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완결이 난다고 해도 대형견이 텍파로 나올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양을 떠나서,
짤과 의도적으로 맞춘 편도 없잖아 있고
텍파로 만들거나 글만 모아놓으면 상당히, 뭐랄까... 읽기도 불편하다고 해야하나.
여기서 읽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불편한 면이 많고 제가 의도했던 무언가들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텍스트 파일에 짤을 넣을 수도 없고,
띄어쓰기나 줄이 넘어간 것들이 많아지면 이건 또 뭔가 싶고. 예. 참 복잡하네요.
에휴...
침대에 누워있는 윤기가 얼핏, 늦은 낮잠에서 깨어날 즈음에
우다다다 거리는 소리를 들었으면.
멍한 정신 사이로 제 강아지를 생각하던 사이에,
남준이가 문을 벌컥 열고,
윤기의 위로 뛰어와 엎어졌으면.
주인아!
그리고 무언가의 기대를 담은 얼굴로 윤기를 불렀으면 좋겠다.
잠시 당황한 윤기가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왜 그래, 준아.
윤기의 물음에 고개를 번쩍 드는 남준이의 눈이 신남에 가득했으면.
꼬리가 세차게 흔들려 윤기의 시야를 잡아채었으면.
주인아. 주인아.
응. 왜, 강아지.
산책 나가자!
... 지금?
응. 지금! 나 산책하고 싶어.
준아, 지금 밤이야.
응! 밤산책 나가자.
윤기의 허리를 감싸안고 가슴팍에 볼을 묻은 채로 연신 부비적거리면서 애교있게 재촉하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윤기 너는 그대로 잠시 몇 번이고 시간을 확인하다가,
남준이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결국 웃으며 강아지의 머리를 부드럽게 다시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옷 입어.
짧은 허락의 말에 남준이가 바로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덩달아 윤기의 옷까지 챙겨와 건네주었으면.
그렇게 남준이와 윤기의 밤산책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오로지 검은색만을 품고 있는 하늘 아래로 평소보다 더 잔잔한 빛이 길을 비추고 있었으면 좋겠다.
주황색의 가로등 불빛을 지나 공원 근처로 향하면 하얀 가로등으로 변해 공원을 비추었으면.
자주 산책을 나오던 공원이
여름 밤의 적당한 눅눅함과,
약간의 더위와,
하얀 빛 아래로 잔뜩 풀잎내를 머금은 채로 윤기와 남준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이 시간에도 사람이 꽤 많네.
신나보이는 남준이가 행여 제멋대로 어디로 튀어갈까 싶어 손을 단단히 마주잡은 채로 윤기가 고개를 돌려 공원을 둘러봤으면.
밝게 빛나는 농구 코트 쪽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이어폰을 낀 채 붉은 산책로를 따라 뛰어다니는 사람들,
늦은 시간까지 간단한 간식거리를 파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서로의 감정을 속삭이는 사람들까지.
날이 춥지 않아 그런지 평소보다 많아 보이는 사람들 속으로
남준이와 윤기가 걸음을 맞춰 녹아들어갔으면 좋겠다.
늦은 밤에도 멈추지 않은 분수로 남준이가 뛰어가려다 옷 젖으면 감기 걸린다는 윤기의 말에 시무룩하게 돌아오기도 하고,
대신에 쥐어준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먹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윤기의 손을 또 꼬옥 잡고 있기도 했으면.
산책로를 따라서 느긋하게 걸어가다가 윤기가 벤치에 앉아있는 사이에
남준이가 차곡차곡 모은 용돈으로 근처에서 음료수를 사왔으면 좋겠다.
고맙다고 받아든 윤기가 문득,
남준이의 손에 들린 바람개비를 봤으면 좋겠다.
이건 또 어디서 났어. 같이 산거야?
응? 아니. 옆에 있던 강아지가 물어다가 줬어.
물어다줬다고?
응!
고개를 크게 끄덕이던 남준이가 이게 바람개비라고 하냐면서 긴 막대의 끝을 잡고 이리저리 둘러봤으면 좋겠다.
그 모습이 한없이 해맑아서 윤기가 남준이에게 손을 내밀었으면.
바람개비를 달라고 내민 것인데,
엉뚱하게 제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볼을 부비는 남준이의 모습에 짧게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아... 이거 달라는 거였어?
어딘가 실망한 듯 보이는 남준이의 얼굴에 바람개비를 받아들고나서
고개를 틀어 남준이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는 윤기가 보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는 윤기가 제 볼을 톡톡 건들이면
남준이가 웃으며 그 하얀 볼에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윤기의 양쪽 뺨과, 이마, 그리고 마지막은 입술에까지 제 입술을 맞추고 나서야 남준이가 웃으며 윤기에게 바람개비에 대해 물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윤기가 보란 듯이 바람개비 윗쪽을 훅 불어 빙글빙글 바람개비를 돌렸으면.
이건 이렇게 가지고 노는거야.
색색의 바람개비가 팔락이며 돌아가는 것을 본 남준이가 이번에는 자신의 숨결을 그 위로 불어내었으면 좋겠다.
윤기의 손에서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던 남준이가 이번에는 바람개비를 쥔 채로 빤히 바라봤으면.
바람이 불어와서
그런 남준이의 시선에 응하듯이 바람개비를 시원하게 돌리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거 색이 예뻐, 주인아.
윤기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 남준이가 고개를 돌려 윤기를 바라보며 씩 웃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인도 예뻐.
그래서 바람개비랑 주인이랑 잘 어울려.
남준이의 말에 여전히 면역이 안 되는 말을,
낯간지러운 말을 잘 한다고 생각한 윤기가 괜시리 돌아가는 바람개비만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귀 끝이 붉어진 것을 본 남준이가 웃음을 작게 삼킨 채로 윤기의 쪽으로 몸을 틀었으면 좋겠다.
바람개비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고는
다가가 윤기의 입술에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마주친 두 입술이 바람개비로 가려진 틈에
다시 바람이 불어와 바람개비가 빙글빙글 돌아갔으면 좋겠다.
남준이와 윤기의 여름의 밤 산책의 일부분은 그렇게 그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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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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