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마음속의 완결까지는 좀 남았지만 양이 많아서 텍파 작업은 슬슬 시작해야겠다고는 생각합니다.
생각만요.
생각만.
실행 아직 ㄴㄴ해.
구름이 별로 없고 하늘이 유독 멀리 떨어져 청량함을 내뿜고 있는 가을의 오후.
윤기는 서늘한 바람이 시원하게 지나쳐간 자리에 걸음을 내밀며 손에는 몇 번 쓰질 않아 손에 크게 익지않은 목줄 손잡이를 꾹 그러쥐었으면 좋겠다.
그런 윤기의 옆에는 오랜만에 강아지의 모습으로 산책을 나온 큰 대형견, 남준이가 목줄을 맨 채로 걸음을 맞추고 있었으면.
윤기는 길을 가다가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이 길이 맞나?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횡단보도 앞에서 윤기가 길을 찾느라 지도앱이 띄워진 핸드폰 화면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반짝
초록색의 신호등이 빛나면 남준이가 윤기의 허벅지에 얼굴을 부비거나 바짓단을 살짝 물어 당겼으면.
어딜 가는건지는 말해주지 않아 남준이는 목적지를 모르지만
윤기의 행동을 보고 가본적이 없는 낯선 곳을 가는구나 싶어 꼬리를 살랑이며 기대감을 표현해냈으면 좋겠다.
선선한 날씨에 간간히 자신의 털을 흩뜨리는 바람까지 너무나 좋아 입꼬리를 쭉 올린 채 웃고 있던 남준이가
찾았다,
라는 윤기의 목소리에 고개를 두리번 거렸으면.
윤기 너는 허리를 숙여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같이 꽤나 널찍한 2층 카페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허리까지 오는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더콜리 한 마리와 큰 허스키 한 마리가 윤기에게 다가왔으면.
부지런히 다리쪽의 냄새를 맡고 몸을 부벼와 윤기가 잠시 당황했다가 이내 웃으며 문을 꼼꼼히 닫고 남준이의 목에 걸고 있던 줄을 풀어내었으면 좋겠다.
알고보니 윤기가 남준이를 데리고 온 곳은 근처에서 가장 큰 애견카페였으면.
남준이와 같이 카페 안으로 들어간 윤기가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에도 윤기 주위나 남준이 주위로 많은 강아지들이 다가왔으면.
윤기가 진동벨을 받아 자리에 앉고, 들고 온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시선으로는 아직 카운터 근처에 있는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요즘 바빠서 남준이를 데리고 산책도 나가지 못한 터라 이왕 시간이 난 거 친구까지 만들라고 데려왔는데 생각보다 인기 많은 남준이를 보고 작게 놀랐으면.
그리고 확연하게 같은 대형견끼리 붙여놓아도 좀 더 큰 남준이를 보고 새삼스럽게 남준이가 대형견인 걸 느꼈으면 좋겠다.
깔끔한 디자인의 테이블 위에 슬리브가 끼워진 아이스 커피 하나가 자리했으면.
노트북이라도 꺼내서 남준이가 충분히 놀 동안 일이라도 할까 싶었던 윤기가 자신의 종아리에 닿는 무언가에 고개를 돌렸으면.
그리고 아주 작은 말티즈 하나가 윤기의 종아리 부근에 머리를 꿍꿍 박고 있는 것을 보고 입꼬리를 크게 올려 웃었으면 좋겠다.
와, 너 진짜 작다.
허리를 숙여 한 손에 들어차는 강아지를 조심히 안아올린 윤기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다시 내려주는 사이,
이번에는 다른 강아지 두세마리가 윤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윤기도 자연스럽게 강아지가 잔뜩 있는 곳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카페 구석구석 앉아서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들을 예뻐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윤기도 그 안으로 녹아들어갔으면.
중간중간 못 보던 은색의 목걸이를 한 남준이를 보며 칭찬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은근슬쩍 뿌듯해하기도 했으면 좋겠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윤기가 턱을 괴고 카페를 천천히 둘러보았으면 좋겠다.
작은 강아지들이 가끔 추격전을 하듯 쪼르르 쪼르르 카페를 달리기도 하고,
어느 구석에는 두어마리 강아지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엎치락 뒤치락, 짧은 다리를 버둥거리기도 하고,
큰 대형견 주위에 있는 보다 작은 강아지들이 큰 대형견의 몸 위를 오가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그 옆에는 항상 자신처럼 어딘가에서 시선을 보내는 연인들,
직접 그 옆으로 가서 쓰다듬으며 귀여워하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간식을 사서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많은 강아지들에게 둘러쌓인 사람들 등등.
카페를 둘러보던 윤기의 시선은 끝은 남준이였으면 좋겠다. 자신보다 작은 강아지가 자꾸 발치에서 뒹굴거리니까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큰 강아지.
작게 키득인 윤기가 빤히 남준이를 바라보는 사이 이번에는 하얀 사모예드 한 마리가 다가와서 얼굴을 부볐으면.
그리고 윤기가 들고 마시고있는 커피에 코를 들이대며 관심을 보였으면.
어? 어. 어. 야, 임마. 너 이거 먹으면 안 돼, 임마.
툭툭 커피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컵을 건들이는 행동에 윤기가 플라스틱 컵을 높게 들어올렸으면 좋겠다.
그러자 사모예드가 윤기의 허벅지를 앞발로 꾹 밝은 채로 똑바로 서서 끝까지 킁킁, 커피에 코를 대었으면.
윤기가 이번에는 테이블에 얼른 커피를 내려놓고 큰 사모예드의 허리를 감싸 익숙하게 들어올려서 바닥에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올라오지 말라고 손을 뻗어 남준이에게 그래줬듯이 양 볼을 잡아 문지르려고 하는데,
어디에서인가
타다다닥, 하는 소리가 들렸으면.
그리고 윤기와 사모예드 사이에 익숙한 실루엣이 불쑥 들어찼으면.
준아?
사모예드를 이마로 밀어낸 남준이가 하얀 사모예드가 멀어지자 그제야 윤기의 허벅지에 제 얼굴을 턱, 올려놓았으면 좋겠다.
억울하다는 듯, 그러지 말라는 듯. 울상이 지어진 큰 대형견이 제 허벅지에 연신 얼굴을 부비다가
주섬주섬 허벅지 위로 올라와서는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버리는 모습에
윤기 너는 이번에는 입동굴까지 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으면 좋겠다.
상체를 숙여 남준이를 꽉 끌어안아 목덜미를 슥슥 쓸어내리고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질투했어?
다른 강아지 만지지 마?
너 계속 여기 있을거야?
윤기의 질문 하나에 크게 고개 끄덕이는 것이 한 번.
얼굴 가득 웃음기를 담은 윤기가 눈이 휘어지게 웃으면서 끅끅거리다가 조금씩 웃음을 진정시켰으면 좋겠다.
대신에 양 손으로 남준이의 볼을 부여잡고 좌우로 흔들면서 부비고는 그대로 손 끝을 살짝 세워 빗질을 해주듯이 목덜미를 쓸어내려주었으면 좋겠다.
간혹 손 끝에 닿는 목걸이의 감촉을 따라서 쓰다듬어주기도 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익숙한 온기, 익숙한 손길에 조금씩 기분이 풀려 슬쩍 몸을 움직여 윤기의 다리 위에서 내려갔으면 좋겠다.
더 놀다올거야?
윤기의 질문에 이번에는 남준이가 고개를 저었으면 좋겠다.
충분히 놀았어?
이번 질문에는 남준이가 그저 윤기의 허벅지에 얼굴을 다시 턱, 얹는 걸로 답을 했으면 좋겠다.
마치 또 윤기에게 다가오는 강아지들을 감시하겠다는 듯이 단단하게 앉아있는 모양새에 윤기는 또 한 번 웃음을 크게 보였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입동굴이 훤히 보이는 큰 웃음을 씩 지은 윤기가
허리를 숙여 남준이의 목덜미를 다시 끌어안고 부드러운 이마에 남들몰래 짧게 입술을 내리눌렀으면 좋겠다.
윤기가 천천히 떨어질 즈음에는,
남준이가 코 끝으로 윤기의 쇄골 부근에 자리한 목걸이 가운데를 톡 건들였으면 좋겠다.
길지 않은 시간. 애견카페 한 켠에 자리잡아 마음껏 휴식을 취하다가 남준이가 밖을 한 번 바라봤으면 좋겠다.
통유리로 들어오는 하늘이 푸른빛에서 계절에 맞게 일찍 내린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것을 보고,
다른 강아지들도 한 번 쭉 둘러보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주인이자 연인인 윤기를 올려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왜?
자신을 보며 얇은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다가 살짝 상체를 일으켜 윤기의 목덜미에 제 얼굴을 길게 부벼올렸으면 좋겠다.
이만 갈까?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맞은 편 의자에 있던 가방을 가져온 남준이를 보고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가방을 받아들고,
목줄을 꺼내서 다시 남준이의 목에 채우고, 손잡이를 잡고 카페를 나섰으면 좋겠다.
평소보다는 조금 길었던 외출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목줄을 풀어준 윤기를 따라 남준이가 쪼르르 욕실로 들어갔으면.
윤기가 손과 발을 씻겨주고 나서야 사람으로 변해 뒤늦게 짐을 풀어내고 옷을 갈아입는 윤기에게 다가갔으면.
오늘 재밌었어?
응. 근데, 주인아.
어.
다 좋았는데 뽀뽀 못 하는 게 별로였어.
칭얼거리는 남준이의 말에 작게 웃은 윤기가 머릿속에 뽀뽀밖에 없다며 남준이의 볼을 꾹 꼬집었다가 놓았으면 좋겠다.
남준이 너는 억울한 얼굴로 눈썹과 눈꼬리 모두 축 늘어뜨리고는 윤기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카페에서부터 뽀뽀하고 싶었어.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그 놈의 뽀뽀, 뽀뽀 그만 말하라며 남준이의 입술을 꼬집었으면.
속이 조금 꽁해진 남준이가 입을 결국 꾹 다물 즈음에야 윤기가 들고나갔던 가방을 가져와 챙겼던 물품들을 꺼내 정리했으면 좋겠다.
그 손길이 어째 묘하게 분주해보여서 고개를 갸웃거린 남준이가 잠시 뒤에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으면.
천천히 윤기에게 다가가서 뒤에서 윤기의 마른 허리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깨를 잡아 품에 가득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윤기의 귓가에 남준이의 웃음소리가 닿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남준이의 입술이 닿았으면 좋겠다.
여기가 빨개, 주인아.
윤기 너는 결국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나 지갑 등을 내려놓고 두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려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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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Ctrl + F로 검색하시면 빨리 찾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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