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여름2
- 제 14화 -
보고싶은날엔
그렇게 우리는 고3의 끝자락을 향해갔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16년을 떠나 보내고 2017년을 맞았다
사실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피터지는 입시준비탓에 서로 잘 만나질 못했다.
석민이와도 연락이 끊긴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주변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학을 1년 일찍 들어갔다나.
얼굴 한번 봤으면 좋겠다.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그 때의 너의 모습인지.
* * *
" 나도. 순영아. "
사랑한다는 말에 그토록 기다렸던 탓인지 넌 날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와 나, 서로를 바라보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진을 찍듯 넌 나의 모습을, 난 너의 모습을 담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서로를 알았다.
* * *
2017년 1월 1일
AM 12:00
정유년을 알리는 종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자마자 민증을 들고 집 밖으로 나와 근처 포장마차로 향했다.
커플들이 득실거리지만 괜찮았다.
혼자면 어때, 요즘에 혼술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멀게만 느껴졌던 소주를 드디어 마셔보다니, 그것도 내가 말이다.
소주 한 병과 우동 한 그릇을 시키고, 포장마차 천막 사이로 들어오는 찬 바람에 연신 양 손바닥을 비벼대며 기다리다 이내 쟁반에 소주와 뜨거운 우동을 들고 걸어오는 앞치마를 두른 이모에 미소를 지으며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다.
" 크으으... "
테이블에 내려지자마자 소주를 까 잔에 따르고 마셨는데, 너무 쓰다.
써도 쓴 맛에 먹는 게 술이라는데,
순간 왜 먹지? 라는 생각이 들었긴 했지만, 괜히 밤 분위기에 취해 두 잔, 세 잔...
주체없이 들이켰다.
한 병을 3분의 2 마셨을 때 즈음, 점점 취기가 올라오는지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머리는 어지럽기 시작했다.
" 이모오.... 여기, 끅, 소주우.... "
정신이 점점 몽롱해져, 주문을 하는 데도 혀가 꼬여 말이 제대로 안 나왔는데, 누군가 내 앞에 앉는다.
" 너 벌써 취했냐. "
어...이 목소리는....권순영....
" 어...어! 권수녕이다....순영이..! 헤. "
자꾸 머리는 어지러운데... 널 쳐다보게 된다.
너무 잘 생겨서.
" 나 부르지 그랬냐, 바보. "
" 원래 그런 자리누운... 남자가아...먼저! 부르는거라구우...."
혀는 점점 꼬여가는데, 넌 나의 양 볼을 귀엽다는 듯 꼬집었다.
" 아아.....아퍼.....이거 놔아.... "
" 오랜만인데, 귀엽기는. "
푸흡,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웃음이 날 더 취하게 만들었다.
" 야아...! 너...! "
" 응- "
" 진짜 미워.... "
" 왜 미운데? "
" 그냥 다! 그...뭐야... 전 여친...! "
" 그게 다야? "
더 미워할건 없고? 라며 내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 해 얘기했다.
" 우음..... "
잠시 고민을 하다, 순간 정신을 잃고 테이블 위에 철퍼덕 소리를 내며 고개를 떨구곤 엎어졌다.
아 이게 무슨....
새해 첫 날 부터 뻗다니,
그것도 권순영 앞에서.
* * *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술이나 마셔볼까 하며 고민하다 한 달 정도는 족히 화면 맨 하단 왼쪽만 차지하곤 방치되어있던 전화부를 눌러 같이 마실 사람은 없나 하며 ㄱ부터 차근차근 넘겼다.
예은, ㅇ에서 딱 멈춘 이름이었다.
연락도 한동안 못 했는데, 해볼까? 생각하다 고민을 했다. 괜히 전화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칠봉이 나름대로 바쁠 수 도 있으니. 네가 보고싶어도 그리워도 하질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집을 나서 혼자 포장마차로 향했다.
천막을 걷고 들어오니 커플들로 가득 차 있는 테이블 사이에 딱 중앙에 자리잡아 술을 마시고 있는 너를 봤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너의 앞에 앉았는데,
벌써 취했나보다.
나를 발견하곤 손짓을 하며 가리킨다.
혀도 꼬였다,
볼도 빨개졌다.
귀엽다,
예쁘다
혼자 그냥 다 해라.
사랑스러워 죽겠다.
나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하던 너는 그만 테이블 위에 엎어졌다.
역시 예상했다.
너랑 술 좀 마셔보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늦게 온건지,
니가 먼저 취해버린건지.
" 난 미운 거 하나도 없는데. "
" 예뻐, 김칠봉. "
엎어져 있는 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 칠봉아. 집 가자, 집. "
" 우...우응? ... 집.....가야지이... "
계산을 다 끝내고 너의 어깨를 건드려 깨우자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 업혀, 너 이 상태로 못 가. "
" 우리 순영이가...업어주는거야아...? 착하네 수녕이.. "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굽혀 어부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또 귀여워서.
* * *
" 칠봉아, 자? "
" 아니이....끄윽, 안 자 칠봉이. "
" 에이 곧 잘 거 같은데? "
가로등 불빛이 비춰진 골목에 너를 업고 걸어가고 있었다.
" 아니거드은..... "
너의 말 끝이 흐려진다.
다시 잠이 들었다.
뒤에서 부터 퍼져오는 술과 너의 향기가 내 코 끝을 찔렀지만,
너라서 다 좋다.
그게 너라서.
많이 생각나는 날엔,
반쪽같은 날엔,
울고싶은 날엔,
아프던 날엔,
널 보고싶은 날엔.
지금 이 향기가 그리울 것 같다.
눈을 떠봐도 보이는게
너 하나 뿐인데
- V.O.S / 보고싶은날엔
ㅡ
BGM 선정 실패.....
갑작스런 시간 전개 실패...ㅠㅠㅠㅠ
용서해주세요ㅠ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