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그니까. 개강. 개강.. 어감이 좀 별로지?
민규) 좋아.
지훈) 뭐?
민규) 좋아.
정한) ..뭐가.
민규) 개강해서 좋다고.
정한) 미친거야?
석민) 난 이해해.
지훈) 뭐야. 이 대화 뭐야.
석민) 이해시켜줘?
지훈) 안될 것 같은데?
지훈) .....아.
정한)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모순적이었다. 아이들에게 만큼은 개강이 참 모순적이었다. 이렇게 학교에 와 명상 동아리 실에서 노가리를 까도 오기 싫은 학교였지만, 개강 덕에 여주의 알바가 줄었으니.
지훈) 여주 오늘 몇시에 끝난대?
석민) 몰라.. 또 과제 밭에서 허덕이느라 여덟시 반에 끝나지 않을까.
민규) ..오, 방금 온 연락인데 승관이랑 명호가 먼저 가서 시켜놓는다는데? 메뉴 얘기해달래.
지훈) 난 김치볶음밥.
석민) 나는.. 잔치국수!
정한) 난 돈까스.
민규) 아 나도 돈까스 먹어야지~ 야 여주 뭐먹는대?
석민) ...잠만.
어, 돈까스먹는대.
민규) 오키 삼돈까스.. 김볶 하나.. 잔치 하나... 여주 언제 끝나?
석민) 곧 끝난대. 더 재촉하면 죽인대.
민규) ..아.
죽인다는 여주의 연락에 석민은 휴대폰을 툭 내려두고, 민규는 작게 탄식을 내뱉으며 석민의 옆에 앉았다.
민규) 아오 적응안돼.
석민) 뭐가
민규) 개강이.
석민) 그거 평생 적응 못해. 개강, 개학. 이런거.
지훈) 정답.
..어, 여주 끝났대. 가자.
“아 한번만. 응?”
여주) 아이 글쎄 난 생각이 없다니까..
“남친 없다며! 그럼 됐잖아!”
건물에서 빠져나온 여주 옆에 찰싹 붙은 미연이 여주를 붙잡곤 늘어지고 있었다. 제 손목시계를 확인 한 여주는 그런 미연을 계속 뿌리치고, 곧 민규가 여주 앞에 섰다.
민규) 애들이 미리 시켜놨어. 가기만 하면 돼.
여주) 그래.
“아 여주야. 제발. 엉?”
여주) 됐어. 나 안간다 했다!
“남친 없다매!”
여주) 남친 없는 거랑 남소랑 무슨 관계야!
“남친이 없으니까 받는거지! 얘가 너랑 밥 한 번 먹고싶다그랬단 말이야!”
정한) 남친.
석민) 남소.
여주) 미연아.
“..엉? 해줄거야?”
여주) 나 필요없어.
“.........”
여주) 남친 필요없어. 알겠지? 가서 전해. 이따봐!
여주) 가자. 돈까스 식겠다.
지훈) ..나왔을까?
여주) 언제시켰다는데?
정한) 한 십오분 이십분 전? 근데 여주야.
여주) 엉?
정한) 남소 왜 안받아? 여주는 진짜 남친 필요 없어?
민규) 막 꽁냥꽁냥, 어? 같이 카페에서 과제도 하고. 엉? 그런거. 넌 그런거 싫어?
여주) 그런 설렘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석민) 그치? 그건 그렇지? 근데 왜 남소 안받아?
여주) 시간이 없어. 그럴 시간이.
민규) 에이. 연애는 시간 내면서 하는거지.
여주) 그니까. 난 그럴 자신도 없고, 길게 만날 수 도 없어.
지훈) 길게 왜 못만나?
여주) 글쎄. 내가 좀 그런 사람이라서?
아 난 돈까스나 빨리 먹고싶다-
민현) 그래서 늦는다고?
‘늦는 것도 늦는 건데.. 아이씨 술도 마실 것 같아서. 어떡하지?’
민현) ...하아. 조절만 좀 해줘, 적당히 먹고. 자정 전엔 올 수 있잖아.
‘자정 전엔 가지. 아 내가 진짜 조절해서 마실게. 미안하다’
민현) 됐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그것도 다 사회생활인데.
어, 조심히 와.
찬) 승철이 형?
민현) 엉. 개강파티한다고 늦는다네. 술도 마시고.
찬) 에휴 역시 체대.
한솔) 넌?
찬) 난 그나마 무용과라 별로.. 빠지기도 쉽고. 근데 유도는 좀 다르지 뭐..
민현) 여주 몇시쯤에 온다고?
정한) 여덟시 반쯤 끝나니까 도착하면 아홉시 되겠네.
석민) 그래도 마주치지만 않으면 되지 뭐.
민규) 그래. 그러기만 하면 되니까 뭐.
저녁을 먹고 소파에 둘러 앉아 티비를 보던 중 민현의 휴대폰이 울렸고, 곧 발신자였던 승철이 개강파티로 늦는다는 말을 전했다.
민현) 학교에 지훈이 있다그랬지?
민규) 응. 그 형도 과제때문에. 여주랑 같이 올 걸?
민현) 그래, 승철이는 좀 늦는댔고 둘은 빨리올 것 같으니까 마주칠 일은 없겠다.
시계의 짧은 바늘이 9에 다달았을 때, 현관이 열리고 여주와 지훈이 발을 들였다. 이에 소파에 앉아있던 아이들의 고개가 일제히 현관을 향하고, 여주는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다녀왔습니다.
여주) 으아. 오랜만에 학교가니까 힘드네.
민현) 그치. 개강이 그런거지 뭐.
지훈) 피곤하다. 야식 땡겨.
여주) 오면서 계속 저 소리야ㅋㅋㅋㅋ
지훈) 시킬래?
민규) 먹는다면 난 찬성. 뭐 먹을건데?
지훈) 엽기 닭볶음탕. 그거 맛있더라.
석민) 헐 각인가? 시킬래?
지훈) 좋아. 여주도 먹을거지?
여주) 먹게 할거면서 왜 물어...
지훈) 그냥. 대사 비면 아쉽잖아.
대짜로 두개 시킬게.
지훈이 휴대폰을 들어 톡톡 거리더니 곧 휴대폰을 툭 하고 테이블에 두고서 소파에 몸을 완전히 젖혀 눈을 감았다. 시계는 어느덧 9시 반을 향해가고 있었다.
민현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곧 여주에게 물었다.
민현) 옷 안갈아입어?
여주) 아. 아 귀찮다. 먹고 씻을까?
민현) 에이. 씻고 먹는게 낫지.
여주) ..아무래도 그게 낫겠지?
여주가 꼼지락거리더니 금새 올라갔고, 민현은 남아있는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민현) 야식 오면 열신데 승철이 올 수도 있어.
민규) 아, 그렇네.
석민) 근데 여주 입이 짧아서 금방 먹고 올라가지않을까? 괜찮을 것 같은데. 승철이 형 술자리라서 일찍 빠져봤자 열한시지 않을까.
지훈) 뭔소리들을 하는거야?
민현) 아니, 승철이가 오늘 개강파티 있대서. 술을 좀 마시고 온댔거든. 그래서 여주 안마주치게 하려고 하는거지.
지훈) 아. 몇시정도에 온댔는데?
민현) 자정 전. 그럼 안마주칠 수 있겠지?
지훈) 괜찮을 것 같은데..
여주) 맛있다.
지훈) 와 진짜 맛있다. 오늘 엄청 잘들어가네.
민규) 형. 평소엔 안들어갔던 것처럼 굴지 마.
현재시각, 10시 20분. 민현은 차라리 승철이 자정을 넘겨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주는 맛있게 밥을 먹고 있었다. 초조한 듯 시계를 자꾸 확인하는 민현에 옆에 앉은 석민이 조용히 말했다.
석민) 형 너무 불안해 하지마. 어차피 승철이 형 늦게 오겠지.
민현) 아. 그렇겠지? 좀 불안하네. 여주 평소보다 많이 먹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석민) ㅋㅋㅋㅋㅋㅋ아냐 기분 탓이야. 평소 속도로 평소만큼 먹고있어. 배달이 좀 늦어서 그렇지.
닭볶음탕이 점점 줄어들고, 시계의 짧은 바늘은 11을 향할 때 즈음 여주가 일어났다.
여주) 아 배부르다. 잘먹었습니다.
지훈) 순영이 네 방에 가서 좀 놀다가 자.
민규) 소화는 시켜야지.
여주) 아, 하긴. 그래야겠다. 어느 방 좀 들렀다-,
띠띠띠띠-, 띠리릭.
도어락 열리는 소리에 아이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고, 여주의 고개가 돌아가려는 순간 민규가 여주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여주) 왜그래?
민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여주) 뭐가. 야 좀 비켜.
민규) 좀 이러고 있자.
여주) 뭘 이러ㄱ-,
승철) 아, 야. 나 안늦었어..
민현) 알겠으니까 비틀거리지말고 방으로 직진해.
여주) ......아.
승철의 취한 목소리를 들은 여주가 민규를 밀던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곤 민규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승철) 물..나 물 좀 마시고 들어가면 안돼겐니..?
민현) 응. 그니까 방으로 들어가.
승철) 왜...
지훈) 여기 여주 있어.
승철) .......아.
여주있다는 지훈의 말에 승철은 작게 탄식을 내뱉더니 고개를 푸욱 숙이며 한숨을 푹 내쉬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이며 제 방으로 사라졌다. 방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여주는 민규의 옷깃을 더 꽉 쥘 뿐 별 말은 없었다. 그러자 민규가 그런 여주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
민규) 들어갔어. 이제 올라가서 자.
여주) ..........
민규) 여주야.
여주) ...짜증나.
민현) .........
석민) .........
지훈) .........
여주) ...이런 내가 짜증나
민규) 여주야.
여주) 승철이 오빠한테도 미안하고.
민규) .........
여주가 민규의 가슴팍에 제 머리를 폭 기대더니 눈물을 흘리며 흔들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싫어, 민규야.
Epilogue
늦은 새벽, 잠들지 못한 여주가 3층 거실에 나와있었고, 창문을 통해 은은히 들어오는 달빛에 의존한 채 멍을 때리고 있었다.
“........”
그 때 1층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여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내려다봤다. 누가봐도 비틀거리는 게 승철의 뒷통수였다. 여주가 머뭇거리더니 2층계단으로 내려갔고, 한층 더 내려가려다가 멈춰서더니 조용히 승철을 불렀다. 오빠,
“...어 여주야. 미안,”
“...뭐가 미안해.”
...오빠가 왜.
“...술마시고 들어오고.. 미안해, 내가 여주야.”
“........”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질 때까지 기다려줘.”
“..........”
“내가 아직.. 너무 나약해서 그래.”
오빠가 조금만 이해해주라.
“..........”
“무서워서 이렇게 숨는 거 너무 미안해.”
“...아냐.”
“..미안해, 너무.”
...미안해, 다.
**
21회가 마지막 회가 될 것 같아요. 방금 막 쓰고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두고가려다가 그냥 이렇게 들렀어요. 마음의 준비를 해두셔요... 😭
어느덧 스물이 된 넉점반의 소중한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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