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편- 오르골
어지러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답답하고 퀘퀘한 연기 속에서 마지막 한 가닥 남은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이곳이 어딘지 왜 이 곳에 내가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본능적으로 발버둥 쳤다,
나의 두 손과 다리를 속박하는 이것들만 끊어 낼 수만 있다면 아니,
편히 숨을 쉬고 싶은데.....
나를 속박하는 이것들을 풀고자 소리를 질렀다.
내가 할 수있는 최대한의 소리로.
무엇이든 해야 했다.
이 곳은 세상과 동떨어진 듯
나의 마음과는 완벽히 모순되게 조용하고,
침착한 공기로 나를 짓눌러왔다.
살려주세요....
거기 아무도 없나요?
제발....제...발
살려주세요..... 아흑....여기 사람있는데....
하아..... 하아.....
거친 숨이 연이어 나의 주위를 둘러싸고 애워쌌다.
깼구나? 나... 잠깐 나갔다,,, 아니 자리만 비웠어.... 안놀랬지?
놀래면 안되는데? 놀랬구나... 내가 없어서... 그래 내가 없으니까?
이...이태민?
그래 나야....
도데체 나한테 왜 이래? 흐윽흑... 내가 뭘 그리 잘못했어.....
내가 뭘 그렇게 잘 못 했길래 ....
아니야...네가 뭔 잘못했겠어?
우리는 사랑하잖아?
서로 사랑하니까....
우린 이미 헤어졌잖아 제발... 나를 놓아줘... 흐윽흑흑....
달콤하고 뜨꺼웠던 지나간 추억이 나를 지나친다,
2년전 즈음 지인의 소개로 만나 이태민은 나를 많이 사랑해주었다.
나도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챙겨주는 그의 자상함에 반했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우리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조금씩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나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말한 적 없이 순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늘 마음을 졸이며 나의 위치를 알아내는 그에게 난 거짓말을 하기 일수였고
그러한 거짓말이 들킬때면 그는 나에게 미친 듯이 화를 냈다.
내가!!!.......내... 눈 앞에 있으라고 했잖아.....
왜.... 여기 이렇게 나 있는데 나한테..왜!!!! 벗어닐려고 하는 거야?
우리........... 사랑하....잖아.....
너도 나 사랑하잖아..... 아니야?
나의 목을 깁게 조여오면 묻는 그의 질문들에 나는 거의 애원하다 싶이 사랑을 말했고
그러한 일들은 시간을 지나 일상이 되었다.
울고 살려달라는 나와 사랑은 확인하는 이태민 우린,,,,, 그런 모순적이고
두려운 관계가 된 것이다....
더 이상 참지 못해 친구에 도움을 받아 새 삶을 살고 싶었다.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나를 벗어나고 싶었다.
헤어짐도 한순간에 선고하듯 통보하며 몇달간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모든 소식도 다끊고 살아갔다.
경찰에 신고도 하며 신변보호도 요청했다...
그렇게 겨우 나의 삶을 살아가는 듯했는데... 그랬는데...넌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구나.....
아니 이건 사랑이 아니야 사랑이란 이름 하에 있는 더러운 구속과 집착이지.
태민씨!! 이건 사랑이 아니야.... 그저 집착이야.. 알고 있..
그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그만...
애써 화를 참아내는 듯한 그의 모습에 흔들리는 내 몸이 알려주고 있었다.
그는 지금 위태롭다고.
그는 지금 위험하다고.
널.... 많이 보고싶었어....
나를 봐!!!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왜 나를 안봐!!
숙여진 나의 고개를 강제로 올린 그는 뚝뚝 떨어지는 나의 눈물을 보았다.
미소를 지었다.
행복해 보였다.
네 눈에 맺힌 눈물이 날 미소 짓게 만들어
이상하지?
그의 손가락에 묻힌 내 는믈을 핥으며 말했다.
있지.....난 힐끔힐끔 누가 널 보는 게 싫어.....
여자든 남자든 뭐든...
나도 내가 제정신이 아니란 건 잘 알아... 아주...잘....
그러니까 그만둬 태민씨 이건 아니야... 제발....나 풀어주면... 아무말도 안 묻을께...
몽롱해... 내 눈앞에 너가 진짜인지도 모르겠어....
헷갈리고 어색해... 내 앞에 울고 있는 너도...
그걸 보고 행복한 나도....
너의 두손을 묶어 나만 만질 수 있으면 난 너무 행복해.....
근데 두 다릴 굳혀버리고 나도 내가 미워져.....
몽롱해져 ..... 기억이 흐려져 너란 아이가 속삭인다....
날 사랑한다고,,,,
그는 웃고 있었다 아니 울고 있었다...
그래 나는 그에게 묶여진 체 구속되었지....
거부할 수도 없는 사실......
그에게 나는 무너졌다... 자비란 한 움큼도 없는 그의 구속과 집착에...
행복해보이는 그의 눈물에....
소리 없이 오열하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쳤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
빙글빙글 어지러운 그의 세계에서
그를 중심으로 한, 그가 정의한 나의 행복이란 , 배타적인 사랑이다.
이기적이고 강제적으로 집요하게 나를 빼앗는다.
이어진 뜨거운 키스로 나의 입술을 열었다.
익숙하고 강렬하지만 두렵고 아플 입맞춤...
날 구속하는 너가 무섭지만 한발 한발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너를 붙잡아야겠다.
광적인 집착의 서글픔
너와 나의 사이는.
더도 아닌 덜도 아닌 저 말 하나면 설명되는 딱 그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