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지진 2)
여러분, 공지에 알려드렸다시피 대형견썰과 토끼썰의 암호닉은 별개인 거 아시… 죠…?
그나저나 공지글아, 너 왜 거기서 안 내려오냐…? 내 글이지만 너 낯설다…? (동공지진 3)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암호닉을 신청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 어, 감사합니다. 크뷰ㅠㅠㅠㅠㅠㅠ (감격)
앞으로도 열심히 쓸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BGM : X
윤기가 회사측 지인에게 전자피아노를 싸게 넘겨받았으면 좋겠다.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 어떻게 해서, 필요가 없어져서, 처리하기가 곤란, 몇 번 치지도 않은. 등등의 이야기와 같이 흘러들어온 피아노가
거실의 한쪽 벽에 자리했으면.
윤기는 예전부터 전자피아노를 마련하고 싶어했던지라 뜻하지 않게 정말 쉽게 얻어낸 피아노에 만족스러워하면서 부지런히 피아노를 옮기고 닦아내었으면.
남준이는 분명 쉬는 날이라고 했던 윤기가 카페에서 봤던 피아노보다는 좀 더 작은 검은색 피아노를 계속 만지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처음에 윤기의 동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서 꼬리를 살랑이던 것을
나중에 윤기가 정리를 끝냈을 즈음에는 바닥을 탁탁 치고 있었으면.
먼지로 가득한 옷을 벗어내리고 씻고 나온 윤기가 젖은 머리 위로 수건을 걸친 채 기대감에 차 피아노 의자에 앉아 첫음을 울렸으면 좋겠다.
낭랑하게 퍼지는 음에 몇 개의 흰 건반과 몇 개의 검은 건반을 치며 손에 익지 않지만, 그래도 비교적 가벼운 건반들을 두드렸으면.
한참 피아노를 치는 윤기가 문득 제 어깨를 단단히 감싸는 단단한 팔뚝에 고개를 돌려 그제야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잔뜩 뿔이 난 얼굴에 웃으면서 손을 들어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왜 심통이 났어.
주인이 나랑 안 놀아주잖아.
같이 피아노 칠래?
주인이 쳐줘. 피아노.
자신의 어깨에 턱을 꾹 누른 채로 말하는 남준이에 윤기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나마 최근에 자주 들었던 노래를 천천히 연주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하얗고 마디가 불거진 손이 하얀 건반과 검은 건반 위로 부유하면서 느릿하고 부드러운 음을 연주했으면 좋겠다.
몇 곡이나 연이어 연주되었을까. 오랜만에 잔뜩 움직이던 손이 풀어졌을 즈음에 윤기가 신이 나서 이제 자신과 놀아달라는 남준이의 말에 조금만, 조금만 하며 미뤘으면.
피아노에게 주인을 뺏겼다며 남준이가 다시 꼬리로 바닥을 탁탁 내리쳤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문득 마른 등이 살짝 굽은 채 몸 선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을 눈으로 훑어올렸으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얀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아직 피아노 위를 바쁘게 오가는 하얀 손등을 내려봤으면.
얇은 손목 위로 자리한 남자다운 손,
천천히 움직이는 마디가 불거진 손가락 등.
남준이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으면 좋겠다.
윤기가 연주를 끝내고 잠시 피아노 아래로 손을 내리며 남준이의 이름을 부를 때
남준이가 손목을 잡아 윤기의 손을 들어올려 손등에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의아한 얼굴의 윤기가 고개를 돌려 남준이를 바라보다가 아직 삐쳐있나 싶어 뺨을 살살 쓰다듬을 때면
허리를 숙여 윤기의 몸을 자신의 품으로 가두어버렸으면.
윤기 너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자신의 목덜미에 닿아오는 혀에 깜짝 놀라 몸을 바르작거렸으면 좋겠다.
준아.
야.
잠깐.
동시에 자신의 허리를 감싸던 손이 상의 안으로 들어오는게 느껴져서 윤기가 손을 내려 남준이의 손목을 잡아 눌렀으면 좋겠다.
자신의 손목을 움켜쥔 윤기의 손을 잡아 올린 남준이가 윤기의 검지 끝을 깨물면서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으면 좋겠다.
주인아.
피아노 칠 때 주인 손이
섹시해.
혀를 내어 윤기의 검지를 핥아 내린 남준이가 손바닥을 지나 손목을 잘근 깨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야해.
색이 짙어진 하늘을 따라
똑같이 짙어진 눈빛이 느껴져 윤기가 작게 몸을 떨었으면 좋겠다.
급하게 다른 손을 건반 위에 올려 일어나려고 힘을 주었으면.
화제를 돌리려 벌려진 입술 위로 남준이의 입술이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하고자 했던 말이 그대로 먹힌 윤기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감싼 허리를 쓸어내린 남준이가 연이어 뒷목에 입을 맞추었으면.
어정쩡하게 일어난 윤기가 결국 두 손을 피아노 건반 위에 둔 채로 자신의 날개뼈와 등에 닿는 온기에 입술을 깨물었으면.
덜컹이는 소리가 울렸으면 좋겠다.
그 소리 끝에는 거실에 뒹구는 피아노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뒤이어 윤기의 손이 피아노 건반을 막무가내로 누르는 소리가 울렸으면 좋겠다.
윤기의 숨이 불규칙해지며 결국 남준이를 밀어내는 것을 포기했을 때
남준이가 윤기의 두 손목을 잡아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놨으면 좋겠다.
붉게 변한 귀 끝을 깨물고 작게 속삭였으면 좋겠다.
피아노 쳐줘, 주인아.
띄엄띄엄, 윤기가 어떻게 치냐고 말했으면.
남준이는 그저 웃으며 계속 치고 있던 피아노니까 마저 마무리를 해달라고 했으면.
그러면서 건들였을 때 가장 확실하게 자신에게 만지지 말라는 듯 아우성을 지르는 부분을 꾹, 꾹 눌러댔으면.
마치 연주하지 않으면 더 괴롭힐 거라는 듯이 집요하게 뒤척이는 윤기의 몸을 따라갔으면 좋겠다.
쿵쿵, 열기가 올라 녹아내려가는 머릿속이 느껴진 윤기가 다급하게 남준이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으면 좋겠다.
결국 윤기는 남준이의 짙은 눈빛에 따라 젖어들어간 눈을 겨우 치켜 떠올렸으면.
비교적 자연스러운 곡이 떨리는 윤기의 손끝처럼 떨리는 음을 울리며 연주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간혹 윤기가 못 치겠다며 고개를 젓고,
힘이 빠져 손에 걸리는 모든 건반을 내리누르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으면.
짓궂은 남준이의 장난에 윤기는 기어코 남준이를 밀어내고 몸을 돌렸으면 좋겠다.
장난,
치지말고.
피아노 건반에 아슬하게 걸터앉은 채로 두 팔을 뻗어 남준이의 어깨를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투정을 부리듯이 남준이의 목덜미에 이마를 댄 채 부비면서 급한 숨을 겨우 골랐으면 좋겠다.
덜컹이는 소리가 또 한 번 울렸으면 좋겠다.
아마도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목소리가 울리기도 했으면.
휘청이는 몸에 급하게 피아노 건반을 내리친 윤기의 손 옆에 남준이가 다른 건반을 내리 누른 채 몸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가까이 다가온 남준이의 얼굴에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던 윤기가 고개를 올리고,
먼저 입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키스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
입맞춤에 같이 이끌려진 본능이 그대로 드러내질 즈음에
꽤 오랫동안 부드러운 음을 내보였던 피아노가 가장 거친 음을 낸 채 울었으면 좋겠다.
피아노 위로 땀인지, 타액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모를 액이 물방울 져 떨어내렸으면 좋겠다.
그 위로 윤기의 목소리가 덧대어지고,
또 남준이의 목소리가 덧대어지는,
모든 소리가 울려 거친 합주를 이루었으면.
남준이가 송곳니를 드러내 윤기의 어깨를 깨물었을 때
다시
쾅
하고
뱉어낸 피아노의 울음으로
아마 어떤 것보다 가장 거칠면서 뜨거운 열기를 품었을 연주가 밤과 같이 그 막을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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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공지 필독. 암호닉 신청 받고 있습니다.] |
- 신청 기간이 끝난 후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