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Messiah)
w.봉봉&천월
22 (BGM : 동방신기 - 잊혀진계절) |
"난 김성규. 보다시피 M이에요. 놀라지 말아요."
"괜찮아요. 방금 다 밝혀졌지만, 나도 소에족인걸요. 이름은 장동우에요. 얜 이호원이고 그냥 사람."
"엄마?"
"성규형 말이야."
"아. 근데 남우현씨는 왜 초면에 말을 놓는거죠?"
"남우현 제발. 그 입 좀 다물어줄래?"
"스물두살이다. 적어도 너보단 밥 몇끼는 더 먹었어 새꺄!"
"하는 짓을 보면 전혀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요."
"뭐? 그러는 넌 몇살인데?"
"아니 보자보자하니까, 자꾸 그렇게 반토막질이네. 열아홉이다 어쩔래! 불타는 청춘!"
"네에?"
"3초 세고 같이 후문으로 뛰어들어가요."
"왜요?"
"동우씨도 같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쪽팔려서요. 옷에 바보냄새 베일 것 같아요."
"아하-"
"야! 장동우!!!"
동우의 손을 잡고 2층까지 쏜살같이 달려온 성규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출산을 앞두고 조금 무리를 한건지, 약간 현기증이 났다. 그대로 침대에 편안하게 걸터앉은 성규와 달리, 동우는 멍하니 방 안을 훑어보기만 했다. 더럽고 먼지쌓인 전쟁터에 익숙해진 동우에게- 이질적일 정도로 하얀 M센터는 낯설기만 했다.
멀뚱거리며 어쩔줄 모르는 동우를 빤히 바라보던 성규가 벌떡 일어섰다. 잠깐 잊고있었던 동우의 상처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 여기까지 전쟁터를 뚫고 왔거든요. 지나가면서 조금 다친거에요. 괜찮아요."
"이게 조금 다친거라고요? 뭐가 괜찮아요. 당신들은 괜찮아도 내가 안괜찮아요."
"에?"
"더러워지잖아요. 저 지금 완전 지저분하거든요. 여기있는 물건들은 다 너무 하얘서 조금만 스쳐도 때탈거에요. 안돼요."
"뭐가 또 죄송해요. 자꾸 풀죽어있으면 내 기분이 더 안좋아요. 어깨 펴고! 왜 그렇게 당당하질 못해요. 죄 지은것도 아닌데-"
"아..."
"네?"
"원래 상처는 씻고나서 약발라야하는데..."
"상처에 물데이면 아프잖아요. 그냥 약 바르면 안돼요?"
"아니 그게 아니라... 흐엉..."
다시 고개를 든 성규가 동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웅얼거리고 있는 동우가 왠지 안타까워 등을 토닥였다.
"...네"
"동우씨는 왜이렇게 바보스러울만큼 착해요- 난 괜찮아."
"그래도... 그래도요..."
"알았어요. 배려 못해줘서 미안해요. 우현이 오면 숙소건물 가서 씻고와요. 옷도 깨끗한걸로 입고."
"감사합니다아-"
호원의 어깨에 팔을 올린 우현이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성규는 그 어이없는 광경을 애써 외면했지만.
"남우현 제발..."
"거기있는 동우씨도 저보고 형님이라고 해요, 형님!"
"이봐요, 형씨. 동우는 안건드리면 어디 탈이납니까? 가만둬도 착한애니까 그러지마요."
"야.. 야 왜그래?"
"흐엉.. 그냥.. 보고싶었어..."
"왜?"
"왜긴 왜야. 내가 시키면 해."
"어엉."
"근데 진짜. 동운가 저애는 엄청 착해. 믿어도 되겠다."
"호원인가 쟤도 착해. 애가 우직한게 믿을만하더라."
연구원들의 눈을 피해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한 우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호원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고, 그 옆으로 헤실거리는 동우가 지나갔다.
"그렇지. 센터는 막 하얗기만 해서 징그럽지 않냐? 몇달동안 저기 있으니까 정신병걸릴 것 같아."
호원은 또 한번 늙은이같은 한숨을 뱉는 우현을 올려다보았다.
"없어서. 아까 그 재수없는 자식 말이야."
"없으면 편하죠 뭐. 싸가지고 재수고 다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야 그래도. 걔가 우리 중에서는 제일 브레인이란 말이야."
"...그렇네."
"완전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
"..."
"잠, 잠깐만요~"
"빨리 오라니까. 그런거 처음봐? 새삼스레 왜 그래. 촌닭들처럼-"
"처음보는데..."
"어? 그런건 집집마다 다 있는거 아니야? 아, 아닌가..."
"..."
"아니거등요!!"
"됐어요! 저 호원이랑 씻을거에요!"
"좀 조용히해요! 씻을거거든요!"
"그런 것 같다."
"음..."
"생각했던거랑... 너무 달라. 물론 저 사람들도 정부에 관한 화가 있긴 하겠지만, 우리가 생각했던거와 너무 달라. 여기는."
"다 잘될거야. 깨끗한 M센터든, 더러운 전쟁터든."
"..."
"정부가 준 고통은 다를게 없잖아."
분명 열등감은 아니였다. 질투도 아니였다. 동우 자신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제발 도와주세요."
"이제 좀 사람같네요."
겨우 올려놓았던 동우의 기분이 다시 저 바닥으로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다시 불타오르는 열을 잠재우는 호원이 짐짓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와- 이러다가 멀쩡한 사람 살인자로 만들겠네?"
"네? 느..으엉.."
"야, 왜 대답을 못해!"
"소리지르지 마시죠. 머리아픕니다."
"그렇다면 어쩔래 새끼야. 그런식으로 기분 더럽게 말하지 말라고-"
"호원아..."
"김명수 그만해."
"...아뇨"
"..."
내심 기대하고있었다. 함께 세상을 바꾸자는 낯선 이들의 말에.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벗어나 우현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우현의 고백을 듣고 난 후로 성규는 '행복한 삶'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곤 했다. 지금 명수의 행동은 그런 성규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거나 다름없었다. 모든 것을 잃고 남은게 서로 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성규와 명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무언가가 있었다.
침울하게 처진 성규의 어깨를 누군가 살짝 건드렸다. 상념에서 깨어난 성규가 구급상자를 들고 예쁘게 웃는 동우를 바라보았다.
"아, 그래-"
"근데 난 왜 불렀,"
"듣기싫으면 지금 나가, 김명수."
"..."
"싫으면 나가라고. 나가기 싫으면 닥치고 누워있던가. 안들어도 괜찮아."
"그래. 호원이랑 동우, 말해봐. 무슨 작정으로 여기까지 온건지."
"아까 말한거 그대로에요. 이 더러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사람들을 구하러 왔다고요."
"근데 왜 하필이면 여길 선택한거야? 이 서울의 깊숙한 곳까지."
"확신했거든요. M센터면 되겠다, 라고."
"...왜?"
"제가 예전에 하룻동안 여기 보초를 서 본적이 있어요. 그때 들었거든요. 같이 서있던 사람한테. 정부에서 여기를 얼마나 핍박하는지, M들이 어떤 삶을 살고있는지. 그래서 이 센터 사람들도 그 나름의 고통이랑 슬픔, 그런거 심했다는거 잘 알아요. 그와 동시에, 우리가 정부에게 복수하려는 이유를 센터 내에서만 찾기는 너무 협소하다는 것도 알죠. 하지만, 우리에겐 사람들이 너무나 간절해요. 함께 목숨걸고 이 세상을 바꿔줄 수 있는 진실된 사람들. 이제 우리가 위험까지 무릅쓰고 찾아온 이유를 알겠죠. 우리만큼이나 절박한 당신들을 찾아온거에요."
"..."
"당신들은 바깥의 이야기들을 몰라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고작 일부밖에 모르고 있었던거죠."
"바깥... 이야기?" "우리는 외부인이에요. 동우 같은 경우에는 3년이 넘는 시간을 바깥세상에서 헤메고 살았고 저는 군인이었어요. 밖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누구보다 가까이 겪었지요. 사람들은 자신이 왜 죽어야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요. 어린아이, 노인, 부녀자 할 것 없이 정부군의 횡포에 목숨을 잃어요. 아무 죄없는 소에족도 세상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비참히 죽어나가고요."
"... 정말이야?"
"그곳에서는 센터같이 첨단 과학의 혜택, 그런거 누리지 못해요. 깨끗한 물도 없고 편안하게 누워서 잘 수 있는 잠자리조차도 찾기 힘든게 바깥세상이에요."
"아..."
"하지만 M센터는, 편안하고 아늑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거에요. 모든 것을 누리고 있는데 어느 바보가 세상을 바꾸자는 미친 생각을 하겠어요. 그래서 참고 견딜 수 밖에 없었던거에요. 형들과 센터 사람들은. 그 누구도 위태로운 유리성을 깨고 싶지 않았으니까. 유지하고 싶었으니까. 숨죽여 살 수 밖에 없었던 거라고요."
"..."
"그 유리성 밖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을거에요. 조금 멀어서 힘겹게 걸어가야만 도착하겠지만, 분명 새로운 세상은 있어요. 두려워하지 말아요. 모두가 갇혀있는 유리성을 깨기 위해 나타난게 우리에요.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당신들을 데리러 온거라구요."
좁았던 성규의 세상이 커지고있었다. 연구소를 넘어선, 서울을 넘어선 바깥세상까지. 그리고 그 끝에는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우현과 성규, 그리고 성규를 꼭 빼닮은 아이들이 웃고 있는 세상.
"성규형. 우린 만들 수 있어요. 그런 세상. 믿어줘요."
"믿어. 믿을 수 있어. 정부 몰래 쌓아왔던 그 아픔들을, 속에 넣어두기만 했지 한번도 털어놓은 적이 없어. 우리 M들은. 그 이유, 너희 말을 들으니까 알게되더라. 이토록 답답하고 순순했던 이유 말이야. 아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아무도 우리에게 다른 세상의 얘기를 해주지 않았으니까. 이 하얀 방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가. 그래서 그랬던거야."
"..."
"내 이야기... 들어줄래?"
"...M들도 우리만큼이나 힘들었네요. 그동안."
"응. 나 이제 확신할 수 있겠다. 너희가 우리 M들을 구해줄 수 있을거라고. 아니, 그토록 바라던 예쁜 세상으로 함께 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줄거라고. 난 너희에게서 '진실'을 보았으니까."
어느샌가 우현도 성규의 감정에 동화되어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런 우현에게 동우가 살짝 눈치를 주었다.
"나야 당연히 찬성이지. 너네 완전 감동이다."
"에... 무슨... 성규형 따라서 그러는거죠?"
"응. 근데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맹목적인건 아니라고. 난 엄마한테 항상이 되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항상 엄마와 같아야지. 안그래?"
"그래-"
"우리 지금까지 모아왔던 모든 분노와 고통을 희망으로 승화시켜요. 함께 가 주실거죠?"
"당연하지."
"나도!"
"..."
"... 난 아직 잘 모르겠어. 믿지도 않고 믿고싶지도 않고 그래."
"넌 정말..."
"근데 엄마가 그런식으로 나오니까, 혼란스럽다."
"..."
"가족을 뺏겼고요. 제 눈앞에서요."
명수가 해이해진 틈을 타, 설득해보려고 일어선 성규. 그러나.
"..."
"어? 나도 뺏긴게 있네. 동우씨 우리 하이파이브나 한번 칠래요?"
"무시하지 마십시오."
"닥쳐. 너가 정말 애인을 지켜주지 못해서 떠나보내기라도 해봤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
"믿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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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봉봉입니다!^^*
정말 오랜만이죠... 개그번외는 부끄러워서 차마 제가 올릴 수 없었습니다. 저보다 쪼금 더 병찐인 천월이에게 맡겼죠...뿌잉뿌잉!
봉봉이는 요즘 막노동같은 수학숙제를 견뎌내느라 참 힘듭니다. 방금까지도 열심히 풀다와서 엄청난 두통이 머리를 습격하는군녀..ㅋㅋ 이런 이차함수같은...!
메시아가 본편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내용도 복잡해지고... 그렇네요.. 쓰는 저도 헷갈린다고요..ㅋㅋㅋㅋ
질문있으면 언제나 덧글로 남겨주세요! 빠른 시일 내로 답해드립니다! 봉봉이는 성실하고 친철하니까요//
잠시 사담을 하자면... 어제 천월이와 미션임파서블을 보고와서... 메시아의 결말 부분을 거의 다 짜게 되었어요ㅋㅋㅋ 깊은 감명을 받았거든요..
메시아의 결말은 매우 슬플지도 모릅니다..! 앞에 나왔던 폭풍눙물구간따위 비교도 안되는...^^*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스릉스릉해요♡♥
Ps. 숼러님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엘성가지고 자꾸 그렇게 뭐라하시면... 스트레스 많이 받습니다ㅠㅠ 봉봉이도 사람인데... 감정이 있잖아요... 마음이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