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다비치 - 이 사랑 (태양의 후예 OST)
대위 민윤기 X 상사 너탄 EP. 19 (完)
<우리의 미래는 밝고, 시간은 많고.>
결혼이라니, 결혼이라니. 진짜 부끄러워 죽겠다. 부끄러워서 죽어버리고 싶다, 진짜. 비행장에서 대기를 하면서도, 얼굴을 숙이고 있었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오면서도 민윤기와 떨어져 앉을 정도로, 나는 윤기에게 그 결혼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잠시 거리를 두었다. 그냥, 부끄럽기도 했지만 생각이 너무 많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이 넘었는데 이 정도면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근데 이 시점에서 결혼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오는 건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비행기 시트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윤기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곁눈질을 했다는 게 맞는 말이지만. 진짜 아직도 그 장면만 생각하면 부끄러워 죽을 것 같고, 내가 다 녹아버릴 것 같았고, 그냥, 그냥 부끄러웠다. 윤기의 얼굴을 곁눈질을 하다 몸을 홱 돌려, 다시 비행기 시트에 몸을 기댔다. 그때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고개를 돌리자, 내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날 바라보고 있는 윤기의 얼굴에 담요로 얼른 경계선을 만들었다.
놀랐다. 아니, 그냥 놀란 것뿐만 아니라 부끄러움이 남아 있질 않았던가. 그 때문에, 담요로 경계선을 만들었지만, 그 경계선을 너무 쉽게 넘어오고 있었다, 윤기는. 담요를 들고 있는 내 손목을 이끌어 내리고, 내 빈 옆자리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에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창문 쪽으로 돌리고 있다가, 슬쩍 곁눈질로 내 옆자리를 보다가 윤기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아, 젠장. 나를 보며, 화사하게 웃는 윤기에, 그리고 내 입술에 그대로 자신의 입술로 흔적을 남기고 가는 윤기에, 멍 때리고 있던 나도 모르게 그냥 웃어버렸다. 진짜, 못난 민윤기, 너무한 민윤기, 미운 민윤기, 장난기 넘치는 민윤기, 그래도 언제나 사랑스러운 민윤기.
"아, 우리 여친 예쁘다. 나 좋아하는 거, 자꾸 티 내고."
아, 아빠.... 나, 오늘 여기서 죽어도 괜찮을 걸까요. 민윤기가 내 심장에 자꾸 무리를 줘서, 미칠 것 같아요. 오늘도 민윤기가, 내 심장을 격하게 때려 줍니다. 그러니까, 아버지 제 말 들리시면 저 좀 살려 주세요.... 민윤기가 너무 좋아서, 잘못하면 민윤기 제가 덮치게 생겼거든요. 제게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을 주세요.
***
한국에 도착을 한 후, 사령관이 아닌, 장교. 즉, 우리 아버지께 네 명이서 같이 갔다. 나, 윤기, 남준이, 지민이까지. 지민이와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꽤나 말을 자주 나눴다. 그 때문에, 윤기가 삐친 건 사실이지만. 그 대가로 좋은 동생을 얻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지민이가 나한테 먼저 치대고 했던 건, 나에 대한 윤기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고 했었다. 자신이 있던 부대에서도, 나와 윤기의 이야기가 많이 퍼져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민이가 이라크로 파병 오기 전, 윤기에 대한 소문도 자자했다고 했을 정도니.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었다.
참, 소문이라는 거에 대해 다시 생각도 해 보게 되는 계기였다. 그렇게 지민이랑 이야기를 끝내고 삐친 윤기를 우쭈쭈 해 주느라, 고생도 좀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장교인 아버지가 계시는 곳에 가서 기다렸고,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들어갔다. 민윤기의 인사에 맞춰, 인사를 드리자, 우리의 얼굴을 한 번 보시고 나서, 남준이와 지민이에게 먼저 말을 건네시더라.
"단결. 대위 민윤기 외 세 명은 2016년 4월 22일부로 이라크 파병을 마치고 조국에 귀국했습니다. 이를, 신고합니다."
"단결. 아, 김 중위랑, 박 중위 수고 많았어. 가서 다들 좀 쉬어. 휴가는 똑같이 줄 거야. 이상, 나가도 좋다."
"예, 알겠습니다. 단결."
남준이와 지민이가 나가면서, 나와 윤기와 서로 눈을 번갈아 마주쳤다. 그리고 그들이 지나가자, 나는 아버지와 함께 윤기와 함께, 삼자대면을 해야만 했다. 그때, 그냥 심정이 복잡해졌다. 아, 아버지는 윤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윤기와 다시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대를 하실까. 이런저런 걱정들. 그런데, 아버지가 윤기에게 건넨 말은 절대적으로 내가 생각한 것과 일치하지 않았다. 완전 빗나간 말이었다. 윤기도, 우리 아버지의 말씀에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
"민윤기 대위."
"대위, 민윤기."
"왜, 가족을 빌미로 받은 협박을, 말하지 않고 혼자 짊어지려고 했나."
"저, 그게."
"자네도 내 부하고, 난 내 부하를 지킬 사명이 있는 사람이야. 그 사명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했나."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 미워서 쫓아간 내 딸이랑 다시 잘 된 것 같은데. 다시 그런 상황 벌어지면 알지. 지금의 난, 아버지로서 말을 건네는 거야. 내 딸이 좋아하는 남자와의 교제를 막을 자격은 없다고 봐. 민 대위는 좋은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난 민 대위가 좋은 사람이라도 내 딸을 울리는 남자는 내가 싫어, 그게 내가 아버지로서의 사명을 지키는 방법이야. 이것 또한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 다음에, 흘러나온 말은 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연애 다시 시작한다고 그러지 말고. 둘이 결혼해, 그래야 내가 더 편하겠어.
군인 사위와 군인 딸을 둔, 군인이라. 그거 나쁘지 않네. 빠른 시일 내로, 민 대위 쪽으로 연락 드릴 거니까, 둘 다 나가 봐."
아버지의 말씀에, 그냥 나도 모르게 울었다. 나의 등을 살짝 툭, 치는 윤기에 의해 그대로 아버지께 다가가 아버지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고마워서의 마음이 아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기 때문에. 죄송했다. 군인인 아버지의 마음을 모른 채, 그저 어렸던 마음에 친구들을 따라 군인을 직업으로 가졌고, 사랑하는 딸이 아버지의 마음도 모른 채 다른 남자와 처음 손을 잡았고, 그 남자에게 상처를 받았고, 그 남자를 잡기 위해 먼 타국으로 떠났어야 했고, 지금의 아버지는 그런 딸을 자신의 품에서 보내려 했다. 아버지의 마음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저 나의 삶을 살기 위해, 아버지의 마음을 뒤로 했을 뿐이었다. 그 시간이 너무 길어져, 이런 마음을 가지게 했다.
나의 울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다 안다는 듯이 나의 어깨를 두드렸고, 등을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줄 수 있는 위로였고, 내게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손길에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아버지 품에 안겨서 서럽게 울었고, 내가 말할 수 있는 미안함을 다 전달했다. 윤기는 눈치를 보고 나가 있었고, 눈물을 그친 후에,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아버지께 전달한 후 나왔다.
"아버지, 감사하고, 사랑해요. 못난 딸,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울고 마음을 추스린 후, 나오자 날 기다리고 있는 윤기가 보여서 뒤로 다가가자 날 보면서 실실 웃는 윤기다. 아무리 내가 울어서 웃기게 생겼어도, 그렇게 웃는 건 예의가 아니지 민윤기. 그런 눈빛을 담아 째려 보면서, 눈물 자국을 소매로 닦았다. 그 모습에 더 크게 웃는 윤기. 아, 쟤가 저렇게 웃을 때마다 좋긴 한데, 지금은 되게 부끄러웠다. 킁, 부끄러워라.
"우리 여친 눈이, 완전 붕어 눈이야. 근데 그것도 귀여워. 잘했어, 한 번은 그렇게 울어도 돼, 특히 부모님 앞에서는."
"웃지 마, 민윤기. 그래도, 좋더라."
웃지 말라고 말해 주고, 소매로 얼굴을 가리자 내 앞으로 다가온 윤기가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더니, 내 손을 치우면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고 난 후, 내 이마와 코를 지나 내 입술에 윤기의 입술이 머무르게 했다. 서로의 온기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행동은,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그 심장 소리는 전해 주고 있었다. 좋아해, 그리고 사랑해. 이 단어를 말이다.
"탄소야, 진짜 결혼하자. 정말로, 사랑해."
"그러니까, 앞으로 김탄소 상사는, 대위 민윤기랑 예쁜 사랑만 합니다,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사랑해 윤기야."
대위 민윤기 X 상사 너탄 Fin.
마지막으로 김탄소 상사 명단입니다. :) |
☆너를게또☆, 1472, 2학년, Blossom, travi, 까까, 꾸쮸뿌쮸, 난석진이꺼, 누군가, 단결, 달달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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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19편으로, 대위 민윤기 X 상사 너탄의 길고 긴 여정이 끝났네요.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몰라서 끙끙거리다 열린 결말로 가져왔어요. 그래도 해피엔딩!
처음에는 태양의 후예를 보고 쓰다가,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글잡에 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아서, 정말, 진짜로 감사한 거 알죠? 사랑합니다! ♡ 이건 선물입니다 ^ㅁ^
이제 차기작을 가지고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구성은 다 했는데, 누가 나올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윤기를 주로 다루는 게 편해서, 윤기는 무조건 들어갈 것 같고, 이번에는 남주가 윤기 포함 세 명이나 네 명이 될 것 같아요!
차기작 스포입니다! ^ㅁ^... 기대 많이 해 주세요!
그러면 저는 콘셉트 포토 앓이 하러 갑니다... 총총-
다들 굿밤, 방탄 나잇, 그리고 작가 나잇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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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텍파 메일링! 메일링이 아닌 기차로 오겠습니다!
텍스트 파일 기차는 시험 끝나고 천천히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일찍 온다면 다음 주 주말이나 그 주 평일에. 늦게 온다면, 콘서트 끝나고 데리고 올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편집이랑 그런 작업을 하는 거라 시간이 조금 걸리겠네요!
불마크는 넣지 않을 예정이고, 이 스토리에 쓰지 않은 외전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