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여름2
- 제 11화 -
미련
아직도 미련이라는 글자가,
내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니 말대로 다 알고 있는데,
이미 돌아갈 수 없다는거 알고 있는데,
저 미련이라는 두 글자가 내 앞을 가로 막는다.
* * *
오늘은 웬일인지 따라오던 권순영이 옆에 없었다.
평소처럼 교실에 들어와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언제 왔는지 옆에서 책상 위에 두 팔을 팔짱끼고 엎드려 자고 있었다.
" .......으.. "
악몽을 꾸는건지 끙끙 앓는 소리에 시선을 권순영으로 완전히 돌렸다.
" 야. "
어느새 목을 타고 내려온 식은 땀은 흰 와이셔츠에 스며들었고, 고르지 않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 괜찮...아? "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말을 꺼냈다.
걱정이 되긴 하는데,
내가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팔을 툭툭 건드려도 일어나질 않아 너의 이마를 살짝 들어 손바닥을 대 열을 쟀다.
차갑게 식어버린 땀 때문에 끈적해진 이마가 뜨거웠다.
" ....좀, 일어나봐. "
그제서야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들어 날 바라보다 다시 엎드렸다.
" 너 이러지 말고 병원 가. "
니가 아픈 모습이
답답해서 안쓰러워서,
속에선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려는 찰나,
뜨거운 온기가 채 식지 않은 손이 내 손목을 꽉 조여왔다.
" 김칠봉..... "
" .....왜 "
나 너무, 아프다. 얼굴을 살짝 들어 애절한 눈빛으로 날 보며 얘기했다.
" 병원 가라니까, 데려다 주길 원하는거야...? "
" 그냥...너만, 옆에.. 있어줘. "
권순영은 아파서 제정신이 아니었던건지,
아님 진짜 옆에 있어달란건지.
알게 모르게 너의 아련한 목소리가 자꾸 가슴에 꽂힌다.
" 순영아. "
난 권순영을 향해 책상에 고개를 숙이곤 바라봤다.
" 자....? "
" ...... "
정말 내 옆에 있어서 그런건지 언제 아팠냐는 듯 새근새근 잘도 잤다.
" 너도 나도 이미 끝난 거 같은데, "
" 어떡할까? 널 놓아줘야 내가 편할까. 아님 네가 날 포기해야 편할까. "
" 진작 얘기하지 그랬어, 이 나쁜 놈아. "
" 바보야. "
" 칠봉아. "
자는 줄 알았던 권순영이,
언제 깬건지 엎드려있던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바라봤다.
" 야.... "
" 그래, 내가 나쁜 놈이야. "
" 아니 그게 아니ㄹ, "
" 니 말이 다 맞아. 칠봉아. "
진짜로 들었을거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나쁜 놈 이라고 널 불렀는데,
인정해오는 너에 놀라고 또 놀랐다.
" 우리 안 끝내면 안될까. "
" ......... "
" ......... "
" 이미 끝났잖아 우리. "
" .....그럼 미련이라도 남지 않게만. "
얼굴을 받치고 있던 팔짱을 낀 한 팔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넘기다 이내 점점 가까이 다가와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너의 행동에 어쩔 줄 몰라하다 눈을 감아버렸다.
여전히 너의 향기는 나에게 달콤하게 훅 덮쳐온다.
권순영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리고 포개진 서로의 입술에 따뜻한 눈물이 적셔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순영아.
" ....미안, 나 아픈 거 옮기겠다. "
그냥 입만 맞춘 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어색한 기류만이 흘렀다.
권순영은 아픈 그 날 이후로 학교에 나오질 않았다.
이후, 나도 권순영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너처럼 끙끙 앓았다.
힘들었다.
아직도 짝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은건지,
그렇게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안 그러면 지독하게 아프니까,
죽겠으니까.
지금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 고통스럽다.
Girl let me know
Girl let me know
이미 다 끝난 건 알고 있지만
미련이라도 남지 않게만
- 방탄소년단 / Let me know
ㅡ
오늘 편도 역시나 찌통...ㅠㅠ..
곧 벗어날꺼니까 걱정하지마세요!
그리고 누구랑 이어질지는 정해놨는데.... 우리 독자님들은 결말이 두개 나오시길 원하시나요...?
제가 누구랑 이어지든 찌통이라 했던 것 처럼.... 둘 다 결말이 나오면 어떨까...그냥 독자님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싶네요 ^^ 헤헣 :)
요즘 독방에 제 글 언급 되는거 보이는데 기분이...묘하네요! 이렇게 까지 사랑을 받다니...! 다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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