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시켰는데 9시에 도착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 배고파서 공부나 과제 못 하겠으니까
기다리는 동안 썰이나 써야겠다. (핑계)
개강 직후 시간이 흐르면서 남준이가 과 생활을 조금씩 줄여가고,
동아리도 최소한의 활동으로 줄이면서 최대한 윤기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점차 안정적으로 흘러가게 되었을 즈음에 남준이는 중간고사를 한 번 치루고,
기말 전까지 쏟아지는 학교 행사들과 과제들에 정신이 없었으면.
윤기는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눕는 남준이의 허리를 밀어내면서 혀를 찼으면 좋겠다.
날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과제를 하느라 밤까지 종종 새는 남준이를 보면서 저러다가 몸 상하겠다 싶어서
몰래몰래 자신의 식량인 야채들을 남준이의 밥 위에 턱턱 올려놓기도 했으면.
남준이는 잠시 핸드폰을 확인하거나, 멍을 때리는 사이 밥 위에 올라와 있는
어떠한 조리도 안 되어 있는 야채들을 난감하게 바라보다
결국 웃으면서 밥과 같이 먹어버리는 그런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어느 날은, 남준이가 집에서 주걱과 냄비 등을 챙겨가더니
불쑥,
뜻밖의 시간에 집으로 왔으면 좋겠다.
윤기는 대뜸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 남준이를 보며
냉장고에 붙어있는 남준이의 시간표와 지금의 시간을 비교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너 오늘 5시 넘어서 끝나잖아. 왜 벌써 왔어? 그거, 뭐지. 땡땡이?
휴강이에요. 강의 안 한다고 쉬는 거. 형, 나갈 준비해요.
나? 왜?
우리 학교 오늘 축제거든요. 놀러 가요, 나랑.
축제라는 말에 윤기의 귀가 한 번 쫑긋,
같이 놀러가자는 말에 또 한 번 쫑긋 섰으면.
윤기의 볼이 옅은 색으로 물들여졌다가 금방 그 작은 고개가 끄덕끄덕 움직였으면.
직접 옷을 골라준 남준이 덕에 둘의 옷이 비슷하게 보인터라
남준이는 속으로 커플룩이라고 생각하면서 한층 더 신나 윤기를 데리고 자신의 학교로 향했으면 좋겠다.
야, 근데. 학교 축제인데 내가 가도 돼?
대학 축제는 원래 그냥 오면 다 즐기는거예요.
축제에 가면 뭐해?
술? 아, 게임도 여러개 있고 동아리에서 물건도 팔고, 음식도 팔고. 구경해요, 우선.
남준이가 윤기를 데리고 축제 끝자락부터 천천히 돌면서 구경을 했으면 좋겠다.
아직 덜 어두워진 하늘이 비추는 여러 천막과 그 사이 오가는 바쁜 사람들 틈으로 남준이와 윤기가 스며들어가서는
온전히 섞여들면서도 둘만의 세계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닭꼬치나 티라미수 아이스크림 같은 먹거리를 양 손에 쥐고 먹기도 하고,
남준이가 반다나를 보고 하나 사서 윤기의 목에 둘러주고
답답하다며 턱받이를 하고 있는 아가마냥 뚱 하니 있는 윤기의 사진을 찍다가 정강이를 또 차이기도 하고,
익숙하게 사람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남준이를 놓친 윤기가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남준이가 손을 뻗어 윤기의 손을 잡아 다시 끌어오기도 했으면.
야, 김남준!
어느 동아리에서 직접 만든 거라는 팔찌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남준이의 대학 동기들이 우르르 몰려와 남준이에게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슬쩍 자리에서 빠져 동기들과 이야기하면서 윤기에게 기다려달라는 듯 눈짓을 한 사이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근처를 맴돌다 남준이와 잘 어울리는 팔찌 하나를 발견했으면.
조심히 들어올려서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문득 성년의 날 선물이 생각이 나 귀 끝을 발갛게 물들이면서도
덤덤한 표정으로 얼마냐고 물으면서 주머니를 뒤적였으면.
그러다가
카드는 안 된다는 말에 당황하다가 인상을 꾹 찡그렸으면 좋겠다.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입술까지 툭 튀어나온 채 심각한 표정으로 팔찌를 바라보는 사이에 남준이가 동기들과 헤어지고 윤기의 옆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거 마음에 들어요?
갑자기 귓가에 들리는 남준이의 목소리에 윤기가 파드득 놀라 뒤로 물러났으면.
남준이는 미안하다는 듯 웃었다가 윤기가 들고 있던 팔찌와 똑같은 모양의 팔찌를 고르고, 색만 다른 다른 팔찌를 하나 더 골라 계산했으면 좋겠다.
검은 게 좋아요?
사달라는 건 아니었는데.
팔찌 예쁘네요.
야.
예쁜 팔찌 골라줘서 고마워요. 형은 어느쪽 팔찌 할래요? 둘 다 예쁜데.
너 이거 해.
알았어요. 확실히 이게 저한테 더 잘 어울리겠네요. 형은 이런 색이 더 잘 어울려서 예뻐요.
끝까지 웃으면서 팔찌를 내미는 남준이에 결국 윤기가 한숨을 삼키며 팔찌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커플 아이템이네요, 우리.
어느새 팔목에 윤기가 골랐던 팔찌를 하고 있는 남준이가 웃으면서 말하면 윤기는 입을 꾹 다문 채로 닭살돋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의 팔목에도 팔찌를 둘렀으면 좋겠다.
날이 어두워지고 좀 더 많은 천막들이 채워지며 요란한 소리가 더 울릴 때
남준이가 윤기를 데리고 학교 깊숙히 걸음을 옮겼으면.
그러다 윤기의 눈에 한 인형이 경품으로 있는 게임판이 보였으면.
이거 뭐야?
아, 아. 게임인데 참가비 내면 장난감 총을 주거든요. 그걸로 저기 인형을 쏴서 넘어뜨리면 그 인형을 주는 거에요. 하고 싶어요?
어. 나 할래. 저거 괜찮다.
좀 커서 쉽게 딸 수 있으려나, 저거.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준이가 참가비를 내고 건네주는 총을 잡아 들었으면 좋겠다.
형, 근데 이거 해본 적이….
탕, 하고 남준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세를 잡은 윤기가 인형을 정확히 맞추었으면.
한 번 맞춰서 엉덩이만 슥 밀린 인형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가 다시 집중해 연속으로 인형을 맞추더니
남준이가 입을 벌리며 감탄하는 사이에 인형이 그대로 훌렁 뒤로 넘어가버렸으면 좋겠다.
땄다.
입꼬리를 올려 웃은 윤기가 건네주는 품의 반 정도 크기는 되어보이는 인형을 받아 뿌듯하게 웃으면 남준이도 따라서 박수를 치며 감탄했으면 좋겠다.
와, 형. 대박이다. 총 게임은 못하더니 실전파였네요.
뭐래. 그것도 내가 봐준거야.
진짜요?
당당하게 인형을 품에 안은 채로 말하는 윤기를 보며 남준이는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조금 사람이 한가한 대학 한 켠에 위치한 인공호수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윤기가 남준이에게 인형을 건넸으면 좋겠다.
팔찌 보답. 참가비도 네 돈이었지만, 하여튼. 딴 건 나니까. 쌤쌤으로 쳐.
나 주는 거예요?
너 그 인형 좋아하잖아. 귀엽다고.
남준이가 품에 안은 인형을 살피면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그 질문에는 윤기는 답을 하지 않았으면.
대신 남몰래 선물을 주는 행위라는 게 너무 간지러워서 손바닥을 몰래 바지에 슥슥 부비며 맺힐 것 같은 땀들을 닦아내었으면 좋겠다.
잠시 정적 뒤에야 윤기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으면 좋겠다.
성년의 날 선물도 그렇고.
…?
항상, 나한테 많은 걸 주는데 나는 너한테 준 게 없으니까.
그렇지 않은데.
그, 어… 고마워, 이것저것.
남준이를 보지 못 하고 뜸을 들이면서 더듬더듬 말을 하는 윤기의 옆모습을 남준이는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호숫가 근처의 조명에 비친 윤기의 얼굴이 그대로 조명빛에 물들여진 것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팔을 뻗어 윤기의 어깨를 감싸안아 제 품으로 끌어당겼으면 좋겠다.
어떡하죠, 형.
뭐가.
나 방금 형 말 때문에 너무 가슴 떨려서 죽겠어요.
닭살돋게.
토끼야.
왜.
진짜 내가 많이 좋아해요.
….
윤기가 고개를 숙인 채 길게 숨을 내뱉었으면 좋겠다.
연신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남준이의 입술을 인형을 들어 막아버렸으면 좋겠다.
그만 말해. 낯간지러워서 귀가 튀어나올 것 같으니까.
그럼.
뭐.
키스해도 돼요?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하얀 귀를 결국 드러낸 채로 바짝 세웠으면 좋겠다.
너 때문에 사람 귀로 변하고 있던 게 풀리지 않았냐면서 허둥지둥 두 손으로 제 귀를 눌러 없애려고 후드를 눌러쓰고 끙끙댔으면.
후드로 내려진 얼굴이 입술만큼 붉은 것 같아서
남준이가 그대로 허리를 숙여 윤기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윤기가 뒤로 물러나면서 아까 너 과주점이라는 곳에 가야 된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얼른 인형이나 제대로 챙겨서 오라고 말했으면.
성큼성큼 귀를 다시 숨기면서 걸어가는 윤기에게 남준이가 짧게 뛰어가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
형.
과주점은
반대쪽이에요.
이번에는 윤기의 목덜미까지 붉어졌으면 좋겠다.
번잡하지만 화려한 빛을 내뿜는 대학 축제 뒤편에서 조용히 애정을 속삭이던 남준이와 그 애정으로 붉게 물든 윤기가 보고 싶다.
그렇게 축제의 밤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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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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