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날이 서늘해지는 것은 굉장히 좋아하지만
30분동안 드라이한 머리가 30초만에 풀리는 경험은 굉장히 싫어합니다.
비라는게 참... 하...
준아.
거실에 한참 절정을 향해 달리던 음악이 뚝 멎어버리고,
몇 번의 발자국 소리가 울린 뒤에
침실의 문이 천천히 열렸으면 좋겠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선선히 들어오고,
햇빛이 그대로 침대의 구석을 비추이면 그림자가 시작되는 곳에 이불이 뭉쳐있었으면.
그리고 뭉쳐진 이불 옆에 곧게 뻗어진 발이 보인 뒤에
천천히 시선을 올리면 그 사이 더웠는지 벗어내버린 티셔츠가 또 허리 옆에,
마지막은 편한 바지 하나만 입은 채로 입을 벌린 채 잠에 든 남준이가 윤기의 시선을 끝냈으면 좋겠다.
잘 자네.
날이 더워서 진이라도 빠지는 건지 부쩍 잠이 많아진 남준이인지라 윤기가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빤히 자고 있는 얼굴을 내려봤으면.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순간에
열어놓은 창 밖에서 크게 클락션 소리가 울렸으면.
윤기가 놀라 인상을 찡그리는 사이에 남준이의 눈이 천천히 떠졌으면 좋겠다.
어, 주인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윤기의 얼굴에 졸음 가득한 얼굴로 배싯 웃으면서 꼬리를 흔드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윤기 너는 그대로 순간의 놀람을 가라앉히고 남준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놀라서 깼어?
소리가 들려서.
어. 좀 크더라.
응.
눈을 부빈 남준이가 멍한 얼굴로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반쯤 몸을 일으켜 윤기의 허리를 감싸안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저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더니 이제 나름 익숙해졌나. 별로 안 놀라네.
윤기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가만히 남준이의 귀를 쓰다듬어주었다가 손을 움직여 헝클어진 머리까지 쓰다듬어주었으면.
남준이는 그대로 얼굴을 부비며 마저 잠을 덜어내었으면 좋겠다.
주인아.
...?
주인아.
왜.
나 뽀뽀.
고개를 들어 입술을 쭉 내미는 강아지를 보며 윤기가 웃으며 고개를 숙여 짧게 입을 맞추어줬으면 좋겠다.
꽤 긴 낮잠에서 깨어난 남준이가 저녁을 먹은 뒤
예전에 윤기가 사준 핸드폰을 들고 게임 안의 캐릭터들과 사투를 벌이는 사이에
윤기가 옆에 앉아 아까 받았던 고지서들을 쭉 살펴봤으면 좋겠다.
이건 가스 요금, 이건 전기 요금에, 이건 관리비.
그리고, 또...?
윤기가 잠시 핸드폰 고지서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핸드폰 요금 고지서를 쭉 훑어봤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이마를 짚었으면.
게임에 빠진건지 윤기의 상태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남준이가 마지막 보스를 깨기 직전에
자신의 귓가를 건들이는 윤기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준아.
어, 어. 왜. 주인아?
너 게임 꺼.
... 저, 주인아. 나. 지금 막 보스...
꺼.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 윤기에 남준이가 약간의 망설임을 버리고 바로 게임을 꺼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슬금슬금 윤기의 눈치를 보면서 옆구리쪽으로 파고들어가
허리를 감싸안고
어깨에 얼굴을 부볐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윤기가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손.
... 갑자기?
아니. 야, 강아지.
응?
해맑은 남준이의 얼굴을 본 윤기가 남준이의 손을 잡으려다가 바꿔서
남준이의 볼을 양 쪽으로 콱 꼬집었으면 좋겠다.
아, 아. 아. 아프, 아. 주이나.
야, 강아지. 너 게임으로 뭔짓을 해.
으?
너, 임마, 너, 뭐 하길래 요금 3배로 뛴건데. 소액결제 뭔데. 어?
아이, 나, 아프, 주이나.
게임이지. 내가 게임은 해도 아무거나 사지 말랬지.
게임 아이템을 산답시고 소액결제 한도가까이 지른 남준이를 안 윤기가 남준이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 얼얼해질 때까지 꼬집어서 혼낸 뒤에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지서들을 정리했으면 좋겠다.
게임 금지.
...응? 주, 주인아?
나 몰래 하다가 걸리면 와이파이 끊어버릴거야.
그러면 주인도 불편할텐데...!
뽀뽀, 키스, 포옹 다 금지시킨다.
...!
한 마디만 더 해. 각방 쓸거야.
...!
꼬리가 축 처진 남준이가 쿠션을 끌어안고 있다가 강아지로 변해 다시 침실로 뛰어들어가 침대 아래로 몸을 구겨넣는 것까지.
윤기는 모두 한 시선으로 그 모습들을 바라봤으면.
저 똥강아지.
그러다 몰래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가
다시 고지서를 보고 고개를 저었으면 좋겠다.
2G폰으로 바꿔야하나...
다음날 이 중얼거림을 들었던 남준이가 소파 아래에 핸드폰을 숨기는 걸
윤기가 발견하고
남준이의 두 손은 다시 윤기에게 잡혔으면 좋겠다.
결국 이 일은
시무룩한 남준이가 윤기가 지켜보는 앞에서
게임 결재는 허락을 맡고 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 각방을 써도 투정을 부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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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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