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두근거려
"막내야 몸은 괜찮은 거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말하는 거다!!
아니야 이왕 이렇게 된거 검진 한번만 더 하고 가자!!"
"아~ 진짜!! 그 검진만 지금 백만번째 하고 있자나요,
의사 선생님도 한번만 더 부르면 정색하고 화낸다고 했어요.
그리구 이야기 들어보니깐 선배 작가님들 다 한번씩 이 시즌 되면 쓰러져 봤다는데 뭔 별개라고... 저 정말 괜찮..."
"막내야!! 어딨니 아~ 분명 602호 라고 했는데!! 막내야 oo야!!"
이 소란스러움의 주인공은 바로 수정선배일 것이 분명했다.
4인실인 이방의 모든 커튼을 다 제칠 듯이 다가오는 그녀의 아우라에 모든 사람들은 그저 입을 벌리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oo야!! 여깄네 여깄어..... 으어어엉 내 새끼 언니가 외근 나갔다온 그 잠시 사이에 이런일이 생기다니........
진짜 업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올뻔했어.
나 오다가 과속 딱지 떼고 오는 길이라니까....
뭐야 왜 이렇게 하루만에 말랐어...
얼굴은 왜 이렇게 창백하구
어어어.. 내 잘못이야 잠시도 내 품안에서 벗어나게 하는게 아니였는데...."
다짜고짜 나를 발견해 낸 수정선배는 달려와 부셔질 듯한 포옹을 선사해주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그녀에 나는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에이... 뭐람 내가 아기도 아니구 히히 그냥... 좀 못자서... 제가 워낙 잠순이잖아요... 그래서 그런거지 뭐.... 걱정 많이 했어요?"
"그럼 이 자식아!! 나갈때만 해도 잘 갔다 오라고 손 막 흔들어주던 내.새.끼.가 쓰러졌는데 안 놀래고 베겨...
쓰러지면서 어디 다치거나 부딪힌건 없어?"
"아...... 그건,,,,"
"다행이도 이태민씨가 봐서 다치진 않고 무사히 왔다는 점!! 몰랐죠? 수정선배"
눈에 똘망똘망 빛을 내던 지은 선배가 순식간에 대화에 들어왔다.
"이...이태민? 그 내가 아는 이태민? 티비나오고 막 영화 나오는 그 이태민? 자영업하는 일반인 이태민 말구?"
"네!!네~네~ 그렇다니까요? 손수 oo이를 공주 안기로 안아서 !
구급차까지 부르면서! 태워서 !
우리 작가실에 와서 말하고! 와... 역시 우리 오뽜 일처리 개쩔어..."
"뭐야... 이자식..... 이거이거 내가 관리를 안했더니
역시 oo이 옆에 남자놈들이 꼬이는 구만...
퇴원하면 각오하자 oo아^^"
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미저리 이후에 저런 표정은 처음일세...
그 사소하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행복하다고.
어제처럼 힘들고 무서운 일이 있었지만 난 꽤 행복한 것 같다고.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 내 사람들,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실에 나는 고개를 들고 입꼬리를 올렸다.
어제 있었던 일은 사라질 수 없다.
내가 그 끔칙한 느낌을 받은 기억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오늘이 어제가 아니듯 나는 앞만 보고 싶어졌다.
적어도 오늘만 보고 싶었다.
하하호호 웃는 이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만 보고 싶었다.
그때였다.
가려진 커튼으로 인기척이 보였다.
"읭? 누구지? 입원한거 알린 사람있어 oo아? "
옆에서 조용히 웃음 짓고 있던 시은선배가 물었다.
"아...아니요 방송국 작가님들 밖에 알지 않아요?
정신이 없어서 가족들한테도 말 못했는데...
나 쓰러진거 그 이외에는 모르지 않...아...혹시......"
스륵.
커튼이 열렸다.
발끝이 보였다.
자꾸 올라가는 내 두 눈은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작가님들 외에 내가 쓰러진 걸 아는 사람...
나를 안아서 병원으로 보내준 사람....
익숙한 손길... 익숙한 실루엣... 자꾸 마주치는 발 끝.
그는 이태민이었다.
안녕하세요. 들어가도 되나요?
아... 그럼요 들어오세요...
서둘러 지은선배와 시은 선배는 자리를 정돈했다.
여전히 수정선배는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예의상으로라도 말은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이 선배이고 이름은...뭐 아실필요 없으실테니까...
암튼 oo이 도와주신거 감사합니다.
그 점은 꽤 고맙네요.."
역시 직설적이고 솔직하며 조금은 경계하는 듯한 선배의 성격이 아주 잘 나오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나를 걱정하는 선배의 마음을 내가 더 잘 알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선배에에에..... 나가요 우리... 이럴때는 나가주는게 예의라는 거죠!!!"
속닥속닥거리는 시은선배의 말에 수정선배는 거의 끌려나가 듯 병실에 나갔고
끝까지 이태민을 바라본다는 손동작을 잊지 않았다.
"재밌는 분이시네요."
"아하하하... 원래 수정 선배가 재미있어요...하하하"
"나의 소름끼치게 어색한 웃음은 우리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과 머쩍음에게
적막이라는 전쟁을 선포하는 듯 하였다."
그저 바라만 볼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와 그를 감싸고 있는 병실 커튼 조차 우리를 같은 공간이라는 곳에 넣어 줄 수 없었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다 먼저 입을 연건 바로 그였다.
'있죠 작가님..... 이상했어요, 모든게....
다음은 궁금해졌어요..... 이름도.....직업도.... 나이도....
또 그 다음은 보고싶어지는거에요.
계속.... 봐도... 앞에 있어도... 나만 혼자 지켜 보고 있을때도..."
"네?"
넋두리처럼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이답 없는 문장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에 밟히는 거에요.
자꾸 옆에서 말을 걸어주면 좋겠고 옆에 두고 두고 보고싶고.
옆에 있으면 내가 나 같지가 않고."
"누구를 말하....."
"너요."
조금은 거리를 유지하던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여전히 나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마침내 나에게 가까워졌을때 그는 조심스럽게 나의 한 손을 잡아 들었다.
"이렇게.
나답지가 않게.
두근거려요. 너 앞에 있으면."
두손으로 내손을 잡아든 그는 자신의 가슴에 살포시 올려두었다.
나만 나 혼자서만 느끼는 두근거림을 왜 그가 갖고 있을까?
그의 말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다는 듯이 불규칙한 두근거림은 거세게 그의 가슴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나, 이기적이에요.
노력할테지만 너무 어릴때부터 많은 걸 보고 알게되어서 계산적이에요.
또 너그러운 사람도 아니에요.
내 것에 너그럽지 않아
소유욕이 강해요.
가끔씩 나의 다른 모습들도 자주 볼 수도 있어요.
누구인지 조금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하지만 나, 그래도.... 이런 나라도 너 옆에 있고 싶어요.
내가 ooo 옆에 있고 싶어요.
내가 느끼는 이 감정 더 이상 무시하거나 부정하지 않을래요.
가벼운 마음 아니에요.
이 감정이 무엇일지 나름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지금은 용기를 내보는 거에요.
좋아해요. 작가님 아니 oo아.
널 내가 좋아해.
말로 표현이 안되는 걸 넌 나에게 너무 많이 보여주었어.
난 니 옆에 있고 싶다.
그가 두손을 가슴에서 띄어 놓았을때 나의 손은 힘 없이 추락했다.
그는 나의 얼굴에 두손을 대었다.
조심스럽고 설레는 손짓으로 딱 그만큼 경솔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 손으로.
서서히 그의 얼굴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보드럽지만 살짝은 떨리는 그의 입술이 나의 이마에 닿았다.
"작가님도 생각할 시간이라는게 필요하겠죠,
나도 그랬는데.
내 마음만 떨궈 놓고 가서 힘들게 하는건 아니지 모르겠네요."
그가 다시 떨어지고 있었다.
아까의 그 따뜻한 온기를 남기며 조금의 거리감을 느끼게 한 그는 나에게 말했다.
"여기, 딱 이만큼이에요 작가님.
여기서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을꺼에요.
이만큼은 작가님이 와야해요.
나도 , 다른 그 누구도 시킬 수도 강요할 수도 없겠죠.
하지만 내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거,,, 그것만 알아줘요. "
뚜벅뚜벅 망설임도 없이 뒤를 돌아 걸어가는 그는 나의 흔들리는 두 눈을 내버려준 체 그의 길을 걸어갔다.
멈칫하고 발걸음을 멈춘 그는 뒤를 돌아 한 마디만 할 뿐이었다.
"우승철은 내가 작가님 안 피곤하게 정리했어요. 뒷쳐리도 깔끔하게 해야겠죠? "
그가 나간 뒤 작가 선배들이 이때다 라며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수정선배의 못마땅한 눈빛도 지은선배의 궁금에 찬 눈빛도 시은선배의 걱정하는 눈빛도
나의 안중에 있지 못하였다.
웅얼웅얼 거리는 주변에서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손을 들어 내 이마를 만졌다.
아직도 따스하게 남겨진 그의 온기가, 부드럽고 고왔던 감촉도 생생했다.
그가 준 이 무겁고 어려운 감정에 어지러웠지만 나도 모르게 가슴 중앙부터 나오는 움직임은 두근거림은 기뻤다.
그는 나를 기쁘게 하였다.
--------------------------------------------------------------------------------------------------------------------
우오와..... 여러분 오랫만이에요ㅠㅠㅠ 차마가 너무 오랫동안 사라졌었죠....
사실 글은 쓴지는 꽤 되었는데 올릴 수가 없었어요.
시간이 정말 눈코 뜰 수 없이 없었거든요ㅠㅠㅠ
하필 시험기간이라 몸이 두개라도 바쁘고 그래도 기다려준 분들에게 감사할래요ㅠㅠㅠ
앞으로 몇일은 또 감감무소식이라도 참아주시고 최대한 빠른 글로 찾아 뵐께요!!
댓글과 독자님의 사랑은 큰 힘이 됩니다!!!
스토리상 전개되는데에서 궁금하신점 질문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