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걸로 틀어주세요! 즈에발여 ㅠㅠ
민혁) 이야 집 좋다.
창균) …집 좋지.
뜻밖의 손님이었다. 심심한데 놀러가면 안되겠냐는 물음과 함께 대문을 두드린 민혁이었고, 지수의 테라스에 나란히 앉아 주택단지를 내려다보며 창균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민혁)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난 솔직히 여주가 진짜 미웠다.
창균) …………
민혁) 애가 어떻게 그렇게 단호한지, 애들이 지때문에 힘든거 알면서도 안오는게,
나로써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어. 더군다나 자기도 오고싶었던 거를 참은거잖아.
민혁) 근데, 그게 좀 고맙네.
창균) …뭐가.
민혁) 미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안온 게.
창균) …그게 왜?
민혁) 만약 내 얘기를 계속 듣다가 한국으로 바로 들어왔으면,
지금의 넌 없었겠지.
듣기힘든 민혁의 나긋한 음성에 창균은 옅게 웃었고, 햇빛에 살짝 인상을 찡그린 채 마당을 내려다봤다. 정한과 배드민턴을 치려는듯 채를 나눠갖는 여주의 모습이 보이고, 정한의 손에 들린 셔틀콕이 날아감과 동시에 창균이 입을 열었다.
창균) …지금의 나를 만든건 여주가기도 하겠지만 너이기도 해.
민혁) ..내가 해준게 뭐 있다고.
창균) 옆에 있어주는 거.
민혁) ………..
창균)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내 얘기 먼저 들어주는 거.
민혁) ………..
창균) …아무말 없이, 그냥 옆에 있어주는 거.
그게 얼마나 큰 일인데. 자부심을 가져 임마.
마지막 창균의 장난스런 말에, 그늘이 져 있던 민혁의 얼굴에 조금이나마 웃음이 폈다. 그리고 곧 의자에 몸을 완전히 기대며 양 손을 깍지 껴 제 머리 뒤로 대더니 말했다. 알지-
민혁) 너도 우리집 존나 가난한 거 알면서 아무말 없이 옷사주고, 밥사주고, 신발사주고 다했잖아.
새끼 가만보면 존나 순정파야.
창균) …………
민혁) 티났냐?
창균) 전혀.
민혁) 근데 어떻게 알았냐. 고등학교 내내 감추려고 별 지랄을 다했는데.
창균) 정이란 정은 다 주는 애가, 집에 오란 소리는 한 번을 안하길래.
집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매번 이상한데에서 헤어지고.
밥이라면 사족을 못쓰면서 별 이상한 핑계를 대더니 급식 안먹는다고 하고. 하루종일 굶은 애가 뭐 사먹자니까 배가 안고프다는데, 그게 정상인이냐.
민혁) 야, 입맛이 없을 수도 있지-
창균) 너랑 하교하다가 헤어졌을 때, 너한테 줄 거 까먹어서 다시 너 뒤 쫓아간 적 있어.
..그 때 우연히 들었어. 너희 엄마 병원비 얘기하는 거.
창균의 말에 둘 사이에 정적이 가라앉고, 여주와 정한이 치고 있는 배드민턴 소리만이 가득했다. 규칙적인 소리가 한창 이어질 때 즈음 여주의 곡소리와 함께 공이 떨어지고, 그 떨어진 공을 줍는 여주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민혁이 말했다.
민혁) …그래서.
창균) 뭐가.
민혁) 그래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뭐라도 사주려했던거야?
창균) ………..
민혁) 급식 못먹으면 맨날 분식집 가서 사주고, 생일 핑계로 옷사주고, 니 신발 사면서 겸사겸사 내 신발 샀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그랬던거야?
창균) …미안해? 그래서 나한테 미안하냐고.
민혁) 야. 안미안하면 사람이냐?
창균) 넌 미안해 할 자격 없어.
민혁) 뭔 소리야.
창균) 니가 나한테 해준 거랑 퉁쳐도, 내가 더 해줘야될 판이야.
민혁) ………..
창균) 그러니까 계속 옆에 있어-
미안해하지말고.
창균의 말에 민혁은 손장난을 치더니 조용히 말했다.
..너도 나한테 그런 존재야 임마.
여주) 근데 왜 순영이오빤 안쉬는데 오빤 쉬어?
민혁) 순영이는 몰아서 쓰고 난 달마다 써서 그래.
여주) 아-
민혁) 근데 넌 출근 안했냐?
민현) 오늘은 재택. 너 점심 먹고 갈거지?
민혁) 주면 땡큐지~
민현) 여주야 뭐 먹고싶어?
여주) 점심이니까 간단하게-
민규) 뭐 샌드위치?
여주) 오 좋은데?
민규) 좋은데는 무슨! 됐어! 햄버거 먹자! 무조건 세트! 너 와퍼 세트!
여주) 미쳤냐! 저녁 까지 먹으라고?!
석민) 뭔 와퍼로 저녁까지 먹어!
여주) 난 주니어 와퍼로 해줘! 솔직히 와퍼는 너무 커!
민현) ㅋㅋㅋㅋㅋㅋ그래 주니어 세트로 먹어. 그정도 먹는게 어디야~
여주) 그정도가 아니라 주니어면 정상이고 와퍼가 비정상이라고요 크기가-!
어느덧 소파에 앉은 아이들이 점심메뉴를 정하고, 하나하나 카트에 담던 민현은 주문을 끝낸듯 오십분 걸린대- 하며 휴대폰을 내려놨다.
원우) 오기전에 겜 한판 할 사람?
민규) 뭐? 부마?
원우) 아니 얼음깨기
석민) 헐 좋아 내가 가져올게!
요즘 하숙집 내에 부마 만큼 유행인 게임은 승관이 새로 장만한 얼음 깨기였고, 석민이 쏜살같이 이층에 올라가자 그 뒷모습을 보던 민혁이 물었다.
민혁) 얼음깨기가 뭐야?
원우) 망치로 살살 얼음 깨는거. 다 무너지면 지는거야.
민규) 요즘 우리 빠져가지고 맨날 하잖아. 승철이 형이 제일 못해 힘이 너무 쎄서 ㅋㅋㅋㅋㅋㅋ
민혁) 아 힘조절을 잘해야하는 게임이구나? 그런거라면 또 내가 잘하지!
석민) 우리 하숙집 내에 일등은 민현이 형인데 형이 이길 수 있을까?!
민혁) 넌 공부도 모자라서 게임마저 일등이냐?
정한) 냅둬. 원래 재수없는 캐릭터야.
민혁) 나 간다- 다음에 또 올게
민현) 그래. 심심하면 자주 와
민혁) 자주 오다가 눌러 앉아도 되냐? 그럼 계속 오고.
민현) 그건 애들이랑 상의 해봐야 돼. 룸메이트도 정해야하고- 너 하숙비도 달마다 제출해야되고, 이번 여름 여행에도 추가해야하니까-
민혁) 아아 됐어 됐어! 그냥 해 본 소리야!
민현)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생각 있으면 이번주 일요일에 오든가.
민혁) 일요일엔 왜?
민현) 일요일마다 가족회의 하니까 그 때 말해야돼서.
민혁) 아이앀ㅋㅋㅋㅋㅋ 됐다고!
나 진짜 간다-
민혁이 민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점차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던 민현이 다시금 집으로 들어왔다.
창균) 갔어?
민현) 응.
티비를 보며 앉아있던 창균의 옆에 민현이 풀썩 앉았고, 둘 사이에 별 말은 오가지 않았다. 그러다 정한이 부엌에서 포도주스를 따르고 나오더니 소파에 앉으며 한모금 마셨다. 야.
정한) 그새끼 외로운거 아냐?
창균) 누가? 민혁이?
정한) 엉.
민현) 왜? 갑자기 찾아온게 좀 그래?
정한) 아니 뭐.. 그냥- 우리가 너무 복잡스럽게 살아서 그런가. 혼자 있는 애 보니까 마음이 좀 쓰이네.
민현) …그건 그렇더라. 우리가 너무 뭉쳐다녀서 그렇게 보이는 거일지도 모르지만. 니가 보기엔 어때.
네가 제일 친하잖아.
창균) …글쎄. 아닌 것 같은데..
민현) ..그래?
창균) 워낙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이런 거 잘 말하는 타입이라, 같이 살고싶었으면 진작에 말했을거-…
아.
창균은 제 생각을 말하다 무언가 문득 생각난 듯 말을 멈추고, 그 모습에 아이들이 고개를 기울이며 창균을 바라봤지만, 창균은 별 말을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에서 겉옷을 챙기고 나왔다.
민현) 야. 좀 있으면 아홉시야.
정한) 어디가게?
창균) 나 오늘만 봐주라. 대신 일찍 올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테니까 걱정 마.
짧게 말을 하던 창균이 집을 나서고, 티비 소리만이 거실을 채우자 정한이 나지막이 말했다.
정한) …뭔 일 있나.
민현) ..기다려보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애초에 잘 나가는 애도 아니고.
“………….”
세브란스 병원. 익숙한 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경외과 층에 내린 창균이 로비에 앉아있는 간호사를 향해 물었다.
“이현숙 환자분, 몇호에 계신지 좀 알 수 있나요?”
“잠시만요,”
“………..”
“..아 이현숙 환자분.. 삼일 전에 중환자실로 옮기셨는데.”
“…네?”
“지주막 아래에 출혈이 생겨서 심정지가 오는 바람에 심폐소생술했는데, 뇌가 많이 손상되어서 뇌사 추정상태라...”
삼일 전에, 중환자실로 옮겼습니다.
간호사의 말을 듣던 창균이 1층으로 내려와 사람이 거의 없는 로비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었고,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할 때 즈음 민혁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귀에 가져다 대며 고개를 들자,
‘어 왜?’
“…………”
제 전화를 받는 민혁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디야?”
‘나야 뭐.. 넌 어딘데. 집 아냐?’
“…………..”
‘뭐야. 야 왜 전화 했는데?’
왜 전화 했냐는 말에 창균이 몸을 일으키고, 천천히 민혁에게 다가갔다.
“…너 오늘 왜 왔어.”
‘어디를. 너네집?’
“..응.”
‘놀러간거지~ 그건 왜-…”
“………..”
“………..”
창균과 민혁이 천천히 귀에서 휴대폰을 떼고, 전화를 끊으며 민혁이 물었다.
“…왜 왔어?”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
“오늘 우리집에 왜 왔었냐고.”
“……….”
“너 말하려다가 못말한거잖아.”
“……….”
“너희 어머니,”
“……….”
“……….”
어머니라는 말 끝으로 뒤를 잇지 않은 창균이 고개를 떨구고, 민혁은 까만 휴대폰 화면에 비친 제 얼굴을 보다가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으며 흔들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며칠 안남으셨어.”
“………..”
“뇌사 상태셔서, 진짜..”
길어봤자 일주일?
“………..”
“…미국에서 돈 벌어서 우리 엄마 병원비 보태준거,”
“………..”
“너한테 그거 너무 미안하고 고마운데,”
“………..”
“………..”
하..내가 이걸 너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도저히 입이 안열려서 뻘소리만 하다가 와버렸네.
민혁이 헛웃음을 치며 제 얼굴을 쓸어내리고, 창균은 고개를 들어 민혁을 바라봤다.
“…………..”
“….야 뭐 어색하게. ..이거 물어보려고 여기까지 온거야?”
“…………..”
“근데 어떻게 알았냐. 난 말도 안했는데.”
“…네가 갑자기 왜 왔나 생각하다보니까, 그냥 불안해서 와봤어.”
“…야 그래. 그럼 들어가 이제. 확인했으니까 가라!”
“…………..”
밥은 잘 먹고 있는거야?
“아직도 고딩으로 보이냐? 이제 돈도 벌고 자취도 하고. 당연히 먹고 살지.”
“…………..”
“걱정말고 가라- 니네 통금도 있다며~”
“….그래. 간다. 뭔 일 있음 바로 전화 줘.”
…이젠 진짜 그냥 바로 전화 줘. 안주면 알아서 해.
“알았어 임마- 고양이 같이 생겨선 겁나 사납네.”
가라아-
가라는 말을 남긴 채 민혁이 먼저 발을 떼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창균은 마른 세수를 하며 곧 등을 돌렸다.
여주) 내려놔라.
민규) 나가기가 너무 귀찮아.
여주) 그러니까. 내려놓으라고.
민규) 근데 단 게 땡겨.
여주) 어쩌라고. 내 알 바야?
민규) 아잉 친구사이에.
여주) 꺼져. 내려놔!
내 페레로로쉐 내려놓으라고오-!!
아침을 먹은 뒤 오전. 단게 땡기던 민규는 여주의 초콜릿을 탐냈고,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주가 유일히 먹는 초콜릿인 탓에 여주도 꽤나 뺏기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민규는 그래도 먹고싶은 듯 제 큰 키를 이용해 머리 위로 손을 올리자 여주가 폴짝폴짝 뛰었다. 아이쒸 김민규!
민규) 야 하나만 먹자! 두개 더 남았잖아!
여주) 니는 다섯개 다 먹었잖아! 난 세개 먹고 남겨둔건데!
민규) 아니 그니까아- 내가 키가 큰 만큼! 더 먹고싶다 이말이지!
여주) 개소리야 죽을래!
민규) 아 하나만. 이제 안 뺏어 먹을게!
여주) 니 그 말을 내가 지금 십년 들었다! 내놔!
으악!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둘이 마루바닥에 넘어지고, 큰소리에 방에있던 석민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나왔다.
석민) 아 왜들 싸우냐 또오~!
여주) 이 쌔끼가 내 거 뺏어먹잖아!
민규) 악!
여주가 민규의 손을 물더니 손에 잡혀있던 초콜릿을 빼앗아 계단 밑으로 내려가고 민규도 곧 소리치며 따라내려갔다.
민규) 아 하나만 달라고오~!!
여주) 꺼져라 진짜!
석민) ….초딩이냐고..
석민은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제 방으로 들어가고, 1층에서 쾅쾅거리자 방 안에 있던 원우와 창균이 나와 도망치고 쫓는 둘을 바라봤다.
그리고 곧 여주가 소파에서 붙잡히자 여주는 급히 초콜릿 겉포장을 뜯어 제 입에 쏙 집어넣었다.
민규) 악! 하나만 달라니까!
여주) 싫은데? 나머지도 내가 다 먹을건데? 니 거 다 먹고 남한테 또 달라하는 놈이 어딨냐?
민규) 치사뿡이다.
여주) 김밍구 어린이- 남의 것 탐내면 안돼요~
민규) 우리가 남이냐!
여주) 피 안섞이면 남이거든-
민규) 됐다 됐어~
창균) …초콜릿 가지고 그런거야?
민규) 응. 난 다먹었거든.
창균) 나 남았을텐데. 내 거 줄까?
민규) 헐!
여주) 아 오빠! 얘 버릇 나빠져!
원우) 이미 나빠질대로 나빠진 것 같은데 ㅋㅋㅋㅋ
여주) 그건 맞는데 ㅋㅋㅋㅋㅋㅋ
창균에게 금새 초콜릿을 받은 민규가 해맑게 입에 쏙 집어넣더니 여주에게 빙그레 웃었고, 여주는 한껏 민규를 째려보며 창균에게 말했다.
앞으로 민규한테 주지마- 진짜 버릇 나빠져~
**
티엠아이로 말하자면 하숙집 아이들은 장을 볼 때 간식을 똑같은 걸 인당 하나씩 삽니다.. 특별하게 먹고싶은게 있는 건 따로 장을 보는 아이들에게 알려주고용.. 그러니까 민규는 자기 거를 먹고 또 탐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여러분 저 이제 자주 못와요. 팔월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남은 8월 무단히 잘 보내시길, 전 항상 독자님들을 생각하고, 기다리고, 기도하며 지내고 있을게요.
안녕!
시원한 가을에 만나요!💝
(급히 올리느라 암호닉을 못적었지만 적어주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