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05번 탱크의 공중분해
바로 내일이 원유탱크가 항구에 도착하는 날이다.
나와 실장님 회장님비서님, 사장님, 회장님은 항구로 출발했다.
"이거 끝나고 휴가 받으면 나 따라와. 여행갈거니까."
"밀린 업무 해놓으려고 했는데..."
"와서 내 수발 좀 들어."
"...알았어요."
"소장이랑은 좀 친해졌나?"
"몇 번 찾아가서 말 터놓긴 했어요."
"말을 터놓은 거 이상으로 친해졌어야지. 시간을 그렇게 많이 줬는데...씨발 들키고 싶냐?"
"책임지고 시선 돌려놓을게요. 오늘 따로 만나자고 연락도 해놨어요."
"그건 당연한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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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도착은 3시 30분. 지금은 3시 20분.
소장을 빼돌릴 시간이다.
"소장님. 저랑 차 한 잔 하시겠어요?"
"10분 정도 있으면 자기네 회사 배 들어오는데?"
"어차피 물건 운반은 용역들이 할텐데요? 오늘 저랑 마지막일텐데...안가실건가요?"
"흠...흠!!가야지요 탄소씨랑 마지막인데~"
역시, 금방 넘어온다.
나는 한시간쯤 예상하고 물품보관소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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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말하기 좋아하는 소장의 비위를 맞춰가며 1시간을 보내고, 다시 항구로 돌아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는 소장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차에 탔다.
"무슨 일이예요?"
"약 담가뒀던 탱크만 사라졌어."
"네?????"
말도 안돼...
실장님이 제발 거짓말을 한 것이기를 바랬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정말이었다.
난 민윤기 옆자리에 앉아있었으므로 조수석에 탄 실장님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정국이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기에 난 입술만 잡아뜯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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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다녀왔어요?"
"네..."
"왜 시무룩해있어요?"
"피곤해서 그래요."
"105번 탱크가 없어져서 그런 건 아니고?"
지민씨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내가 어떻게 알았나 궁금해요?"
"....지민씨. 독심술해요?"
"탄소씨 얼굴에 다 쓰여있어요."
"어떻게 안 거예요?"
"음...비밀"
"뭐야..."
"나중에 알아도 되는거예요."
"안돼요. 이게 얼마나 중요한건데....!!!"
내가 울먹이자 지민씨가 당황했다.
"아니 진짜 나중에 알아야 좋아요..."
"그럼 그렇게 아는 척을 하지 말던가!!!!"
나는 화를 내며 내 방에서 나갔다.
물론, 방에서 나오자마자 후회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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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도 진짜 몰랐어요?"
"정말 몰랐어. 당황스럽네. 전 검사랑 연락해봐야겠다."
"우리 어떡해요...."
"괜찮을거야. 나팀장은 사장님께 안들키도록 태연하게 행동해."
"알았어요."
"걱정하지마. 이번엔 들키지도, 실패하지도 않아. 마음굳게먹고. 나 지금 회장님께 가야되니까 조금 이따 보자"
실장님은 몰랐던 사람답지 않게 너무 침착했다.
플랜B가 있었나...?
그래. 나만 침착하면 됐다.
심호흡하고 사무실로 내려가려는데 민윤기의 호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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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당분간 오피스텔에서 나오지 마. 필요한 거 있음 김석진 시키고."
"알았어요."
"외부사람들이랑 연락할 생각도 하지마. 폰, 컴퓨터 다 압수야. 나랑 김석진 외에 몰래 다른 놈이랑 연락하다 걸리면 진짜 죽여버릴거야."
"네."
"출발해. 당장."
나는 민윤기의 손짓에 사장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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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되네요. 에휴. 전 작전상 후퇴입니다~"
"오히려 잘 됐어. 매일 저녁마다 올테니까 필요한 건 적어놓고."
"왜 잘 됐는데요?"
"너 표정에 지금 회사에서 큰일났다고 다 쓰여있어~ 그러다 들킬바에는 집에 있는게 훨씬 안심돼"
"알았어요..실장님..지금 위기니까 꼭 매사에 조심하세요..화이팅!"
실장님은 내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오피스텔에 데려다준 뒤 가셨다.
민윤기가 까먹은건지 아니면 일말의 배려인지 다행히 TV는 가져가지 않았다.
마침 올림픽 시즌이라 볼 것도 많은데 잘 됐다!!!
실장님이 먹을 것도 두둑하게 사놓으셨네.
오늘은 먹고 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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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새벽에 사격 경기 보고 있었는데, 눈 떠보니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기지개를 켜고 대충 머리를 틀어묶고 양치를 하고 있는데 실장님이 오셨다.
나의 내추럴한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어...음..나 이따 올게. 준비 되면 전화해."
"괜찮아요~ 들어오세요! 저 입만 헹구고 올게요"
실장님은 주춤주춤 들어와 소파에 정자세로 앉았다.
나는 서둘러서 마저 씻고 나왔다.
"저녁 때 오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줄 거 있어서 잠깐 들렀지. 물도 조금 더 사올 겸."
"줄 게 뭔데요?"
실장님은 핸드폰을 내밀었다.
나는 빨리 집어넣으라고 눈치를 줬다.
"왜?"
"여기 CCTV가 몇 대나 설치되어 있는 줄 알아요?"
"...여기에도 카메라가 있어?"
"내가 전에 말했잖아요. 10년동안 내 사생활은 없었다구. 원래는 화장실에도 CCTV가 있었어요. 2년차에 화장실에서 자살시도하다 걸려서...
근데 내가 너무 창피하다고 다시는 험한 생각 안할테니까 치워달라고 해서 없앴어요."
"..."
실장님 표정이 착잡해보였고,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자 나는 TV를 틀었다.
마침 배구가 중계되고 있었고, 2:0으로 우리가 이기고 있었다.
"실장님은 운동 잘하세요? 저는 운동 엄청 못하는데."
"아니. 죽을 힘을 다해서 달렸는데 형 잡는 데 실패했다고 했잖아.. 대충 짐작가지? 내 운동신경."
"우리 나중에 같이 운동 배워요. 정국이한테 배워도 되겠다! 정국이는 운동 진~짜 잘하거든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그 모습에 반ㅎ..읍!"
나도 모르게 정국이한테 반한 얘기를 하다가 놀라서 내 입을 틀어막았다.
실장님은 내가 놀란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으셨다.
"너 표정 방금 정말 웃겼던 거 알지? 또 보여줘~"
"그건 진짜 깜짝 놀랐을때만 나오는 표정인데..."
"그렇다면 웃고 싶을 때마다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들고 와야겠네~ 이제 가볼게. 푹 쉬어. CCTV같은 거 없다 생각하고."
"이미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런 것 같긴 하더라. 조금 전에 칫솔 물고 있는 모습 보고 깜짝 놀랐어. 편한 모습보니까 좋긴 좋네."
"실장님께 일을 떠넘긴 것 같아 죄송해요..."
실장님은 나한테 실장님 몫만큼 대신 쉬어달라며 웃어보이고는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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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에만 답글 달아드리기엔 너무 아쉽고 모든 댓글에 다 답글을 달아드리기엔 너무 댓글 남발인 것 같아서 고민끝에 한번 생각해봤는데...
감상평 뒤에 "♥"를 붙여주시면 답글 달아드리겠습니다!!! 굳이 저의 답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자분들은 그냥 감상평만 남겨주셔도 감사하게 두번씩 읽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