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랑 종인이는 같은반인데 경수가 쫌 모자람 그래서 반애들이 경수 괴롭힘 오늘도 평소처럼 반에서 까불거리는 애들이 경수 붙잡고 괴롭힘 경수 아장아장 걸어와서 제자리에 앉는데 옆에 우루루 몰려와가지고 경수가 가방에서 책 꺼내면 휙 던져버리고 필통 꺼내면 열어가지고 안에꺼 다 펼쳐놓고 경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하지마.. 이러고 지들끼리 머가 글케 재밌는지 킥킥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만화책 날아옴 그거 종인이가 던진거 알고보니까 까불이무리가 종인이 무리였음 근데 종인이는 경수 안 괴롭힘 야 애 괴롭히지 말고 니들 자리나 가라 책은 다시 던지고 애들 다 제자리 갔는데도 종인이 계속 경수 쳐다보고있음 경수 작게 한숨 포옥 쉬더니 의자 소리도 안나게 일어나서 책 주으러감 종인이 경수 하는거 가만히 지켜보다가 제자리까지 굴러온 볼펜 줍더니 일어나서 경수 쪽으로 감 경수 작은손으로 꼬물꼬물 필통 정리하고 있는데 머리위로 그림자 지니까 눈치보면서 느릿하게 고개듬 종인이가 무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으니까 저도 모르게 놀래서 힉 소리냄 그래놓고 소리 낸거에 또 놀래서 입 막음 종인이 경수가 놀래는 바람에 다시 엎어져서 책상에 다 널부러진 필기구 모으더니 필통 안에 넣어줌 꼼꼼히 지퍼까지 잠궈줌 경수가 눈 동그랗게 뜨고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까 경수머리 슥슥 쓰다듬어주고 나감 경수 종인이가 나간 뒷문 계속 쳐다보다가 종인이가 쓰다듬어주고 간 제머리 제 손으로 한번더 쓰다듬어봄 그러곤 제 손바닥 보더니 헤헤 웃음미술쌤이 서로의 얼굴 그려오기 숙제를 내줌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라는 깊은 뜻으로 무작위로 짝을 지어줌 근데 종인이랑 경수랑 짝이됨 미술시간이 마지막 수업이라 종인이는 야자 안해서 집에 가려고 안에 든거도 없는 가방 챙겨서 나가려는데 경수가 드르륵 의자 끌리는 큰소리 내면서 일어나더니 종인이 앞으로 걸어옴 두주먹 꽉 쥐고서 후아후아 숨고르더니 저... 종인아!!! 눈 꼭 감고 일단 소리를 질러놨는데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에 경수 실눈 뜨고 주위 살피다가 종인이랑 눈 마주침 종인이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고 있는건데 경수는 그게 무서웠는지 다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옹알옹알 우리.. 숙제... 해야... 종인이는 진짜 잘 안들려서 뭐라고? 다시 말해봐 한건데 경수는 자기한테 화내는줄 알고 울먹울먹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가지고 미술숙제... 미술숙제만 리플레이 종인이 또 경수 빤히 쳐다보더니 가자 이럼 경수 못 알아듣고 응..? 이러니까 가자고 숙제하러 경수 그말에 하트입 되서는 응응 격하게 끄덕끄덕 교문 앞에 있을테니까 가방 챙겨서 나와 그말하면서 종인이 살풋 웃은거 같기도종인이 버릇이 손가락 입에 가져다 대는건데 경수 기다리는 동안도 할일 없어서 무의식적으로 손가락 물고있는데 언제 온건지 뒤에서 경수가 고개 쏙 내밀더니 종인이 팔잡고 아래로 끌어내림 종인이 놀래서 -물론 겉으로 티는 안나지만- 경수 쳐다보는데 경수 또 종인이 눈빛에 쫄아가지고 우물쭈물 엄마가 손가락 먹으면 안된댔는데.. 세균 많대 배 아야한다구... 종인이 그말에 피식 웃더니 또 경수머리 쓰담쓰담해줌 경수 으쓱해져서 눈 살짝 감고 입 앙 다물고 고개 살짝 뒤로 젖히고 어깨 으쓱해가지고 도리도리 하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여워서 종인이 저도 모르게 뽀뽀할뻔 했지만 참음 괜히 민망해서 큼큼 헛기침하고 앞서 가버림 뒤에서 경수가 됴됴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달려올지 상상이 되서 종인이 누가 볼까 고개 살짝 숙이고 혼자 웃음 경수집가서 그리기로 해서 중간에 문구점 들려서 도화지 두장도 사는데 경수가 돌돌 못 말아가지고 낑낑대고 있으니까 종인이가 말아가지고 고무줄로 감아주니까 우와 박수까지 짝짝 쳐줌 경수집 가는동안에도 경수 말아놓은 도화지 한쪽 끝 입에 대고 확성기 놀이하고 종인이는 그거보면서 티안나게 아빠미소 짓고있고 경수 혼자 뭐가 그렇게 좋은지 히히 웃더니 다른쪽 끝 종인이 귀에 대더니 종인아 이러는데 말소리랑 따뜻한 경수 입김이랑 숨소리랑 너무 잘 느껴져서 종인이 멈칫함 가다가 우뚝 멈춰서니까 경수 놀래서 왜그래 종인아 종인이 아니 아니다 빨리가자 춥다 걸음 빨리하니까 같이가 종인아종인이는 혼자 살아서 항상 집에 들어서면 휑한 기분이었는데 경수집은 좀 다름 포근하고 따뜻하고 달달한 향도 나는게 그냥 도경수같음 현관에 종인이가 계속 서있으니까 경수가 종인이 안으로 끌어당기더니 화장실로 데려감 손 씻어야돼 물 틀더니 제 손에 물 묻히고 비누칠하는데 종인이가 멀뚱멀뚱 서있으니까 종인이 손 잡더니 제 손에 비누칠한거로 막 문질문질해줌 물 틀어놓고 종인이 손에 꽂혀가지고 쪼물쪼물 제 손바닥이랑 종인이 손바닥이랑 맞대보더니 종인이 손 크다고 우와우와 종인이 경수하는거 가만히 보고있다가 이러다가는 평생 손 못 씻을거같아서 경수야 물 잠궈야지 하니까 경수 아맞다! 손 손 씻어야지 근데 경수 종인이 손 가지고 장난치느라 팔까지 비누 다 묻음 손 다 씻고 팔 만져서 비누 다시 묻고 또 씻었는데 반대쪽에도 묻어있고 볼 간지러운지 긁다가 얼굴에도 비누 묻고 종인이 안되겠는지 대충 제 손 씻고 투박한 손길로 경수 씻겨줌 아예 세수를 시켜줌 종인이 다른 사람 세수 시켜주는거 처음이면서 어디서 본건 많아가지고 뒤에 걸린 하늘색 수건 목에 감아주고 흥 해 하면서 코까지 풀어줌 세수 시켜놓으니까 원래도 하얀데 더 뽀얘져가지고 말똥말똥 종인이 쳐다보는데 종인이 이제서야 머쓱한지 야 빨리 숙제나 해경수 옷 갈아입는다고 종인이 거실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음 쫌 있으니까 경수 방문 열고 고개 빼꼼 내밀고서 들어와 함 종인이 경수 방 들어가니까 경수 로션 바르고 있음 베이비로션 손바닥에 가득 짜가지고 볼에 무작정 문질문질하다가 그자세 그대로 종인이 쳐다보는데 볼 짜부러져가지고 입술은 붕어처럼 되가지고는 안되는 발음으로 거기 앙자이써 이럼 종인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서 경수 뒷모습 쳐다보는데 그냥 평범한 노란 후드에 청바지인데 왜케 귀여운지 후드도 큰 사이즈 아닌거같은데 허리쪽에 엄청 남고 가지런히 빗은 동글동글한 머리통도 귀엽고 종인아 숙제하자 요기요기루 종인이 경수 쳐다보다가 경수가 부르니까 잘못한거도 없으면서 괜히 뜨끔해서는 어 그래 숙제 숙제해야지 언제 펴놓은건지 미리 바닥에 상 펴놓은 경수 덕분에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말 한마디 없이 그림만 그림 솔찌기 종인이는 경수한테 장난도 치고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경수가 너무 집중해서 그리니까 방해할 수가 없었음 그냥 슬쩍슬쩍 경수 훔쳐보기나함 다그렸다! 짠! 경수가 자랑스럽게 종인이한테 그림 보여주는데 진짜 딱 애기들이 그리는 사람 그려놓음 머리크고 눈도 크고 코도크고 입도크고 귀도큰 근데 피부는 까맣고 종인이 막 칭찬을 갈구하는 경수 눈빛에도 참지못하고 결국 빵터지고맘 아 이게 뭐냐 이게 나야? 큭큭 배잡고 웃으니까 경수 그림 품에 껴안더니 아 왜그래애... 똑같이 생겼는데... 야 뭐가 똑같냐 내가 더 잘생겼지 그렇긴한데 그래두.. 내 그림한테 머라고 하지마... 입이 댓발 나와서는 그림 보면서 그림아 미안해ㅠㅠ 이러더니 그림 속 종인이 입에 쪽하고 뽀뽀함 종인이 웃다가 놀래가지고 야야야 너 너 지금 뭐뭐뭐한거야 어? 다시해봐 경수 영문도 모른체 종인이가 시키니까 다시 그림속 종인이한테 뽀뽀함 경수가 입술 떼기도 전에 종이 휙 낚아채더니 야 이왕 할거면 진짜한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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