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오셨네요?"
"아.. 네 그렇죠 뭐.."
"오늘도 장미로 한송이세요?"
"네 뭐.. 늘 너무 감사해요. 제가 서현씨랑 잘되면 꼭 보답해드릴게요!"
못난 사람아... 서현씬지 뭔지하는 안넘어오는 나무보다 손가락으로 건들이기만 해도 꺾이는 나같은 사람 좀 쳐다봐라...
아마 내가 기성용씨를 좋아한게 몇주째 되는 것 같다. 처음에 그는 꽃을 한송이씩 한송이씩 그렇게 매일같이 사갔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렀다. 그가 회사를 나가지 않는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장미꽃 한송이만을 사갔다. 처음에는 그냥 취향이 좀 특이하신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사무실에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잘 넘어오지 않는다면서 꽃 한송이씩 사간다고 하더라...
사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일주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짓이 한달을 지나가고 또 몇주가 흘러가도 그는 매일 꽃을사가고있다. 여자도 참 웃긴게 받아줄거면 받아주던가 이렇게 매일 장미꽃을 받는다니.. 콧대가 좀 높은게 아닌가보다.
성용은 늘 올때마다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갔다. 내가 티 안나게 갈색으로 염색했을 때에도 바로 알아차리고 잘어울린다고 해주던 그런 다정한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원래 오지랖이 넓고 사람을 잘 챙기는 성격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매일 조금씩 다른변화를 주었다. 좀 더 잘어울리는 악세서리도 달아보고 더 잘 어울리는 옷도 입고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해서 그런게 아니라 관심이 있어서 그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내 자신을 꾸민 것 이었다.
나한텐 꽃 한송이도 아니라 그냥꽃잎 하나만 뜯어주면서 사귀어 달라고해도 감사하다고 할텐데... 그렇게 안넘어오는 까다로운 여자보다는 이렇게 마음을 활짝 열고 기다리는 사람한테 오는게 더 효율적일텐데.. 멍청한사람.
"오늘도에요..?"
"뭐 도대체 잘 넘어오질 않네요? 이것도 매력이죠, 뭐."
매력은 무슨.. 그냥 남자를 데리고 장난 하는거잖아요, 바보야.
괜히 내가 다 답답해진다. 얼마나 예쁘길래 이렇게 공을 들이는지 모르겠지만, 못생겼기만 해봐, 장미가시 갖다가 손 베이게 할꺼야..
오늘도 그가 사무실에 출근할 시간에 맞추어 가게 문을 열었다. 다른 꽃집들 보다는 확실히 문을 일찍 연다. 남들 출근시간에 맞춰서 여니까 일찍 여는게 맞긴 하다. 그런데 오늘은 좀 더 일찍 열었다. 오늘은 그가 올 시간에 맞추어 장미꽃 여러송이를 엮어다 천으로 감싸고, 포장지로 또 싸고, 주변을 감싸고 있는 다른 꽃들도 예쁘게 감싸서 다른 꽃집에서 파는 여느 꽃다발보다 훨씬 예쁘게 만들고 무난하지만 아름다운 꽃송이를 만들었다. 만들어 놓고 만족스러움에 웃었다. 이 꽃을 받고 기뻐할 생각을 하니 입이 절로 귀에 걸린다.
그리고 그가 왔다.
"저기요. 성용씨."
"네?"
"있죠, 안넘어 오는 나무보다는 바람만 불어도 꺾이는 그런 사람을 데려가는 건 어때요?"
"그런사람이 있어야 데리고 가죠."
"여기 있잖아요."
"네?"
"성용씨 좋아해요.."
나는 수줍은듯 아닌듯 말하면서 성용에게 아침부터 가시에 찔리고, 칼에 베여가며 만든 예쁜 꽃다발을 그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사실 그가 양성애자인지, 확실한 이성애자인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동성애자를이해하지 못해 나를 혐오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름 딴엔 엄청난 용기를 내어 고백했다.
내가 내민 꽃다발에 그는 웃지도, 울지도, 그렇다고 더럽다는 표정도 짓지 않았다. 지금 그의 표정엔 오만가지 감정이 모두 담겨있는 듯 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황당스럽기도 하겠지..
그렇지만 그는 내 꽃다발을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는 설명할 수도 없는 그런 표정을 지어놓고 내 꽃다발을 받아주었다. 나는 오늘 아침에 꽃다발을 감싸느라 다 망가진 손이 창피해서 얼른 등 뒤로 숨겨놓고 그가 말할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답을 늦게 해주어도 괜찮다고.. 그냥 일단 고백을 한 것에 홀가분한 마음에 웃으면서 계속 그를 바라보았는데, 나를 따라 웃어주는데 입만 웃고 있다.
"아... 너무 갑작스러운데.."
"그럼 오늘 끝나고 오시면서 말씀해주세요. 너무 갑작스럽긴...하니까..."
내말에 그는 또 바보처럼 씩 웃으면서 안녕히계시라면서 꽃집을 나갔다. 그가 나가고 밴드 투성이인 손을 바라보는데, 만들때는 아파서 죽을 것 같던 상처가고백을 하고 나니까 하나도 아프지 않고 오히려 간질간질 하다.
게다가 오늘 그는장미꽃 한송이를 사가지도 않았다.
퇴근시간은 몰랐다. 늘 아침 출근시간에만 만나기 때문에 퇴근시간 같은건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도 퇴근할때는 우리 꽃집 앞으론 지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정확한 퇴근시간을 모르니까 꽃집 문닫을 생각은 하지 않고 마냥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만 있었다.
시간은 벌써 열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뱃속에선 오늘 아침을 빼고 하루종일 음식물을 넣어주지 않아서 그런지 자꾸 밥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오늘 하루종일 너무 긴장을 많이해서 평소보다 실수도 두배로 많이 했다. 열시가 지났는데도 퇴근을 안하는거보니까 오늘은 들르지 않을 모양이다. 그냥 포기하고 문 닫고 집에 가야겠다... 내일 아침에는 들러주겠지..?
"아! 죄송합....어?"
"아 괜찮아요."
"잠시만요.. 이 꽃..."
"아 오늘 받았어요! 예쁘.. 저기요!"
"잠깐만 빌릴게요. 기성용씨 통해서 다시 드릴...게요."
내가 만든 꽃이다. 내가 오늘 아침에 베이고 찔려가며 만든 꽃다발이다. 내가 안다, 내가 만든 꽃다발은. 내가 포장한 장미꽃 다발이다. 확실히 내가 만든 꽃이맞다... 아무리 좋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 꽃다발 마저 이 여자한테 주리라곤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 여자가 좋다고 해도 그렇지.. 사람 성의를 이렇게 막 다른사람한테 줘버리는게... 말이나 되냐고...
기성용은 꽃집 문을 나서서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나온다고 저번에 분명히 친절히 알려주었다. 기억난다.
이렇게 남의 성의, 아니 성의 보다도 남의 마음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이런거 받을 자격조차도 없어.
(여기서부터는 작가시점입니다~)
"야!"
용대는 오늘 자신이 피를 봐가면서 정성스레만든 꽃다발을 성용의 얼굴에 던졌다. 짜증나는게, 젊은주제에 좀 좋은 자리에 앉아있는건 더 짜증난다. 이렇게 능력까지 있으면서 여자하나 못꼬시고 자기가 만든 꽃다발을 주는 성용이 짜증나고, 화나고, 욕이 막 나오고 때리고 싶고... 속상하다. 마음이 아프다. 눈물이 날 것 같고 사실은 마구 때리면서 왜그랬느냐고 물어보고도 싶다.
"이 개새끼야!! 넌 인간될 자격이 없어! 넌...넌... 이거 내가 얼마나... 개만도 못한 새끼.."
"......"
"내가 이거 오늘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얼마나!! ....니새끼는 알필요도 없어!"
"저..."
"내가 이거 오늘 베이고 찔리고 아파가면서 만든거거든?"
용대는 성용에게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버벅거리면서도 할 욕은 다 한다. 성용은 꽃다발을 맞은 왼쪽 뺨을 만지면서 놀란 표정과 미안한 표정을 동반한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고, 용대는 씩씩 거리고 울면서 발을 쿵쿵 구르면서 욕을 한다.
그러다 용대는 오늘 아침에 다친 손에 붙인 밴드를 보고 짜증을 내면서 뜯어낸다. 그리고 그 밴드를 자기 왼쪽 가슴에 턱 하니 붙인다.
"이 씨발.. 손에 밴드는 붙여서 뭐해. 제일 아픈건 여긴데. 다시는 우리 꽃집 올 생각도 하지마. 너같은 새끼한텐 우리가게 꽃 못팔아.개새끼.."
그렇게 용대는 성용의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용대는 다음 하루를 꼬박 앓았다.
(여기서부터는 성용 시점입니다.)
"저기요. 성용씨."
"네?"
"있죠, 안넘어 오는 나무보다는 바람만 불어도 꺾이는 그런 사람을 데려가는 건 어때요?"
"그런사람이 있어야 데리고 가죠."
"여기 있잖아요."
"네?"
"성용씨 좋아해요.."
놀랐다.
나에겐 그저 매일 들리는 꽃집에 젊은 남자 주인이었는데, 나를 좋아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딱히 동성애를 혐오하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나는 지금 사무실에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매일 들르던 꽃집주인에게 고백을 받으니 어찌해야 할 지를 몰랐다. 내가 분명 다른 여자를 위해 꽃을 사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좋아해준다는 생각에 고맙지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표정 관리 할 새도 없이 멀뚱멀뚱 나에게 쥐어진 꽃다발만 쳐다보고 있었다.
싫은건 아니었다. 좀 놀랍고.. 혼란스럽고, 고민될 뿐이었지, 절대 싫은건 아니었다. 비록 말을 못하는 식물이지만 생물을 아끼는 모습이 보기도 좋았고.. 그런 그냥 착하고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고백을 받아버리니까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머 성용씨.. 오늘은 꽃다발이에요?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해요. 오늘 저녁이나 같이 할까요?"
"아.. 미안해요. 오늘 저녁은 곤란해요.그리고 그 꽃다발.."
"네?"
"아뇨. 아무것도."
평소에 서현씨가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하면 뭐 드시고 싶으시냐고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며 방방뛰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내가 꽃다발을 받았으니까 내 책상위에 올려놓았더니 서현씨가 와서 꽃다발을 낼름 집어들고 자기것인줄 착각했는지, 오늘은 꽃다발이냐면서 가져간다. 성용은 자기 꽃다발이니 내려놓으라고 하려다, 아무래도 저 꽃다발을 계속 보고 있으면 업무에도 지장이 갈 뿐더러 자꾸 머리아픈 생각만 할까봐 그냥 서현이 가져가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오늘 저녁에 집을 가면서 대답을 해주어야 하는데... 도저히 용대의 얼굴을 볼 자신이 안난다. 지금 내 마음은 no. 그렇게 매정하게 그를 내칠수도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하루종일 용대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가버린 것 같다. 퇴근시간이 여섯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시까지 내 자리를 지켰다. 야근도 없고, 남아있는 직원들도 한명도 없는데 빈 사무실을 혼자만 멍하니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내 마음을 혼란해 하고 있는 데, 문이 열리더니 빠른속도로 걸어오는 사내에게 꽃다발로 얼굴을 맞았다. 아팠다. 가시에 찔린건지, 눈아래는 따갑기까지 했다.
내 사무실까지 찾아온 용대는 대뜸 욕부터 했다. 꽃다발은 어디서 구한건지, 아까 분명 서현이 들고가던 것을 보았는데.. 혹시 중간에 만나서 서현이 들고 있던 꽃다발을 뺏은건가 걱정이 된다. 그렇게 용대를 보고 있는데, 삿대질 하는 용대의 손가락에 많은 밴드가 붙어져 있다. 어제 아침만 해도 없던 건데... 혹시 나때문에 다친건가 싶어서 걱정이 되고 미안하다.
"이 씨발.. 손에 밴드는 붙여서 뭐해. 제일 아픈건 여긴데. 다시는 우리 꽃집 올 생각도 하지마. 너같은 새끼한텐 우리가게 꽃 못팔아.개새끼.."
그렇게 말하고 그는 사무실 문을 다시 빠르게 나갔다. 아직... 대답도 못해줬고, 미안하다고도 못했는데... 그냥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사실.... 모델키쓰다가..... 정말 너무 안써지는 거에요...... ㅠㅠㅠㅠ 컴퓨터를 잡는데 집중도 안되고... 그래서 ㅠㅠㅠ 막 글을 썻는데 단편이거든요... 그런데..
그래서 이거 한편에 다 쓰려고 했는데 아빠가 자꾸 뒤에서 나오라고 그만하라고 적당히 하라고 닦달을 하셔서 이런데서 끊어요ㅠㅠㅠㅠㅠ
내일 꼭꼭 이어지는 편으로 돌아올 테니 기다려 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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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랑 내용이랑 너무 많이 안어울리지만... 딱히 제목으로 지을게 없더라고요.....ㅠㅠㅠ 원래 작명센스가 구려요....................ㅠㅠㅠㅠ
암튼 내일 당장 돌아올테니 기다려주셔야해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