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필수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 산다는 건 참 슬픈 일이며 특히 고삼으로 산다는 건 생지옥이다. 피 터지게 공부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서 피 터지게 공부할 장소까지 직접 찾으러 돌아다녀야 하니까. 어깨에는 책이 잔뜩 들어간 책가방을 짊어진 것도 모자라 두 팔까지 혹사시키켜가며, 그것도 더위의 정점을 찍는다는 한여름에. 뉴스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거북목이며 척추가 어쩌고 하는 사람들은 다 각설하고 교육 제도부터 뜯어고칠 생각을 해야 한다. 물론 이런 말들은 내가 진작 에어컨 빵빵한 전문 독서실에 자리를 잡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말들이다. 그래도 이왕 늦잠 잔 거 쉬자는 생각 대신 마음 잡고 공부해보겠다고 명색이 학원가인 곳까지 무려 30 분을 걸어왔는데 설마 자리 남는 독서실이 하나 없을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한 나 자신을 다독이며 가장 쾌적해 보이는 독서실로 경쾌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래, 이게 티켓팅도 아니고 설마 한 자리는 있겠지. 마침 시간도 공부하기 딱 좋다는 저녁 여덟 시. 없으면 내가 김광탈로 개명한다.
"아, 네... 안녕히 계세요."
씨발, 안녕하세요 김광탈입니다. 일어설 기운도 없어 팔만 늘어뜨리고 헥헥대는 나를 더위 먹은 개새끼가 똑같이 헥헥거리며 측은하게 쳐다보고 지나갔다. 되는 게 없는 인생...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처박혀서 죽은 듯이 잠이나 잘 걸 그랬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돌로 태어나고 싶다. 나는 돌이다, 돌이다, 돌, 돌, 돌...
"... 저기요 ..."
"... 네?"
"문을 막고 계셔서..."
좀 비켜주시겠어요. 누가 봐도 고시생처럼 생긴 남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축 늘어진 내 팔을 톡톡 친다. 아, 예... 죄송합니다... 독서실 다니셔서 좋으시겠네... 공부 열심히 하시고요... 이상하게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을 뒤로 하고 느적느적 일어나서 대충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땀에 젖은 티셔츠에 찰싹 달라붙은 가방은 점점 늘어지기만 하고, 바짝 당겨쥔 책들은 자꾸만 흘러내린다. 차라리 갑자기 태풍이라도 와서 모든 게 휘몰아쳤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시속 오천 킬로미터의 강풍도 함께 동반하는 역대급 태풍으로.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별안간 바람이 훅 불어왔다. 오천 킬로미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손에 들고 있던 책들의 책장이 마구잡이로 날리고 몇 권은 저 멀리로 굴러갈 만큼의 강한 바람 덕분에 한 권은 아예 신호등 건너 인적 드문 골목길에 날아가 처박혔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들어주실 필요는 없는데요... 쓸데없는 소원은 잘 들어주시는 하늘에 계신 분 덕분에 거의 기다시피 신호등을 건너서 책을 집어들었다.
"뭐야."
수특은 이런 까칠하고 부들거리는 느낌이 아닌데. 책이 그새 썩었나...? 이상한 풀 냄새도 나는 것 같고. 나는 귀찮게 걸어가서 가로등에 의존하는 현대적인 방법보다는 후각을 사용하는 본능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정체 모를 책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니 아까 맡았던 풀 냄새와 달달한 꽃 냄새가 섞인 오묘한 냄새가 내 후각 신경을 자극한다. 굉장히 신비로운 냄새일 것 같지만 현실은 시궁창. 역시 사람은 과학적으로 살아야지. 후들거리는 무릎을 이끌고 주위에 가로등이 없는지 둘러보려는 순간, 두 눈에 [만월서각] 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진 한옥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내 19 년 인생 동안 아무리 한자를 멀리했다지만 몇 번의 벼락치기 경험과 눈치로 저 정도는 때려맞출 수 있다.
"서각이면 도서관...?"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하늘에 계신 분께 사죄를 올렸다. 주님께서는 다 뜻을 가지고 계획하신 일인데, 미천한 벼룩 똥자루만도 못한 제가... 아멘, 주님. 빠른 회개와 빠른 아멘을 마치고 나니 하루에 오가는 사람이 열 명도 안 될 것 같은 이 골목이 그렇게 신성해 보일 수 없었다. 빛이라고는 하늘에 동동 떠 있는 보름달 하나뿐인데도 온 세상이 밝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이 개같았던 하루를 이제서야 보상받는구나. 아까보다 배는 가벼워진 듯한 가방을 고쳐 메고 정체 모를 책도 일단은 챙겨들었다. 안에 들어가면 막 옛날 컨셉으로 꾸며진 스터디 카페도 있고 그런 게 아닐까? 그럼 진짜 개꿀. 나만 알아야지. 속으로 온갖 상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문 앞이었다. 묵직해 보이는 나무 문은 살짝 밀었을 뿐인데 의외로 쉽게 열렸다.
"저기요~"
"......"
"아무도 안 계세요?"
계세요, 계세요, 계세요... 열린 것까지는 좋은데 문 안이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내 메아리까지 더해지니 컨셉 있는 도서관은 개뿔, 곡성의 폐가가 따로 없다. 나는 소름 돋은 팔을 문지르며 하늘에 계신 분께 했던 회개 기도를 빠른 속도로 다시 취소한다. 물론 기도 취소에 분노하신 그 분이 저 으스스한 건물에서 귀신을 튀어나오게 하실 수도 있으므로 미리 등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쩐지 마지막에 잘 되나 했다."
"......"
"대한민국 고삼을 이렇게 농락하니까 재밌으세요? 예?"
"......"
"재밌냐, 악 씨빨!!!!!!!!!!!!!!!!!"
사람도 없겠다 실컷 소리지를 준비를 하던 찰나 어깨에 무언가 툭 얹혔다. 컨저링보다 쫄깃한 역사적 순간에 기겁하며 뒤를 딱 돌아봤는데.
"엥...?"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두컴컴했던 곳에 벚꽃 나무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한참 만물이 소생할 때 봄의 시작을 알리던, 금방이라도 건들면 툭 터져 내리며 만개할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이 분 오늘 밀당 좀 하시네... 한여름밤의 벚꽃 나무라니. 예쁘고 이상한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나무 사이에 곧게 뻗은 길로 걸어들어갔다. 와, 진짜 예쁘다. 평생 봤던 벚꽃 중에 가장 예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오밀조밀 울망진 꽃잎들이 이따금 부는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게 장관이었다. 조선 시대에 풍경화를 그렸던 화가들이 왜 그렇게 그렸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예쁜 걸 자기들만 보고 싶었겠지. 이해한다, 백 번 이해해. 이 비밀 정원의 주인이라도 된 듯 뿌듯한 기분으로 사진 한 번 찍어주고 다시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분명 딱딱한 흙바닥에 내딛은 게 맞는데, 왜 몸이 아래로 쑥 꺼지지...?
"... 가씨, 아가씨!"
?
"아가씨, 정신이 드십니까?"
??????????????????????????????????
"아무리 떨리셔도 그리 기절하시면 어떡합니까?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 간은 제가 떨어지게 생겼는데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웬 서글서글한 여자애가 내 시야에 가득 들어찼다. 대충 눈알만 굴려 보니 딱 봐도 조선 시대, 으리으리한 가구들이나 아가씨라고 불리는 걸 봐서는 양반집 이상. 설마 보보경심 뭐 이런 건가????????? 나 아이유???????????????
"하긴, 저도 이렇게 떨리는데 아가씨는 오죽하시겠어요."
여자애는 자기가 말해놓고 부끄러운지 볼을 가리고 헤헤거렸다. 나는 그녀의 동경 어린 시선을 외면하기 위해 게슴츠레한 시선을 천장에만 박은 채 탁월한 잔머리를 굴려 나에게 닥친 상황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정신 차리자, 김여주.
첫째, 나는 늦잠을 잤다.
둘째, 그 바람에 항상 가던 독서실을 못 갔다.
"아가씨는 잘 해내실 거예요."
셋째, 갑자기 불어닥친 지랄맞은 바람 때문에 책을 놓쳤다.
넷째, 그런데 주운 책은 내 책이 아니었다.
"세자 저하께서는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엄청난 분이지 않습니까?"
다섯째, 그 책이 뭔지 알아보기 위해 주위를 살폈더니 웬 도서관이 하나 있었다.
여섯째, 공부할 생각에 문을 열었더니 존나 어두워서 쫄렸는데 다시 보니 벚꽃이 만개한 예쁜 산책로였다.
"다정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일곱째, 그 산책로는 나를 여기로 데려왔다.
"그 분의 미소는 벌이 꿀을 좇는 것을 잊을 만큼 달콤하고,"
여덟째, 나는 좆망했다...
"말씀은 약과보다 달아 귀에 닿는 즉시 녹아내린다 하니 분명 아가씨를 성심성의껏 아껴주실 분일 것이어요."
약과고 꿀이고 씨발 망했다고...
잡소리 + 암호닉 |
솔직히 오늘 저 열일 오졌다 ㅇㅈ? ㅇ ㅇㅈ 시험 첫날이라 그래요. 사극물 최고 큐티 섹시 세자 정국이 최고. 같이 팬티 벗고 소리 질러 달려 죽지 말어~!~! [암호닉은 최신화에서만 신청받고 있습니다. 누락되었다면 꼭 최신화에 다시 댓글 남겨주세요.] ♥ 거짓말 / 러빈 / 땅위 / 김말이야 / 동글아미 / 뿌이뿌이 / 쿠크바사삭 / 뉴이 / 사쿠라 / 김 / 수저 / 비비탄 / 천상계 / 스케치 / 가짓 / 바게트 / 융봄 / 진진츄 / 국산비누 / 앙 / 끌로에 / 짐고 / 바다코끼리 / 사랑해 / 달슈가 / 희48 / 대추차 / 과수밭 / 빛나무 / 염치 / 단잠 / 청포도 / 꾸꾸쓰 / 예화 / 코코링 / 혜향 / 침침이 / 구루메 / 태태 / 0428 / 미남과야수 / 얏빠리윤기 / 메리진 / 착한공 / B612 / 찡긋 / 오빠아니자나여 / 짐니어무니 / 미미미 / 델리만쥬 / 슝아 / 인연 / 윤맞봄 / 우유 / 피치 / 딸기 / 해말 / 예삐침뀽 / 태썸 / 나무야나무 / 뿡쁑 / 아모 / 삐삐걸즈 / 슙달 / 잘자네아무것도모르고 / 그레이스 / 너지 / 김까닥 / 봄아 / 지은쟁이 / 토끼 / 덮빱 / 보라보석바 / 갤3 / 감나무밑입쩍상 / 버츠비자몽 / 한우밭 / 시금치 / 전정국 / 습기 / ㄱㅎㅅ / ♥알루미늉기♥ / 모찌섹시 / 까꾹 / 핑쿠판댜 / 첫사랑 / 가위바위보 / 마일 / 망개구름 / 망개꽃 / 뀨쮸 / daydream / 유뇽뇽 / 망개와나 / 기억 / 다람이덕 / ♡구기 / 보보 / 0831 / 코코넛워터 / 자몽사탕 / 0501 / 딸기우유 / 우봄봄 / 전봇대 / 데스페 / 도로시 / 봄소서 / 붕어 / 다홍빛 / 레몬사탕 / 새벽 / 금잔화 / 벌스 / 짜근 / 너지 / 정꾸 / 냥꽁 / 무네큥 / 흑설탕융기 / 1225 / 탄둥이 / 코튼캔디 / 구리부리 / 헤몬 / 침침이 / 진진자라 / 두부 / 정국어 / 빛세 / 꾹푸린 / 1978 / 청멍 / 우유메 / 은아 / 흥흥 / 설한화 / 알루미슙 / 만두짱 / 그럴거야 / 쀼뀨쀼 / 이땡글 / 물결잉 / 보노보노 / 방울이 / 룰루랄라 / 초코틴틴 / 망개침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