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의 랩슈들은, 뭐랄까.
하이파이브를 위해 손바닥을 마주대면
그대로 깍지를 낄 것 같은 혼자만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윤기가 갑자기 쌓인 일들로 인해서 정신없이 바빴으면 좋겠다.
남준이와 조금 시간을 보내다가도 금방 회사쪽에서 전화가 오고,
그러면 윤기는 바로 일어나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 몇 시간씩 나오지 않고.
남준이를 위해 조금 열어둔 작업실 문틈으로 보이는 모습은 너무 진지하고 정적이라 남준이가 다가갈수도 없었으면.
그렇게 며칠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얌전히 윤기를 기다리던 남준이도 시간이 흐를 수록 살짝 살짝 투정을 부려 윤기의 시선을 잠시라도 돌리려고 했으면 좋겠다.
그나마도 잘 되지 않아서 남준이가 꽁하게 소파에서 쿠션만을 끌어안은 채 꼬리로 소파를 내내 내리치고 있었으면.
잠시 뒤에 준아, 하는 나직한 부름 안에 숨은 경고를 눈치채고는
시무룩해져서 꼬리를 멈추고 대신 입술을 내민 채로 그 길다란 몸을 소파에 뉘였으면.
지금 윤기의 주위에는 가시가 삐죽삐죽 솟아올라 있어서
목소리까지도 자신을 찔러댄다고 투덜거리면서 품에 둥근 쿠션을 가둔 채 끝이 구겨질정도로 꾸욱 꾸욱 눌렀으면 좋겠다.
윤기도 그런 남준이를 알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에 가끔 잠깐이라도 같이 할 때 남준이 밥 위에 반찬을 얹어준다던지,
간식을 조금 더 많이 준다던지 같은 남준이의 기분을 달래주려는 노력을 야금야금 했으면 좋겠다.
윤기의 일은 그렇게 차츰차츰 쌓였다가,
어느 기점으로 또 꾸준히 줄어들었으면.
솔직히 윤기라고 일을 내내 잡고 있는 것이 좋을리는 없으니 열심히 일을 해서 겨우 그 일이 끝을 보였으면.
큰 프로젝트가 딱 마무리 되어서 다른 사람들 회식이라도 할 때에 윤기는 비척비척 작업실을 나와서 침대에 바로 누워버렸으면 좋겠다.
외국과 같이 한 것이라 시차를 맞추느라 새벽과 밤낮을 오가던터라 지독한 수면부족에,
윤기는 일이 끝나는 날 같이 산책을 나가겠다고 약속한 것을 어김없이 까먹은 채 깊게 잠에 들어버렸으면.
그리고 그 옆에서는 꼬리를 퍼덕퍼덕 흔들며 열심히 기대에 찬 얼굴로 윤기를 바라보다가
실망에 잠겨서 시무룩해진 채 이불을 끌어 윤기의 몸 위에 덮어주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한참을 자던 윤기가 부스스 일어나 거실로 나갔을 때는 남준이가 소파에 누워 잠에 들어있었으면 좋겠다.
얘는 왜 침대에서 안 자고 여기서 자.
어쩐지 옆이 허전하더라니.
윤기는 제 머리를 손으로 흩뜨려 나름 정리할겸 슥슥 쓸어올린 뒤에 남준이를 가만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요즘 이 얼굴이 내내 심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생각에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었다가,
담요를 가져와 남준이의 배에 덮어주었으면.
덮어주자마자 얼마 안 있어서 더운지 주섬주섬 담요를 바닥에 휙 내던지는 남준이를 보고 다시 덮어준 뒤에 남준이 코를 살짝 꼬집는 윤기가 보고 싶다.
소파 앞에 서서 핸드폰에 쌓인 연락들을 보다가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던 작은 일 하나까지 그냥 다 끝내버리자고 결심한 윤기가 작업실 의자에 앉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윤기가 한참 일을 하다가
뒤에서 두 팔이 슥 뻗어져서 의자등받이와 같이 윤기의 어깨를 끌어안았으면.
주인아.
일 끝난 거 아니었어?
잠긴 목소리를 겨우 풀어낸 남준이가 웅얼웅얼, 윤기에게 말을 걸어왔으면 좋겠다.
윤기 너는 컴퓨터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손을 올려 남준이의 머리가 이을 즈음을 툭툭 건들이다가
손 끝에 닿는 부드러운 머리칼에 이내 아예 손바닥으로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곧 끝나.
오늘 산책, 가기로 했잖아.
시간 늦었으니까 내일 가자 준아.
그거 급한 일이야?
글쎄.
그럼 나랑 좀 놀아줘, 주인아.
이미 일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윤기라 남준이의 투정에 작게 난감한 얼굴로 변했으면 좋겠다.
착하지, 준아.
여전히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마우스를 달깍이는 사이에
손 끝으로 아래로 축 늘어지는 말랑한 귀가 느껴졌으면 좋겠다.
풀 죽은 얼굴이려나.
문득 그 얼굴이 궁금해져서 고개를 돌리는데 남준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다가 미간을 꾸욱 구겼다가
다짐했다는 듯 다부진 목소리로 다시 말을 했으면 좋겠다.
주인이 자꾸 나랑 안 놀아주면 나도 뽀뽀 금지해버릴거야.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잠시 눈을 깜박이기만 하면서 남준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으면.
그러니까, 얘는 지금 이게 진짜 먹힌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런 말을 한 거 맞겠지? 남준이의 눈이 어떠냐는 듯,
이건 생각도 못하지 않았냐는 듯 당당함까지 내보이고 있어서
윤기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으면 좋겠다.
애써 아랫입술을 꾸욱 깨문 채로
겨우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가, 웃음 대신에 난감함을 흘려보냈으면 좋겠다.
아, 어쩌지.
이걸
맞장구 쳐줘야 하나.
우선 너무 대놓고 어, 그래. 라고 하면 상처 받아서 또 침대 밑으로 들어갈 남준이를 알기 때문에 윤기는 팔짱을 낀 채로 고민을 하는 척했으면.
그러다가 힐끔 남준이를 바라보는데
당당했던 얼굴이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딘가 안절부절하게 변하는 것이 보였으면.
윤기는 그대로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좁고, 서늘하니 건조했던 작업실에 소란스러운 생기가 내려앉을 정도로 크게 웃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윤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가 천천히 꼬리를 흔들었으면.
오랜만에 보는 크게 웃는 윤기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하얀 뺨과, 잔뜩 휘어진 눈가에 연달아 입을 맞추었으면.
윤기 너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남준이와 마주봤으면 좋겠다.
팔을 들어 남준이의 뒷목을 감싸 그러쥔 뒤에 자신의 얼굴 근처까지 천천히 끌어내렸으면 좋겠다.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는 순한 눈망울과 계속 눈을 마주치다가
먼저 눈을 감은 채 입술을 맞대었으면 좋겠다.
짧지만 마냥 담백하지는 않은 정도의 키스를 했으면 좋겠다.
딱 따듯하고 촉촉한 온기를 나눈 뒤에 두 입술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안 놀아주면,
뽀뽀 금지라고 했는데.
작게 중얼거리는 남준이의 목소리를 들은 윤기가 가볍게 웃음을 흘려보낸 뒤에
얇은 입술로 비교적 통통한 남준이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놀아주고 있잖아,
뽀뽀 대신 키스로.
윤기의 낮은 목소리에 남준이가 빤히 윤기를 바라보다가 똑같이 마주보고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이거 좀 더 기다리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은거지.
응.
기다려, 라는 의미의 키스가 이렇게 좋아도 되나. 남준이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윤기의 입술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
또 한 번 길지 않은 입맞춤이 끝난 후에는 남준이가 작게 윤기에게 속삭였으면 좋겠다.
기다리고 나면, 놀아줄거야?
윤기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뒷목을 그러쥐었던 손을 놓으면서 다시 의자를 돌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리듯이 툭, 답을 뱉어내었으면 좋겠다.
온 몸으로도 놀아줄게.
달깍이는 마우스 클릭 소리가 또 한 번 울렸으면.
그 뒤에 남준이의 웃음소리가 뒤따른 후에 남준이는 작업실을 나가 거실로 향했으면 좋겠다.
그 즈음에야 연신 들리던 달깍이는 소리가 잠시 멈췄으면.
잠시 한숨을 내쉬는 것마냥 긴 숨소리가 들린 후에
다시 달깍이는 소리가 울렸으면 좋겠다.
의자 밖으로 삐죽, 보이는 윤기의 귀 끝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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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글씨와 그림 감사드립니다. ♥
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귀여운 글씨와 그림 모두 감사합니다. ♥
귀여운 남준이 그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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