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저리로 가라
"미친...미친...!!!!"
진짜 보내버렸다...........
다행히 1은 안 사라졌으니까 얼른 삭제....
[재현이]
...망했다.
1이 사라지자 마자 전화가 왔다...
나 뭐라고 해야돼...?
"어...어 재현아^^..."
- 누나. 나 보고 싶어요?
보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시민 누나!!"
존중하며 버티기는 성공한다...
오들오들 떨며 20분이나 기다렸더니 재현이가 왔자나...ㅎㅎ
(내가 들떠서 일찍 나왔음)
근데 재현이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왜지...?
"...누나, 옷을 왜 이렇게 얇게 입고 왔어요?"
"아...감기 걸렸던 거 건너건너 들은 거 같아서 걱정했다구요.
또 걸리면 안 돼요. 알겠죠 누나."
"아 그런 거였어? 난 또 무슨 이야기인가 했다..."
역시 재현이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듣진 않았다.
근데 내가 감기 걸린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재현이 귀에 들어간 거지...?
아무렴 어때~ 지금 나는 재현이랑 데이트 하러 나왔으니까 즐기면 된다!
**
"재현아, 우리 어디 갈까?"
"음...아 거기!
라이프네컷! 사진 찍고 싶어요 ㅎㅎ"
"헉 나두 그거 찍고 싶었는데! 가자가자!"
한참을 걷다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라이프네컷.
그 좁은 공간에 단 둘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사귄 지 이제 하루 됐는뎅...///
내 부끄러운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라이프네컷에 도착했다.
"포즈 뭘로 하지?
으헑뛃!!"
"누나. 다음 거 찍힌다. 빨리 다음 포즈."
내가 저렇게 요상하게 놀란 이유는...재현이가...
저 정연하 녀석이!!
갑자기 뽀뽀를 시전했기 때문이다.
"하아..."
뭔가...강의를 듣는 것 보다 기가 빨렸다.
라이프네컷 찍는 그 2분이 나에겐 2시간 같이 길었던...
그래도 라이프네컷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만족...ㅎㅎ
"어, 시민아!"
"...? 헐...영호 오빠다...
오빠 한국 왔어? 시카고에 있는 거 아니었나...?"
"잠깐 일 있어서 들어왔어. 곧 갈 거야."
라이프네컷을 찍고 어딜 갈지 재현이와 함께 고민 중이었는데
시카고에 간 줄만 알았던 영호 오빠가 아는 체를 했다.
근데 그림이 좀...전여친을 아무렇지도 않게 반기는 것도...
옆에 재현이가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전전남친을 반긴 나도...좀 이상했다.
"...누나, 누구예요?"
"...음, 어...누나가 전에 사귀었던 사람. 걱정하지 마...헤어진 지도 오래 됐구...
지금 저 오빠 결혼했으니까."
"아 남자친구 생겼어? 네 소식은 건너건너에서도 못 들어서 몰랐네."
"...ㅎㅎ 오빠 일 있다며...잘 가고...응...잘 가..."
"아 참, 둘이 데이트 중이었겠네. 시간 뺏어서 미안.
잘 가 시민아~"
영호 오빠는 워낙에 쿨한 사람이라 좋았는데
지금은 좀 아닌 것 같다.
현남친과 데이트 중에 만난 전남친...?
아무리 결혼을 했다고 해도 꼭지가 돌 수 밖에 없다.
모른 체 하고 지나가도 모자란데 반갑게 인사까지 했으니...
"그, 재현아...미안.
영호 오빠가 워낙에 쿨한 사람이라...신경을 잘 안 쓰기도 하구...
아니다 그냥 미안 ㅜㅜ 모른 척 했어야 되는데..."
"내가 옆에 있는데 다른 남자가 반가웠구나, 우리 시민 누나는.
어쩌지?"
"ㅜㅜ미안해...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
"여기. 뽀뽀해주면 봐줄게요."
재현이 표정이 안 좋길래...화가 많이 난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계속 말하고 있는데...
엥...? 뽀뽀를 해달라는 거예요...;
단순한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해달라는 대로 해줬다.
"...정말 그걸로 돼?
화 안 나?"
"기분이 안 좋긴 한데요,
제가 누나를 좋아하는 마음에는 못 미쳐서 괜찮아요.
그리고 그 형 결혼했다면서요. 그럼 된 거죠."
>-->--O....
김시민 여기서 잠들다...
데이트 목격자 (a.k.a. 정스패치) |
"헉." "잘못 본 거 아니지...?" |
***
"...미친...재현이래...미쳤나봐..."
나는 지금 사람이랑 사귀는 게 아니라
천사를 사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늘에 계신 여러 천사님들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이 친구 다시 보낼 수 없습니다.
완전 제 거예요 이제.
[재현이]
- 누나 저 지금 지하철역 막 나왔어요.
"으이구...넌 어쩌다 지하철 역에서 길을 잃니 재현아..."
- 누나한테 집중하느라...
"...재현아 너는 그런 말 어디서 배워와...?
막 누나 공략법 이런 거..."
아무래도 재현이는 어딘가에서 누나 공략법이라든가,
혹은 김시민 공략법을 배워오는 듯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을 들쑤시는 말만 골라서 한다는게...설명이 안 되기 때문...
아니면 그냥 재현이라서 설레는 건가...?
- 제가 그런 걸 어디서 배워요~
그냥 누나가 좋아서 하는 말일 뿐인뎅.
"재현아...ㅜㅜ"
- 저 이제 다 와 가요 누나.
지금 공동현관.
"우웅...다 왔네..."
- 누나 졸리죠 지금.
저 이제 집이니까 끊고 얼른 자요~ 내일 깨워줄게요.
"으응 재혀니도 잘 자구..."
재현이랑 통화 더 해야하는데
몸이 오랜만에 무리를 했더니 눈치없이 눈꺼풀이 자꾸 감겼다.
오랜만에 기분좋게 잠드는 것 같다...
[정우]
"뛃럵!!! 뭐야악!!!"
김정우 진짜...얠 어쩌면 좋아...?
- 누나 자요?
"아니 왜!! 자려고 누웠는데 너 때문에 깼어 이 자식아악!!"
- ...미안미안요...아 맞다.
저 아까 누나랑 재현이 형 봤는데.
"므ㅏ??? 야 말했어???? 아무한테도 말 안 했지?? 제발 정우야."
-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용...누나가 먼저 밝히기 전까지는 말 안 할 거구...
사실 이게 용건은 아니고,
어제 종강파티 때 부추겨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전화했어요.
직접 만나서 하고 싶었는데 재현이 형이랑 같이 있어서...
"아 뭐야...휴...
그리고 정우야 괜찮아.
너가 부추기기 전에도 난 이미 멘탈 탈탈 털려 있어서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
와 진짜 심장 떨어질 뻔...?
정우 얘는 여러모로 사람 놀라게 하는 데에 뭐 있다 진짜...
정우 전화 한 번에 몇 번이나 놀라는 건지...
- 아무튼 누나 미안했고요...
또 자는데 깨워서 미안하고요...
아무튼 미안해요.
잘 자세요...
"어...? 그래...나 정말 괜찮으니까
미안해 하지 말고.
김도영이 너 혼내면 나한테 이야기 해 알겠지 정우야."
- 네에...
...하...기빨려...
****
종강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개강?
뭐 했다고 벌써 새해가 3개월이나 지남?
시간이 빨라도 너~~무 빠른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달고 사는 요즘,
"와 자기야 이거 맛있다 머거봥."
(아직도) 나밖에 모르는 연하남도 달고 사는 중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재현이가 자취하던 오피스텔 계약이 1월에 끝이 났고
본가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부모님께서 방을 다시 구하라고 하시는 바람에
방 구할 때 까지만 내 자취방에서 지내게 된 거다.
그게 길어져서 개강한 지금까지 지내고 있는 거고.
"...방이 아직도 안 구해졌니 자기야."
"내가 나갔으면 좋겠어...?"
"아니...그건 아닌데, 둘이 지내기엔 침대도 싱글이고
너 언제까지 바닥에서 자려고. 불편할까봐 그러지."
"...싱글 침대여도 둘이 누울 공간은 충분히 되는데
누나가 안 재워주잖아."
"아 알겠어 이제 같이 자면 되잖아...
그러니까 그 표정 좀 풀어라...나는 너가 그런 표정 지을 때 마다
마음 엄청 약해진단 말이야."
진짜...사귀기 전에도 느꼈지만
맨날 말리는 느낌이다.
정재현 진짜 고단수임............나는 정재현 절대 못이겨.....
"누나 그럼 우리...토요일에 집에서 볼까?"
"데이트 신청이야?"
"3월이라고 해도 밖은 춥고...
저 싱글 침대에 같이 있으면 안 춥지 않을까?"
"...하 참ㅋ 정재현ㅋ 못하는 말이 없네ㅋ"
"지금 당장 데이트 해도 되는뎅."
그날 우리는 밤새도록 데이트를 했다.
재현이와 나의 만남이 운명적이진 않았지만
나의 운명은 정재현 하나 뿐일 거라고,
그렇게 굳게 믿고있다.
"저도 그렇게 믿어요."
-
김정우 너는 나 따라나와 |
"너 방금 김시민이한테 그게 뭐하는 짓이야. 너는 국교도 아니면서 그 자리에 꼈으면 김시민 난처할 때 뭐라고 해줬어야지 거기서 부추기면 어떡해." "아니, 그게." 아마 도영에게 불려나갈 때 부터 정우는 예상했을 거다. '시민 누나를 더 난처하게 만들어서 형이 화가 났구나' 하고. "내가 말했잖아. 김시민 사람 많은 데 싫어해서 종강파티 같은 것도 겨우 나가는 거라고. 그나마 너랑 동혁이 있어서 안심하고 나간 걸텐데 네가 부추기면 어떡하냐, 어?" 정우는 도영의 마지막 말에서 뭔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만약 평소와 같은 상태였다면 그냥 다음부터 조심해라 혹은 나중에 사과해라. 등의 무미건조한 말로 끝날 텐데, 평소답지 않게 흥분한 듯 했다. "형, 잘못했어. 내일 시민 누나한테 사과할게. 근데 형, 진정 좀해. 누가 보면 형이 누나 남자친구인 줄 알겠어." "..." 평생 친구였지만 친구가 아니었던 시민이의 연애는, 도영의 밤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고백할 뻔 했는데, 차라리 그 전에 마음을 접게 돼서. 야, 김시민. 남자친구 사귀고 싶다더니. 축하한다. 이제 남자친구 생겼으니까 나한테 술주정 받아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예쁘게 잘 사귀어. 싸우지 말고.
그래도, 내가 너에게 친구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언제든지 도와줄게. 알지? 내가 너 고민 전담 해결사였던 거. 그렇다고 너무 자주 도와달라고 하면 안 돼. 이제 너는 남자친구가 1순위여야 하니까.
아무튼...예쁘게 연애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인 것 같다.
|
"...김시민 지금 감기 걸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챙겨주는 것 보다 후배님이 챙겨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후배님이 챙겨준 거 알려지고 싶지 않으면 제가 챙겨줬다고 할 테니까 대신 다녀와 주세요.
저는 못 가니까."
-
이렇게...재현이 글도 마무리가 됐습니다.
제목이 토요일에 집에서 봐 누나인 이유와 도영이가 따뜻한 밤을 보내지 못한 이유는
마지막 편에서 밝혀졌네욧.
그리고 도영이는 생각보다 오래 시민이를 좋아했고,
재현이와 시민이 사이의 그 묘한 기류를
그 누구보다도 일찍 눈치챈 사람입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린 시민이를 재현이에게 부탁한 거예요.
사실 디어엠 대본리딩 영상 보고 번뜩 떠올라서
무작정 쓰기 시작했는데...
단편으로 끝내려고 했던 이 글이
상중하 세 편으로 나누어질 줄...저는 몰랐습니다...
ㅎㅎ그래도 글 쓰는 동안 저는 너무 즐거웠다요...
티엠아이 하나 알려드리자묜
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은
약 4번 정도 수정을 거쳐 지금의 내용이 됐답니당 ㅎㅎ
아무튼 요번 글도 마지막 편까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감기 조심! 따뜻하게 입기! 기억하셔야 됩니다
아셨죠?
그럼 저는 20,000...
*움짤은 24시간 후 펌금이 걸릴 예정입니다! (제가 만든 움짤이 아니라서 펌금 거는 거예용)
펌금이 걸려도 말씀만 해주시면 움짤 드릴 수 있으니까
언제든 말씀 해주세용!
*참고로 정우와 도영이는 형제입니다...친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