도 이정도로 꼬이지는 않았을텐데. 힘 없는 경수의 말에 크리스도 수긍한다는 듯 말이 없었다.
ㅡ아직 자리가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꺼에요
길고 긴 시간이였잖아요? 라고 물어오는 크리스의 말에 경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7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10년이라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그 10년을 달리고 있는 막바지의 년수. 7년. 우리는 우리만 정리가 된다면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에게 긴 시간동안 일어났던 일을 짧은 시간에 정리하는 것을 거절하는 듯 했다. 크리스의 큰 손 안에서 찌그러지는 캔을 보면서 경수는 다시 한번 뼈저리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 * * * *
발작을 일으킨 아윤이는 일주일 후에야 절대안정이라는 팻말을 달며 1인실로 입원을 했다. 변백현은 회사에 휴가를 냈다. 변백현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장은 백현의 어깨를 한번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차키를 빼면서 회사를 나가는 백현을 민석이 잡았다. 어떻게 된 일이야? 라고 물어오는 민석에게 백현이 힘 없이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제자리로 돌아가기 참 힘들다, 형. 이라는 말을 내뱉는 백현의 얼굴이 어쩐지 더 헬쓱해져있다. 임마, 너 이렇게해서 오늘 병간호할 수는 있겠냐. 라며 민석이 백현의 차키를 빼앗았다.
ㅡ집에 가서 좀 씻고 두시간만 쉬다가 와. 아윤이 병원 짐은 내가 가져다 놓을께.
평소라면 무조건 자기가 가겠다고 하던 백현도 지쳤는지 말 없이 지나가는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간간히 매 식사시간대마다 경수의 안부전화가 꼭 걸려왔다. 배려해주는 듯한 경수의 태도에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한 백현이였다. 그러던 경수의 연락이 오늘은 하루종일 없다. 그러고보니 오늘 최종면접이라고 하던 것 같던데. 아윤이의 일 때문에 혼이 쏘옥 빠진 백현이 핸드폰을 들었다. 하지만, 먼저 전화를 걸 용기가 없었다. 미안함이였다. 말 없이 모든 상황을 이해해준다는 듯 기다리는 경수에 대한 미안함.
ㅡ이게다야?
ㅡ응. 부탁할게, 형
ㅡ오랜만에 오촌아저씨 노릇 톡톡히 하고 오지, 뭐. 나중에 밥이나 사라.
츤츤거리는 민석의 말에 백현이 고맙다는 듯 인사를 하고는 현관문을 닫았다. 복잡해보이는 얼굴을 하는 백현에 대한 걱정이 밀려온 민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며칠 전, 민석은 경수를 만났다. 자신의 번호는 어떻게 안건지 회사 근처 카페에서 보자던 경수였다. 번호야 경준이 알려줬겠구나 싶은 민석이 들던 악보를 책상 안에 대충 구겨넣고는 카페로 나갔었다.
‘형, 저 백현이랑 다시 만나요.’
망고 스무디와 시럽을 넣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우리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러던 경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백현이랑 다시 만나요. 라고 다부지게 말을 하는 경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았어. 경수가 자신을 부를 이유는 이것 밖에 없었다. 전과는 다른 덤덤한 반응이 민석에게 나오자 경수가 놀란 듯 민석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잘 모르겠어. 사랑이란게 어떤건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것만이 사랑인걸까? 29살인 민석의 29년의 가치관이 지금 흔들리고 있는 중이였다. 자신의 앞에 놓인 망고 스무디를 한 번 쭈욱 들이키던 민석이 자신도 모르게 연락이 없던 루한을 떠올렸다. 「이젠 더이상 안 괴롭힐께」라는 문자가 어제 도착했다. 이주만의 연락이였다. 그 문자에 아무런 답장도 하지 못한 민석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 이런 자신의 마음에 놀라면서도 혼란스러웠던 민석이 잠시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는 다시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경수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은데, 그치? 라고 물어오는 민석의 말에 경수가 힘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서요.’
그래, 그런 것 같다. 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민석이였다. 그런 민석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경수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혹시나해서 말하는거에요, 형.’
‘...’
‘형이 백현이 좀 잡아주세요’
‘..응?’
‘힘들어할때 옆에서 허튼 짓 하지 않게요.’
무슨 뜻인지 아시잖아요? 라는 듯한 경수의 표정에 민석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듯 경수가 한 번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백현이 밥 좀 먹여주세요. 라고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경수가 저 말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생각하고 망설였을까. 잔잔하면서도 애틋한 경수의 백현이를 향한 마음에 민석이 자신이 더 아련해지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확실했다. 도경수와 변백현은, 그들보다 3살이나 많은 나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 소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큰 어른이 되어 있었다. 더이상 작은 소년들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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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비!
늘 좋은 하루 되세요. 더위때문인지 몰라도 요새 우울우울하네요......
Thanks to 암호닉 ♥ (+신청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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