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연모합니다.
w. 다흰
그는 절대 연모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우리 만남의 끝이 이런 비극인 줄 알았더라면 시작도 안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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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어렸을 적, 정체 모를 불씨들이 집 안 곳곳을 휘젓더니 불씨들이 모여 불꽃을 만들었고, 순식간에 집은 불에 다 타버렸다. 그렇게 불에 쫓기듯이 집을 나왔고, 어머니와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 해 내 나이 일곱이었다.
“ 항상 사랑 받아야할 이 시기에 이별을 고해야한다니. 이 못난 어미를 용서해라. 미안하다....... “
“ 연아, 매달 보름, 모전교에서 다시 만나자. 기다리마. 그 때까지 건강해야한다……. “
“ 어머니도 항상 건강 잘 챙기셔 야해요. “
어머니와 헤어진 이후 아버지와 함께 모자랄 것 없이 자라고 잘 지내왔지만 매달 보름 만나기로 한 어머니는 우리의 만남을 잊었는지 10년이 지난 아직도 깜깜 무소식. 그런 어머니를 잊어버리라고 하라는 듯 어떤 사내 하나가 나타났다.
첫 만남은 헤어진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약조를 했던 매달 보름, 모전교에서 그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 약조한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도 나타나지 않으니 오늘도 허탕이구나. “
“ 거, 말 좀 물읍시다. “
“ 무슨 일이십니까? “
“ 궁금해서 그런데 항상 이 늦은 밤 누구를 기다리시오. “
“ 나와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걸 보니. 우리는 인연이 보통 인연이 아닌가싶소. “
“ 혹시 정인을 기다리십니까? “
“ 아닙니다. 매 달 보름. 어머니를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
“ 아까 말을 들어보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밤길이 위험하니 조심해서 들어가시오 “
“ 나리도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
물론 어머니와의 만남도 기다렸지만 그이와의 만남을 더 기다렸다. 나름대로 숨긴다고 숨겼는데 그게 됐을 리가 다 들켰지. 어떤 날은 그이가 나오지 않아 나도 모르게 걱정도 하였고, 꽤나 오랫동안 나오지 않다고 다시 그 시간대의 나온 그를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반가웠다.
“ 어디를 두리번두리번 거리십니까. “
“ 깜짝이야! “
“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 했습니다. “
“ 혹시 저를 찾으셨습니까? “
“ 아닙니다. 저는 어머니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지요. “
“ 보아하니 나를 기다린 게 틀림없는데~ “
“ 아니라고 말 하지 않았습니까? “
“ 처음 만났을 때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는데, 혹시 그대 이름이 어떻게 되오? “
“ 현입니다. 이현 “
“ 제 이름을 말했으니 그쪽도 이야기 해주셔야죠. “
“ 제윤이요, 내 이름은 정제윤 “
“ 우선 나는 그대가 매우 보고 싶었소. “
그의 미모는 아주 출중했으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고 목소리마저 황홀했다.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 앵두 같은 입술도 나를 바라보는 그 눈도 오똑한 코도 모두 사랑스러웠다. 그와의 함께 만나던 모전교 앞에서 마주 보고 담소하나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냥 그저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지.
그렇게 만남이 짙어져만 가고 서로에게 관심이 생겨 점점 알아가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 오늘도 그대는 왜 아름다운 겁니까. 다른 사내들이 넘 볼까 겁이 납니다. “
“ 우리 이제 보름 말고 그믐날 여기서 봅시다! “
“ 하지만 저는 어머니와 약조한 게 있기에 보름엔 이 모전교에 나와야합니다. “
“ 저런 나만 생각해서 미안하오. 그럼 내달 보름에 여기서 봅시다. “
“ 벌써 다시 마주 할 생각을 하니 떨립니다. “
“ 한 달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나리가 보고 싶어도 잘 버텨보도록 하겠습니다 “
“ 그대는 내 어디가 좋소? “
“ 혹시 내 외모가 맘에 드는 것이요? “
“ 외모도 한 몫을 하지요 하지만 저는 나리의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
“ 내 외모가 출중하긴 하지 “
“ 벗이 그대를 궁금해 하기에 소개를 시켜주려 하는데 어떠십니까? “
“ 너무 좋습니다. 저도 마침 새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
“ 날짜는 언제가 좋소? “
“ 나으리도 나으리의 벗도 편하실 때로 잡으시면 될듯합니다. “
그렇게 연과 제윤의 벗 은우를 만나게 되고 나서 그것이 우리 사이를 틀어지게 만든 원인이 되었지. “ 여기는 이현 “
“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현 인사드리옵니다. “
“ 제윤이의 벗 은우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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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가는데 하필 그 벗이 연이와 아는 사이로 서로 많이 자란 탓에 못 알아볼 법도 한데 눈썰미가 좋은 건지. 기억력이 좋은 건지. 제윤이 모르는 연이의 이야기를 다 제윤에게 하게 되었다. 이름도 집안도. 그렇게 깨만 볶을 것 같았던 둘은 잠시 시간을 가지기로 하고 헤어졌어.
“ 그대는 내게 이름도 속이지 않았소. 우리의 신뢰가 그 정도 밖엔 안됩니까? 내가 다른 사내에게서 그대 이야기를 들어하는 게 참 그렇습니다. "
“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
“ 도대체 왜! 속였습니까? “
“ 저는 도망자 신세였죠. 집에 불이 나 집을 잃은 뒤 이제는 대감 댁 여식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백성으로 한번 살아보기 위해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집에선 인연 밖에서 이현 이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았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땐 백성의 신분으로 마주 했으니 이현이라 말했을 뿐입니다. 워낙 높으신 분 같아 보여 제 이야기를 한다면 바로 들통이 날 테니까. 숨긴 것도 있습니다. “
“ 그대를 믿었는데 끝까지 내게 안 좋은 모습만 보이니 실망입니다. “
“ 하지만 그대를 연모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대 쌍꺼풀 짙은 눈이 좋았고,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 다 좋아했습니다. “
“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걸 보니 내 외모만 보고 좋아한 게 틀림없소. “
“ 나리의 눈빛과 더불어 목소리를 좋아하였습니다. “
“ 이름을 속인 건 제 개인 사정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
“ 우리 시간을 좀 가집시다. 진짜 머리도 마음도 혼잡하니 정리할 시간을 좀 주면 좋을 것 같소 “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어. 제윤과 연이는 원수지간이었고, 각자 반대하는 어른들의 세력에 의해서 제윤과 연이는 쫓기게 되었지
자주 만나던 모전교 앞에서 우린 눈물 젖은 재회를 했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라 자유롭게 사랑을 하기 위해서 멀리 멀리 아무도 못 찾을 그 곳으로 그와 함께 떠나기로 하였다.
그렇게 말을 타고 도망치다 활을 맞아 넘어지게 되는데.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는데 절벽 끝으로 다 다라서 어찌 할 줄 모르게 됐지.
“ 당장 거기서 그 년을 베어라 “
“ 싫습니다. “
“ 베지 않는다면 네 목숨 줄도 붙어 있지 않을게야 “
그는 절대 연모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우리 만남의 끝이 이런 비극인 줄 알았더라면 시작도 안 했을 텐데…….
“ 나는 너를 연모하지 않았다. “
“ 너와 나. 우린 절대 만나선 안 될 사람이었다. 미안하다 연아……. “
“ 정녕 저를 연모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입니까? “
“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
“ 우리의 사랑을 왜곡도 부정 하지마세요. “
제윤은 맘에도 없는 말로 상처를 주고 결국 연이를 베지 못하였고, 제윤이 연이를 끌어 안은 채 둘은 같이 바다에 빠지고 끝이 났어.
깨어나 보니 이 모든 게 꿈이었나? 근데 꿈처럼 생생한 건 뭔데? 말로만 듣던 뭐지 내 전생인건가. 아우 찝찝해!
⁃ 선호야 나 꿈 꿨는데
( 연아 무슨 꿈? 설마 바다에 빠지는 꿈? )
⁃ 헐 어떻게 알았어?
( 나도 방금 그 꿈 꿨거든. 소름 돋는다. 진짜. 너랑 엄청 닮았던데? )
⁃ 맞아 너 닮은 사람 나왔어! 이게 그 전생이라는 건가?
( 그니까 신기하다. 근데 연이 네 이름은 똑같더라. 그 사람들 끝은 비극이었는데, 우리는 해피엔딩이네~ “ )
⁃ 그니까 해피엔딩~ 오늘도 사랑해♥
( 나도 사랑해♡ )
돌고 돌아 서로 사랑해도 사랑하지 못할 사랑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 시대에 태어난 선호와 연이는 전생의 인연으로 자석처럼 끌리게 되었고, 무려 천년 세월 끝에 둘은 사랑하게 되었다.
작가의 말말말 |
동양풍 사극 브금 듣다가 시작하기 되었는데 제가 처음 써보는 거라 말투도 엉망진창인데 그래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