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본부장이 날 좋아한다면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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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얘기하자니... 이젠 정말 백퍼 고백하는 타이밍이다.
이번에도 고백안하면 진짜 본부장님이랑 다신 말 안해야지. 진짜 그러면 사람도 아니다.
[집에 가있어요. 밀린일이 많아서. ㅎㅎ]
6시가 되기만을 하루종일 기다렸는데ㅠㅠㅠㅠㅠㅠㅠ 집에 가있으라니ㅠㅠㅠㅠ 6시 되자마자 나가서 얘기 할 줄 알았건만..
그래도 티내면 부끄러우니까 아무렇지 않은척 답장을 보낸다.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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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퇴근해서 집에 온지 1시간쯤 지났을까, 일을 끝낸 본부장님이 집 앞으로 데리러와서 밥을 먹으러 왔다.
"일찍 안들어가도 되죠?"
3일동안 뭐하고 지냈는지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찍 안들어가도 되냐고???????
너무 놀래서 밥먹다 켁켁거리자 본부장님이 물을 건내며 무슨 생각하는거냐 놀린다.
"아무 생각도 안했는데요.."
"근데 왜 놀래요?"
"아니.... 갑자기.. 본부장님이...."
"일찍 안들어가는게 놀랄일이에요?"
"아..ㅠㅠㅠㅠ"
이상한 생각은 본인이 하는 것 같은데 혼자 신나서 날 놀려대기에 '그만하세요ㅠㅠㅠㅠ'하고 울듯이 말하자 그제서야 장난을 멈춘다.
"내일 주말이니까 일찍 안들어가도 되잖아"
"네..뭐..."
"영화 보러갈까요?"
영화? 요즘 재밌는게 있었나.. 영화관 안간지도 오래되긴 했는데 재밌는 영화도 없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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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공포영화라니.. 이 남자 너무 뻔한거 아닌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작이라도 부리려는게 너무 뻔히 보이는데 회사에서의 본부장님 모습이랑 너무 딴판이라 웃기면서도 귀엽네ㅋㅋㅋㅋ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라 그런가 영화관에는 나랑 본부장님 제외하고는 몇몇 커플밖에 없었다.
영화 볼때 뭘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사들고 자리에 앉았고, 시간을 딱 맞춰 온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 시작하고 한 5분정도 지났을까.. 본부장님이 갑자기 나랑 자기 사이에 있는 의자 팔걸이를 올리기에 뭐하나 싶어 쳐다보면
'불편해서 ㅎㅎ' 하며 작게 속삭인다.
뻥치고 있네...
괜히 둘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긴장이 되서 정자세로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데 본부장님이 자기 무릎에 올려뒀던 손을뻗어 내 손을 잡는다.
헙.... 몇번 스친적은 있어도 이렇게 대놓고 잡은 건 처음인데... 어떡하지.
그냥 정말 말그대로 손을 맞잡은 채 다시 자기 무릎위에 놓은 본부장님때문에 영화에 집중 못한지는 꽤 됐다.
처음 손 잡은 그대로 힘준채로 가만히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손에 경련 일어날것같은데.......
본부장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서 편한것 같은데 여기서 괜히 손을 빼거나 움직이면 너무 없어 보일까봐 뭐 어떻게 하지도 못하겠고ㅠㅠㅠ
붙잡인 그대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채로 영화에 집중한척 했고.. 10시간 같던 1시간이 흘러 영화가 끝이났다.
와, 진짜 영화보는데 이렇게 긴장한건 처음이다. 공포영화였는데 집중도 안되고 긴장해서 놀라지도 않았다.. ㅋㅋㅋ...
영화관 불이 켜져도 손을 맞잡은채로 앉아있는 본부장님 때문에 난 일어날수도 움직일수도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본부장님은 손을 놓기는 커녕 깍지 낀 상태로 고쳐잡았다.
"좀 걸을까-"
차로 안가고 좀 걷자는 말에 고개만 끄덕거리니 자연스레 공원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말없이 걷다가 본부장님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내 쪽으로 몸을 돌려세운다.
"아까 보고싶었다는 말. 진짜예요."
"저도 진짜였는ㄷ"
"좋아해요."
나도 진짜였다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본부장님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와.. 고백 할 줄은 알았는데.. 막상 또 고백 받고 나니까 입이 안떨어지네... 이번에도 멍청하게 입술만 잘근잘근 씹고 눈도 못마주치자 본부장님 혼자 말을 이어간다.
"지온씨랑 나랑 12살 차이나는것도 알고."
새삼 나이차이 엄청 나네.. 그래도 얼굴이 동안이라 괜찮아.
"아직 신입이라서 내 직위가 어려운것도 알고."
사실 그정도는 아니긴 한데 뭐.... ㅎㅎ
"사실 지온씨가 진짜 아깝긴 한데."
"그래도 괜찮으면, 지온씨만 괜찮으면."
"우리 만나볼래요?"
사실 너무 좋은데. 나도 좋다고 빨리 말해주고 싶은데 ㅠㅠ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만 숙이고 있자 '어때요?'하고 다시 물어온다.
그제서야 '좋아요오..'하고 들릴듯 말듯 대답한다.
차에 타서도 오른손을 내밀어 내 손을 꽉 잡은 본부장님은 손등을 문지르는게 습관인듯 자기 손가락으로 계속 내 손등을 문질거린다.
"본부장님 아까 영화보다가 잤죠?"
"안잤는데."
"눈감고 조는거 다 봤는데요.."
"잘못 봤어요."
"거짓말쟁이.."
장례 치르고 쉬지도 못하고 출근해서 일만 하다가 퇴근했으니 피곤할법도 하지.
머리써서 공포영화로 골라놓고 정작 자기는 잠들어서 손잡는거 외에는 아무것도 못했으면서 ㅋㅋㅋㅋ
민망한지 계속 아닌 척 하길래 '거짓말쟁이..'하고 작게 얘기했는데 들렸는지 '거짓말쟁이 아니에요.'하고 받아친다.
"거짓말쟁이에요"
"아니에요."
"맞아요."
"이제 말대꾸도 하네요?"
"본부장님 거짓말쟁이니까요!"
"맞아요, 사실 지온씨 좋아한다는것도 거짓말이에요."
마침 신호에 걸린 차를 멈추고 놀리듯이 말하는데 장난인거 알면서도 서운해서 와.. 하고는 입을 내밀고 아무말도 안하자
'아 장난장난 ㅋㅋㅋ.' 하고는 큰 손으로 내 얼굴을 한번 만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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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이 차로 집 앞까지 데려다준 본부장님이 오늘은 내가 차에서 내릴때 같이 따라 내린다.
"진짜 보내기 싫은데.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잔뜩 아쉬운 표정을 하고 인사를 하던 본부장님이 성큼 다가와 날 끌어안는다.
꽉 끌어안고 있다가 품에서 놔주더니 더 있으면 진짜 못보내겠다고 얼른 들어가라며 재촉하기에 나도 아쉽지만 발걸음을 옮긴다.
.
-나도 이제 집에 왔어요.
"완전 피곤하겠다.."
-들어가서 뭐했어요?
"씻었어요 ㅎㅎ"
-잘했네. 얼른 자요. 피곤할텐데.
"네..! 본부장님도 얼른 씻고.. ㅎㅎ"
-씻고?
"주무시라구요.."
-주무시는건 너무 늙어보이는데.
"ㅋㅋㅋ.."
-인정하는건가?
"ㅋㅋㅋ..아뇨..ㅠㅠ .. 씻고.. 자요..."
-ㅋㅋㅋㅋㅋㅋ네.
"ㅎㅎㅎ"
-잘자요.
"네!! 본부장님도..!!"
-응. 내일 연락할게요.
"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워서 카톡을 보낼까..말까.. 내일 연락한다하고 끊었는데 카톡하는건 별론가? 그래도 보내볼까? 고민하고 있는데
[잘자요♥]
본부장님한테 먼저 온 카톡을 미리보기로 읽고 뭐라고 답장할까 설레발만 치다가 답장도 못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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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받습니다!!!!! 원래 있으신분들은 그대로 적어두셔도 다 기억하고 보고있어요 호호홓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