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이렇게 바쁘죠.
소재는 다시 쌓이기 시작하고... (마른세수)
잠시 편의점에 들렸을 때 남준이가 요구르트와 과자 등을 고르는 사이 윤기는 작업하면서 마실 캔커피 몇 개를 샀으면 좋겠다.
편의점 로고가 박힌 봉투를 부스럭거리며 집에 돌아와서는
윤기는 가장 먼저 캔커피들을 냉장고에 다 정리해서 넣어놨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마디 더.
준아, 너 이거 마시면 안돼.
그거 뭔데?
커피.
응… . 안 마실게.
몇 번이고 윤기가 직접 내렸던 커피를 마셔봤던 남준이가 그 쓴맛을 벌써 느끼는 건지 질색을 하며 고개를 저었으면.
윤기는 그 표정을 보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으면.
다가가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넣어놓지 않았던 캔커피 하나만을 든 채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남준이 너는 홀로 시간을 마저 보냈으면 좋겠다.
책을 읽기도 하고,
가만히 바깥을 바라보면서 왼쪽 귀를 파르르 떨기도 하고.
밤이라 조금이나마 서늘해진 집 안의 거실 한복판에 누워 느리게 꼬리르 살랑거리며 옅은 선잠에 빠지기도 했으면.
문득 잠에서 깨서 냉장고를 연 남준이 눈에 검은색 바탕에 원두그림이 그려진 캔커피가 딱 보였으면 좋겠다.
꼬리가 왼쪽으로 살랑.
이거 맛있나?
꼬리가 오른쪽으로 살랑.
주인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다시 왼쪽.
근데 궁금하다. 윤기는 왜 캔커피 마실 때마다 이것만 살까.
다시 오른쪽.
… 한 캔만 마셔보면 안 되나.
잠시 고민하던 남준이가 캔커피가 많은 거 보고 슬쩍 하나를 꺼내서
차가운 캔에 냄새를 맡으려 코를 대었다가 차가운 고철에 흠칫 미간을 구겼으면.
시원스럽게 캔을 따버리고는 다시 한 번 냄새를 맡고
뭔가 다른 향에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그리고 한 모금마시고 눈을 크게 뜨면서 놀랐으면 좋겠다.
맛있다.
캔커피의 달달함을 맛본 남준이가 그 자리 그대로 앉아버리고는 계속 홀짝홀짝 캔커피를 마셨으면.
시원하면서 달달한 맛에 예전에 얼핏 먹었던 커피맛 아이스크림을 녹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금세 한 캔을 비웠으면 좋겠다.
주인이는 날 두고 이런 맛있는 걸 혼자 마신거야?
너무해.
근데 같은 커피 맞나?
이건 왜 맛있지?
지난번 그건 진짜 검은색 사약같았는데.
예전 시대에 먹였다던 독약이 그런 맛일까. 어깨를 부르르 떤 남준이가 다시 손을 뻗어 슬쩍 한 캔 더.
또 비우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 캔만 더.
그리고 또 하나만 더.
진짜 마지막.
그렇게 냉장고 앞에 앉은 남준이 옆에 빈 캔들이 조금씩 쌓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냉장고 안에 있던 캔커피가 거의 동날 즈음에
윤기가 작업실 문을 열고 나왔으면.
준아.
….
너 뭐해.
음…, 그러니까, 주인아. 이게 뭐하는거냐면… .
윤기가 팔짱을 낀 채 짝다리를 짚고 비스듬히 남준이를 내려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꼬리를 움직여 슬쩍 제가 비운 캔들을 가리려는 저 발칙한 강아지를
어떻게 혼내야되나 싶어서
잠시 한숨을 내쉬었으면.
그리고 이마를 한 번 짚었다가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손.
… 손.
너 이거 마시지 말랬지.
….
강아지 오늘 큰일났네.
왜. 왜? 왜?
너 오늘 잠 못잔다.
아니야. 나 잠 진짜 잘 자는데?
꼬리로 바닥을 탁 내려치면서 하는 말에 윤기는 짧게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리고는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래. 한 번 봐라. 네가 잘 수 있는지, 없는지.
주인아, 나 잠이가 안 와.
내가 너 못 잔다고 했잖아.
나 자고 싶어… .
주인이라도 자게 냅둬라, 준아.
주인아. 나도 재워줘.
시무룩한 남준이의 말에 뻑뻑한 눈을 뜬 윤기가 시간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새벽 4시 29분.
남준이는 커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윤기는 그런 남준이의 칭얼거림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으면.
남준이 등도 토닥토닥 두드려보고,
눈을 감고 양을 세어보라기도 하고,
우유를 데워마셔야겠다는 남준이를 뜯어말리고 자신이 일어나 데워주기도 했으면.
결국 해가 떠올라 하늘이 방안을 푸르스름하게 물들여 새로운 아침을 알릴 때까지
윤기는 뜬 눈으로 밤을 보냈으면 좋겠다.
옅은 선잠이 겨우 들고,
잠을 이루지 못한 윤기가 겨우 들었던 선잠도 금방 깨어버려서 잠이 오질 않아 비척비척 몸을 일으킬 즈음에
옆을 돌아왔으면.
그리고 윤기의 허리에 팔을 감은 채
드렁드렁
편하게 자고 있는 남준이를 빤히 내려봤으면 좋겠다.
손을 들어
반듯한 이마를 한 대 탁 내려쳤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비몽사몽 일어나자마자 윤기의 손에 그대로 볼을 꼬집혔으면 좋겠다.
아프다는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묵묵히 한참 남준이의 볼을 잡고 놔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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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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