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몽이상 (부제 : 같은꿈 다른행동) w. 녹차하임 "야, 변백! 빨리 오라고!!" "아, 알았다고. 좀 기다려. 멍충아!" 찬열이 백현을 보챘다. 백현은 찬열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이와 대화중이었다. 백현은 대답만 건성건성 할뿐 여유롭게 대화를 이어갔다. 찬열의 표정이 뭔가 불만이 있는건지 입술은 삐죽 나오고 볼은 퉁퉁 부풀었다. 애꿎은 땅만 두드리며 화풀이를 하던 찬열은 백현과 이야기 중인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얼굴을 발갛게 붉히며 백현의 앞에 서서 자신은 소녀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수줍은 행동들 … 무엇보다 그 소녀가 무슨 소릴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맘껏 보여주는 백현의 모습이 가장 맘에 안들었다. 자신의 앞에선 인상을 찌푸리며 얄밉도록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는 백현이었는데 남들앞에선 잘만 웃는 저런 모습을 보면 배알이 꼴리다 못해 위에 통증이 인다. 교문에 삐딱한 자세로 기대어있던 찬열의 이마에 점차 힘줄이 하나둘 생겨났다. 보고있으면 화만 치솟는 이 상황을 굳이 지켜봐야하나 싶다. 찬열은 결국 몸을 돌려세웠다. 성큼성큼 걸음을 떼던 찬열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나, 둘, … 셋.' "야! 박찬열, 어딜가?! 기다리라고!" " …" 정확히 셋을 세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찬열의 입가엔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그래야지.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멈춰서진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걸음 속도를 빨리했다. 그럼에도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는 가까워졌다. 어느새 달려와 찬열옆까지 바싹 붙은 백현이 헉헉거리면서도 애써 찬열의 속도에 맞춰 걷는다. 어미닭을 쫑쫑거리며 쫓아다니는 병아리같은 백현의 모습에 찬열이 웃었다. 물론 속으로만 … 입을 꾹 다물고 정색을 유지하며 걷는 찬열을 향해 백현이 소리쳤다. "이 매정한놈아! 기다리라니까 왜 먼저가는데?" "오래걸릴것 같아서 빠져준거야."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쿨내나게 답하는 찬열의 모습을 노려보던 백현이 꿍얼꿍얼 투덜거렸다. 거의 반은 자신의 욕을 하면서도 자신과 멀어질까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는 백현이 너무나 귀여웠다. 하아- 찬열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새삼 7년째 고이 간직해오던 마음이 얄밉고도 원망스럽다. 이런 사소한 일로 질투하는 자신이 우습고 비겁하다고 생각하지만 섣불리 말을 할수는 없다. 그저 그가 제 옆에 있고 아까처럼 자신의 옆에서 멀어지려 하지 않는 것으로 그나마 체면을 챙기고 있을 뿐이다. 찬열의 다리가 빨간 신호등으로 인해 멈추었다. 그제야 한숨돌리는 백현은 옆의 찬열을 힐끗 보다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안궁금해?" "뭐가?" 백현이 무엇을 묻는지 바로 짐작했지만 찬열은 모른척 반문했다. 그가 그렇게 물어오니 더욱 열이 받는다. 그가 모르는게 당연한 일이지만 혹시나라도 아예 생각 않는 그에게 서운했다. "나 고백받았다. 부럽지? 부럽지? 이쁘고 착해보이던데 한번 사겨볼까??" " …" "응? 넌 어떨것같아?" 찬열은 저 주둥이를 당장에라도 틀어막고 싶었다. 제 심장을 후벼파는 질문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게 화나고 답답하고 억울하다. 점점 숨이 옥죄어오는것만 같다.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다. 애써 무시한채 바뀐 신호를 따라 다시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변백현이 누구던가. 매일같이 꾸준히 찬열을 괴롭히던 실력을 자랑하듯 오늘도 역시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어? 야야, 말해봐~ 니생각은 어떤데? 응? 응?" " … 시끄러" "아왜, 친구가 조언도 못해주냐? 니생각을 말하기만 하면 되는거잖아!" 결국 찬열의 이성의 끈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그의 입이 제멋대로 열리기 시작했다. "난 싫어. 사귀지마." "왜?" "내가 널 좋아하니까." 아차- 순간적으로 정신차린 찬열은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변명이라도 해야겠단 생각에 고개를 돌려 백현을 보는 순간 빵- 하는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렸다. "변백현!!" 백현은 횡단보도를 미처 건너지 못하고 멈춰서있었고 그사이 신호등이 바뀌어 멀리서 달려오던 차가 경적을 울리며 다가오는 것이다. 다행히 찬열이 재빠르게 그의 손을 잡아당겨서 그렇지 하마터면 크게 사고가 날뻔했다. 당기는 힘에 그대로 찬열의 품에 안긴 백현은 아- 하며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자신을 감싼 찬열의 팔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씨발, 깜짝놀랐잖아. 멍충아!" " … 미,미안" 찬열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항상 유들유들하게 자신을 놀려먹으면서 한번도 자신에게 소리친적없던 찬열이 처음으로 무섭게 소리쳤다. 얼떨떨한 백현이 반사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잔뜩 굳은 찬열의 표정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섭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찬열이 매우 낯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것이 있다. "저 … 아까 했던 말, 무슨 뜻이야?" " … 못알아들었으면 됐어." 백현의 질문에 찬열의 눈빛이 점차 차갑게 식었다. 차라리 잘된것일지도 모른다. 찬열은 작게 한숨을 쉬고 몸을 돌려세웠다. 설명도 없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찬열에 백현의 말이 다급하게 이어졌다. "야, 박찬열! 너 … 날 좋아해?" " …" 백현의 말에 찬열은 아무대답도 하지못했다. 이대로 인정해버리기엔 그가 떠나갈 것이란 생각에 두려웠고 부정하기엔 차마 그를 향한 마음에 거짓말을 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답이 묵비권이었다. 하지만 그답은 백현에게 긍정으로 들렸다. 한동한 말없이 찬열의 뒷모습을 주시하던 백현의 고개가 떨구어지더니 몸이 점차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 미친새끼 …" "뭐?" 조용히 울리는 백현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찬열이 무심코 몸을 돌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백현의 몸에 찬열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다. 찬열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걸렸다. 예상은 했지만 훨씬 충격적이다. 너무도 아픈 심장에 가슴을 움켜쥐고 애써 웃어보이지만 힘든건 역시 힘들다. 백현의 말이 이어졌다. 극심한 긴장상태에서 벗어나기위해 찬열은 힘겹게 침을 꼴깍 삼켜넘겼다. "이 미친놈아! 그런건 빨리빨리 얘기하란말야!! 아씨, 난 그것도 모르고 쪽팔리게 … 이게 다 너때문이야, 병신아!" " …?" 그래, 저 정도에 욕은 예상했었고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찬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씩씩거리며 소리치는 백현의 모습은 질색한다기보다 무언가 원망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찬열은 자신이 너무 아픈 나머지 하다하다 자기가 원하는대로 넘겨짓는구나 생각했다. "알아, 니 기분이 얼마나 더러울지. 미안하다. 그래도 난 후회안해." "뭐? 후회를 안해? 난 너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고백 받아들일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후회를 안해? 너 그러고도 사람이냐? 하 … 그래, 너 거짓말이지? 나 좋아한다는거 다 구라였어!" "야, 말은 바로해. 그게 왜 나때문이냐?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화난건 이해하지만 왜 상관도 없는 일로 내가 욕먹어야 하는데? 그리고 내가 이딴걸로 장난치는 놈으로 보이냐? 아, 그렇게 장난으로 구라로 넘어가고 싶다는거야?!" "무슨소리야? 내가 언제 니가 좋아한다고 해서 화났대?! 난!!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 애써 숨기려고 여린 애 이용할까하는 쓸데없는 고민하게 만든 너한테 화난거야! 이 바보자식! 죽어버려!!" " … 너 지금 무슨 … ?!" 서로 열변을 토하던 두사람이었지만 점점 산으로 흘러가는 듯한 대화에 먼저 제동은 건 사람은 찬열이었다. 백현이 바락바락 소리지르며 한 얘기를 곱씹어본 찬열의 표정이 점차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 애써 숨기려고 …'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나는 변백현을 좋아한다. 변백현은 날 … !! 찬열이 놀란 표정으로 백현을 바라보았다. 백현의 얼굴은 여전히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분노와 혼란이 뒤섞여있던 백현의 눈동자가 찬열의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갈곳을 잃은채 방황하기 시작했다. "너 … 너도 날 좋아하는거냐?" " … 몰라, 멍충아" 시선을 피하면 대답을 피하는 백현이었지만 찬열은 이미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새 얼굴 가득퍼진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찬열은 신이나서 방방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는 없어 대신 백현을 꽉 껴안았다. 백현이 갑작스런 포옹에 놀랐지만 찬열의 옷깃을 꼭 쥔채 그대로 몸을 맡겼다. 백현 역시 지금의 기분을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짝사랑이라고 또 이룰수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했기에 애써 그리고 평생 숨기려했다. 그런데 그에게서 들은 한마디가 자신을 들었다놨다한다. 얼굴이 실컷 달아올라 김이 펄펄 나는 기분이다. 이 기분을 맡길곳은 그의 품속밖에 없었다. 아마 백현과 찬열, 이 두사람은 지금 서로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연적인 마음이 인연이 되고 필연적인 관계가 되어가는 한 여름 중의 꿈. 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토시 하나까지 같은 한마디를 … "꿈이라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구독료없이 돌아온 녹차하임입니다. 그리고 다시 찬백으로 컴백했지요 ㅋㅋㅋ 이 둘은 투닥거리는게 이뻐보여요 ㅠㅠ 그래서 자꾸 찬백을 쓰게되네용... 다른 커플의 아련아련과 오글토글도 써보고 싶긴 해용 ㅋㅋㅋ 다음에 꼭 써볼게요 ㅋㅋ 그럼 오늘도 재밌게읽어주셔서 감사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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