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찌푸린 미간에 하얗고 긴 손가락을 사뿐히 올린 루한의 입술사이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앞에 앉은 민석은 가시방석에 앉은 마냥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 긴장한 채 앉아 옆에 앉은 루한의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아..."
"아...하하..."
루한이 추천하여 배우기로 했던 "강아지왈츠"를 치는 내내 악보가 아닌 옆에 앉은 그의 옆얼굴만 힐끔 쳐다보느라 민석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쳤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어찌어찌 완주는 했지만 그의 표정과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들으니 자신의 연주가 엉망이었음을 짐작한 민석은 민망함에 볼을 긁적였다.
'나 이거 분명 마스터했는데...'
어제 혼자 연습할 때와 어제 놀러온 백현에게는 거의 신들린 완벽한 연주를 하였는데 지금은 마치 처음치는 마냥 했으니 루한의 눈치를 보던 민석의 입술 사이로도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루한이 민석의 한숨소리에 반응하면 손을 내려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루한은 민석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할 때부터 온몸이 바싹 굳어있어 몇번 실수는 예상했었다.
하나하나 가르쳐줄 때마다 생각보다 음악에 대해 꽤 지식이 있어 잘 따라오던 그는 어느정도 재능이 있어보였다.
그런데 연주하는 내내 자신을 곁눈질하며 악보에는 관심도 없으니 후반부로 들어서부터는 점점 산으로 가는 연주에 체념을 하고 잠자코 들었다. 그래도 쉬지않고 열심히 움직이는 저 작고 하얀 손이 기특했다.
제 반응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시무룩해져있는 민석의 모습에 루한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도 잠시 입가에 오묘한 미소를 지은 루한은 좀 더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 시우민군? 이런말하긴 뭐하지만..."
"네..?"
얼굴에 근심을 한가득 품고선 조심스레 입을 떼는 루한을 본 민석은 저도모르게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저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리라 혼자 지레짐작한 민석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루한의 입이 다시 열릴 찰나 민석이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민석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루한이 커진 눈으로 민석을 올려다보았다.
입술을 질끈 깨문 민석은 차마 루한을 바라보지 못하고 정면의 허공만 주시한 채 말을 더듬었다.
"저, 저... 갑자기 급한 약속이 떠올라서!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뵈요!"
민석은 혹여 루한이 자신을 붙잡을까 제 할말만 후딱하고 옷을 챙겨 카페를 빠져나왔다.
그제야 제대로 쉬지못한 숨을 몰아내쉬며 민석은 아직 여운이 남아 흔들리는 문을 아련하게 돌아보았다.
내일은 기필코 그의 입에서 그만두자는 말이 나오지 못하도록 완벽한 연주를 하리라 손을 꽉 쥐며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