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옷한벌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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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는 다르게 힘없이 젓가락을 들고선
제대로 먹지도 않고 반찬만 휙휙 내젓는 정수정을 보고도
난 전혀 어떠한 감도 잡을 수 없었고
그나마 정수정이 저러는 이유를 알고 있을만한 박수영의 발을
테이블 밑으로 툭툭 쳐서 재빠르게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하지만 박수영 역시 그 자리에서는 대놓고 말하기에 곤란한건지
입을 삐죽이며 어깨만 으쓱대고 대답을 피하는게 보여
난 다시 아무말도 못한 채 먹히지도 않는 밥을 넘기려 애썼다.
결국 정수정은 모든 반찬을 버렸다.
얘가 진짜 죽을 병 걸렸나....
나는 괜히 불안해지고는 어떻게 쳐져있는 정수정에게 말을 걸까
눈치를 보며 혼자 고민하기에 바빠졌다.
평소에는 힘들다며 투덜대는 계단을 조용히 올라오면서도
박수영이 제 반에 들어가는 걸 인사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난 다시 정수정 옆에 찰싹, 붙어 우울해있는 정수정에게 말을 걸었다.
"쑤뎡~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여전히 입은 들어가지 않고 정수정은 눈만 깜빡이며 한숨만 푹푹 쉬었다.
여기서 내가 정수정의 기분 풀어주기를 말끔히 포기한다면
난 영원히 정수정의 웃는 얼굴을 못 볼거라는 것을 누구보다 아주 잘 알기에
평소에 정재현에게만 쓰는 애교를 부리려 안면에 이는 경련을 애써 무시한 채
듣기 싫은 코맹맹이로 말을 이었다.
"뭐 안 좋은 일있어? 누구야! 어떤 꼰대가 우리 쑤뎡이 담배 뺏었어!"
괜히 허리에 손 올리고 누구든지 혼낼 수 있는 것마냥 행동하자
정수정은 이내 올라온 웃음을 참지는 못했는지 바람빠지는 웃음을 보였다.
"이번엔 좀 오래가는 것 같았다, 정수정"
"몰라, 나 김여주 싫어"
"내가 왜 싫어~ 너도 나 싫어하면 누가 나 좋아해주라고~"
"니가 죽고 못사는 정재현있잖아, 연필잡이"
"걔가 왜 또 나와~"
간신히 풀어진 정수정에게 계속해서 장난치면서
진짜 왜그러냐고, 무슨 일있냐고 걱정하며 물어보자
기껏 정수정의 입에서 나온 말은,
"놀고싶어..."
라는 말이었다.
난 아무말도 못하고 묘한 표정으로 정수정만 바라보자
정수정은 내 표정을 힐끔 보더니 내가 풀어주기 전 상황처럼
다시 우울해지고는 말을 이었다.
"너 요즘 연필잡이랑 붙어다니면서 완전 모범생인척하고..
옛날에는 내가 여기 가자, 저기 가자 하면 군말 없이 같이 가줬는데
이제는 수학 과외인지 연애인지 하기만 바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신세를 한탄하듯 막힘없이 술술 내뱉는 정수정을 보자니
물론 내가 잘못한 건 없었지만 괜히 미안해져서 내 까만 뒷머리만 긁적였다.
"그렇다고 이렇게 삐져있기냐.. 정수정도 변했다"
"뭘 변해~ 난 그대로야. 누구와는 다르게."
콕 집어 나라는 걸 알리는 정수정에게 나는 이를 보이게 웃으면서
다시 달래는 말투로 돌아가 아까처럼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쑤뎡이는 뭐 하고 싶어?"
"..... 들어줄거야?"
"당연하지, 우리 쑤뎡이가 놀고 싶다는데 누가 거절하냐"
"..... 럽.."
"어?"
"클럽...."
아까 놀고싶다는 정수정이 말을 듣고도
뭐 끽하면 어느 누구 집에 들어가
술판을 벌리는 일에서 끝나지 않겠어?라고 생각한 나를 코웃음치듯
정수정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무려 클럽이었다.
그래...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들 학원가는 것처럼 드나들긴 했는데....
혼자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면서 약간의 고민하는 눈빛을 보이자
정수정은 이럴줄 알았다는 듯이 금세 다시 우울모드로 돌아갔다.
"아니~ 어디 클럽이 물이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 진짜지? 무르기 없기다"
"언니는 한 입갖고 두말 안해."
*
"나 진짜 가만히 앉아만 있을거야"
"알았다니깐. 얼른 들어오기나 해."
벌써 가슴을 쿵쿵 울리는 클럽의 비트에
우린 더이상 원활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했고
신난 정수정과 박수영의 뒤만 졸졸 쫓아다니다가
결국 나 혼자 잘 보이지도 않는 한 구석에 잽싸게 자리를 잡았다.
평일인데도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붐비는 것을 보고서도
역시나... 하며 스테이지에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가방에서 폰을 꺼내 그것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
기본으로 나오는 술과 안주를 하나하나 집어 먹으며
스테이지에 나가있는 정수정과 박수영을 찾기 바빴다.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사람들 틈에서 열심히 몸을 흔드는 둘을 보니까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저 사이에 있던 내가 떠올랐고
이어서 나를 이렇게 조용히 가만히 있게 만든 정재현이 떠올랐다.
비록 오늘은 과외를 하지 못했지만
내일은 정말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에
이따가 집에서 숙제하면서 문제 모르는 척 정재현에게 통화를 걸까말까하는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벌써 이마에 흥건한 땀을 흘리며 내 옆자리에 털썩 앉은 정수정은
크게 울리는 음악 때문에 내 귓가에 자신의 입을 대고 소리쳤다.
"정말 가만히 앉아만 있을거야!"
나는 정수정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폰 배경화면에 떡하니 자리잡은 정재현의 사진을
정수정에게 보여주며 흔들었다.
정수정은 땀을 식히려 손부채질을 하다가
나에게 눈을 흘기며 뭐라 말하려던 찰나,
배경화면만 보여주던 폰에서 진동이 울리며
[우리 재현♥]이라는 이름이 뜨면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갑작스런 정재현의 통화에 당황했고
정수정도 꽤나 당황하였는지 입을 벌리고는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야야, 어떡해"
"일단 나가! 빨리!"
큰 음악에 우리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각자 하고싶은 말만 하다가 나는 벌떡 일어나서
나가려고 허둥지둥 대었다.
그렇게 출구도 제대로 찾지 못해 허둥지둥 댄 결과는,
내가, 내 손가락으로, 직접 통화 버튼을 실수로 눌렀더랜다.
통화 시간이 1초, 2초 지나가는 그 순간에
저쪽편에서 정재현이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쿵쿵 울리는 음악이 정확히 정재현의 귀에 들어가는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놓아버린 사람처럼 종료 버튼을 누를 생각도 하지 못하고
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가 결국 끊어진 통화가 끝나고
다시 정재현이 환하게 웃고있는 배경화면으로 돌아갔다.
망했다.....
일단 클럽 안에 곳곳이 퍼져가는 음악처럼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가슴에 손을 올린 상태로 침착히 눈으로 열심히 출구를 찾았고
여전히 길거리에 머무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음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최대한 그곳으로 깊숙이 몸을 숨겼다.
그러고 다시 조심스레 폰을 들어 통화목록에 들어가
정재현의 이름을 보고는 한 두번 크게 숨을 내쉰 다음
이내 맘을 다잡고 통화 버튼을 꾹, 하고 눌렀다.
오래 갈 것 같지 않았던 통화음이
내 예상과는 다르게 한 번, 두 번 지나갈수록
마음 저 한켠에서부터 밀려오는 초조함과
춤도 추지도 않았으면서 이마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조화를 이루면서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정재현은 끝까지 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나는 정재현이 다시 전화를 걸어올까봐
클럽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30분간 길거리에 서서 발만 동동 굴렀다.
*
그저 책상위에 엎어져 땅이 꺼질 듯 한숨만 푹푹, 쉬니
내 주위만 머물던 정수정은 결국 내 옆자리로 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바로 어제의 정수정과 나의 모습이 뒤바뀐 지금 상황을 보니
꽤나 웃긴것같고...
하지만 곧바로 다시 밀려오는 정재현 생각에 난 또 우울해져
이젠 아예 눈을 감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정재현이랑은 연락 됐어?"
"아니..."
".....야! 넌 멍청하게 거기서 통화 버튼은 왜 누르냐?"
"그러게나 말이다..."
괜히 클럽가자고 한 자신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게 미안했는지
겉으로는 나를 타박하는 말투를 내비쳤지만
한쪽 손으로 내 등을 쓰다듬으며 다시 물어왔다.
"숙제는, 숙제는 했어?"
"....어제 그렇게 들어가서 제대로 씻고 잤는지도 모르겠다."
"야, 클럽간거 들켰는데 숙제라도 제대로 해가야지, 얼른 펴."
내 등위를 머무르던 자신의 손을 나 대신 내 책상 서랍을 막 뒤지다가
중학교라고 써져있는 문제집을 펴서
곧바로 종이가 접혀진 쪽수를 찾고 망설임 없이 나에게 쑥 내밀었다.
"자, 김여주. 우리 더 이상 이러고 있지 말고 일단 숙제는 해.
너 이따가 걔랑 과외 하는 거 아니였어?"
"..."
"그러니까 이년아, 빨리 해"
나는 제대로 일으켜지지도 않는 몸을 움직였고
펜을 들어 억지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
"그래서 그래프는 이렇게 나오는거에요."
"..."
"이해 안 가요? 다시 설명해줄까요?"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정재현의 모습에
나는 괜히 그런 정재현을 눈치 보기에 바빴고
그로인해 수학 과외 진행이 더뎌지는 것은 당연하였다.
그러니 다시 설명해주냐는 정재현의 물음에
나는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정재현은 순간 집고 있던 펜을 놓으며 마른 세수를 했다.
"선배.. 모르면 모른다고... 말 해줘요, 그래야 내가 알지."
역시나 기분이 안 좋은게 맞았던건지
정재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아무 말 없는 나를 상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어제... 선배가 일 있다고 해서 과외도 뺐는데
오늘 이렇게 소극적이게 나오면.. 허무하잖아요.
선배, 이거 하기 싫어요?"
하기 싫냐는 물음에 전혀 아니라고 대답해야했지만
난 그걸 알면서도 그저 입만 벙긋 댔고
내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던 정재현은
결국 수학 문제집을 덮고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제가 괜히 나서서 선배 귀찮게 했나봐요.
결국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으면서,
지금까지 정의로운 척 했네요 제가."
내가 미처 말을 할 틈도 없이 내뱉던 정재현은
벌떡 일어서 테이블 위에 있던 커피잔들을 재빠르게 카운터에 넘겼고
저 혼자 말 없이 카페를 나섰다.
나 역시 최대한 빠르게 짐을 챙겨 정재현을 뒤따라 나왔지만
정재현은 나에게 인사도 안하고 집에 가려는 생각인 듯
계속 뒷모습만 보이면서 빠르게 걸어갔다.
나는 그저 정재현을 쫓으려는 생각에 몇 번 넘어지려 했고
결국 내가 먼저 정재현을 불렀다.
"정재현!"
내 부름에 정재현은 발걸음을 멈췄고 여전히 등만 보인 채 서있었다.
그러다가 정재현은 조용히 뒤를 돌았고
평소에 환한 미소를 달고 다니는 정재현이 아닌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는 정재현을 볼 수 있었다.
"나.. 아니.. 하기 싫은 게 아니라.. 그냥..."
"..."
"어제 내가 클럽 간 것 때문에 그래?"
결국 아까부터 내가 궁금했던 것을 입밖으로 내뱉는 거에 성공했지만
정재현은 내가 물어보자마자 바람빠지는 웃음을 내었다.
"제가 뭐라고.. 선배 클럽가는 것 까지 터치해요.
저흰 그냥 선,후배 사이잖아요."
정재현은 그저 있는 사실을 말한 것 뿐이었지만
난 마음이 아파오는 걸 애써 무시하고 말을 이어가려 노력했다.
"내가.. 너 좋아하니까.. 그래서.."
"저도 선배 좋아해요. 그래서 더 실망한거에요."
단호한 정재현의 말에 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정재현은 꾸벅 인사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시간도 늦었는데 집에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늘은 제가 기분이 안 좋아서 못 데려다드리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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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여러분들에게 재밌는 글이 되고싶은데...
역시 글쓰는건 넘나 어려워요 ㅠㅠㅠㅠㅠㅠ
쓰면서 너무 맘에 안들어서
엎을까 하면서도.... 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제 똥손만 탓합니다.
이 글을 5p씩이나 내고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아무 잘못없어요
댓글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감사하구 사랑합니다!
+) 암호닉은 매일 받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신청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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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절대 빼먹진 않을테니 걱정말고 다음화에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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