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못해도 벌려놓은 것들은 수습을 해야 하는데
두 썰을 쓰는 것도 벅차다니...
여러분 생각없이 우선 벌려놓고 보면 이렇게 됩니다...
카페에 마주보고 앉은 윤기가 턱을 괸 채로 남준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핸드폰을 손에 쥐고 눈을 떼지 않았으면.
설마 또 썸이라던가?
아닌데.
우리 사귀니까 썸은 안 생길텐데.
뭔데. 뭐야.
왜
나 안 봐.
점점 어디까지 내내 핸드폰을 보고 있나 싶어서 윤기는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미간이 조금씩 찡그려졌다가
남준이가 웃음이라도 터뜨릴 때면
입술도 삐죽, 튀어나오기 시작했으면.
괜히 답답한 마음에 윤기가 제 앞에 놓여진 찬 음료수만 빤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고개를 돌려 유리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또 바라봤으면 좋겠다.
엎드렸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의자에 몸을 푹 기대었다가.
부산스럽게 몸을 좀 움직였다가 그나마도 금방 질려 무기력하게 소파에 축 늘어졌으면.
서늘한 카페 안에 익숙해져 그 서늘함에 몸을 살짝 떨 즈음에
윤기가 앞에 있는 찬 아이스 음료를 쭉 빨아들이켰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욱신거리는 머리에 앓는 소리를 삼켰으면 좋겠다.
빨대를 꾹 물고 있던 입술을 떼고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끙끙대면
남준이가 핸드폰을 바로 내려놓고 손을 뻗어 윤기의 관자놀이 부근을 꾹 눌러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윤기 너는 이제야 자신을 본다면서 눈을 더 치켜떴으면 좋겠다.
아파요?
뭐, 핸드폰이나 더 보지?
찬 걸 그렇게 한 번에 마시니까 머리가 아프죠.
남준이가 웃으면서 마저 윤기의 관자놀이를 꾹 눌러주었다가 머리를 쓰다듬은 뒤에 손을 떼어냈으면.
윤기가 뭐냐는 듯이 빤히 바라보면 그 시선을 받아낸 남준이가 입꼬리를 올려 씩 웃었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윤기는 슬쩍 내려놓은 핸드폰 쪽으로 슬금슬금 손을 뻗었다가 그대로 핸드폰을 쥐고 가져와버렸으면.
한 손으로 핸드폰을 덮다시피 가리는 윤기의 행동에 남준이가 결국 눈가를 손으로 가린 채 다시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그거 그렇게 가리고 있으면 삐친 거 풀 거예요?
뭐가.
삐쳤잖아요. 방금 전까지.
네가 나 삐친 걸 어떻게 알아.
얼굴 잔뜩 심통이 났으면서 남준이가 제 감정을 훤히 본다고 생각하니 멋쩍어져서 윤기가 슬쩍 시선을 피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반대로
남준이가 턱을 괴고 윤기를 바라보고
윤기가 핸드폰만 내려봤으면 좋겠다.
윤기가 느끼한 눈으로 그만 보라고 남준이의 정강이를 신발 코로 툭툭 두드렸을 때 남준이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으면.
그리고 자신이 온전하게 일어날 때까지 시선으로 졸졸 자신을 따라오는 윤기를 보고 웃음을 겨우 삼켜내었으면 좋겠다.
귀여워.
지나가면서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고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말을 했으면.
남준이의 손이 머리에서 떨어질 때 즈음에 윤기의 고개가 조용히 끄덕여졌으면 좋겠다.
내 표정이 알기 쉬운가.
문득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이 보여 고개를 갸웃거린 윤기가 생각에 잠겼다가 자신의 손 아래에 아직 있는 네모난 핸드폰을 바라봤으면.
그대로 잠깐의 갈등 이후에
홈버튼을 달깍, 눌러 화면을 켰으면.
남준이가 귀찮다며 비밀번호를 설정해두지 않아 화면을 슥 한 번 밀어내는 것으로 방금 전까지 남준이가 보고 있던 화면이 떴으면 좋겠다.
윤기의 고개가 또 한 번 기울어졌으면 좋겠다.
카톡도 안 왔고,
메세지도 새로 온 게
없는데?
남준이가 핸드폰을 하는 척 하면서 사실 보고 있던 것이 따로 있었다는 걸
윤기는 눈치채지 못 한 채 한없이 고개만 기울이고 있었으면 좋겠다.
카페에서 돌아온 뒤로 남준이의 핸드폰에 짧은 알림음이 울렸으면 좋겠다.
그걸 확인한 남준이가
헐
이라는 짧은 소리를 내고 바로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윤기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으면.
형.
보스 잡는다. 말 걸지 마라.
저 과제 해야돼요.
이따 해.
지금 내야 돼요. 12시까지야.
지금 몇신데.
9시요.
….
윤기 형.
….
토끼야.
아, 비킨다고. 있어봐. 지금 나가는 중이잖아.
짧은 투닥거림 끝에 남준이가 급하게 노트북을 키고 자료를 찾아 마냥 어렵지는 않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 과제를 빠르게 진행했으면 좋겠다.
간간히 갑자기 제출일자를 바꿔버린 교수의 이름과 원망을 뱉어내기도 하고,
노트북에 렉이 걸려 과제의 일부분을 날렸을 때 안타까운 탄성을 내지르기도 하면서
과제에 마냥 집중했으면 좋겠다.
한편 윤기는 갑자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노트북 게임을 양보해준터라 심심함에 침대 위에서 몸을 뒤적거리고 있었으면.
그러다가 다양한 남준이의 반응을 턱을 괴고 빤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눈이 조금 뻐근해서 눈을 부비다가 토끼의 모습으로 변해
입 끝으로 침대 위에 널부러진 옷을 꾹 물어 질질 끈 뒤 침대 아래로 대충 떨구고,
쿠션에 몸을 뉘였으면.
그러다 잠이 들 즈음에 타자 소리가 들리고,
잠깐 깼다가
또 잠에 들 즈음에 요란한 타자 소리가 들려
결국 짜증을 내면서 침대 아래로 뛰어내렸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조금 여유있게 과제를 얼추 끝낸 남준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한참 과제를 수정한 뒤 제출 했으면.
그리고 자신과 과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던 동기와 같이 끝도 없는 수다를 떨고 있었으면.
윤기는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제 눈을 어지럽게 만들던 화면이 사라지고 메세지 창만 떠있는 것을 보고
총총 남준이 옆으로 뛰어갔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린 채 왔냐고 고개를 돌린 사이에 책상 위로 훌쩍 뛰어오르고는
그대로 남준이의 두 손을 키보드와 같이 덮은 채 그 위에 누워버렸으면.
손을 움직이려고 하면 윤기가 앞발로 툭툭 치면서 앞니로 손가락을 깨무는 통에
움직일 수 없게 된 남준이가 읽씹하냐는 동기의 톡이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난감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이런 거 고양이들이 하는 줄 알았는데….
저, 토끼야.
이 행동의 의미가 뭐에요. 나 노트북 그만 하라고요?
아, 또 물었어.
저기, 토끼야?
토끼야.
윤기 형. 저 그래도 종료는 하게 좀 비켜주면….
잠깐. 어, 윤기 형? 자요?
민윤기 씨.
이봐요?
뜨끈해진 노트북과 그 위에 있는 자신의 손을 깔아뭉갠 채로 미동도 없는 하얀 토끼를 보던 남준이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려 웃으면서 한 손을 조심히 빼내었으면 좋겠다.
잘 자네.
노트북을 종료하고 토끼를 조심히 안아들어 침대 위 쿠션에 윤기를 내려놨으면 좋겠다.
좋은 꿈을 꾸라는 작은 인사를 끝으로 방의 불이
툭
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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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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