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한 하루하루가 지나 봄을 완성시키고, 곧 햇볕은 뜨겁게 달궈져 아이들에게 여름임을 알렸다. 7월 초,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승관) 아아앙아아아아ㅏ—....
순영) 우아옹어우어우어우어아아아-..
민현) 미쳐가네.
민규) 말이 돼!!?!?!!?!?!?!!?!?
정한) 말 돼.
지훈) 충분히 말 돼.
찬) 응 그럼. 말 되지.
민규) 한여름 직전에! 에어컨이!
고장났다는게!!!?!!?!!?!?!!??!?!??!
원우) 민규야, 그렇게 소리치면 더 더워져.
민규) 안그래도 더워 혀엉..
에어컨을 6월부터 빵빵하게 틀어댄 탓이었을까? 그 노동을 견디지 못한 듯, 날씨가 완전히 더워질 때 즈음 하숙집의 에어컨이 뻗어버렸다. 그 탓에 방에있던 아이들은 가장 시원한 거실에 나와 뻗어있었고, 가장 얇게 걸쳐입은 뒤 대리석인 바닥에 몸을 붙였다.
순영과 승관은 회전하고있는 선풍기를 따라다니며 목소리를 내면서 더위를 잊으려했고, 민규는 뻗은 에어컨을 실컷 째려보며 성을 내다가 문득 생각난 여주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대리석에 붙어 누워있던 지훈이 가볍게 고개만 들어 민규를 쳐다보며 물었다. 여주가 왜?
민규) 여주 3층이면 제일 더울텐데. 지 방에서도 안나오잖아.
민현) 아, 내가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민현의 말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민현을 향했고, 곧 죽음이 돌아올 것 같은 느낌에 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정한) 내가 아무리 여주를 아껴도 민현아.
지수) 그니까, 그건 진짜 민현아.
지훈) 야.
민현) 잠깐. 들어. 들으라고.
민현) 여기 입주할 때부터 있던 거야. 내가 따로 달은게 아니라. 그랬으면 나도 내 방에 하나 달았겠지. 안그래?
명호) 그건 맞는 말이네.
민현) 하필 에어컨 달린 방이 층 방 중에 가장 작았고, 알다시피 그 층에서 가장 작은 건 독방이잖아. 운명이었던거지.
민현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는 듯 아이들은 일제히 다시 하던 일로 고개를 돌렸고, 민규만이 그런 민현을 한참 바라보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여주의 이름을 소리치며 3층으로 재빠르게 올라갔다.
쿵쾅쿵쾅쿵쾅!!!
민규) 김여주!!!!!!!!!!!!!!!!!
쿵쾅쿵쾅쿵쾅쿵쾅!!!!!!
명호) 저렇게 쿵쾅거리는 건 3층 2층 사람들 특기야?
지수) 난 빼줘.
한솔) 나도.
민규) 여주야!!!!!!!!!!!!!!!!!!!!
쿵쾅쿵쾅쿵쾅쿵코ㅏㅇ!!!!!!!!!
정한) 나랑 지훈이도 빼줘.
지훈) 우린 저렇게 쿵쾅거리지 않아.
민규) 문열어어어어어ㅓ!!!!!!!!!!!!!
쿵쾅쿵쾅쿵쾅!!!!!!!!!!
석민) 그럼 남은게 넷밖에 없잖아..
정한) 그 넷만 쿵쾅거리잖아 ^^
민규) 여주야 문열어 문!!!!!!!!!!!!!
쿵쾅쿵쾅쿵!!!!!!
정한) 근데 솔직히 들어가고싶지.
순영) ..엉? 어디를?
..여주방.
민규) 열어 문!!!!!!!!!!!!!
쿵쿵쿵쿵 벌컥!
여주) ...뭐야?
민규) ...와.
여주의 허락으로 아이들은 그 조그마한 방에 교대로 들락날락했고, 민규는 거의 고정이었다. 침대에 앉아 벽에 기댄 채 책을 읽는 여주 옆에 철썩 붙어 앉아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고, 그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지훈은 인상을 찌푸린 채 민규에게 말했다.
지훈) 아까는 혼자 동떨어져가지고 대리석에 철썩 붙어있더니.
민규) 여긴 시원하잖아.
지훈) ...여주 안더워?
여주) 응? 난 시원한데?
지훈) ..아니 그런 의미가-,
민규) 형 그만하시죠-
승관) 그래 형. 너무 예민하게 굴어도 안돼. 그럼 더 더워진다?
지훈) 이미 더 더워진 것 같아.
승관) 그럼 앉아있지말고 누워.
승관이 앉아있는 지훈의 어깨를 잡아 눕히고서 살풋 웃으며 중얼거렸다. 형도 참 솔직해. 그리고 지훈의 오른쪽에 누운 석민이 말했다.
석민) 그럼.. 이 형 만큼 솔직한 사람이 어딨냐.
지훈) 황민현.
석민) 에이. 형이 더 솔직해. 야, 승관아 니가 보기엔 어때.
승관) 아 둘이 좀 비슷한데. 내 눈엔 우열을 가릴 수 없어...
석민) 야 너 왜 말끝이 느려지냐. 잘거야?
승관) 시원하고.. 이불 깔은 바닥은 푹신하고.. 잠이 솔솔..
지훈) 우리 40분 뒤면 나가야돼.
승관) ...한시간 제도 말고 두시간 제도로..
석민) 너 저 밖에서 두시간 기다릴 수 있어?
승관) ...아니. ..여하튼 사십분이라도 난 잘래..
승관이 몸을 뒤척이며 편안한 자세로 잡더니 곧 잠에 빠졌고, 민규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와 여주가 책 장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석민과 지훈이 휴대폰을 보면서 옅게 웃는 소리가 여주의 방을 가득 채웠다.
민현) 13대2. 민규야?
민규)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줄 필요가 있어!!!!
지훈) 하지만 다수의 의견이 더 중요하지. 왜?
정한) 우린 하나의 공동체고, 그 안에 대다수 구성원들이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의견이니까.
지훈) 그렇지.
교대로 왔다갔다하던 아이들이 여주 옆에 가만히 앉아있는 민규가 눈에 밟힌 듯 봉기를 일으켰고, 결국 민현은 민규를 향해 짧게 말했다. 이후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다는 민규의 말엔 정한과 지훈의 티키타카로 압살해버렸다. 민규는 입술을 살짝 내민 채 여주를 쳐다보고, 책을 읽던 여주는 책 사이에 손가락을 껴놓은 채 민현을 쳐다봤다.
여주) 우리 밍구가 더위를 많이 타서..
민현) 하지만 민규만 더위를 많이 타는 건 아니잖아. 순영이도 더위 많이 탄대.
여주) ..그르태 밍구야.
민규) ...나 너무 더워 여주야.
민현) 끌어내.
민규가 너무 덥다며 여주의 어깨에 강아지마냥 머리를 비비자 민현이 단호히 말했고, 지훈과 정한은 그런 민규를 끌어냈다. 민규는 만족한다는 듯 웃음기를 입가에 그려냈다. 제 행동에 얼굴이 구겨지는 민현과 지훈의 표정을 보는게 꽤 재밌었던 모양이었다.
정한) 패도 돼?
민현) 응.
지훈) 우리 방으로 데려가자.
민규) 안돼! 으악! 이미 더위에 많이 맞았다고!
정한과 민규, 지훈이 사라지고 남은 아이들이 여주의 방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방문을 닫으려는 명호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명호) ...근데 안닫아도 되는거 아냐?
원우) ..뭐를? 문을?
승철) 찬 공기 나가잖아. 닫아야지.
명호) 밖에 창문을 다 닫고 여기 방문을 열면 찬공기가 밖으로 나가잖아. 그럼 밖도 시원해지는거잖아.
원우) ...맞네. 근데 맞는 말인데 에어컨이 약해서 시원해지려나?
명호) 3층 거실까지만 시원해져도 되는거 아냐? 이 거실에서 다같이 자면 되잖아.
명호의 일리있는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지수의 시선이 여주를 향했다.
지수) 근데 여주 의견을 물어야지. 여주 문열고 자야하는데.
원우) 그치.
여주) 더운데 당연히 열고 자도 되지. 그 생각을 이제 한 게 아쉽다. 내일 기사님 오시는데.
다들 이불 깔고 자자.
3층에 이불을 깔고 도란도란 누운 아이들이 또 무언가 신이 난 듯 야밤에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승관) 1층에서 잘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야!
찬) 3층은 진짜 새롭다. 뭔가 다락방에서 자는 그런 느낌ㅋㅋㅋ 그치 형
승철) 그니까. 느낌이 좀 신박하긴하네.
석민) 여주야, 자?
여주) 아니 아직. 왜?
석민) 아니 너무 시끄러운데 자나 해가지고.
민현의 배정대로 석민이 여주와 가장 가까운 침대 밑에 자리했고, 그 옆은 민규, 민규의 옆은 순영이 누워 여주의 방을 가득 채웠다.
여주) 근데 나혼자 침대에서 자니까 괜히 미안하네.
석민) 에이, 우린 니 방에 달린 에어컨 덕에 더위를 피하는데 뭐
민규) 그래도 밤이니까 덜 덥다. 에어컨 덕이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ㅋ
순영) 와 저기 별보인다 별.
여주) 오빠 그거 인공위성이야. 이시각에 수도권에서 반짝이는 건 죄다 인공위성.
석민) 여주 뼛속까지 이과야 형.
순영) 석민아...
석민) 어서 자..
민규) 내일 에어컨 고쳐지면 하루종일 티비에다 게임 연결해서 게임해야지...
석민) 나도..
여주) ..수박.
석민) 수박!?
석민) 수박 먹고싶어?
여주) 수박 화채 먹고싶어서.
민규) 그럼 내일 그거 해먹자!!
민현) 우리집에 수박 없는데.
석민) 사와야지 뭐.
여주) ..내가 먹고싶다그랬으니까, 아침에 내가 사올게. 그나마 덜 더운 아침에. 혹시 없을 것 같긴 한데, 같이 가줄-,
정한) 내가 갈-,
민현) 같이가자.
민규) ........
석민) ........
여주) 그럼 셋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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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궁금한 거 있는데 노래 들으시면서 읽으시나여!? 제가 노래 선정하는데 진짜 고심하면서 고르거든요. 궁금해서요! 꼭 말해주세요! ㅎㅎ
아 그리고 제가 이 전 회차에 댓글로 사담 남겨뒀어요! 읽으셔도 좋을 것 같아서 ㅎㅎ...
세때홍클에 어느덧 여름방학이 찾아왔네여. 어느덧 09화라 nn화가 찾아오고있습니다. 뭔가 여름날의 분위기, 참 예쁘져?
20을 바라보는 넉점반의 소중한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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