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는 백화점 남성복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임 학비 벌려고 휴학하고 정직원으로 취직함 종인이는 그 백화점에 새로 온 사장님 근데 종인이가 엄청 신비주의라 알려진게 없음 얼굴도 모름 알려진거라고는 사장치고는 젊다는거랑 외국에서 공부하다가 올해 한국 들어와서 사장된거 이름이 김종인인거 이거 밖에 없음 근데 이거도 젊다고만 알려져있지 이십대인줄은 아무도 상상도 못하고 있음경수 출근해서 마네킹에 옷 피팅이나 하고 있는데 옆 매장 백현이가 쪼르르 오더니 김종인 얘기를 꺼냄 쫑알쫑알 경수는 듣는둥마는둥 하던 피팅이나 마저하면서 성의없이 끄덕끄덕 그때 손님이 옴 경수 백현이 툭툭 치면서 입모양으로 가라고함 근데 백현이 안가고 옆에 의자에 털썩 앉음 손님 없어서 괜찮아 이러면서 휘파람까지 불고 아주 신났음 경수 못말린다는듯 작게 한숨 쉬더니 금세 손님맞이용 미소로 어서오세요함 딱 봐도 경수또래 아니면 한두살정도 많아보이는데 건방지게 고개만 까딱하더니 매장 둘러봄 경수 쫌 기분 상했지만 일단 뭐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하고 예의상 물음 근데 이자식이 이거이거이거 손가락으로 딱딱 가리킴 경수 저도 모르게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옷 챙겨듬 이중에 뭐가 젤 나아? 초면에 반말이라니 경수 또 기분 상했지만 학비를 생각해서 꾹 참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음.. 전 무난하게 이게 나을것 같네요 하면서 블랙수트 고름 근데 한참이 지나도 아무말이 없길래 고개 들어서 쳐다보는데 경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음 혹시 맘에 안드나 싶어서 저.. 하면서 다른거 말하려는데 취향하고는.. 구려. 이럼 경수 어이 없어서 헛웃음이 다나옴 남자는 살짝 눈썹 꿈틀하더니 아 그냥 이거 다 줘요 하면서 카드 내밈 것두 블랙카드 생각해보니까 지금 경수가 들고있는 수트들도 전부 신상에 가격대가 쎈것들임 경수가 일하는 매장이 이 백화점에선 비싼 브랜드에 속하는데 여기서 이렇게 몇벌씩 막 사는거 보니까 사람이 달라보임 경수 쇼핑백에 옷 넣으면서 힐끔힐끔 남자 쳐다봄 남자도 그걸 느꼈는지 민망할정도로 빠안히 경수 쳐다봄 경수 놀래서 고개 홱 돌렸는데도 남자가 계속 경수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짐 여..여기 있습니다! 경수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말함 옆에서 다 지켜보고 있던 백현이 큭큭 웃겨죽음 남자도 피식 한쪽 입꼬리만 올려서 비웃는건지 웃는건지 모르겠지만 할튼 웃더니 유유히 사라짐 남자가 가자말자 경수 백현이 옆에 주저앉다시피함 야 나 무슨 정신으로 팔았는지 모르겠다... 백현이 툭툭 어깨 쳐주더니 근데 저사람 대박인듯 카드 봤냐? 어.. 블랙카드..던데. 경수 막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듬 나랑 비슷한 나이같던데 누구는 여기에 일하러오고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여기에 옷 사러오고 그것도 돈 생각 안하고 사고싶은거 있으면 카드로 긁어버리면 다되고 하아.. 경수 괜히 우울해져서 어깨 축 쳐짐 백현이 으으응 우리 경수 부러워서 그르냐 야 저런 애들은 아마 성격이 거지같을껄 그러니까 하나도 안 부러워해도돼 백현이 말에 경수 아까 남자가 한말이 생각남 저 나름엔 무난하게 블랙으로 골라준건데 글구 그게 매장에서 젤 잘 나가는거였기도 했고.. 근데 저보고 구리다니!! 내 센스가 어때서!! 이정도면 옷도 잘 입...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는 경수 생각해보니까 지금 입은게 경수가 가진 유일한 수트임 것두 여기서 준거... 한순간에 단벌신사가 되버린 경수가 아까 남자가 입고온 옷을 생각해봄 왠만한 사람은 소화하기 힘든 파란수트였는데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해서 인정하긴 싫지만 잘 어울렸어.. 경수 고개 절레절레 흔들더니 일이나 하자! 엉덩이 툭툭 털고 일어나서 일하기 시작함*다음날 백현이 출근하면서 사온 커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있는데 손님이 옴 벌떡 일어나서 어서 오세요 하면서 쳐다보는데 어제 그 남자임 어제 그렇게 사놓고 뭘 또 사러온거야.. 속으로는 투덜투덜대면서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코트 사려고. 오늘도 역시나 말이 짧다? 경수 욱 하려는거 꾸욱 누르고 아 코트는 이쪽으로 오세요 하면서 이달의 친절직원 코스프레함 남자가 대충 쭈욱 훑어보더니 추천해봐 이럼 경수 어제의 악몽이 다시 떠오름 나보고 구리다더니 뭘 또 추천해달래... 나름 고민해서 전부터 경수가 갖고싶어했던 까만 코트를 보여줌 남자가 코트 한번 경수 한번 제가 입은 옷 한번 보더니 까만색 좋아해? 이럼 경수 바보같이 네? 이러다가 아.. 아니 뭐 이게 깔끔하기도 하고 지금 입은 수트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 말하면서 남자가 입은 수트를 보는데 알고보니까 어제 경수가 골라준 블랙수트였음 구리다면서 왜 입었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은근히 기분 좋은건 숨길수가 없음 뿌듯하기도 하고.. 경수가 실실 웃고있으니까 백현이가 와서 이걸로 드릴까요? 함 남자가 이걸로 줘요 아 한사이즈 작은 걸루요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경수한텐 반말하면서 백현이한텐 안그럼 쫌전까지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헤헤 거리더니 금세 뾰루퉁해져서는 입이 댓발 나와있음 백현이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할때까지도 남자 뒷모습이나 노려보고 있음 야 도경수! 퍽 하고 백현이 등 때리니까 그제서야 정신차림 너 뭐하냐?*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거의 매일 출근하듯이 경수 매장에 들르는 남자 첨엔 경수도 부잣집 도련님인줄만 알았는데 아무리 부자라도 그렇지 맨날 옷만 사나.. 이젠 경수 인사도 잘 안하고 저건 뭐하는 놈인지 관찰이나 하고있음 그럴때마다 남자는 내가 그렇게 잘생겼나? 이런 시덥잖은 소리나 던짐 그러곤 고작 하는 말이 추천해달라는 말임 경수 첨엔 신경써서 골라줬는데 이제는 대충 눈에 먼저 들어오는거 보여줌 근데 웃긴게 남자가 구리다구리다 하면서도 사가고 꼭 그 담날에 올때 경수가 골라준거 입고오고 하고옴 오늘은 넥타이 추천해달라길래 장난반 이것도 사갈까하는 호기심 반으로 새빨간 넥타이 들어보이니까 어? 오늘은 블랙 아니네? 이럼 경수 어색하게 허헝 웃으니까 매줘 이럼 경수가 가만히 있으니까 아 매달라니까 자 어서어서 이러면서 경수 쪽으로 목을 쭈욱 내밈 경수 쭈뼛쭈뼛 시키니까 하긴 하는데 남자끼리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으니까 민망하기도 하고 좀.. 제얼굴 바로 옆에 남자 얼굴이 있는거도 신경쓰이는데 남자가 숨쉬는 소리도 들리니까 더 막.. 괜히 얼굴로 열이 몰리는 기분도 들고... 긴장해서 손이 막 제멋대로 미끄러져서 계속 꼼지락대고 있으니까 뭐해 안매고. 아~ 잘생긴 얼굴이 가까이 있으니까 떨려서 그래? 이렇게 말하면서 제손을 경수 손 위에 올리더니 얼굴을 바로해서 경수를 빤히 쳐다봄 조금만 더 앞으로 오면 코가 닿을거리임 경수 누가 자신을 이렇게 빤히 그것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쳐다보는게 처음이라 눈 내리깔고 어쩔줄 몰라하는데 남자가 속눈썹도 예쁘네. 분명 남자한테 예쁘다고 하면 기분 나빠야되는데 이상하게 떨려서 경수 용기내서 남자랑 눈 마주침 다정한 남자 눈빛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그때 저 멀리서 사장님!!!! 하면서 누가 달려옴 경수 놀래서 후다닥 남자 밀쳐내고 두리번두리번 사장님 찾는데 저 멀리서 소리치던 남자가 경수 매장으로 뛰어들어옴 사장님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쫌 있으면 임원분들 오신다고요!!! 사장님이 어디에..? 경수 매장 곳곳을 둘러봐도 있는건 저랑 저 남자 밖에 없는데.. 혹시 내가 사장..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고 그러면 남은건... 저 부잣집 도련님이 설마... 아 시끄러워 아 알았다고 야 나 나중에 다시 올게 나중에 다시 넥타이 매줘 이러면서 경수한테 인사까지 잊지않고 하고선 비서로 보이는 남자랑 투닥거리면서 유유히 사라지는 저 남자가... 경수 넘 놀래서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풀썩 주저앉음 그걸본 백현이 어느새 옆에 와서는 뭐야뭐야 저 또라이가 사장이야? 대박.*아침에 그 폭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지 벌써 반나절이 지났는데도 경수는 정신을 못차림 처음엔 어이가 없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사장님한테 한 짓이 생각나더니 이제는 짤릴까봐 조마조마해서 미칠것같음 여기 짤리면 내 학비는.. 내 대학은... 한숨만 나옴 그때 갑자기 차가운게 볼에 닿아서 깜짝 놀랜 경수가 옆으로 고개 홱 돌리니까 백현이 물기가 송송 맺힌 캔음료를 들고 서있음 야 정신 쫌 차려 하루종일 영혼이 없네없어 백현아 나.. 설마... 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짤리긴 무슨. 이거나 받아라 백현이 퍽 소리나게 경수 품에 던지듯이 준건 경수 매장 쇼핑백임 이게 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니까 백현이 나도 몰라 사장님 비서라는 남자가 오더니 너한테 주래 야 변백현!!! 안와?!! 야 나중에 얘기하자 나 갈게 백현이 급하게 가고 경수가 쇼핑백을 살짝 열어보는데 이건 경수가 전에 종인에게 추천해준 코트였음 물론 제가 갖고싶어했던 거였기도 하고.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일단 한번 입어보는데 너무 예쁘다.... 거울 앞에서 서서 괜히 멋있는척도 해보고 코트 주머니에 손 넣고 겨울남자인척 해보는데 손에 뭐가 잡힘 살짝 꺼내 보니까 쪽지임 '전에 보니까 이 코트 만지작거리는거 봤어. 갖고 싶어하는거 같길래. 아 그리고 오늘은 바빠서 못가겠다. 넥타이는 내일 꼭 다시 매줘. -종인'..이 남자 아니 이 사장님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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