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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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공부하고 있어요.
"역시."
-선배는요?
"니 생각하고 있었어"
-그건 당연한거고요.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어두컴컴한 이 시간,
다 씻고 잘 준비를 한 다음 편안한 침대에 누워
정재현의 꿀 같은 목소리를 듣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었다.
특히나 이렇게 장난치는 정재현의 말은 더더욱.
"나 너가 내준 숙제 다 했어."
-잘 했어요.
"예습도 했어. 다음 과외 할 때 배울거"
-그것도 잘 했어요.
정재현의 입에서 나온 달콤한 칭찬을 바랬던 나는
말이 끊기기 쉬운 단답으로 계속 대답하는 정재현에
약간 짜증을 느끼며 굳이 숨기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
"뭐 하는데 왜 그렇게 단답이야?"
-뭐 좀 하고 있어서요.
"그니깐 뭐하는데~"
-밖에 쌀쌀하니까 겉옷 꼭 챙겨서 나와요.
뜬금없이 밖을 나오라는 정재현은 날 의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분명 방금 전 까지만해도 공부한다고 해놓고선 나오라니?
아니, 그것보다 나는 씻고 다 누운 상태라 아주 깨끗한 민낯이었기 때문에
정재현에게 당황한 걸 티내지 않으려고 애써야했다.
"너 어딘데?"
-엔씨티 아파트 6동 밑이요.
"너가 왜 거기있어?"
-그러게요. 집 가려고 독서실에서 나왔는데 여기로 왔네.
그런 김에 김여주 선배님 얼굴 한번 보고 가죠, 뭐.
"나 완전 무방비상태야"
오늘 하루가 넘어가기전에 정재현을 보고싶은 마음은 당연히 굴뚝같았지만
정말 깔끔하기 짝이 없는 내 얼굴이 모든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런 내 상황을 정재현은 알고도 괜찮다며 나오라고 계속 재촉했고
나는 해가 산 뒤로 숨은지 오래기 때문에 잘 안 보일거라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묶고 있던 머리를 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설렘반 걱정반을 안은 채 집을 나섰다.
아파트 현관의 자동문을 열자
신발코로 땅을 콕콕, 치는 정재현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직 내가 내려온 걸 모르는 지
자신의 손목 시계도 보고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도 보고
괜히 가방도 다시 고쳐메는 정재현의 모습을 보니
이 모든 상황이 신기하고 또 귀엽기도 해서
정재현을 부르는 걸 까먹은 상태로
혼자 웃으며 머리카락으로 내 입을 가렸다.
"정재현!"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정재현은 바로 뒤를 돌아보고
얼굴을 가린 날 발견하고는 이를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난 부끄러워서 두 손으로 볼을 감싼 채 정재현에게 다가섰지만
정재현은 그저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기만 했다.
"고개 좀 들어봐요."
"싫어. 창피해. 목소리만 들을래."
"여기 깜깜해. 어차피 잘 안보일거예요."
날 달래는 정재현의 말에 잠시동안 약간 맘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한 쪽 귀에서 들려오는 천사의 말에 다시 고개를 흔들고
부끄러운 얼굴을 가리려 더 철통보안시켰다.
"안 돼."
정확히 내가 안 돼, 라는 말을 내뱉자마자
정재현은 두 손을 들어 내 얼굴을 감싸고 있는 내 손을 잡고선 밑으로 내렸다.
깜짝 놀란 나는 그토록 내가 걱정했던 얼굴을 가리지 못하고
지금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 두 눈을 꼭 감고 아웅, 하였다.
정재현은 이게 그렇게나 웃긴 지 소리내어 웃었지만
나 혼자 적지 않은 부분을 걱정하며 그저 웃지마, 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였다.
순간 정재현은 부끄러워하는 나를 그대로 품에 가뒀다.
"진짜 김여주."
혼자 계속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내 귀 옆에서 낮은 웃음 소리를 내던 정재현의 보조개에
나는 고개를 돌려 쪽, 하고 뽀뽀를 했다.
"벌이야."
"이게 벌이면 저 평생 웃을 수 있는데."
"그건 안 돼."
안은 상태로 갑자기 벌에 대한 주제로 토론이 시작되자
우리는 어느 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그렇게 서로 한참 안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재현이 고개를 뒤로 빼 나를 쳐다보았다.
"선배, 내일 동아리 들었으니까
수학 문제 열심히 풀려면 얼른 들어가서 자요."
늘 그렇듯 아쉬움에 똘똘 뭉친 나는 마지못해 알았어..하며
따뜻했던 정재현에게서 천천히 떨어졌다.
몸을 떼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한기에
나는 쌀쌀함을 느껴 내 겉옷 지퍼를 잠그려고 고개를 숙였고
정재현은 망설임없이 자신의 손을 들어
대신 능숙하게 지퍼를 목 끝까지 잠가주었다.
"숨막혀"
"추운 것보다는 훨씬 나요. 얼른 들어가요, 감기걸려."
"내일 봐."
"화장 안 해도 예뻐요. 뭘 해도 예뻐."
"거짓말하지마. 남자들이 많이 하는 거짓말 중에 그것도 포함이야."
"그 거짓말 평생 해줄테니까 내일 옷 따뜻하게 입고와요, 내일도 춥대."
대화가 되는 지 안되는 지 서로 계속 딴얘기를 하니
그 잠깐동안에도 10분이나 지나서야 헤어졌댄다.
*
"아.."
수학동아리가 시작되고 난 수업들을 준비를 하려 가방을 열었다.
하지만 가방 안에는 내가 찾는 필통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망연자실한 내 입에서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아까 정재현 얼굴을 빨리 보고싶어서 가방을 급하게 챙겨서 그런지
책상 서랍에 필통을 그대로 둔 채 나왔다는 것을 떠올린 나는
내 옆에 앉은 1학년 남자아이를 쳐다보았다.
"샤프 빌려드릴까요?"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남자 애는 샤프를 빌려주냐며
자신의 필통에 손을 뻗어 그 중 하나를 꺼내 나에게 주었다.
"고마워."
"대신 저 이거 문제 알려주세요."
나에게 문제를 묻는 애는 생에 처음이었기에
나는 온 몸으로 당황하며
그 아이가 물어 본 문제를 얼른 눈으로 훑었다.
다행히도 어젯 밤에 집에서 혼자 풀어 봤던 문제였기에
머릿속으로 간간이 떠오르는 답지의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없게 그 아이가 빌려준 샤프로 천천히 문제를 풀어나갔다.
오지선다 중 내가 풀어서 나왔던 답이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신이 나 내가 정재현이 된 것 마냥, 그 아이에게 열심히 가르쳐주었다.
"못보던 샤프네요?"
그렇게나 갈망했던 정재현과 짝꿍이 되어서 신난 나에게
내가 꼭 잡고 있던 샤프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정재현은 물었다.
"아, 아까 급하게 가방 챙기다가 교실에 필통 놓고왔어.
아까 쟤가 빌려줬어."
내가 검지손가락으로 한 분단 끝에 있는 1학년 남자 애를 가리켰고
정재현은 내가 가리킨 그 아이가 누군지 힐끔 쳐다보다가
다시 내가 든 샤프로 시선을 옮겨 눈을 떼지 못한 채 보고선
내가 들고있던 샤프를 뺏고는 자기 옆에 탁, 하고 놓았다.
곧바로 정재현은 자기 필통에서 검은색 샤프 하나를 꺼내 내 손에 쥐어주였다.
"제꺼 써요."
"저거 멀쩡해."
"제 것도 멀쩡해요."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하고 생각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궁금했던 그 이유를 쉽게 깨달았고
질투하는 정재현이 내심 귀여워서 쥐어준 샤프를 더 꽉 쥐었다.
"쟤가 빌려준 샤프는 제가 돌려줄게요."
"내가 빌렸는데 니가 왜 돌려줘."
씁-.
어린아이를 혼내는 것처럼 입술을 살짝 문 정재현의 모습에
나는 더 환하게 웃고 알겠다며 문제집으로 시선을 옮겼다.
*
오늘은 카페에 가지 않고 수학 동아리가 끝나자마자
아무도 없는 교실에 계속 남아 과외를 진행했다.
오늘따라 그 어려운 수학 문제가 신기하게도 술술 풀려
수학에 대한 집중력이 한참 최고조에 달해있던 중이었다.
"선배."
아예 책상 위의 수학 문제집에 코를 박고
정재현이 쥐어준 샤프를 아직도 놓지 못한 채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고 있던 중
내 이름을 불러오는 목소리에 풀다 말고 고개를 드니
턱을 괸 채 나만 빤히 바라보는 정재현이 보였다.
"예뻐요."
뜬금 없이 예쁘다고 칭찬을 하는 것 듣자마자
나는 스물스물 올라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실실 웃으며 쑥쓰러운 느낌에 일부러 농담을 했다.
"한 장 더 풀라는 소리야?"
나의 부끄러운 농담에
담담한 표정이었던 정재현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턱에 있던 손을 책상 위에 올려 놓아
검지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멍하니 말을 이었다.
"내 옆에다 두고 계속 문제 풀라고 하고 싶어요."
"끔찍한 소리 하지마."
"내가 계속 옆에 있을건데?"
정재현의 말에 난 연필을 놓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고민 좀 해 볼게."
"이미 선배한텐 선택권은 없어요."
단호하게 선택권이 없다는 정재현의 말에
나는 곧바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유를 물었다.
"왜?"
"선배는 내 여자친구니깐"
분명히 앞뒤 안 맞는 고집이 다분한 이유였지만
꽤나 맘에 들어 일부러 새침하게 입을 삐죽이자
정재현은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시선을 다시 문제집으로 옮겼다.
"지금 이거 한... 2장 끝내면
이따가 제가 맛있는거 사줄게요. 선배 좋아하는걸로."
그러고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샤프를 들어
내가 쉽게 풀수 있게끔 한 문제당 알맞는 공식을 써주었다.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노을을 품은 햇빛이 오늘따라 정재현을 찾았다.
그런 정재현을 보니 나는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설렘과 행복함 등
나를 감싼 여러가지 감정들은 무의식적으로 정재현의 이름을 불렀다.
"재현아."
나를 위한 수학 공식을 막힘 없이 써내려가던 정재현은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자마자 나는 그런 정재현의 입술에 쪽, 하고선
정재현의 눈을 바라보며 숨기지 못하는 미소를 지었다.
정재현은 놀란듯 경직된 표정으로 내 눈을 피하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곧 나의 입술을 다시 찾았다.
급한 듯 느긋한 듯 눈을 감고 정재현을 느끼려 애썼다.
정재현은 아예 각각 손으로 내 의자와 허리를 잡고 자기쪽으로 끌어 당겼고
나도 그런 정재현의 목에 손을 둘러 더욱 밀착시켰다.
그렇게 한참 서로의 입술을 찾다 가쁜 숨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떼었다.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숨을 고르면서 첫 여운을 느끼던 중
문득 능숙하게 모든 것을 리드했던 정재현에 의아함을 느꼈고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질투심에 정재현에게 물었다.
"... 정재현. 너 처음 아니지."
내가 일부러 실눈을 뜨고 정재현을 쳐다보며 말을 하자
정재현은 그런 나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누나도 처음 아니면서."
-
오랜만에 글쓰려니 감이 벌써 떨어졌나봐요.
여러분, 많이 늦었죠? 죄송해요.
여러분들이 정말 많이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말끔하게 낫지는 못했지만
병원도 다녀오고 나름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이 달아주셨던 댓글들을 보면서
혼자 감동받고 두, 세번 또 읽고 했었네요.
다시 한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 부족한 글을 사랑해 주시는만큼
이런 일이 없도록 제 몸 제가 알아서 챙겨야겠어요!
모범생 정재현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앞으로도 변치않는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 암호닉은 매일 받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신청해주세요 :)
[ ] 가로 안에 암호닉을 넣어주시고 제일 최신글에 신청 부탁드립니다.
+) 비회원분들은 댓글이 다른 분들보다 늦게 확인 되기 때문에
제가 암호닉을 늦게 추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 빼먹진 않을테니 걱정말고 다음화에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스엠 고등학교 학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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