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여덟, 그 비참함과 아름다움 10
w.라쿤 |
그 후로는 우현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했다. 일주일은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나는 오로지 우현만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우현만을 피했다. 그 일이 일어난 다음 날에는 학교를 빠지고, 그 다음 날에는 아프다는 핑계로 보건실에서 누워있고, 밥은 거르고 점심시간에는 옥상으로 가는 계단의 맨 위 칸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야자는 병원, 가족사 등의 핑계로 뺐고, 곧바로 집에 갔다. 그 결과,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우현과는 마주치되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오늘 역시도 점심시간 내내 옥상 계단에 홀로 앉아 있다가 종이 치고 나서야 느릿하게 반에 도착했다. 수업은 이미 시작했고 나는 빈 내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먹어'
여러 권의 책이 쌓여있어야 할 책상에 웬 쪽지와 빵이 놓여있었다. 보자마자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남우현 말고는 이런 짓을 할 사람이라고는 없었다. 어떻게 먹지, 이걸. 고개를 옆으로 돌려 책상 위에 엎어져 있는 우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책상 위의 빵을 집어 가방 안으로 집어넣었다. 가방 안에는 같은 종류의 빵이 부스럭대며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괜한 한숨이 나왔다. 넌 대체 무슨 생각인지, 내가 이렇게 애써서 너를 피하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너는ㅡ
'밥 안 먹었잖아. 먹어'
ㅡ아직도 내가 좋은지.
***
오늘 역시도 야자를 빼려고 교무실로 향했다. 모두 반에 들어가고 어둑해진 빈 복도에는 내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누웠다. 우현의 쪽지를 받고 결국엔 수업이 끝나고 빵을 먹었다. 물론 남우현을 피해 화장실 끝 칸에 들어가서. 그리고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교무실 앞에 도착했다. 오늘은 무슨 핑계를 대지. 이제 댈만한 핑곗거리조차도 없었다.
"선생…" "너 오늘도 야자 빼게?" "……." "오늘은 가서 야자 해." "저 그게…." "일주일은 그냥 눈 감고 넘어가 줬어.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해." "……." "만약 이따가 반에 갔는데 너 없으면 스무 대 맞는다." "……." "안 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긴, 꼬박 일주일을 빼먹었으니 더이상 야자를 빼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한껏 무거워진 발을 이끌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남우현이 자리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방도 없이 빈자리를 계속 쳐다보았다. 눈길을 돌려 책을 보아도 눈은 어느새 다시 우현의 자리를 향하고 있었다. 사실은 우현에게 조금은 미안했다. 사실 우현이가 나에게 미안해하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네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나를 미안한 맘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그 때문에 선뜻 다가와 말을 걸지 못한다는 것도 나는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자꾸 피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때 문 앞에 서 있던 너의 눈빛이 꽤나 혼란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쩔 줄을 모르는 너의 모습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때 내 곁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험한 꼴을 당한 나는 너의 상황을 이해하고 헤아릴 여유가 없었다는 이유로 나는 여태껏 우현을 피해왔다. 생각해보면 우현이가 잘못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잘못된 것이었다.
***
어느새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 전부터 세차게 내리던 비는 조금 멎어 들었다는 게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나에게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반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반을 나가고, 나는 곧 멎을 것 같은 비를 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려고 했다. 하지만 곧 경비 아저씨가 나가라고 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나왔다. 그리고는 대충 아무 상가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떨어지는 비를 보며 문득 우현이 떠올랐다. 그 날을 다시 생각하자니 괜히 몸에 힘이 빠졌다. 그렇게 힘들게 이제까지 피해온 우현인데 고작 지금 내리는 이 비 때문에 우현이 보고 싶었다. 막상 마주치면 또 피할 것을 알면서도.
"김성규!"
멀리서 우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진짜라면 나는 지금 너를 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발을 내디뎌 상가 밖으로 내밀었다. 금세 젖어버리는 신코에 작게 한숨을 흘렸다.
"김성규! 가지 말아봐!"
이번엔 꽤 가까이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가방을 고쳐매고 상가를 나왔다.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어쩐지 금방 잡힐 것 같았다. 아니, 금방 잡히려고 나는 지금 뛰지 않는 건가.
"김, 성규…"
우현은 내 팔을 잡고는 가쁜 숨을 내몰아 쉬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서 있었다. 어느새 폭삭 젖은 머리를 타고 빗방울이 눈앞으로 툭, 떨어졌다. 툭, 투둑, 툭. 그렇게 몇 방울이 눈앞으로 떨어졌을까, 머리 위로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고 발 앞의 물웅덩이에는 그치지 않은 비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따뜻한 체온이 채 가시지 않은 우산이 쥐어져 있었다. 터지려는 울음을 꾹 눌러 담고 앞만 본 채로 말했다. 일주일이 넘게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어 뱉은 너의 이름이었다.
"남우현…" "……." "너 바보야?" "……." "너는 내가 밉지도 않아?"
대답 없는 우현에 눈을 질끈 감았다.
빗방울을 타고 주룩주룩 내린 말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너 밉다고. 어?" "……." "미워. 너 미워. 남우현 너 미워."
왜 그때 내 옆에 없었어. 왜 나를 그렇게 쳐다봤어. 왜 날 붙잡지 않았어. 왜, 왜. 대체 왜. 너는 왜ㅡ
"미안해."
그 말에 너에 대한 미움은 한순간에 비에 씻기듯 흘러내리고, 내리는 비에 별 힘 없이 스며들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한참을 빗속에서 서 있었다.
|
ㅂ뿌오유아멍 후 들이 행쇼하나요
제가 쓰면서도 화가 났어요. 무슨 10화를 쓸 동안 행쇼를 안 해!!!!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제 예상이 맞다면 다음편은 완결이에요^ㅠ^ 그리고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죠.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ㄴ네 여러분 우리 그럼 다음주 마지막편에서 볼까요?
막상 완결 난다고 하니까 슬ㅠ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ㅇ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리 다음주에 만나요 내사랑들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