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외전.
모어
3년. 3년이 걸렸어 너를 잊는데. 아니 너를 잊은 게 아니라 니가 준 상처를 잊었어.
아직도 내 마음 속은 너로 한가득이야. 근데 네게 받은 상처가 너무나 커서.
도경수는 김종인을 사랑하지만 아직은 김종인보다 도경수를 더 사랑해서. 그래서 이기적이게도 다시 도경수가 힘든 일을 겪게 할 수가 없어서.
아무리 더 힘을 줘도 이보다 더 굳세게 쥘 수 없는 나의 손의 방향을 틀어.
너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픈게 내겐 더 크나큰 아픔으로 다가와. 더 이상 나를 힘들게 할 수 없기에.
내 몸에서 흩날리는 붉은 꽃잎들로 너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전하고자 해.
아마 겨울밤도 나의 이 모습을 더 반기지 않을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깨끗하게 가지고 가고 싶어서. 순도 높은 내 사랑에 불순물이 섞이게 하고 싶지 않아.
너와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들, 니가 나를 버렸던 그 기억, 그리고 내가 아파했던 기억들까지 이미 내 안에선 너라는 존재로 인해 깨끗해졌어.
혹시라도 만약에 혹시라도 니가 내 마음을 알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너라도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아아, 제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가 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세요.
다시 눈을 뜨는 일이 없도록.
"도경수!!!!!!!!!!!!!!!!!!"
도경수가 방향을 틀었다.
나의 부름을 무시한 채 겨울 바람과 눈 때문에 이 세상에서 더 차가운 물체는 없다는 듯이 냉기를 내뿜고 있는 아스팔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건 너의 의지였을까 아니면 신의 부름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왜 이 곳에 있는 것일까.
내가 이 곳에 오지 않았다면 너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아아... 이번만큼은 나와 피를 나눈 존재가 미워지는 구나.
이건 도무지 말이 되지가 않는다. 그 요란한 물체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너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눈앞에서 도경수는 그대로 꽃이 되어 날아갔다.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밝고 붉은 빛을 내뿜으며.
너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길래 지금 이 자리에서 내게 너의 개화를 보여주는 걸까.
그토록 미치게 보고 싶었던 너였지만 이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이건 겨울밤이 내게 주는 벌인걸까? 당신께서 가장 아끼는 아이에게 세상의 아픔과 더러움을 맛보게 해서? 하얗디 하얀 너를 잿빛으로 물들게 해서?
아마도 당신께선 잿빛을 보고 싶지 않으셨나 봅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 아이를 붉은 빛으로 물들게 하여 데려가시다니 나의 흔적 조금도 용납하실 수 없으셨나 봅니다.
아아, 겨울에 태어난 경수야. 너는 네게 생명을 준 존재에게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거니? 잠시만 내게 시간을 줄 수 없는 걸까?
내가 네게 묻힌 오염들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줄 수 있도록 잠시만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거라.
비록 검은 빛을 내뿜는 나지만, 오히려 암흑과 만났을 때 빛은 더 환하게 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겨울밤이시여, 제게 아주 잠깐 변명의 여지를 주실 수는 없는 것이겠죠.
제가 그 아이에게 저지른 죄를 사하도록 할 수는 없는 걸까요?
제가 그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도록 제 두 눈을 가져가셔도 되오니 제가 마지막으로 한번만 그 아이의 안에서 뛰고 있는 꽃잎들을 느껴볼 수 있게 하소서.
3년 전, 나는 네게 이별을 고했다.
"헤어지자."
"....뭐?... 장난 치는 거...지..?"
"아니, 진심인데. 나 먼저 간다. 다신 연락하지도 말고 얼굴 보는 일도 없도록 하자."
너는 내게 처음이었다. 나의 모든 처음을 너와 함께 했다. 그래서였을까. 깨끗한 물만 마시던 아이가 톡 쏘는 탄산을 마셨을 때 그 느낌에 쉬이 중독되어버리듯이 어느새 나는 너를 잊고 다른 사람에게 맛들여졌다.
그래서 네게 이별을 고했다. 처음 몇 일간은 정말 느껴보지 못한 세상의 모든 쾌락을 느끼는 듯 했다.
탄산이 내게 주는 상쾌함과 달달함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너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것을 왜 네게만 목 매 살았었을까 너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아깝다는 느낌까지도 받았었다.
하지만 사람이 물 없이 살아갈 수 없듯이, 나는 너가 없으면 안되었다. 탄산이 내게 주는 것은 단지 쾌락일 뿐이었다.
도경수 너는 이미 내 인생의 일부였다. 너는 내게 생명을 주는 존재였다. 너는 내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고 마른 사막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너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네게 돌아갈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염치로 너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헤어짐을 이야기한 이후로 너에게서는 한통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 아마 나를 다 정리했나보다.
나를 잊고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너를 사랑한 것만큼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이미 모든 걸 정리하고 잘 살고 있을 너를 다시 헤집어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너 없이 살 수가 없었기에 사막을 헤메는 여행자의 심정으로 너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는 이미 천사가 데려간 것이었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를 신께서 탐해서 내가 너를 잠시 놓아준 사이 멀리 데려가신 것이었을까?
그 어느 곳에도 도경수는 없었다. 네가 살던 집에 찾아가봐도. 대답 없는 초인종을 열심히 눌러봐도. 내 귀에는 너의 환청만 들려왔다.
네가 있을 만한 곳은 어디든 다 가봤다. 우리가 함께 갔었던 곳들까지도. 정말 신께서 데려가 버리셨는지 너의 머리카락 한 톨마저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너의 환영 속에 갇혀 3년을 보냈다. 너와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보면서.
집 밖으론 나갈 수가 없었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모든 거리가 너와 함께 한 공간이었으므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뗄 때마다 너를 내 뒤에 버려두고 가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헤어짐을 고했던 오늘, 나를 방문한 누이에 의해 억지로 밖으로 끌려나왔다.
그것도 내가 너를 버려두고 간 장소로.
천천히 너와의 추억을 탐미하며 걸었다. 이 곳에서 내가 네게 새겨 준 기억은 너에게 좋은 기억이었을까 나쁜 기억이었을까.
의심할 여지 없이 후자일 것이다. 후회가 된다. 아주 많이. 지금이라도 너를 본다면 당장 무릎을 꿇어 빌고 싶었다.
하지만 3년이나 지난 지금, 너의 곁에는 다른 사람이 있지 않을까.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는데 너와 똑 닮은 사람이 있었다. 너의 까맣고 찰랑거리던 머릿결을 지니고, 너의 입술을 꼭 닮은 남자가 지나갔다.
아니, 닮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은 너였다. 너여야만 했다.
근데 어딘가 좀 이상했다. 평소 니가 있던 내 눈높이에 있어야만 했는데 너는 훨씬 아래에 위치해있었다.
"경수야........ 제발..... 일어나봐.........응...?"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대신 아플게. 나는 네가 왜 그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지 이해할 수가 없어.
내가 바란 너의 행복은 이런 게 아니었어. 나와 함께 걷고 나와 함께 웃으며 너의 손을 잡고........ 아니, 나 혼자만 걸어도 되니까 제발......... 나는 다시 네게서 차가움보다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어. 이런 모습을 상상한 게 아니었어. 눈물 한방울이라도 제발.
내가... 너를... 정말 사랑했어 도경수...
보내주기
보내주기의 뜻을 다들 아셨을까요?
Hㅏ....똥망이네요...정말 눈물이 다나네요. 그냥 전 편에서 끝을 봤어야 했는데ㅠㅠ 완전 똥ㅁ아.......잉잉.........ㅠㅠㅠㅠㅠㅠㅠ
경수를 보낼지 다시 종인이에게 돌려줄지 고민했는데........ 마지막까지 읽으셨으면 아시겠죠...? 웃으며 경수를 보내요...
죄송합니다. 이런 우울한 결말을 안겨드려서... 제 똥손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빠른 시일내에 찬백번외 들고 나타날게요. 기다려주thㅔ요.댓글도 달아주시면 사랑합니다!
으잉 브금 안해서 삭제했다가 글 날려먹었네요ㅠㅠ마지막부분..ㅠㅠ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