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Secret (시크릿) - Calling U
내 인생의 놈놈놈 Ep. 03
<갑자기 훅 들어오지 마, 놀라게 하지 마.>
(주연 : 김남준, 조연 : 민윤기, 특별 출연 : 김태형)
W. 대위 민윤기
"왜 자꾸 기다려, 기다리지 말라니까."
아침에 또 학교를 가야 하니까, 수업이 있어서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밖에 나오자 익숙한 뒷통수가 날 반긴다. 내 말과, 내 인기척에 그가 핸드폰에 고정했던 시선을 내게 고정하기 위해 고개를 든다. 그의 눈이 나와 마주치면서, 나를 향해 환하게 웃기 위해 눈꼬리가 휘어졌다. 그리고, 그의 볼에는 약하게 보조개가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내 말투는 그냥 무심하게 그에게 던져졌다. 하지만, 남준이는 그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며, 내 옆으로 섰다. 그리고 남준이는 내가 건넨 말이 여전히 싫다는 듯이, 대답을 하지 않는 건 여전했다.
내 옆에서 나와 발을 맞추며, 나의 속도에 맞춰 준다. 그런 게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그런 말투, 그런 행동들이 참 좋았다. 그러고 보니까, 남준이가 내 앞에서 화를 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화가 나도, 짜증이 나도 내 앞에서는 그가 화를 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심결에 그를 불렀다. 나의 부름에, 남준이는 본능적으로 내게 고개를 돌렸고, 나는 또 그와 눈을 마주치게 됐다.
"준아."
"어? 아, 준아 그렇게 불러 주는 거, 되게 오랜만이다."
"준아, 너는 왜 화를 안 내?"
"뭐? 화를 안 내다니."
"너, 내 앞에서 화를 낸 적이 없잖아, 여태까지."
내 물음에 당황을 한 건지, 아니면 생각을 하는 건지, 어떤 말을 하려고 생각을 정리 중인 건지. 한 번도 남준이의 머릿속을 제대로 알아본 적이 없었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맞힌 적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말을 건네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와 빗나가는 대답들이 많았고, 그 대답들은 참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그 논리적인 말에는 날 위한? 또는 남을 위한 배려가 늘 깃들어 있었다. 아니, 내가 잘못 느낀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가 남을 생각하고, 배려해 주는 행동은 많이 봤기 때문에 틀리지 않을 것이라 자부한다.
나의 물음은, 그를 향해 한 번 더 던져졌다. 넌 왜 화를 내지 않아? 이 물음이 남준이에게 많은 생각을 하는 질문이었던가. 나도 덩달아 그렇게 생각이 깊어지게 된다. 그가 왜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대화로 다 풀 수 있으니까, 남을 위한 배려 때문에 그렇겠지? 이런 생각이 대부분 나의 머릿속을 채웠다. 그 와중에도 답이 없는 남준이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땅을 보고 걸었다. 그러자 어떠한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을 때, 내 얼굴을 보며 웃고 있는 남준이의 시선에 발걸음이 뚝, 멈췄다. 내 발걸음에 맞춰, 남준이의 발걸음 또한, 뚝 끊겼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서로 마주보는 상태가 되었고, 남준이는 내게 말을 건네왔다. 역시, 그의 생각은 내가 생각했던 답변과 늘 빗나갔다.
"누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겠어.
남을 생각하는 배려가 아니라, 네 앞이라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니까, 그래서 화를 참는 거야."
"아...."
굉장히 부끄러운 건, 내 몫인가.
내 인생의 놈놈놈 03
(Feat. 그나마 괜찮고 좋은 놈)
하아. 한숨이 흘러나오면서, 그대로 책상에 엎어졌다. 너무 힘들다, 너무. 오늘 월요일도 아니라, 금요일인데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알 것 같기도 하다. 고개를 들어, 내 앞에 펼쳐진 광경에 또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래, 그 망할 팀플, 조별 과제 말이다. 나, 김남준, 민윤기, 그리고 다른 여자아이 한 명. 이렇게 네 명이서 한 조이지만, 뭔가 나 혼자서 다 해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민윤기와 김남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온갖 애교를 부리면서 말을 거는 그 여자아이 때문에, 그냥 혼자서 자려 정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쫑알거리며 예쁜 척, 귀여운 척, 여자인 척. 그런 온갖 이상한 짓을 하며, 눈웃음까지 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내저었다.
답이 없다, 답이. 민윤기는 그냥 아무런 표정 없이, 핸드폰을 만지고 있으면서 대답을 가끔 해 주고 있었고, 김남준은 그 여자애의 말을 잘 듣고 있었고. 그런 행동을 보면서, 고개를 내저으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태형이에게 전화가 왔다. 고민을 할 필요도 없는 전화여서, 그냥 그대로 받았다. 어차피 쟤네도 떠들고 있겠다, 나도 전화라도 받아야지, 이런 심산으로 말이다. 내가 전화를 받는 목소리에, 민윤기, 김남준의 시선이 쏠렸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던가.
"어, 태태 왜."
[오늘, 금요일. 알지?]
"어, 알고 있어. 우리 집으로 가지고 와. 오늘 나갈 기분 아니야."
[자취방으로 가면 돼? 근데, 너 기분 많이 안 좋은가 봐.]
"알면 알아서, 알지? 야, 그 뭐지? 이따가, 학교 끝나고 데리러 와. 갈 곳 있어."
[오케이. 우리 탄소 아가씨 데리러 김태형 비서가 출동합니다.]
"미친놈아, 그런 거 하지 말라고."
[끊는다. 수업 열심히 들어. 네 시에 갈게.]
늘 태형이와 통화를 하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짧은 통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웃고 있자 민윤기와 김남준의 시선이 내게 더욱 꽂힌다. 그러다 민윤기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잠시 밖에 나갔다 온다면서 나갔다. 남준이의 시선과 윤기의 나가는 행동에, 여자애가 나에게 태클을 걸어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비가 맞으려나. 뭐, 그거나 그거나. 그 여자애 이름은, 윤설아. 뭔가 소문으로 들었을 때, 나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들었다. 뭐, 내가 다른 여자애들은 물론 남자애들이랑도 친하게 지내니, 그게 부러워서 그렇다는 이유도 있었고. 내게 시비를 걸어오는 여자애를 향해, 그냥 무심하지만 가시가 돋힌 말투로 받아쳤다. 내가 왜 개를 상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유가 들기도 했다.
"뭐야, 김탄소 너 남자 친구? 근데, 남자 친구한테 집으로 오라고 할 정도면, 했나 봐?"
"네가 나한테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이 많았냐. 남자 꼬시려고 온갖 지랄을 다 떠는 애가. 네 앞가림이나 잘해, 윤슬아."
"야, 김탄소. 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조별 과제에서 이름 빠지기 싫으면 제대로 해. 지금 너 남자 꼬시려고 여기 온 거 아니잖아.
근데 이런 행동 하는 건, 뭐 원해? 소문이라도 내 줘? 네가 소문 퍼뜨리는 것보다, 내가 퍼뜨리는 게 더 효과 있을 텐데. 해 주냐고."
나와 윤슬아의 싸움인지, 말다툼인지 뭔지 모를 그 기싸움에, 남준이는 가운데 껴서 가만히 있었다. 그래,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런 생각으로 내게 어떤 말을 할지, 그것을 기대하며 그 여자애의 얼굴을 쳐다보자, 말빨이 딸리는 건지, 생각이 안 나는 건지 그냥 얼굴이 빨개져서 입술만 물고 있더라. 아무런 말도 안 하는 그녀를 더 보기 싫어서, 공책과 필기구 등을 챙기기 시작하고 있는데, 가볍게 들려오는 그녀의 욕이, 내 귀에 자리잡았다.
"지 잘난 맛에 사는 걸레가, 나한테 할 말은 아니잖아. 너, 솔직히 우리 학교 남자 애들...! 아!!! 나, 남준아!"
순식간이었다. 윤슬아의 목소리가 끊긴 것은. 윤슬아의 얼굴이 한 번에 찡그려진 것은. 그것도 남준이에 의해서 끊겼고, 표정이 구겨졌다. 내가 아니라, 김남준의 행동에 의해서. 남준이는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고, 윤슬아의 머리를, 그것도 남준이의 손으로 잡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남준이가 화를 낸 모습은, 그게 진짜 처음이었다. 윤슬아의 떨리는 눈과, 떨리는 목소리가 남준이에게 전해질수록, 남준이가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냥 행동을 멈추고 그 장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뭔가, 김남준이 처음 화내는 모습과, 윤슬아가 벌을 받는 느낌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이런 모습 보면, 나도 참 나쁜 년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니까.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남준이의 낮은 목소리가, 나의 귀를 파고 들었다.
"내가 보기에 걸레는, 탄소가 아니라 너야. 할 말, 안 할 말 가려서 해. 학교에서 마녀사냥 당해서 발 빼고 싶지 않으면.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거든."
그 말을 하는 남준이의 입가는, 약간의 웃음이 서려 있기 했는데. 왜, 나는 그게 무서웠는지 모르곘다. 그리고, 내 뒤로 들어온 민윤기가 그 모습을 보면서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한 마디를 던지고, 나가버린다. 너는 또 뭐야, 민윤기. 오늘 진짜, 되게 짜증 나면서도 좋네. 어떻게 보면, 김남준도 민윤기도 처음부터 내 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처음부터 계획된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그녀의 의도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답은 둘만 알고 있겠지만, 그들의 행동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좋아진 건 사실이었다.
"저 새끼 진짜 혼자 멋진 건 다 하네, 존나. 김탄소, 쟤 이름 빼, 조장이 동의했으니까. 나 간다. 필요한 건 톡 날려."
***
한 바탕 사건이 있었고, 윤슬아는 그대로 울면서 뛰쳐 나가더라. 뭐냐, 그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전혀 안 어울려, 우웩. 나머지 짐을 챙겨, 문 밖으로 나설 때, 남준이가 내 팔목을 잡고 다시 앉히더라. 그의 행동에 의아해서,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준이가 내 옆으로 오더니, 나와 그냥 마주보고 앉았다. 할 말이 있어서 앉힌 거 아닌가, 싶어서 말을 꺼내려고 할 때, 남준이가 먼저 말을 꺼내더라. 되게 고민하고, 긴장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민을 하다가 말하는 것 같았다. 김남준이 이런 면모가 있다니.
"아까 전화, 태태, 걔 누구야."
"아, 태태? 김태형, 바보야. 나 중학교 절친 말이야."
"아, 김태형.... 근데, 걔랑 오늘 뭐 해?"
"오랜만에 만나서, 술. 금요일이잖아."
"근데, 왜 너네 집에서 마셔. 김태형도 남자야, 위험해, 안 돼."
"준아, 그러면 중간에 너도 오든가. 그것도 나쁘지 않네."
내 말에 김남준이 놀랐는지, 특유의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더라. 뭐, 나 틀린 말,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불안하면 오라는 듯의 말투라, 많이 놀랄 만한 말이었나 다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음,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선, 그 즉시 바로 태형이에게 전화를 걸어 남준이도 같이 데리고 간다고, 같이 마신다고 했다. 김태형이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너무 흔쾌히 알겠다고 해서 그러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나의 초스피드적인 이런 행동에 남준이는 오히려 더 당황을 한 것 같았다. 그 당황함이 담겨진 눈빛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행동에 남준이도 똑같이 날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가려는 나의 팔목을 한 번 더 잡아오길래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나를 지긋이 쳐다보는 남준이의 시선에 뭔가, 무언가 부끄러워 눈동자를 굴렸다. 그 행동에 남준이가 살풋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건네오는데, 부끄러워 뒈지는 줄 알았다. 아니, 부끄러운 게 맞았고,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말을 내게 건넸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이겼다는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갔다. 내가 내뱉은 말에, 후회를 한 것은 진짜 처음이었다. 늘 져 주던 김남준, 이렇게 훅 치고 날 이길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으니까 말이다. 김남준, 그렇게 훅 들어오지 말라니까. 너 너무 위험해, 김남준. 난 널 아직 친구로밖에 생각을 안 하는데, 부끄럽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나 술 먹고, 취한 척하면서 너한테 키스할 건데."
"직접 나한테 술 마시러 오라는 건, 키스하라는 건데, 그치."
"너 놀랄 수도 있으니까, 키스 할까, 우리."
부끄럽다. 얼굴이, 내 볼이 발갛게 홍조를 띄운다.
너무 훅 들어오지 마, 놀라게 하지 마, 부끄럽게 만들지 마, 김남준.
준아, 넌 아직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는데. 왜 자꾸 내가 그은 선을, 네가 넘어오는 게 아니라, 내가 넘어가게 만드는 건데.
예쁜 우리, 김탄소 님 명단입니다. :) |
청보리청/화학/윤기야밥먹자/덤불/BBD/도메인/Blossom/융융/복숭아꽃/010609/많이그리웠어/가온/비림/도도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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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남준이 너무 좋아요. 사실 에피소드를 많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시험기간이라 제대로 안 써질 것 같아서!
오늘 시험 끝나고 왔습니다. 진짜, 저 마지막 대사 하나 가지고, 여기까지 썼어요. 다들 마음에 드셨으면 합니다.
암호닉은 다음 화, 윤기의 에피소드까지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
그러니까 4화까지만 암호닉 신청을 받을 것이며, 혹여 누락이 된 암호닉이 있다면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하나씩 다 넣는 거라, 뭔가.... 누락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죄송합니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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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들 굿밤. 그리고 많은 댓글 남겨 주세요, 싸랑해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