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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고, 봄입니다.
제 4화 : 차갑기만 한 봄은, 아직도 버겁기만 했다.
w.선샘미가좋마묘
지훈이가 6살 무렵부터 다녔다는 피아노 학원은, 큰 규모의 학원은 아니었지만 지훈이처럼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정집을 바꿔 만든 피아노 학원이었다. 콩쿨 때문에 서울에 갔다 온 뒤로는 자주 안 왔었다는 지훈이는 신발을 벗더니, 안으로 나를 들어오라고 한 후에 원장 선생님께 인사를 건넸다. 풍채가 좋은 남자분과, 웃는 모습이 아름다우신 여성분이 나왔다.
지훈이의 설명에 의하면 남자분은 원장 선생님, 여성분은 부원장 선생님이라고 한다. 두 분은 부부라고 했고, 지훈이에게는 부모님과도 같은 분들이라고 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두 분은 지훈이가 오랜만에 친구를 데려와서 봤더니, 이렇게 예쁠 수가 있냐며 내게 칭찬을 해 주셨다. 따뜻한 분들 같았다.
"와... 내가 자주 안 오니까 먼지가 다 쌓이네."
"너 말고는 원생이 없는 거야?"
"아이다, 이거는 내 전용."
지훈이가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갈색 피아노의 건반을 보며 먼지를 한 번 훑어 내렸다. 대단한데. 지훈이를 보며 미소짓자, 지훈이가 급하게 의자를 당겨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귀가 빨갰다. 좋아하는 피아노 곡이 있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네가 좋아하는 걸로 쳐줘. 라고 말하는 날 보던 지훈이는 음... 이라고 하더니 곧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얹었다.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에 손가락을 맡긴 채로 살짝 미간을 찌푸린 지훈이는 너무, 멋있었다. 꾸욱 다물고 있는 입 위에는 작은 보조개가 들어갔고, 간간히 밟는 페달의 박자 마저도 모든 게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나한테도 피아노 가르쳐 줘!"
"수업료는 얼마 줄낀데?"
"와아, 친구한테 수업료도 받아? 이제보니 이거 속물이네-"
"장난이제. 주말에 가끔 놀러오면 가르쳐줄게"
또 웃는다, 또. 눈 앞에서 사람 마음을 뒤집어 놓는 웃음을 지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때마침 비춰지는 오후의 햇살은 지훈이의 옅은 갈색 머리를, 예쁜 눈동자를, 하얗고 하얀 피부를 환하게 비추었다. 너를 향한 마음이 살짝 닫긴 입술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올까 무서워서 괜시리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연습실인데, 이 공간에서 어렸을 적부터 밤낮으로 피아노를 연습했을 지훈이를 생각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지훈이가 있기에 오늘 이 동네의 입구에는 그런 현수막이 달려있는 거기도 하고 말이다.
"다음번에는, 서울도 가자"
"응?"
"서울 가서, 나도 너한테 소개해 줄게. 내 추억의 장소"
"그래, 꼭 같이 가자. 약속했다. 맞제."
"응, 맞아."
우리 두 사람은, 한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는 연습실에 둘이 앉아 그 어느때보다 가까이 한 채로 미래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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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야자요정! 니 어제 집에 존내 늦게 들어왔드만?"
"야자요정... 거 좀 그만 해라, 마... 지는 어제 전원우랑 축구하다가 땀냄새 풍기믄서 들어와놓고-"
"그건 맞긴한데, 니 좀 일찍 다니랜다. 경고라카드라"
"누가"
"...아부지가"
이른 등교에 졸린 상태로 눈을 감고 엎드려 있는데, 어제 이지훈에게 야자 요정이 어쩌고 했던 그 남자애가 또 와서는 이지훈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었다. 이석민이랬나. 아버지가 일찍 오랜다. 아... 형제인가.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형제여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면 다 납득이 갔다. 근데, 살짝 쳐다 본 이지훈의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아니, 안 좋았다.
나 간다. 조심하고. 이석민이 가는 소리가 들리길래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지훈의 얼굴을 확실히 확인해보니, 진짜 안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뜻 보면 화가 난 것 같기도, 짜증이 난 것 같기도 했지만, 확실히 그 안에는 불안과 공포가 섞여 있었다. 무슨 일인 걸까. 걱정되고 또 걱정 되었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응, 괘안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겠는 너에게 나는 아주 아무것도 아닐까봐, 그것마저도 너무 걱정되었다. 걱정스레 지훈이를 쳐다보자 아, 아까 금마는 내 동생 이석민이다. 하며 아까 그 남자애에 대한 말을 꺼냈다. 어제 떡볶이 집에서 말했던 동생이 쟤였구나... 근데 반말을 하네. 라고 생각하며 그럼 1학년인가? 라고 묻자, 아니 쌍둥이다. 내가 7초 형. 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얼굴에서는 걱정을 지우지 못하자, 지훈이는 내가 7초 형인데, 점마는 맨날 기어오른다. 하면서 개구지게 웃어보였다. 그래서, 진짜로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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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오야, 우리 강아지 친구라고? 알았다. 여주야- 전화왔다, 어여 받아라"
"응? 누구지?"
집에 도착해서는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 잘 준비를 마친 뽀송 뽀송한 상태로 아랫목에 앉아 있는데, 할머니가 내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며 전화기를 들어보이셨다. 연지인가? 아니면 소희? 내가 집 전화를 알려준 친구들이 몇명 안 될텐데? 여러 의문을 가진채로 할머니의 말씀에 방에서 이불을 제치고 벌떡 일어나 집 전화 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할머니께 수화기를 건네 받아 누구냐고 물었을 때에는 내가 예상했던 친구들이 아닌 이지훈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이지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모든 게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 나 너희 집 앞이야, 나와 주면 안 될까…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울고 있었다. 비오는 날 축축히 젖은 솜뭉치 마냥 추욱 처지는 목소리에 물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
어떡하지. 일단은 집 앞 놀이터에 있다는 말에 겉옷을 챙겨 입고는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할머니께는 친구와 할 말이 있다고, 금방 오겠다고, 말을 한 채로 말이다.
놀이터까지 어떻게 나갔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빠르게 뛰어갔다. 헉헉거리며 차오르는 숨을 겨우 진정시키며 향한 놀이터에는, 목소리만큼이나 잔뜩 처진 상태로 그네에 앉아 있는 지훈이가 보였다. 잔뜩 움츠려진 어깨가, 무슨 일인지 말로 하지 않아도 힘들었다 말하는 것만 같아서 성큼 성큼 지훈이의 앞으로 걸어가 아무말 없이 지훈이를 안았다.
"왜 그래, 울지마…"
"여주야"
갑작스러운 나의 포옹에 놀란 듯한 지훈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 봤고, 나는 지훈이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며 내가 더 서럽게 울었다. 왜 울어... 아까는 괜찮다며. 나를 위해 이것 저것을 맞춰주던 지훈이에 비해 나는 지훈이의 큰 아픔도 몰랐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울었다. 괜찮다고 그랬다, 그래서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눈 속의 슬픔은 보지도 못한 채로.
우리 두 사람이 조금 진정을 한 후에, 지훈이의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았다. 앞으로 조금씩 왔다, 갔다, 하며 앞을 바라보는 지훈이를 빤히 쳐다보는데 이상했다. 얼굴이, 조금 이상했다.
"너... 누구한테 맞았어?"
"… …"
"맞았구나, 그치. 얼굴이 이게 뭐야..."
생긴지 별로 안 된 듯한 빨간 생채기와 부어오른 뺨, 조금씩 들어있는 오래 된 멍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 질문에 시선을 피하기만 하던 지훈이의 얼굴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 확인을 하자, 지훈이가 저의 입술을 깨물었다. 울어도 돼, 왜 그렇게 참기만 해. 내 한 마디에 지훈이의 눈물은 다시 터져버렸고, 나는 다시 지훈이를 끌어 안았다.
"미안해, 생각나는 게 너 밖에 없더라…"
"석민이는, 괜찮아?"
"안 괜찮아. 나도, 석민이도…"
"아무것도 못 해줘서 미안해, 나는 아무것도 못 해줘. 이렇게 안아주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너무도 미안해서 더욱 더 세게 끌어 안았다. 이석민도 어디선가 혼자 울고 있겠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2주간의 만남으로 내가 지훈이를 완벽히 파악할 수도 없겠지만, 내가 지훈이를 봐 왔던 시간들 중에서 지훈이는 어떠한 일이든지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없던 아이였기에 우는 모습을 보자 더욱 마음이 아려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렇게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던 열여덟의 나는, 그렇게 지훈이를 꼭 끌어안고서 아직도 차갑기만 한 봄을 따뜻하게 만들려 하고 있었다.
사담이옵니다♬ |
이번화 찌통이라고 해놓고 별로 안 슬퍼서 놀라셨죠...? 미안해요, 원래 슬퍼야하는데 제 필력의 한계가 여기입니다... 다음화부터는 다시 꽁냥꽁냥으로 돌아갈 거라서 찌통이 싫으신 분들은 걱정 안 해도 됩니다! 'ㅂ'! 그나저나 요즘들어서 독방에서 추천이 자주 보이는 것 같아 행복해요!(헤벌레) 많은 분들이 추천해주신 거에 모자라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해요ㅠㅅㅠ |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3화 기준으로 암호닉 정리 완료했어요! 재신청 가능해요! =▽=
정리가 모다냐?! 하는 분들은 http://www.instiz.net/bbs/list.php?id=writing&no=3317438 이곳의 공지를 읽어줏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