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녹차
02.
#기승전
girl's side
평범하디 평범한 날. 하지만 오늘따라 날씨가 화창해서 이유 없이 기분이좋아지는 날. 어김없이 김태형 신발장에 복숭아 녹차를 넣어 놓고 오는 길이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교실로 올라와 창가 밖을 내다보니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축구 시합이 한창이다. 그 축구 시합에는 역시나 김태형이 뛰고 있었고, 또 하드 캐리하고 있었다. 봄은 봄인지 학교 가득히 흩날리는 벚꽃 잎과 땀을 흘리며 뛰어 다니는 태형이의 조화란.. 정말이지 청량함 그 자체다.
김태형의 발을 떠난 공이 축구 골대망을 출렁인다. 또 골이다. 세레머니랍시고 손을 까딱까딱하다 친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는 얼굴이 참 해사하다. 얼굴이 햇살 같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김태형은 무표정일 때와는 다르게 웃는 얼굴이 참 예쁘다. 무표정일 때의 표정은 냉랭해 보여서 살짝 무섭고 그런데 웃는 얼굴은 정말이지.. 그 갭 차이가 정말 사람을 죽여 놓는다. 예를 들면 나.
나는 김태형 덕질을 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김태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우리 학교는 철저한 남녀 분반이었기 때문에 김태형은 물론이오 다른 남자 애들과도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고, 여중을 나와서 아는 남자애도 없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과연 남녀공학이 맞는 것인가..) 또, 김태형은 의외로 남자애들을 제외하고 친한 여자인 친구들이 없었다. 우리 학교에서 레전드로 길이 남을 그 무대 후, 태형이를 사모하는 모임. 일명, 태사모는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만들 정도로 그 수가 급증하고, 활동도 열정적이었지만 태사모 중 그 누구도 김태형과 사적으로 친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보기드문 철벽남이 따로 없다. 문제는 그런 부분조차 날 설레게 한다는 거지. 어쨋거나 그래서 정말 말 그대로 김태형에 대한 소문과 소식들은 이리저리 듣고 다니는 것이 전부일 수 밖에 없었다.
아, 왜 태사모에 가입하지 않았냐면... 저번에 말한 그대로다. 나는 그 누구보다 김태형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아끼는 마음일 뿐. 사적으로 어떻게 해보겠다. 뭐, 이런 것도 아니고.. 덕질이란 자고로 나 행복하자고 하는 일. 보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하니까 덕질하는 거지 뭐. 덕질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태사모 같은 곳에 가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태사모처럼 돈을 모아서 가끔 김태형한테 큰 선물을 해주거나 지금처럼 운동장 구석에 모여서 김태형을 응원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지금 이 마음만으로도 충분하고 벅차다. 이렇게 그냥 김태형한테 복숭아 녹차를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그런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김태형 반의 축구 경기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앞에 친구가 다가왔다.
“야, 너 안희주 알아?"
“안희주? 그게 누군데?"
“아, 그.. 있잖아. 문과에 대따 이쁜 여자 애."
“아.. 걔. 걔가 왜? 걔 김태형 좋아 한데?"
“아니거든! 내 말이나들어봐. 너 민윤기 알아?"
“민윤기? 걘 또 누군데?"
“김태형이랑 맨날 같이 다니는 애!"
김태형이랑 같이 다니는 애라면… 키 작은 애.. , 공부 잘 하고 키 큰 애, 토끼 같이 생긴 애…, 멀끔하게 생긴 애.., 얼굴 긴 애…
“..아 그 허여멀건 애?"
“그래 그 허여멀건 애."
“걔가 왜? 김태형이랑 안희주 이어 준대?"
“뭐래 미친년아 기승전 김태형이지 아주."
“아, 뭔데 그러면"
“안희주 걔가 민윤기 좋아한대."
“아.. 뭐여 난 또 김태형 좋아한다는 줄 알고 쫄았잖아."
“…"
“아니, 근데 왜 우리 태형이를 안 좋아하고 걔를 좋아 한데? 태형이가 훨씬 잘생겼는데?"
“모르지 뭐."
안희주가 김태형을 말고 다른 애를 좋아한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자존심이 상했다. 이유는 뜬금없이 튀어나온 우리 김태형의 외무 부심이랄까? 친구는 내 말에 대충 호응을 해주더니 주저리 주저리 어디서 들은 소문 보따리를 풀었다. 안희주 걔가 얼굴은겁나 이쁜데 성격 파탄자라더라. 그런데 안희주 걔가 민윤기한테 반해서 걔 뒤를 그렇게 쫓아 다닌다더라. 하루에 열 몇 번은 걔한테 고백하고, 심지어 스토킹도 하고.. 그럴 때마다 민윤기가 기겁을 하면서 거절하니까 오기가 생겨서 더 붙는다더라..등등. 김태형 이야기가 아니라 대충 듣고 있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민윤기 그 아이가 불쌍했다. 가뜩이나 얼굴도 뭐에 질린 듯 하얗던데, 더 하얘지는 건 아닐까? 불쌍한 놈. 그래도 한 켠으론 안심했다. 걔가 김태형 좋아했어 봐. 어휴..상상도 하기 싫다.
“아니, 근데 걔는 왜그런데? 그렇게 하면 남자가 좋아 할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니깐 말이다. 걔 처음 차여봤다는데?"
“헐.. 그래서 차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몰라서 저러는 거야?"
“그런가 보지 뭐."
“걔도 인생 참 답 없다."
부러운 년. 처음 차여봤다니.. 아니 그래도 사람이 정도라는 것이 있지. 참 대단하다. 나는 쪽팔려서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 하겠던데.. 참 여러 의미로 존경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나저나 불쌍한 자식. 여자한테 잘못 걸려서는 쯧쯧.. 내가 너에게 복숭아 녹차는 줄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심심치 않은 위로를 건 낸다. 원래 한 번 여자한테 대여 봐야 다음에 좋은 여자 사귈 수 있다고 했어. 힘내라.. 김태형 친구.
..윤민기. 맞나? 아닌 것 같은데...
*
오늘로써 거의 3주 째. 내가김태형 신발장에 복숭아 녹차를 넣기 시작한지 3주가 되었다. 이게 뭐라고 뿌듯하지? 100일 되면 잔치라도 해야 되나? 아! 100일 되면 복숭아 녹차 1L짜리를 줘야겠다. 이런 망상을 하며 오늘은 왠일로 농구 하는 김태형을 바라보고 있는데.. 와 우리 태형이가 못 하는 것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농구. 그래.. 사람이 늘 완벽할 수는 없지. 어쩜 인간미 넘치니 우리 태형이. 그나저나 저 하얀 애.. 이름이..민윤기! 쟤는 농구 되게 잘 하네. 그래서 안희주 걔가 좋아하는 걸까?
"오늘은 농구?"
“응."
농구 골대는 우리 반 창문과 너무 멀다. 내가 면봉을 보는 건지 김태형을 보는건지. 면봉처럼 말라가지고.. 저 엉거주춤한 자세로 농구 골대를 쳐다보고 있는 김태형을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을까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났다. 아.. 오늘도 김태형이 내가 준 음료수를 먹으며 힘 냈으면..
엥? 잠깐만 이게 뭐야? 왜 복숭아 녹차가 내 책상 위에 있지?
나 분명 넣고 왔는...
망할 나년. 늙어서 그런가? 어제의 기억과 오늘의 기억이 섞여버렸다. 이런.. 김태형이 나의 복숭아 녹차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포스트 잇을 붙일 새도 없이 네임 펜으로 복숭아 녹차 페트병 위에 글씨를 휘갈기고 문과 반으로 가려고 했으나.. 이미 쌤이 교실에 들어 오고 난 후였다.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빨리 오신 거야? 평소에는 10분씩 늦으면서? 꼭 인생의 모든것들이 나를 방해하는 날이 생기곤 한다. 그게 오늘인 모양이다. 안되는데.. 복숭아 녹차 줘야 하는데..
///
평소였다면, 시작하자 마자 퍼질러 잤을 영어 시간이었다. 어차피 영어는 수능 특강에서 그대로 낼것을 뭣하러 듣는지 모르겠다. 어쨋거나 영어 시간 내내 복숭아 녹차를 쥐고 손톱을 물어 뜯던 나는 왠일로 5분 일찍 끝내주신 선생님께 닫지 않을 사랑의 인사를 날리며 쌤이 나가자마자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헐레벌떡 문과 반으로 서둘러 내려간 것도 잠시 누가 볼세라 조심조심 김태형네 반 신발장으로 다가갔지만 다행히 아직 수업 중인 듯 했다. 당연히 수업중이어야지 아직 종 치려면 2분 정도 남았는데. 조용히신발장 문을 여는데, 그와 동시에 -끼익- 김태형 반의 뒷문도열렸다.
“…"
“…"
못된 짓 하다 들킨 아이처럼 깜짝 놀라 뒷문을 쳐다보자 문을 열고 나온 남자 애의 얼굴이 보였다. 눈이 마주친 남자 애는 다름 아닌, 얼굴이 허여멀건… 민윤기다. 얘 김태형 친구잖아. 민윤기를 보자마자 굳어 있던 나는 민윤기가 김태형의 친구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마자 김태형 사물함에 복숭아 녹차를던져 넣고는 우리 반으로 냅다 뛰어 왔다. 뒤에서 민윤기가 나한테 뭐라 뭐라 하는 거 같긴 했는데 나의 모든 신경은 안전한 우리 반으로 가는 것 밖에 없었다.
Min Yoon Gi's side
아 맞다. 포스트 잇 붙여 놓는다는 거 또 깜빡 했네. 오늘도 역시나 신발장 안에 보이는 복숭아 녹차. 오늘은… 이 음료처럼 향긋한 하루가 되길! ..오글거리지도 않는지 이런 말을 참 잘도 쓴다. 복숭아 녹차에 붙여져 잇는 포스트 잇 을 떼어서 김태형한테 주자 또 방실방실 웃으며 사물함에 쌓인 수 많은 편지들 위에 올려놓는다. 저 편지들은 모두 김태형이 받은 러브레터다. 변태도 아니고 왜 버리지도 않고 모아 놓냐고 물어보니 버리면 그 아이들의 마음을 버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단다. 아주 아이돌 납셨다. 아니.. 반은 맞으려나? 김태형은 비공개 연습생이니까.
오늘도 친구들의 입을 거쳐 거쳐 나에게 다시 돌아온 복숭아 녹차를 입에 털어 넣을 때쯤, 귀를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민윤기!!"
마시던 복숭아 녹차를 뿜을 뻔 했다. 아.. 걔다. 안희주. 안희주는 3일 전인가? 부터 날 따라다니던 여자애다. 우리 학년에서 최고 미녀 top 3를 뽑으면 항상 들어가는 이름. 하지만 정호석이랑 박지민이 어디선가 물어 온 소문들에 의하면 아주 상 또라이인 아이였다. 설마 했던 그 소문들은 모두 맞았다. 내가 겪어 보니 알겠다. 안희주. 쟤는 그냥 미친년이다.
일단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나보다 잘생긴 김태형이나 김석진이나 전정국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접점이라고는 1도 없는 사이였는데 갑자기 나한테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대뜸 고백했다. 내가 놀라서 거절하니까 나오는 태도는 또 적반하장이었다. 왜 자기가 싫으냐고 동네방네 다 들리게 소리를 질렀다. 진짜 저런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데... 얼굴 예쁘면 다라고 생각했던 걸까, 진짜 하루에 뻥 안치고 세 번씩 사귀자고 했다. 물론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
“민윤기, 나랑 사귀자."
“또, 그 소리냐."
안희주가 내 반에 쳐들어 와 고백할 때마다 같은 반 애들이 책상을 뚜들기며 환호하고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었는데, 이제는 다들 그러려니 했다. 고작 3일인가 지났는데 그새 지겨워 졌나 보다. 그래.. 너희도 지겨워 졌는데 직접 당하는 나는 어떻겠니.
“나랑 사귀자니까."
“싫다니까."
“그러니까 도대체 왜 싫은 건데?"
“매번 말 해줬잖아."
“나는 납득할 수 없어."
“납득하지 말던가 그럼."
타이밍 좋게 마침 점심시간 종이 치고, 안희주는 씩씩거리며 지네 반으로갔다. 그나저나.. 오늘도 나 집 갈 때 따라오는 건 아니겠지? 진짜 왠만해서 여자한테 욕 하기 싫은데 내가 안희주를 미친년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스토킹. 정말 기겁하는 줄 알았다. 스토킹이라니.. 내가 살다 살다 이런 것도 당해보고.. 여자가 남자에게 당하는 게 스토킹인 줄 알았는데… 진짜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안희주 걔랑 마주치기만 하면 모기가 피 빨아 먹듯 쪽쪽 빨리는 기에 자리에 주저 앉아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복숭아 녹차를 입에 마저 털어 넣었다. 그래도 얘는 김태형 이렇게 괴롭히지는 않던데.. 빈 복숭아 녹차를 바라보다가 5교시가 수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엎어졌다. 수학은 버려도 돼. 난 수포자니까. 수학 진심 왜 배우냐? 그리고 어차피 나는 음악해서 수학 몰라도 된다. 음악 만드는데 미분이랑 적분 그리고 확률이 왜 필요해?
*
오늘은 김태형한테 농구를 가르쳐 주는 날이다. 내가 처음 김태형이랑 친해지게 된 계기가 농구여서 어쩌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은 김태형한테 농구를 가르쳐 주었다. 처음전학 와서 사투리를 시켜보고 신기해 하던 애들과는 달리 김태형은 나한테 농구 좋아하냐고 대뜸 물어 왔었다. 전학 오기 전 학교 농구부 주장이었던지라 당연히 농구에 대해 잘 알았던 나는 김태형과 농구에 대해서 좔좔 말하다 보니 어느새 친해져 있었다. 김태형도 농구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어서 엄청난 농구 실력자인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진짜 농구 못한다. 축구하는 거에 반만큼 아니 반에 반도 못 한다. 너는 농구를 보는 것만으로 즐겨라 라고 진지하게 조언도 해봤지만 쓸데없이 고집 센 김태형이 그걸 들을 리가 없다. 무슨 똥고집인지 끝까지 농구를 쥐고 진지하게 농구 골대를 째려본다. 결국 한참을 씨름하다가 교실로 들어 왔다. 다른 애들은 다 뽀송 뽀송 했지만 나와 김태형만 땀에 쩔어 있었다. 오늘은 저 놈들이 목이 안 마를 테니 복숭아 녹차는 다 내 차지겠군 후후. 이러면서 신발장 문을 열었지만..왠일? 복숭아 녹차가 없었다. 뭐지? 왜 없지? 혹시나 해서 13번, 15번 그리고 내 윗 칸이랑 아래 칸도 열어봤지만 보이는 건 냄새 나는 신발들뿐이었다. 아오 씨 박지민.. 발에 식초를 뿌린 거야 뭐야? 15번 박지민의 신발장을 신경질을 내며 닫자 옆에서 김남준이 텅 빈 내 손이 의아했는지 묻는다.
“뭐야? 오늘은 복숭아녹차 없냐?"
“어.. 없네."
뭐지? 아픈가?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반에 들어갔다. 근 3주간 먹던 복숭아 녹차라서 그런가 이제는 없으면 시원섭섭한 그런 존재가 되었나 보다. 나도 참 웃기다. 그렇게 궁시렁거릴 때는 언제고
“민윤기!!"
와.. 지치지도 않냐 쟤는? 뭐 에너자이저야? 늘 그렇든 반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안희주다. 쟤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익숙하지가 않다. 카랑카랑한 하이 톤의 목소리.성격만큼이나 정이 안 가는 목소리다.
“..너 지치지도 않냐?"
“나랑 사귀자."
“..진짜 답 없다. 정말."
“사귀자고."
“싫다고."
“아니 도대체 왜 싫다는 건데? 이유를제대로 말해"
“내가 말 할 때마다 네가 못 들은 척하는 건 아니고?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까 나 야자하고 집 갈 때 뒤에서 따라 오지마."
“싫어."
“너 계속 그러면 진짜 경찰에 신고한다."
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교실을 나간다. 귀에 무슨 여과 장치가있는 건지 지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듣기 싫은 말은 듣지 않는다. 저게 본인한테는 편할지 몰라도 상대방한테는 기분 잡치는 일이라는 걸 모르겠지. 여자라서 욕도 못하겠고.. 아오. 그렇게 안희주가 가고 뒷머리를 헝클이던 나는 또 기가 빨린 채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나에겐 미친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은 바로 수업이 끝나기 정확히 5분 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정말 쓸모 없는 능력이었지만 최근에는 좀 쓸모 있어졌다. 안희주가 이제 쉬는 시간마저도 날 괴롭혔기 때문에 항상 안희주를 피해서 선생님이 나가기도 전에 나가거나 아니면 거의 동시에 나가곤 했다. 이번 시간도 역시 선생님이 나가기도 전에 교실 밖을 나오자 누가 내 신발장을 열고 있었다.
"…"
“…"
응? 내 신발장을 열고 어정쩡한 자세로 뭔가를 넣고 있는 어떤 여자 애와 눈이 마주쳤다. 아, 쟤구나. 나랑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복숭아 녹차로 추정되는 페트병을 신발장 안에 던지고는 우당탕탕소리를 내며 위층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거기! 야!"
빠르게 올라가는 애를 붙잡으려고 큰 소리로 불렀지만 그 아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겁나 빠르네.. 사실 정말 궁금했었다. 김태형한테 맨날 복숭아 녹차를 가져다 바치는 멍청이는 누굴까, 매일 내 번호랑 김태형 번호를 착각하는 바보는 누굴까.. 하고, 텅 빈 복도를 바라보다 살짝 열린 신발장을 마저 열어보자.. 역시 복숭아 녹차가 보였다. 쟤 한테 김태형 번호 제대로 알려주고 복숭아 알레르기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할텐데.. 신발장에서 시원한 복숭아 녹차를 꺼냈다. 오늘은 왠일로 늦게 줬을까? 단순히 까먹었나? 괜시리 복숭아 녹차 한번 그 여자애가 우당탕탕거리며 사라진 복도를 한번 번갈아 쳐다보고는 뒷머리를 글쩍이며 학교 계단으로 향했다.
특별편 : 그들의 농구 이야기. |
"민윤기, 이 자세 맞아?" "아니. 다 틀렸어." "진짜? 힝." "울상 짓지마. 짜증나니까." "너무해." "발 한쪽 뒤로 더 빼고, 던질 때는 팔을 굽히지 말고 다 피라고. 골대 안에 넣을 생각을 하지 말고 백보드를 맞출 생각을 해." "이렇게..?" "..." "..." "..내가 진지하게 말했지. 너는 그냥 농구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라고. 제발 축구 하는 거에 반에 반이라도 해 봐라." "..." "삐죽 대지마." "그러는 지도.. 농구 하는 거에 반만큼도 축구 못하면서.." "뭐라고?"
"들었어, 새끼야. 그리고 농구 하는 거 반만큼 축구 하거든?" |
공지/암호닉 |
암호닉 바닐라슈/호비호비뀨/밍밍/땅위/피치/굥기윤기/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밍 참, 눈치 채셨나요?? 안희주 = I Need U 김태형이랑 같이 다니는 애라면… 키 작은 애.. , 공부 잘 하고 키 큰 애, 토끼 같이 생긴 애…, 멀끔하게 생긴 애.., 얼굴 긴 애… =박지민, 김남준,전정국,김석진,정호석 암호닉은 늘 환영이고요!! 댓글도 늘 환영입니다!! 왜 계속!! 도대체 왜!! 계속 오타가 보이는 걸까요ㅜㅜ 신알신 자주 울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텐구... 곧 올릴께요... 죄송합니다.ㅜㅜ 죄송할 일 밖에 없군요ㅠㅠ |