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본부장이 날 좋아한다면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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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이랑 매일 밤 통화를 한 것도 벌써 3주가 다되어간다.
퇴근하고 둘이서만 밥 먹으러 간적도 많고.. 무엇보다도 회사에서 다른사람들한테 하는 행동이랑 나한테 행동만 봐도..
진짜 백퍼 나 좋아하는거라고 생각했는데 2주가 넘어가고 점점 시간이 흐르는데도 고백 할 생각은 1도 없어보이네.
나 혼자 김칫국 마신건가? 근데 그렇다기에는 나한테만 다정한건 뭐라고 설명할건데ㅠㅠㅠㅠ 어장인건가ㅠㅠㅠㅠ
주변사람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회사사람한테 털어놓자니 미친짓이고.. 본부장님한테 직접 물어 볼 용기는 없고..
답답해서 미치겠다. 진짜 자기가 먼저 사람 마음 다 흔들어놓고 아무말도 안하고.. 근데 또 하는짓 보면 거의 뭐 사귀는 사이고. 진짜 어장인가.
주말 내내 혼자 별 생각을 다하면서 심란했는데 본부장님은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온다.
"여보세요.."
-왜 힘이 없어요?
"그냥.. 졸려서요. ㅎㅎ"
-아직 12시도 안됐는데?
"ㅎㅎ 그러게요.."
'
-무슨 일 있어요?
"없어요~"
-….
내가 평소랑 다르게 너무 틱틱거렸나. 갑자기 아무말도 안하는 본부장님에 아차싶었다.
그치만 나도 나름대로 우울한걸..ㅠㅠㅠㅠㅠ 괜히 전화만 붙잡고 있어봤자 서로 기분이 상할 것 같아 오늘은 그냥 일찍 자고 싶다고 전화도 끊어버렸다.
밤새 이런저런 생각에 잠도 못자고 뒤척이다 출근했다.
괜히 쓸데없는일에 감정소비하고 시간 버린건가 싶어 우울한 마음이 없어지질 않는다.
그래도 본부장님 얼굴 보면 또 잊어버리고 기분도 나아질 것 같은데..
"오늘 본부장님 조부모님 돌아가셔서 못나오신다고 연락왔어요."
…얼굴이라도 보고싶었는데. 하필 타이밍도 참..
감히 뭐라 위로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본부장님한테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기는 한데.. 사실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안들어온다.
그냥 본부장님 보고싶다... 어제 전화할때 괜히 튕기지말걸.. 그냥 평소처럼 길게 통화할걸.. 목소리라도 들을걸...
에휴...... 하루종일 한숨만 땅꺼지게 쉬다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 됐다.
집에 와서 저녁도 대충 먹고 8시부터 침대에 누워있는데 유튜브도 재미없고 넷플릭스도 볼것도 없고.
오늘은 본부장님이랑 전화도 못하겠지. 아, 진짜 어제 전화왔을때 길게 할걸.
하루종일 어제의 나만 자책하고 있다. 그깟 고백 안해도 되는데.. 그냥 목소리나 들을걸.
누워서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웅웅- 울리는 진동소리에 깼다.
'이준혁 본부장님'
발신자를 먼저 확인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이시간에는 전화를 한 적이 없는데.
그래도 받아본다.
"여보세요."
-자요?
"…아뇨! 괜찮아요."
-내가 깨웠나보네.
"…그.. 얘기는 들었어요..! 조부모님 돌아가셨다구…."
-네
"…."
이럴땐 어떤 말을 해야하는거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대체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아무말도 안하자 본부장님도 아무말이 없다.
-오늘 뭐했어요?
"저는.. 퇴근하고 그냥 집에와서 계속 누워 있었어요."
-아.
"….. 본부장님 괜찮으세요?"
-ㅋㅋ 난 괜찮아요.
"아…."
-오늘은 전화 안하려고 했는데. 그냥 목소리 듣고싶어서. 미안해요.
목소리가 듣고싶었다니... 내 목소리가..... 하.. 혼자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며 손으로 죄없는 베개만 잔뜩 내려쳤다.
"괜찮아요..! ㅎㅎ"
-….
"…."
계속 아무말이 없길래 전화가 끊겼나 하고 화면을 확인 하려는데.
-보고싶다.
"…."
-….
보고싶다는 말을 듣고서 속으로는 주접 백만가지는 떨었는데 막상 입밖으로는 아무말도 안나온다.
진짜 마음속으로는 나도 보고싶다고 수백번은 말했을텐데ㅠㅠㅠㅠㅠ 이런게 연애고잔가ㅠㅠㅠ 나도 말해주고 싶은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내가 잠 다 깨우겠다. 얼른 자요. ㅎㅎ 끊을게요.
"ㅎㅎ…. 네.."
아 멍청이 진짜.... 나도 보고싶다는 말이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결국 아무말도 못하고 전화를 끊냐고ㅠㅠㅠㅠㅠ
고백해주길 그렇게 기다렸으면서 막상 보고싶다는 말에는 왜 아무말도 못하냐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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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 없는 회사는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그래도 이틀이나 지나고 보니 또 금새 적응했다.
"지온아. 나 오늘 맛집 찾았는데 점심 콜?"
"완전 좋아요!!! 메뉴가 뭔데요?"
"뭔지도 모르고 좋아? ㅋㅋㅋㅋㅋㅋㅋ"
"아 믿고먹는 정해인 맛집이잖아요!! 배고팠는데 잘됐다 ㅎㅎㅎ"
"ㅋㅋㅋㅋㅋ햄버거"
"와.. 진짜.. 메뉴도 완벽해... 오빠 진짜.. 저 벌써 행복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사시기도 비슷하고 사람이 좋아서 그런가. 회사에서 제일 편한 사람을 묻는다면 난 고민없이 정해인이라고 대답할거다.
매너도 좋고 얼굴도 좋ㄱ.. 아니지. 암튼! 이 오빠는 대체 왜 여자친구가 없는지 이해가 안될정도로 좋은 사람이다.
급한일도 없겠다, 점심시간도 몇분 안남았겠다. 해인오빠랑 아예 붙어 앉아 sns로 맛집 후기들을 보고 있는데.
직원들의 인사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면,
훨씬 수척해진 얼굴의 본부장님이 들어오고있다.
고작 3일 못봤을뿐인데 왜 눈물 날 것 같지ㅠㅠㅠㅠ
"…아니. 하. 도대체 몇번을 더 말해줘야 알아들어요? 잘못된 부분을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말을 해요. 계속 똑같은 부분만 틀렸잖아요."
"몇번을 더 고쳐올건데. 일이 이것밖에 없어요? 한가해서 그래? 더 만들어줘요?"
"죄송하다고 할 시간에 빨리 가서 고쳐오세요."
우리가 알던 본부장님 맞구나..^^ 돌아오자마자 예민미 폴폴 풍기며 또 화를 내는 본부장님을 보고 있자니 왠지 반가운 기분이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 본부장님한테 전해드릴 자료를 챙겨들고 본부장실로 들어간다.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쁜지 전화하면서도 손에서 서류를 놓지 못하고 있는 본부장님이다.
한 5분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전화를 끊은 본부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으로 와 앉는다.
가까이에서 보니 얼굴이 더 상했네..
"본부장님 쓰러지는거 아니에요?"
"ㅋㅋㅋ나 그렇게 약한사람 아닌데."
"그래도.. 얼굴이 다 상했는데요.."
수염도 거뭇거뭇하고.. 눈도 퀭하고... 안쓰러워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본부장님도 같이 나를 빤히 쳐다보다 뜬금없이 말한다.
"보고싶었어요."
그러면 나는 이번에도 아무말도 못하지.... 그저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뿐...
"나만 보고싶었나보네."
"아뇨!!! …. 저도…."
"…."
"저도…. 보고..싶었....는데........"
"ㅋㅋㅋ. 퇴근하고 얘기합시다."
"네에…."
다음글 쓰던중에 먼저 짧게..! 이 다음 내용은 새로 시작하고 싶어서 ㅎㅎㅎㅎㅎ
그럼 모두 좋은밤 보내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