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레스트 - 모자이크 조각
왜 쓰냐고 묻냐면 임시보관함을 뒤적이다가 미처 수정되기 직전의 글들이 몇 개가 보여 긁어모아 정리해봤습니다. 급하게 쓴 것이므로 마음대로 휘갈겨 썼으니 부끄러워서 그러니 보실 분은 보고, 안 보실 분들은 지나쳐도 무관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윤기가 토끼인 썰 진행과는 관계가 1도 없습니다. 뒤로 갈수록 사담도 섞이는 건 기분 탓일거예요. 아마도요. 예. 기분 탓.
+ 수정. 브금 추가.
1.
남준이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윤기를 두고도 책만 읽을 때가 종종 있는데 윤기는 그럴 때마다 책 위로 엎어지며 남준이를 방해한다. 처음에는 귀엽게 봐주던 남준이도 하얀 토끼가 자꾸 엎어지니 나중에는 책 위에 엎어지지 못하도록 침대에 똑바로 누워 책을 위로 들어올린 채 읽는다. 윤기는 결국 남준이의 팔을 타고 폴짝거리다가 포기한다. 그러다가 남준이의 가슴팍 위에 엎어져 일부러 꼬리를 살랑거린답시고 움찔거리고, 토끼 귀로 남준이의 턱과 목을 간지럽히면서 애교를 부리며 결국 남준이의 시선을 돌린다는 장면을 썼다가 지웠다.
이유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토끼 윤기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서였다. 왜냐하면 이걸 썼을 당시에 둘의 진도는 윤기가 열병을 막 나았을 즈음이었다. 그 당시 윤기에게 저런 당찬 애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탈락되었다가 후에 책 위가 아닌 키보드 위에 엎어지는 윤기로 변했다.
2.
남준이는 윤기와 같이 밤산책을 나갔다가 동기들을 만나 술을 한 잔 걸치고 와서 윤기에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터놓는다. 아마 66편쯤 되리라 생각되지만 확실치는 않다. 하여튼 그 때 수많은 장면들이 써졌다가 삭제되었다. 남준이가 알파벳 초콜릿을 사가서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다. 근데 사주면 윤기가 초콜릿에 더 신경을 쏟을 것 같고 고백하는데 하필, 알파벳 초콜릿을 들고 와 주절거리는 남준이를 윤기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탈락. 윤기가 남준이의 고백을 듣기도 전에 먼저 좋아한다고 외쳐버리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쓰다가 아무리 수정해도 외치는 타이밍이 애매해서 탈락되었다. 그냥 내 손이 문제였다. 마지막 둘의 실루엣이 겹쳐진다고 표현되어 있으나 사실 둘은 진득한 키스를 했었다. 내 욕망으로 인해 이 순수한 토끼네 랩슈들을 타락시키는 것 같아 탈락. 이라고는 하지만 당시에 손 끝, 눈빛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했던 진도와 서로의 성격 등을 고려했을 때 이건 너무 슈퍼패스권을 타고 날아간 수준의 진도라 생각되어 과감히 탈락시켰다.
3.
쓰고 있다보니 둘이 피씨방 가서 고오급 시계 해라. 재밌다. 고오급시계. 인공지능 중수 상대로 겁나 승리만 거두다가 고수 상대로 가서 멘붕빠져서 다시 중수도 돌아가는 힘찬 랩슈들. 이건 탈락한 장면이 아니지만 문득 생각나서 써본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생각해둔 소재에 접목시켜야지. 재밌겠다.
4.
또 뭐가 있지. 얄팍한 기억력은 이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아, 남준이가 어디에서 알뜰폰이나 그런 저렴한 폰 하나를 비상용으로 윤기에게 주는 내용을 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취방 원룸에서 방학에는 평일 알바를, 학기에는 주말 알바, 간혹 대타를 뛰는 남준이 입장에서 폰 하나의 값을 내기란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하며 삭제. 사실 반인반수를 얹은 너무나 확고한 판타지 픽션이니 너무 현실을 끼얹으면 되려 모순이 생겨 웃길테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겨우 유지하고 있는 현실성을 무너뜨리기 싫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겁나 부자인 남준이를 써볼까 싶다. 이딴 거 고민 안 하게. 귀찮아. 힘들어. 쓴 거 삭제하기 아까워. 아니야. 사실 랩슈 생각하는 건 안 귀찮다.
5.
대형견에서는 윤기가 대형견 남준이에게 목걸이를 선물하고, 토끼에서는 남준이가 토끼 윤기에게 팔찌를 선물한다. 왜 반지가 아니냐, 라고 한다면 내가 반지를 좋아하지 않아서, 라는 답을 내놓고 싶다. 랄까 사실은 토끼에서 남준이가 윤기에게 반지를 선물하는 장면도 생각해보았고 실제로 써봤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입도 되지 않고 아직 신혼 부부 와 갓 사귀기 시작한 풋풋한 연인의 경계선을 오락가락하는 토끼썰 진도에 반지는 무슨 프로포즈 같아서 삭제되었다.
6.
최근의 토끼썰에서 남준이의 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방문하셨다가 윤기를 만난다. 사실 이 장면에서는 수많은 수정이 있었다. 맨 처음은 남준이와 윤기가 키스를 하고 있다가 들키는 장면으로 시작되었으나 이러면 너무나 많은 시련이 있거나 너무나 쿨한 어머니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 같은데 시련이면 내가 힘들고 어머니께서 너무 쿨해지시면 그건 그거대로 당장에 쓸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서 지웠었다. 두 번째 장면은 남준이 혼자 있는 장면이었으나 윤기가 혼자 외출하는 경우는 태형이를 만나러 갈 때가 아니면 거의 없으므로 삭제되었다. 세 번째가 되어서야 윤기 혼자 있을 때 어머니가 방문하시는 걸로, 원래는 누구세요를 외치며 바로 문을 열었다가 들키는 장면을 썼었는데 생각해보니 윤기는 집에서 하의를 잘 입지 않는다. 그래서 탈락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 앞에서 하의실종의 윤기를 보여드리는 건 좀 그렇지 아니한가. 그 다음 장면에서는 아예 어머니를 보고 놀라서 토끼로 돌아가버린다는 장면을 썼었으나 그러면 어머니의 반응을 정말, 어떻게, 진짜, 도대체, 어느정도로 써야 될지 몰라 탈락되었다. 이러한 오류들을 거쳐 조금씩 수정하다보니 지금 업로드된 토끼썰이 나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