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망했다 "
원래 아침이라는 건 내리쬐는 햇살처럼 밝고 상쾌하게 눈을 뜨는 게 아니였나
눈을 뜨자마자 느껴져 오는 물컹함과 찜찝함에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나는 화장실로 곧 바로 직행했고 역시 안좋은 예감은 틀리지가 않았다
터졌다, 그것도 팡! 하고
" 으아아ㅏㅇ아아악! "
왜 하필이면 오늘인건데! 왜! 왜! 오늘 중요한 회의도 있고, 이사님께 보고 드려야 하는 자료들도 잔뜩 있는데! 안 그래도 짜증나는 오늘인데! 왜! 왜!
일단 출근은 해야 하니까, 겨우 정신을 잡고 옷을 갈아 입기는 했다만…정말 할 때마다 느껴지는 이 찝찝하고 경멸스러운 느낌은 도대체 적응이 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약을 먹어도 효과가 나오지 않을 만큼 생리통이 심해서 더 큰일이였다. 아…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자기야! 무슨일이야! "
나의 짜증이 섞인 큰 목소리를 듣고 놀라서 깬건지, 헐레 벌떡 내앞으로 다가온 김종현이 내 어깨를 잡고 무슨일이냐고 물어 봤다
정말 엄청 놀란 건지, 눈을 평소보다 2배는 더 동그랗게 뜨고 대체 무슨일이냐고 이야기하는데, 누가 보면 김종현이 하는 줄 알겠다 라고 생각했다
" 김종현.. "
" 왜! 왜! 뭔일이야 대체! "
" 나 생리 터졌어... "
" 어..? "
그리고 우리 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자기야, 그럼 나 아침ㅇ.. "
" .... "
" ㄱ, 그럼 그럼! "
" 내가 알아서 차려 먹어야지! 하하! "
" 자기야 나 출근하는데.. "
" ... "
" 뽀뽀 안해 줄ㄱ... "
" .....?
" 그럼그럼! "
" 안되지 안돼! "
김종현은 사실 내가 그 날 일 때 엄청나게 우주 만큼 예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그 날일 때 마다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 하곤 한다
" 너무 많이 아프면 오늘은 출근하지 말고..응? "
" 안돼 어떻게 그래.. "
" 그래도 돼 "
" ...걱정말고 출근이나 해 늦겠다 "
" ...진짜 괜찮겠어? "
" ..괜찮아 "
" 알았어, 나 출근한다? "
종현아 사실, 나 하나도 안 괜찮아
나 오늘..정말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겨우겨우 생리통을 인내심으로 버티고 밀린 서류작성에서 부터 중요한 회의에서 발표하는 것 까지 정상적으로 해내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이게 바로 지옥이라는 건가? 온몸에 힘이 쭉쭉 빠지는게 이제는 짜증이 아니라 서럽기 까지 했다
얼마나 힘들고 지쳤으면 집에서 맨날보는 김종현이 오늘 하루종일 왜이렇게 보고싶었는지…종현이 보면 울 기세였다 정말
" 자기야!!!!!!!!!!!!!!!!!!!!!!!!!! "
" 김종현!!!!!!!!!!!!!!!!!!!!!!!!!!!!!!!!!!!!!!!!!! "
솔직히 누가보면 이산가족 상봉하는 수준이였다
비밀번호를 풀고 집에 들어가자 마자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심각한 표정으로 왔다 갔다 거리던 김종현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들고 있던 가방들과 짐을 모두 내려놓고 김종현의 이름을 부르며 그대로 달려가 안겼다
살짝 김종현은 그런 내가 당황스러웠던 것 처럼 보였지만 이내 자신도 크게 팔을 벌려 나를 꽉 안아 주었다
" 김종현..엉...김종현.. "
" 응, 자기야 "
" 나 진짜 오늘 너무 힘들었어 징짜...진짜로...막 생리통 너무 심한데, 억지로 참아가면서 서류 작성하고 일 하는데 징짜..너무 힘든거야..진짜..진짜 너 보고싶었어.. "
김종현이 날 너무 꽉 안은 나머지 얼굴이 김종현 품에 묻혀 발음이 잘 안됬는데
그새 그걸 놓치지 않고 크게 웃던 김종현이 날 내려다 보며 말했다
" 징짜? 징짜? "
" 아 하지 마라 "
" 아 너무 귀여워 "
" ...나참, 너 저리가 "
" 싫어 이리와 "
날 놀리는 김종현이 사실 짜증나긴 했지만 날 너무나도 포근하게 안아주는 김종현이 싫지 만은 않아서, 아닌척 안기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내 눈에 포착된 식탁 위에 있는 초코 케이크에 나는 깜짝놀라 그대로 김종현을 쳐다 보았다
저거 설마?
" 저거 내꺼야? 응? "
" 하여튼, 저런건 기가 막히게 찾아내요 "
" 와 진짜 김종현이.. "
" 잘했어? 회사 동료분들한테 물어보니까 그 날에는 단게 좋다고 해서 "
" 김종혀이 진짜... "
" 너 자꾸 은근슬쩍 애교 부린다? "
" ..? 내가 언제요? 나참 어이가 없네 "
" 으흥 귀여워~ "
" 애기 취급 하지 말랬지 "
" 입맛도 애기고, 키도 나보다 작고, 애교도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애기 취급을 안해 "
오늘 따라 김종현이 능글맞아 보이는 건 저의 기분 탓 이겠죠?
하여튼 정말 잘 먹겠다고 하고 신나고 즐겁게 초코케이크를 먹고있는데, 내가 초코케이크를 먹는걸 보고있던 김종현이
어느새 내 입술쪽을 뚫어져라 쳐다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 ...? 왜 그렇게 쳐다봐 "
" 입술에 묻어서, 초콜릿 "
" 아니 그러면 닦아 주면 ㄷ...? "
" ... "
" .... "
" 그래서 닦아 줬잖아 "
아니 누가 입술로 닦으래...? 어...? 김종현 오늘 따라 왜이러는지 아시는 분..?
괜히 기분이 멜랑꼴리 하고 야릇야릇 해져 김종현의 눈을 못 마주치고 마저 먹고 있던 케이크만 먹고있는데
또 나를 뚫어 져라 쳐다 보는 눈길이 느껴지는 거다..! 아이 진짜..!
" 부끄러워? "
" ....아니거든 "
" 귀여워 "
" ... "
" 진짜 애기 같아 "
애기 아니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