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행복한 시간.
여느 때처럼 남준이가 먼저 윤기보다 눈을 떴으면 좋겠다.
방 안 가득하게 퍼진 나른함에 느릿하게 눈을 부비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옆으로 틀어 익숙한 온기를 더듬어 찾아내었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이불을 건들이다가 금방 손 끝부터 퍼지는 온기에 안심하면서
이내 그 온기를 한 품 가득 끌어안고,
잠결에도 익숙하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느릿하게 꼬리를 살랑이면서 윤기의 품에 얼굴을 묻고 부비적거렸으면 좋겠다.
따듯하다.
나른해.
윤기 품 좋아.
윤기 좋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옅은 노란색의 블라인드를 지나 물들여진 채로 천천히 빛을 퍼뜨려 방 안을 은은히 비추는 아침.
남준이는 한참을 윤기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는 채로 시간을 보내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몸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씻으면서 마저 잠을 깨운 뒤에 금방 또 윤기의 옆으로 돌아왔으면.
그리고 이번에는 윤기의 품에 안기지 않고
그저 한참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곧 있으면 윤기가 일정하게 잠에서 깨는 시간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저 평온하게 잠든 윤기의 얼굴을 눈에 담아내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방금 전까지 누워있던 자리에 엎드려 누워서 팔꿈치를 세워 몸을 살짝 일으킨 채로
윤기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햐안 볼에 짧게 입을 맞추기도 했으면 좋겠다.
민윤기.
좋아.
예뻐.
너무 좋아.
내 주인.
내 연인.
나를 제일 사랑해주는 사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한 손으로 턱까지 괸 채로 윤기를 바라보면서 침실 안을 물들인 햇빛보다 부드럽게 웃으며 여전히 느릿하게 꼬리를 살랑였으면 좋겠다.
가끔가다가 창 밖으로 자동차나 작은 소음이 울리면 한 귀를 움찔 움직였다가 다시 가라앉히고,
간혹 윤기가 몸을 뒤척이다가 남준이 쪽으로 몸을 돌아 눕힐 때면 이불을 더 끌어와 덮어주기도 했으면.
몇 분이 흘러가고,
몇 분이 모여 몇 십분이 된 뒤에
한 시간 가까이 흘러가도 남준이는 그렇게 윤기의 옆에서 마냥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옅은 선잠에 같이 들었다가 깨기도 하고,
윤기의 가슴팍에 볼을 꾹 누른 채로 부비적거릴 때면 작게 인상을 찡그리면서 둔탁한 움직임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기도 했으면.
윤기야. 언제 눈 뜰거야?
윤기가 깨기를 기다리면서 정작 먼저 나서서 윤기를 깨우지 않은 남준이가 자고 있는 윤기 얼굴을 위에서 빤히 내려봤으면 좋겠다.
얼른
보고 싶은데.
깨울까?
더 재울까?
잠시 고개까지 기울이면서 고민하던 남준이가 결국 또 평온히 자고 있는 윤기의 얼굴에 깨우기를 포기했을 즈음에
그제서야
천천히 윤기의 눈이 떠졌으면 좋겠다.
멍한 얼굴로 몇 번이고 눈을 깜박이다가,
자신의 얼굴 바로 위에 있는 남준이의 얼굴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푸스스 웃어버리면서 손을 들어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그때도 빤히 윤기의 얼굴을 바라봤으면.
잠들어 있던 윤기의 얼굴이 깨어나 일어나는 모든 변화들을 꼼꼼하게 눈에 담아내었으면.
그러다가 금방 행복한 듯이 활짝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너무 좋아.
그저 평온하기만 했던 주인의 얼굴이
나를 보자마자 여러 감정들로 켜켜히 쌓여 물들여지는 것이 너무 좋아.
그 감정들이 날 향하는 애정이라는 것이 너무 좋아.
그래서 행복해.
시선 하나, 표정 하나, 손길 하나에도 나로 인해 물들여진 감정이 보여서 행복해.
기분 좋은 얼굴로 한참 자신의 얼굴을 내려보다가 꼬리를 점점 세차게 흔드는 남준이를 보고 윤기는 그제야 겨우 입술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왜 또 나 안 깨우고 있었어.
잠긴 목소리가 방을 나직히 울리면 남준이는 그저 웃는 얼굴로 윤기의 허리를 끌어안았으면.
그리고 한없이 밝은 얼굴로 여전히 웃으면서 일어나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어 말했으면 좋겠다.
잘 잤어, 주인아?
비로소 윤기와 남준이의 하루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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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이야기 하나. 주인아. 윤기야.
숨겨진 이야기 둘. 아. 또 이름 부르니까 코 때렸어. 주인 너무해.
숨겨진 이야기 셋. 응? 왜 불렀냐고? 아, 이 말 하고 싶었어.
숨겨진 이야기 마지막. 윤기야, 사랑해. 민윤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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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신청 받고 있습니다.] |
- 신청 기간이 끝난 후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