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암호닉 정리 후 새 암호닉을 받을 예정입니다.
대형견과 토끼 따로 정리 후 암호닉도 또 따로 받을거고요.
그 외 암호닉 관련 공지는 모두 공지글에 올릴테니 후에 참고 바랍니다.
아마 대형견은 마지막으로 받는 암호닉이 되겠네요.
찬 물로 세수부터 하고 와.
네….
아직 눈가가 벌겋게 물든 지민이가 윤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욕실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윤기는 그 와중에도 계속 울리는 핸드폰을 내려봤다가 부재중 통화가 5통이 넘어가고,
다시 지잉, 울리기 시작하며 6번째의 통화음이 울리면 그대로 배터리를 빼버렸으면 좋겠다.
안 받아도 되겠어?
몰라. 없다고 해도 안 믿는데 뭘 더 말해.
팔팔하네, 둘 다.
남준이가 웃으면서 느긋하게 꼬리를 흔들면 윤기는 울컥 솟는 얄미움에 남준이의 꼬리를 꾹 쥐었다가 결국 조심히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윤기 형. 저기, 수건….
지민이가 뚝뚝 흐르는 물기를 어찌하지 못 하고 욕실에서 어중간하게 목소리만 높일 때면 남준이가 대신에 수건을 가져다 줬으면 좋겠다.
찬 물에 부은 얼굴을 조금 가라앉힌 지민이가 슬금슬금 윤기의 옆에 앉아 긴 고양이 꼬리를 느릿하게 흔들었으면 좋겠다.
언제 화낼지 몰라.
언제 딱밤을 때릴지도 몰라.
그냥 화나도 태형이 집으로 갈 걸 그랬나.
경계의 의미를 담아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을 때쯤에 윤기가 일어나 냉장고를 뒤적이다가
지민이가 종종 마시던 탄산 음료가 하나 있는 걸 보고 캔 그대로 지민이에게 건넸으면 좋겠다.
어, 아. 고마워요.
이제 말해.
뭘, 요?
뭐?
아니, 저. 말하겠습니다. 싸운 이유.
어.
차가운 음료수 캔을 따 꼴깍 마시던 지민이가 목을 축인 후에 몇 번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조금의 망설임 뒤에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정리하듯이 눈을 굴리다가 또 울컥 감정이 올라왔는지 눈꼬리를 축 내린 채로,
입꼬리 끝도 같이 축 내린 채로
조잘조잘 윤기와 남준이에게 사정을 털어놨으면 좋겠다.
요즘에, 정국이도 바쁘고 저도 바빠서 만나는 시간이 많이 줄었어요.
이해는 해요. 정국이도 첫 방학이고 알바 시작하면서 많이 바빠졌으니까.
이제 슬슬 개강이 다가와서 이것저것 정리할 것이 많이 늘었다는 것도요.
그래도 먼저 연락은 할 수 있잖아요. 전정국이가 진짜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먼저 연락한 적 한 번도 없던 거 알아요?
항상 제가 먼저 연락하고, 기다리고, 시간 잡고. 만나면 마음이 멀어진 것 같지는 않은데, 모르겠어요. 왜 연락을 그렇게 안 하는지.
원래 핸드폰을 게임기로 쓴다지만 그래도 핸드폰 내내 안 잡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딱 한 번이라도 연락 먼저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예전이었으면 몰라, 우리 이제 사귀는 사이인데.
아, 그래요. 이건 그렇다고 쳐요.
형. 제가 지금 영화관에서 일하는 거 알죠?
근데 요즘에 방학 끝나간다고 알바생들이 많이 나가고, 그만큼 많이 들어왔단 말이에요.
그러면 당연히 원래 있던 직원이 붙어서 교육시키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애 한 두명 붙잡고 교육시키고 있었단 말이에요.
교육이 뭐에요? 딱, 맨투맨. 일 대 일. 그렇게 붙어서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 알려주고 제대로 하는 지 확인하는 거잖아요.
근데 전정국이가 갑자기 지 친구들이랑 제가 일하는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온 거예요.
전 거기서 우선 좀 화났죠. 나한테는 먼저 연락도 안 하는 놈이 친구들이랑 영화를 보러,
그것도 내가 일하는 거 뻔히 알면서 굳이 찾아오고.
아. 이것도 그럴수 있다고 쳐요. 그래요. 친구들이랑 영화 볼 수도 있지!
근데 내내 날 무섭게 노려보더니 표 끊으러 와서는 나보고 왜 꼬리 치고 다니냐는 거예요.
어이가 없잖아요. 나는 일만 했을 뿐인데. 그래서 제가 무슨 말이냐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제가 담당하고 있던 교육생 애를 힐끗 보더니 좋아서 입 찢어진다고, 막, 와, 진짜.
지는 친구들이랑 영화나 보러 오고 띵가띵가 놀면서 나보고는 왜 꼬리치고 다니냐고, 어? 그게 말이 돼요?
내가 그때는 일하는 중이니까 그냥 다른 직원 불러서 대신 맡기고 마저 일 했거든요?
근데 하필 전정국이가 본 영화가 끝나는 시간이랑 제가 그 날 퇴근하는 시간이랑 좀 맞았단말이에요.
그래서 전정국이가 그거 알고 저를 기다리고 있던거예요. 그리고는 저보고 끼 부리고 다닌다고, 지 없다고 아무한테나 꼬리치지 말라는거예요.
씨, 나는, 씨, 아까 보니까 친구들 무리에 여자가 반이 넘드만. 어? 심지어 대놓고 꼬리 치고 있는데 그걸 다 받아주고 있고!
내가, 이, 씨, 내가… 뭐 놀기를 했어, 대놓고 걔를 꼬시기를 했어!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는데. 지는 여자끼고 놀고 있던 주제에!
왜, 왜 지가 화내고 난리야. 진짜. 먼저 연락도 없는 새끼가아….
막힘없이 줄줄 이야기하던 지민이가 씩씩대더니 금방 눈물을 또 보였으면 좋겠다.
그동안의 서러움이 또 몰려왔는지 윤기보고 너무 하지 않았냐면서 긴 꼬리로 소파 여기저기를 팡팡 내리쳤으면 좋겠다.
이게 김태형이 말했던 박지민의 하소연인가. 쏟아지듯 내려왔던 말들의 반 이상은 흘려들었던 윤기가 길게 숨을 내쉬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으면 좋겠다.
지민이의 말을 들었을 때 정국이가 잘못한 것 같기는 한데 섣불리 편을 들기도, 안 들기도 애매한 상황에 애꿎은 제 머리를 긁어내렸으면 좋겠다.
애초에 연애라는 것은 자신에게도 마냥 익숙한 것이 아닌지라 슬쩍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남준이는 울고 있는 지민이의 등을 토닥이다가 윤기와 눈이 마주치자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윤기가 고개를 젓고 역시 전정국을 불러와야 할까. 그게 사랑 싸움의 2차전이 되어버릴까 고민하는 사이
히끅이는 지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남준이가 지민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그 즈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넌 어떻게 했어?
에? 저요?
응. 그냥 화내고, 그러다가 울어버린거야?
너무 억울해서. 화나고. 속상하니까….
다 울고나서, 다시 정국이 보면 너는 어떻게 할거야?
어, 으음… 또, 화낼 것 같아요.
그러면 또 싸우겠네.
아니에요. 보통 이러면 전정국이가 착해서 또 먼저 미안하다고 하니까. 근데, 모르겠어요. 미안하다고 사과를 들으면 저도 마음이 자꾸 풀려요. 결국 원점이고, 그러면….
어느새 진지하게 남준이에게 상담을 하듯이 이것저것 말하는 지민이와,
그런 지민이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남준이를 보며 윤기는 슬쩍 핸드폰의 배터리를 다시 찾아 꼈으면 좋겠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대화가 끝날 즈음에
쿵쿵쿵, 하고 문이 두드려지는 소리가 조용했던 집안을 울렸으면 좋겠다.
왔네.
어, 어? 어? 저, 저거 혹시 전정국이에요?
백날 준이녀석한테 상담 받아봤자 결국 안 부딪히면 해결 안 되는 게 싸움이야.
잠깐만요. 윤기 형. 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단 말이에요.
어. 지금 준비해.
윤기가 망설임없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이마에 땀이 잔뜩 맺힌 정국이가 보였으면 좋겠다.
지민이 형은요?
아마 저 앞에 택시나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내내 달려온 것이 뻔한 정국이의 모습에 윤기는 어깨를 으쓱이고 문은 열어둔 채로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도망치려는 지민이를 꾹 잡고 있던 남준이가 정국이가 숨을 겨우 고르며 윤기 뒤를 따라 들어오자 그제야 지민이를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지민이 형. 저기, 아까는….
미안해.
예?
먼저 소리치고, 화내서 미안해. 울어버린 채로 또 뛰어나가버려서 미안해.
아니, 아. 형. 형이 그러면 제가 진짜 죄인되는 기분이잖아요.
그럼 내가 사과 안 하면 너 죄인 아니고?
지금 그 소리가 아니잖아요.
지민아.
갑자기 날카로워진 둘의 공기 사이로 부드러운 남준이의 목소리가 스며들어왔으면 좋겠다.
그 부름에 움찔, 꼬리를 만 지민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가 정국이의 옷을 잡은 채로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아직 붉은 눈가를 들어올려 정국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우선 네가 먼저 사과해.]
[사과한 다음에, 네가 왜 화났는지. 왜 울어버렸는지를 천천히 말해.]
[중요한 건 화내지 말고, 시비걸지 말고 솔직해지는거야. 네가 진지하게 말하면 정국이도 들어줄테니까.]
[서로 다음에 꼭 이건 하지 말자, 라고 약속도 하고. 그건 꼭 지키고. 어려운 거 아니지? 나쁜 감정은 쌓이면 독이야. 묻고만 있으면 언젠가 터질 독.]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말해봐. 금방 풀릴거야. 결국 서로 좋아서 하는 연애잖아.]
머릿속으로 아까의 대화를 떠올린 지민이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으면 좋겠다.
왜 내가 화를 냈는지. 너는 왜 연락을 먼저 안 해주는지.
가까운 거리에 산다고 해도 연락을 먼저 해주는 것과, 안 해줄 때의 내 마음이 어떻게 초조해지고 풀리는 지.
네가 오해한 게 무엇인지. 사실은 무엇인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지민이를 빤히 바라보던 정국이가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지민이를 꽉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뒤이어 말했으면 좋겠다.
사실 어리다는 티를 내기 싫었지만 그건 사소한 질투였다던지,
그때 왜 여자가 친구 무리 사이에 끼어있었는지 등등.
하나하나 지민이의 물음과, 오해와, 애꿎게 세우고 있던 연하의 자존심도 내려놓고 천천히 지민이에게 말을 건넸으면 좋겠다.
건네진 말과, 그 안에 담겨진 정국이의 마음에 지민이는 다시 눈물을 보였으면.
그리고 정국이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꼬리로 정국이의 허벅지를 감아버렸으면 좋겠다.
그게 지민이의 사과 방식이고 더불어 나름의 애교인 것을 아는 정국이가 웃으면서 지민이의 등을 토닥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늘 저녁에 같이 뭘 할지 이야기하면서 웃었으면 좋겠다.
형, 그럼 화해의 키스.
아니, 야. 야. 무슨 키스야. 저기, 저 윤기 형이랑 남준이 형도 있잖아.
그럼 뽀뽀. 얼른요. 나 또 삐친다?
아, 진짜. 알았어. 알았어.
쪽, 하는 소리가 울리는 사이에 가만히 보고 있던 윤기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으면 좋겠다.
야.
네?
이제 꺼져, 좀.
윤기가 현관문을 가리키면서 나직히 한 마디 하고,
시선을 돌린 지민이와 정국이가 본 것은 벌써 현관문을 연 채로 얼른 나가라는 듯 손짓을 하는 남준이였으면.
그렇게
지민이와 정국이가 나가고 나서야 다시 윤기의 집에는 적당히 서늘한 한적함이 남아 둥둥 집안을 떠다녔으면.
귀엽다, 저 둘.
남준이의 목소리에 윤기도 그저 작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으면 좋겠다.
서늘함과 더움의 중간에 머물러있던 가을의 어느 날은 조금의 소란스러움을 담아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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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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