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
w. F코드
빈말 : 실속 없이 헛된 말, 속에 없는 말.
[빈말]
“너는 이게 재밌냐?”
“어”
“하여튼 별난 새끼”
머리 뒤로 손을 받치고 고개를 젖히는 우현의 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본 성규가 손에 든 바늘을 꼭 쥐었다. 누가 이딴 걸 좋아한다고. 손에 들린 바늘을 바라보던 성규가 바늘 끝에 달린 실을 신경질 적으로 잡아당기자 실이 허무하게 끊어져 버렸다. 젠장. 이딴 여자들이나 하는 십자수 따위를 자신이 왜 하고 있어야 하는지 짜증이 난 성규가 바늘을 집어 던지고 고개를 돌렸을 때 시선의 끝에 걸린 우현은 자고 있었다. 그세 잠이 든 우현을 바라보며 성규가 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누구 때문에 이걸 하는 건데”
당장이라도 때려 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매번 십자수를 그만 두려 할 때마다 성규는 꼭 뭐에 홀린 듯 자리에 있지도 않은 우현의 목소리가 귀에서 윙윙 거렸다. ‘나도 저런 선물 받고 싶다.’ 뜬금없는 우현의 말에 성규가 우현의 시선이 닿은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곳에는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에게 손수 만든 십자수쿠션을 건네는 장면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리고 병신 같지만 성규는 그 날부터 단추하나 못다는 주제에 십자수세트를 구입했고 열 손가락 모두 밴드로 칭칭 감아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우현의 말이 귓가를 울릴 때면 손가락이 욱신거리는 아픔 따위는 웃으면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우현은 십자수를 시작하는 성규를 보며 징그럽다는 소리로 충격을 주더니 이제는 아주 십자수만 보면 김성규가 생각나서 질린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어 성규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그래도 이왕 만들기 시작한 거 다 끝내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 완성 된 십자수를 우현에게 건네주면 우현이 조금은 감동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어 끝낼 수가 없었다.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지만 우현을 좋아하다는 걸 알아차린 성규는 자신이 우현을 좋아하는 것 보다 자존심 상할 일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손에 놓은 바늘을 다시 집어 들고는 눈이 없이 얼굴형체만 있는 가운데에 바늘을 푹 찔러 넣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십자수만 붙들고 살던 성규는 조금씩 익숙해지는 바느질과 십자수에 우현의 생일에 맞춰 쿠션을 완성 할 수 있었다. 다 완성 된 십자수를 들고 십자수 가게를 찾아 갔을 때 거기에 있던 중학생정도의 여자들이 성규를 보며 수근 거렸지만 성규는 우현이 이걸 받고 조금은 감동해 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자신을 보며 수근 거리는 여학생들을 지나쳐 아줌마에게 쿠션으로 그것도 여기서 가장 예쁘게 만들어 달라며 생긋 웃었고 그 모습을 본 아줌마가 십자수를 건네는 성규의 손가락을 보더니 웃으며 가장 예쁘게 해 주겠다 약속했다.
아줌마는 정말 약속을 지키려는 듯 가게에 걸려 진 쿠션들 보다 더 예쁘고 크게 만든 쿠션을 성규의 품에 안겨주었고 성규는 그걸 받아든 순간 꼭 산모가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안 듯 조심히 안아서는 미리 준비한 하늘색 상자에 고이 넣어 두었다. 물론, 어젯밤을 꼬박 새며 정성스럽게 쓴 손 편지도 함께 넣어두었다.
“김성규 형님이 오늘 생신이신데 선물 없냐?”
다음 날 우현은 방에서 막 나오는 성규를 식탁에서 마주하며 손을 흔들어 선물을 내 놓으라 재촉했지만 성규는 자신을 보고 있는 엄마와 누나의 시선의 우현에게 선물 같은 소리를 한다며 핀잔을 주었고 우현은 그런 성규에게 그럼 오늘 빵이나 사주라며 입술을 삐죽였다. 성규는 그런 우현의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에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틀어막으며 의자를 빼 앉아 상자가 들어있는 가방을 발밑에 고이 모셔 두었다.
“아- 생일인데 학교가기 싫다”
“생일이라는 핑계는 집어넣지?”
성규의 말에 우현이 티났냐며 웃자 성규가 그런 우현을 따라 웃으려다 표정을 굳히더니 아무렇지 않게 아니, 떨리는 마음을 숨기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을 열어 안에 든 상자를 우현에게 건네주었다. 무심하게 성규가 건네는 상자를 받아든 우현이 잠깐 멀뚱히 성규를 쳐다보자 성규가 열려진 가방의 자크를 채우면서 우현을 향해 무심하게 얘기했다.
“생일 선물 달라며”
“헐, 김성규 선물 있었어?”
우는 시늉을 하더니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상자를 내려놓고 예쁘게 묶여진 리본을 푸는 우현의 모습을 내려다 보는 성규가 쿵쾅 거리는 심장을 잡으며 마른 목에 침을 삼키자 리본을 다 푸른 우현이 상자뚜껑을 확 열었다. 열린 상자 안에 예쁘게 자리 잡고 있는 쿠션의 모습에 성규가 어서 우현의 반응 살폈지만 우현은 상자를 연 그 상태 그대로 한참을 가만히 쿠션을 내려다 봤고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에 성규가 상자를 뺏으려 몸을 숙인 순간 갑자기 들리는 우현의 얼굴에 숨결이 가까이 닿았다.
“이거 니가 하던 거 아니야?”
“마, 맞아”
“이걸 왜 날 줘?”
“그냥........줄 사람이 없어.......싫음 그냥 내가 쓸테”
따지듯 묻는 우현의 모습에 울컥한 성규가 상자를 향해 손을 뻗자 우현이 그런 성규의 목을 그대로 끌어안았다. 졸지에 우현에게 안긴 성규가 벌렁 이는 가슴에 아무 말도 못하자 우현이 손에 감긴 성규의 머리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성규를 떼어내더니 정말 예쁘게 웃으며 성규를 바라봤다.
“나 지금 존나 감동 먹었어.”
***
“호야 성규 미쳤나봐”
“그러게”
정말 걱정 된다는 듯 울상을 짓는 동우와 그런 동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지만 동우와 다르게 한심한 표정을 지은 호원이 아까부터 실실거리는 성규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동우와 호원이 뭐라 하든 성규는 아까 자신의 선물을 받고 우는 시늉을 하던 우현의 모습과 감동을 먹었다며 예쁘게 웃는 우현의 모습을 생각하며 멈추려 해도 자꾸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정도까지 우현이 감동을 받을 줄 몰랐는데 오늘 우현의 모습을 보자 그 동안 바늘에 찔리며 이러다 십자수가 완성되기 전에 자신이 먼저 파상풍으로 죽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나날들이 모두 보람차게 느껴졌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우현의 모습을 보자 이번에는 쿠션이 아닌 액자에 도전을 해 볼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고 그런 생각까지 하는 자신이 또 웃긴지 성규가 이번에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단단히 미쳤네.”
하지만, 성규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같은 반이 아닌 우현을 쉬는 시간마다 만나러 갔지만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는 건지 한 번을 못 마주친 성규가 점심을 같이 먹으려 우현의 교실에 들어 선 순간 성규는 하늘이 무너진다는 소리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우현을 위해 밤낮 없이 바느질을 했던 십자수가 가장 예쁜 것으로 만들어 달라며 정성을 들였던 쿠션이 바로 오늘 아침 우현이 고맙다며 너무 기쁘게 받아 들였던 그 쿠션이 더러운 교실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니는 꼴을 본 성규는 정말 눈앞에 팽 돌면서 다리를 휘청였다. 책상이 없었다면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질 뻔 한 성규가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줘 팽 도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떨어진 쿠션으로 한 발 짝 내딛었다.
아닐 거야, 저건, 내가 준 게 아닐 거야. 현실을 부정하며 쿠션 앞으로 다가간 성규가 바닥에 떨어진 쿠션을 집어 든 순간 또 한 번 울컥 이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쿠션이 우현에게 준 쿠션이 맞다 는 것 보다 자신이 정성들여 만들었던 남자아이의 얼굴이 까맣게 때가 타 있는 모습에 성규가 더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얼마나 굴러다녔기에 하얗던 쿠션이 뽀얗던 아이의 얼굴이 이리 때가 탈 수 있는지 눈물이 나오려던 성규가 고개를 들고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래, 잠깐 떨어졌겠지 떨어졌는데 바로 줍지 못해서 더러워 진 걸 거야. 그렇게 생각한 성규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우현의 책상위에 쿠션을 올려두려는 순간 교실로 돌아온 우현이 성규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밥 먹으러........어? 이거 니가 가지고 갔었어?”
“뭐?”
“아까 명수가 잔다고 해서 빌려줬는데 없어졌길래 잃어버린 줄 알았지, 야 가져가면 가져간다고 말을.......뭐야, 너 왜 울어?”
“너는.......너는 도대체”
“왜 우냐니......야!! 김성규 어디가!!! 밥 안 먹어!?”
저 새끼가 끝까지. 지금 이 상황이 밥을 찾을 상황이 아닌 걸 모르는지 등 뒤에서 밥 안 먹고 어디가냐며 그럼 자기 혼자 먹겠다며 소리치는 우현의 목소리에 성규가 울음이 터져버려 헐떡이는 목소리로 우현을 향해 소리쳤다. 죽어버려 남우현!!!. 갑자기 죽어버리라며 소리치고는 저 멀리 달려가 버리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더니 왜 저러냐 묻는 명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나쁜 새끼. 개새끼, 생일은 무슨, 차라리 다시 엄마 뱃속으로 쳐 들어가 버려라!!!”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집어 던진 성규가 침대 위로 엎어져버렸다. 미동도 않고 침대에 엎드려 있던 성규가 갑자기 발을 동동거리며 침대를 차더니 분이 풀리지 않는지 이쪽, 저쪽으로 구르며 다리와 팔로 침대를 퍽퍽 쳤다. 콜록, 콜록. 이불 위에서 발길질을 하던 성규가 방안 가득한 먼지에 콜록이며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기가 무섭게 방안에 가득했던 먼지가 빠져나갔지만 머리끝까지 난 화는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화를 내고 울었는데도 불구하고 찾아오기는커녕 오히려 오늘 다른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혼자가라더라는 우현의 말을 전하는 명수의 말에 또, 그 말을 전하는 명수의 손에 들린 쿠션에 순간, 눈이 뒤집어졌다. 이 쿠션을 왜 니가 가지고 있냐며 따져 묻자 이걸 베고 자면 편해서 남우현한테 말했더니 남우현이 그럼 빌려주겠다고 했다라나? 개새끼. 개새끼 같이 생긴 걸로 모자라 정말 개새끼가 되려는지 우현의 개매너 같은 개행동에 머리가 터져버릴 거 같았다.
명수의 손에 들려있던 쿠션을 뺏어 다 찢어버릴 생각으로 비장하게 칼을 뽑아 들었지만 차마 찢을 수 없던 성규는 그대로 쿠션을 집까지 가지고 와 버렸다. 집까지 들고는 왔지만 왠지 그 쿠션이 우현 같아 보이는 착각에 성규가 기분이 나쁘다는 얼굴로 현관 앞에 던져두었다.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만든 건데, 그걸 만드는 내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데......”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성규가 창문을 닫아 버리고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다시는 우현의 말 한 마디에 이딴 짓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성규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머리끝까지 난 화는 우현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아니, 우현의 얼굴을 본 순간 풀리고 또 다시 자신은 병신처럼 우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 할 거라는 걸.
“줬다 뺏는 게 어디 있냐?”
“뺏은 거 아니야”
“김명수가 어제 니가 쿠션 가져갔다고 하던데?”
“맞아. 내가 가져갔어.”
“왜? 다시 줘”
“싫어”
“뺏은 거 아니라며”
성규가 걸음을 멈추자 따라 멈춘 우현이 성규에게 손을 내밀어 다시 달라며 말했고 성규는 그런 우현의 손바닥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버릴 거잖아. 너무나 작은 성규의 말에 우현은 자신이 잘못 들었는줄 알고 다시 물으려 했지만 가방을 고쳐 멘 성규는 우현에게 틈을 주지 않은 채 아까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발을 내딛었다.
선과 악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 해 놓은 게 어제인데 ㅋㅋ
이렇게 조각으로 와서 미안해요.
감기 때문에 코를 너무 많이 풀었나?
머리가 아파서 공부도 안 하고 이것저것 두드리다가 쓴 조각이에요
사실, 뒤에 더 있지만 이것마저 연재 할 힘이 지금 나에겐 없기에
일단, 좀 자고 충전 좀 한 다음 맑은 정신에서 다시 생각 해 볼게요
매번 조각을 뿌리고 가서 미안해요 ㅠ_ㅠ
완성된 퍼즐 |
포스트잇, 메인규, 자몽, 푸파, 내사랑 울보 동우, 뀨규, 독자2, 인빅, 고추장, 거울, 하푸, 터진귤, 지지, 수타, 소라빵, 찹쌀떡, 앨리지, 쏘쏘, 개굴, 오일, 갑, 만두, 코코팜, 블베에이드, 흥, 구름의별, 나봤규, 테라규, 콩, 퐁퐁, 시계, 매실액기스, 규때, 민트초코, 피아플로, 순수, 빙구레, 베게, 하니, 감성, 뀨뀨, 갤노트2, 풍선, 요노르, 뚜근뚜근, 여리, 돼지코, 숫자공일일, 프라푸치노, 미옹, 규요미, 종이, 백큥이, 모닝콜, 베이비핑크, 리칸, 나토, 생크림, 유정란, 후양, 엘라, 노랑규, 여우비, 빙빙, 세츠, 헿헿, 캡틴규, 의식의흐름, 케헹, 오랑, 안녕하수꽈, 망태, 달달, 완두콩, 피앙, 옵티머스, 호현, 롱롱, 발꼬랑, 니트, 수달, 레오, 새침, 익명인, 쿠크다스, 호호, 발가락, 눈아프다, 후시딘, 온규, 로즈, 휴지, 카페모카, 슈크림, 환상그대, 인연, 솜사탕, 달링, 승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